연못 안에 위치한 조그만 섬에 살짝 왜가리 한 마리가 숨어있네요. 덥긴 더운가 봅니다.

옆의 거북이로 추정되는 녀석은 유유히 물 속을 유람중인데 말이죠.

왜가리는 거북이 먹지 않는건가 모르겠습니다.

 

 

 

공간 활용면에서는 참 이런 낭비도 없다 싶은 공원인데, 그게 매력으로 다가오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겠죠.

햇살이 따갑지만 않으면 배를 한척 타고 이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

 

엄니가 더워 죽겠으니 그건 못타겠다고 하셔서 깔끔하게 포기합니다.

그냥 이렇게 풍경만 봐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아쉽진 않네요.

 

 

 

당시엔 카메라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망원렌즈가 없었습니다.

리츠린 공원에서 유일하게 빨간 색 다리가 저 멀리 보이는데, 다리보다 높은 곳에서 담을 수 있는 위치는 여기뿐이죠.

망원으로 당겨 찍으면 색의 대비가 참 보기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안되니 조금 아쉽습니다.

 

위에서 보니 확실히 느껴지는게 이 공원 크기는 참 큽니다.

엄니와 저도 모든 길을 다 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느긋하게 걸으면 2시간이 출쩍 넘어야 하기도 하고 날씨가 워낙 더워서.

 

관광객들은 관광지 한 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데 일종의 조바심 같은 게 생기기 쉬우니

이곳을 마음 편하게 오랫동안 둘러보려면 조금 더 수양을 하고 와야할 듯 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환산화각 70mm 정도로 최대한 당겨서 담아봅니다. 그것도 살짝 크롭해서 이 정도.

200mm 이상의 렌즈만 있었으면 제 의도대로 왼쪽의 소나무 조금과 휴게소를 양 쪽에 끼운 상태로 다리를 담을 수 있었을텐데.

 

 

 

자전거 여행 중 늦봄에 찾아온 이 곳에서는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나무 밑에 구멍을 타고 시원하게 큰걸 싸는 녀석들의 사진도 찍었죠.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와서 그냥 귀찮다는 듯이 살짝살짝 자리를 피하는 녀석들에게서 봄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여름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네요. 다들 어디 간 걸까요.

 

 

 

정원 산책을 마치고 입구 근처에 있는 사누키 민예관에 들어왔습니다.

카가와현의 주민들이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각종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죠.

공원에 들어올 때 입장료를 내기도 했으니 이런 전시관은 전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사실 문화재라고 할 수준은 아니리 입장료를 받으면 들어올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

 

엄숙하게 관리되고 있는 중요 문화재와는 달리 사람 손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구들을 전시해 놨기 때문에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엄니께서 참 마음에 들어하셨던 녀석입니다.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놓으셨다네요.

 

집에 하나 있으면 거실에서 TV보며 밥 먹을때 요긴하게 쓰일만한 상입니다.

전시품이 990점이나 되는 꽤나 규모가 있는 민예관인데,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고 소소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도랄까요.

 

 

 

아마도 증류주를 만들 때 사용하던 가마였던 것 같습니다.

증류주 만드는 방법은 아시아지역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그 와중에 저렇게 살짝 그려놓은 그림이 포인트를 주더군요.

어느 나라나 예전 서민들은 다들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이렇게 조그만 삶의 여유는 가지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나 여자들 장난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서민들의 장난감이라는 느낌이 확 살아나는군요.

표면을 봐서는 돌맹이를 적당히 깎아 색칠한 듯 보이는데, 세련되지 않은 완성도가 오히려 정겨운 느낌입니다.

 

 

 

슬슬 구경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러 출구 옆의 토산품점에 들어가려는 순간 제 눈에 들어온 바이크입니다.

저도 여유만 있다면 구입하고 싶지만, 사하라 마라톤 동료인 나침반님이 눈독을 많이 들이던 듀크 390 입니다.

 

원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마운틴 바이크를 전문으로 만들던 회사였는데

일반 로드바이크 시장에 뛰어들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죠.

 

400cc 이하의 저배기량 모델들은 가격 절감을 위해 부품을 좀 저렴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이 듀크 시리즈는 125cc 모델에도 굉장히 고급 부품들도 도배를 해서 동급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나 자국 모델이 넘쳐나는 일본에서 유럽 회사의 바이크를, 그것도 매니아 지향 모델을 보게 되니 신기합니다.

일본에서는 가격대 성능비로 혼타나 야마하 등의 자국 모델이 훨씬 좋은데 말이죠.

바이크는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매니아층이 많아서 이런 녀석도 잘 팔리나 봅니다.

 

 

 

토산품점은 다양한 먹거리와 선물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어콘도 빠방하고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 좋더군요.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35도까지 올라가고 직사광선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던 상황이라 엄니와 저에게는 천국같은 곳입니다.

 

가게를 둘러보니 묘할 정도로 올리브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올리브 사이다나 올리브 콜라 같은.

알고보니 카가와현의 조그만 섬인 쇼도지마(小豆島)의 특산품이라고 하는군요.

올리브 과즙 1% 함유라고 당당하게 적어놓은 사이다라서 약간 김이 빠집니다만 표지 그림도 정겨운 느낌이고 참 머리 잘 쓴 상품이다 싶어서 하나 구입해 봅니다.

 

 

 

카가와현의 각종 지역 특산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몰려있습니다.

캐릭터 상품 만드는데 천재적이다 못해 좀 기괴하게까지 보이는 일본이라 상품명들이 꽤나 슈르합니다.

일본어 아시는 분들은 쉽게 웃을 수 있겠는데, 설명하기는 귀찮으니 패스.

 

타카마츠의 특산품인 안마리다-(あんまりだー)는 꼼꼼한 표지가 참 인상적이네요.

머리 부분은 시코쿠 섬의 모양을 본떴고, 눈썹은 잔멸치, 코는 마늘로 표현했습니다.

제품 자체가 잔멸치와 마늘을 넣은 지역 특산 된장이니까 아이디어가 참 돋보이죠.

 

 

 

카가와현의 특산품중 하나인 마늘을 이용한 여러 상품들도 재미있습니다.

타카마츠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코토히라(琴平)라는 마을에서 만든 '갈릭 사무라이'입니다.

코토히라는 콘피라(金毘羅)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신사가 위치하고 있죠. 1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자만 볼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장소입니다.

 

 

 

엄니나 저나 기념품에 별 관심이 없고 여행중 짐 되는 물건은 사지 않는 주의라서

여기 앉아서 먹을 것만 구입합니다. 밀가루 뻥튀기 같은 구슬을 알록달록하게 올린 소프트크림을 한 번 먹어보기로 했죠.

맛은 그냥 달달하고 크림 수준이 그렇게까지 황홀하진 않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좋습니다.

 

일본 소프트크림이 수준이 높긴 해도, 홋카이도와 나가노현의 목장에서 바로 짜낸 우유로 만든 소프트크림을 먹어보니

다른 지역의 소프트크림이 장난처럼 느껴지는 탓에 이곳의 크림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네요.

 

 

 

포장해가지 않고 바로 먹을 경우엔 구입증명을 대신하는 스티커를 붙여줍니다.

올리브 사이다는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정겨운 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살짝 부드러운 향기와 맛이 첨가된 사이다 맛이네요.

 

사이다는 사이다니까 뭔가 대단히 특별하진 않지만 확실히 단순 사이다와는 조금 다른 향기가 느껴집니다.

제가 탄산음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더위에 지쳤을 때 한모금 마시면 목이 시원하네요.

 

더위에 지치긴 했지만 리츠린 공원을 아침 일찍 찾은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뒹굴거리다가 늦게 출발했으면 완전히 녹초가 될 뻔 했네요. 숙소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니 돌아가서 좀 쉬기로 했습니다.

엄니의 체력이 여행중 최고의 주의사항이기 때문에 무조건 느긋하고 천천히가 모토입니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걸어가다가 뭔가 먹을만한 것을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