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택시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가던 도중이었는데요.
몸이 안좋아서는 아니고, 예전에 평범한 검사 하나 예약해놓은거 받으러 가는 중이었죠.

라디오에서 제가 한국 영화의 명작중 하나로 꼽는 '지구를 지켜라'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까지 그 영화를 보지 않았거든요.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도 계속 미루고 있었던 터라.

그 놈의 라디오에서 '이제 볼 분들은 다 보셨으니 이야기 하는건데요...'
라면서 영화의 중요 내용을 까발리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화 까발리기 등에는 굉장히 민감해서, 일부러 저한테 안 본 영화내용을 까발리는 친구하고는 절교도 할 정도입니다.
당황한 저는 머리를 숙이고 귀를 막고 입을 껌뻑껌뻑하면서 그 라디오 소리를 안 들으려고 고생했죠.
택시 기사분께 '라디오 좀 끄세요!'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그러다가 다 들어버릴 것 같은 타이밍이라서... ㅡㅡ;

한 몇분 그러고나서 슬그머니 귀를 풀고 고개를 드니 다행히도 영화 이야기는 넘어가 있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대니까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근심어린 얼굴로 한 마디 하시더군요.

'저기, 응급실로 갈까요?'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A.S  (8) 2010.03.07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일본 워킹홀리데이 합격  (22) 2010.03.05
매실나무 전지 프로젝트  (20) 2010.02.25
범인은 엄마  (14) 2010.02.24
보컬로이드 비네티엄 큐트  (13) 201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