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라 집에서 느긋하게 차나 마시고 있었습니다.
전 중간에 친구녀석이 볼일있다고 여차저차해서 시내 잠시 나갔습니다만.
엄니께서는 월말에 주례를 맡으시게 되어서 주례사 작성에 여념이 없군요.
덕분에 결혼하시는 분들이 뭔가 맛있는걸 보내주셨으니 저야 좋지만.
시내서 볼일 좀 보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 두분 다 모습이 안보여서 전화를 해 봤더니
집 앞의 신천 산책길을 걷고 있으니 저도 빨리 따라나오라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시내서 1시간정도 걸어다닌터라 조금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카메라는 짊어지고 나갔습니다. 슬금슬금 해가 넘어갈 시간이군요.
근데 엄니께서는 운동한다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빠른 걸음을 구사하시며 앞으로 전진 전진!
카메라 들고왔는데 날은 어두워지지, 렌즈는 수동이지, 엄니는 무시하고 걸어가지...
그래서 결국 핀은 안드로메다에 관광보낸 결과물이 나왔지만 이것도 뭐 감성이라고 우기죠.
전 주위 사진 조금이라도 찍으려고 계속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있는 엄니 따라가려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습니다.
운동하려고 나온게 아닌데... ㅡㅡ;
그래도 찍을 건 찍고 가야죠.
대구 신천 근처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긴 항상 조깅, 산책, 운동, 라이딩하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합니다.
이번에도 어느 못되먹은 놈께서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자전거를 싹싹 몰다가 제 팔을 툭 치고 가더군요.
달려가서 머리주댕이를 확 끄집어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리려고 했는데, 엄니께서 보고 계시니... ㅡㅡ;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제 범죄횟수를 줄여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겠죠?
야밤에 아파트 단지안에서 술취해 행패부리던 경찰(!)을 패대기 쳤을 때는
부모님께서 모두 주무시고 계셨기에 말릴 사람이 없었더랬죠.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팔을 잘근잘근 부러트리려고 생각도 했지만, 전 모범시민이니까요.
참고로 그 경찰색히는 수갑까지 차고 동료 경찰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뭔가 굉장히 어설픈 자선공연단의 공연도 흥겨운 가락을 뿜어내고 있더군요.
어르신들이 앉아서 옛 노래와 함께 약간의 콩트를 즐기신다면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고 봅니다.
신천 동로 산책길을 끝까지 걸어간 후 도로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와 인접한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부모님께서 항상 산책후 들어가시는 메밀묵집이 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매일매일 묵과 김치를 직접 담으셔서 손맛이 잘 살아있는 곳이죠.
메밀묵에 있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아버지가 추천하시는 곳이니 믿을 만 합니다.
근데 이렇게 사진 찍으니 아버지 왠지 간달프 닮으신 듯.
조촐한 식단이지만 메밀묵 만든 후에 나오는 요 녀석이 또 쉽게 맛보기 힘든 명물이죠.
간단히 설명해서 식빵 가장자리와 같은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쫄깃쫄깃한게 맛있어요.
시원한 멸치육수에 양념장과 갖은 야채를 넣고, 김과 들깨를 넣은 후 묵을 길게 썰어서 넣은 메밀묵채입니다.
운동후에 먹어도 저칼로리 영양식이라 부담이 없죠. 맛도 좋고.
야채의 향까지 잘 살아있는걸 보니 확실히 이곳 메밀묵이 한 수준 합니다.
요즘 메밀묵 제대로 만드는 곳이 정말 드문데, 허름하기 그지없는 한산한 이 식당은 그래도 정도를 지켜가는군요.
여기까지는 몸과 마음이 가뿐하게 기분 좋았습니다만.
우사인 볼트 200m 결승 보러가야 된다고 엄니께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 걸으시다가
결국 발톱 한개가 흐늘흐늘해지고 고름이 고이기 시작하셨더군요. ㅡㅡ;
오늘 침으로 살짝 따서 고름을 뺐습니다. 자칫하면 발톱은 빠져버릴지도. 그러게 무리하지 마시라니까...
어쨌든 느긋하게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 거리를 1시간 반만에 주파한 덕에 우사인 볼트 결승전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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