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여독도 풀리지 않았고, 만나서 인사할 사람도 많아서 슬슬 바빠지려는데
이런 녀석과 만나게 되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굉장히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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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9시쯤 슈퍼를 가는데 아파트 화단 안에서 고양이 우는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온 몸에 타르같은 진득진득한 것을 잔뜩 묻힌 새끼고양이가 있더군요.
제가 가도 꼼짝도 하지 않은체 계속 울기만 하는터라.. 돌아온 지 얼마 되었다고 정말 이번엔 좀 편하게 쉬고 싶었는데
이것도 악연이라면 악연일지, 놔 두면 하루 이틀안에 죽어버릴게 확실할 정도로 절박한 녀석이라 데리고 와 버렸습니다.

생후 2개월쯤 되어 보이는데, 배쪽과 네 다리 전부 진득한 것이 묻어서 씻어도 전혀 벗겨지질 않습니다.
워낙 진득해서 걷지도 못하고, 몸을 만져보니 가죽과 뼈밖에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바싹 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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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닭가슴살을 좀 주고 체온유지를 위해서 안고 있으니 금새 자긴 자는데
조금만 떼어놓으려고 해도 기겁을 하고 울어재끼는걸 보니 밖에서 꽤나 힘들었나 보네요.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하는걸 보니 장염도 의심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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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끌어안고 재운 후에 (깨어나길래 침대에서 내려놨는데, 스스로 올라가서 거기다 설사를.. T_T)
아침에 급하게 동네 동물병원에 갔다 오니 다행히도 치명적인 장염 바이러스는 아닌듯 하고.
적어도 1주일은 굶은 듯 해서.. 경과를 계속 보는 수 밖에 없다더군요.

끈적끈적한 것은 무스로 벗겨내 보라고 하셔서, 동네 화장품집에 이녀석을 안고 가니
이건 또 운명의 장난인가, 화장품집 아주머니가 어제 저녁에 이 녀석을 쥐 잡는 끈끈이에서 떼어줬다고 하시네요.
최소 4~5일은 끈끈이에 잡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끈끈이에서 떼어줘 봤자, 어린 새끼인데다가 온 몸에 묻은 끈끈이 때문에 걷지도 못하는 상태라 놔 두면 가망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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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까페분께 조언을 구해서 식용유로 목욕시피다 시피 한 끝에 간신히 끈끈이를 벗겨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진은 끈끈이 벗겨내기 전)

집안은 엉망이 되고 이 녀석은 끈끈이가 없어졌어도 여전히 다리를 쓰는게 어색하네요. 걸어다닐 체력도 없고
오랫동안 잡혀있어서 다리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진짜 전 고양이하고 뭔가 인연이 있는건지, 왜 그냥 걸어다니는데도 이런 녀석들과 만나는지 모르겠네요. ㅡㅡ;
영양실조도 심하고, 저도 오래 돌볼 여유가 없어서 빨리 병원에 보내던가, 입양자를 찾던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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