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대구로 내려가려구요.
버스타고 강릉가서 부산까지 내려가서 좀 둘러본 다음 경주를 경유해 대구로 갈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왕 왔으니 놀고 가라고 형님부부가 꼬셔서 그냥 눌러앉았네요. ㅡㅡ;
날씨도 좋고 대구 내려간 이후로 등산도 못해서 가볍게 인왕산 산책코스를 걸었습니다.
중간에 사과도 먹구요.


반쪽으로 쪼개려고 바득바득 힘을 주던 형님.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서 제가 이어받아 1초만에 갈라줬습니다.


사과가 참으로 아삭아삭하고 맛있더군요.
인왕산쪽 산책로는 걷기엔 좋지만 풍경이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전 카메라 장비가 무거워서 땀을 많이 흘렸네요. 6kg쯤 되나?


걷고 있을땐 어지간해서 사진 찍기 힘드니 서 있을때 마구마구 찍읍시다.


산책로가 거의 모래길이라서 기분나쁜 모래 냄새가 좀 거슬렸지만
중간중간 이런 그림이 되어 보이는 장면도 찍고 몸을 좀 풀었네요.


적당히 윤동주 시인이 어쩌고 하는 곳까지 와서 바람을 쐽니다.
이곳엔 사람들이 많더군요. 하늘은 예전처럼 쨍하게 푸르진 않았지만 서울에서는 이것도 좋은축에 속하죠?


모자쓰고 찍으면 스트로보와 반사판 없이는 잘 안나오는 사진...


산책로라곤 하지만 군데군데 등산로라고 할 만큼 적당한 경사가 있는 이 길을
외발자전거로 무려 왕복까지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디스크 브레이크까지 장착된, 뭔가 대단해 보이는 자전거였죠.

저도 곧 무지막지 무겁고 단단한 자전거 끌고 500km쯤 달리게 될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네요.


형수님이 모자를 돌려썼군요. 역시 이래야 사진이 살죠... 라고 하고싶은데
결국 중요한건 찍사의 실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ㅡㅡ;


취향이 반영되는진 모르겠지만 전 카메라 보고 서 있는 사진보다 이렇게 모르게 살금 찍은게 더 낫더군요.


영장류만 찍는건 좀 피곤해서 꽃사진도 찍어봅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이제 꽃 보기 힘들어지는 계절이니... 열심히 남겨야겠죠.


무려 300mm 나 되는 망원으로 도촬중
형님이 형수님 옷자락을 팍 잡아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으며 브레송을 생각하는 저였습니다.


뭔가 대단한 분도 계셨습니다.
두 마리나 있었는데 절대로 곁을 떠나지 않고 잘 붙어있더군요.


하늘을 배경으로 하면 대강 느낌은 좋더군요. 그래서 한 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커플 사진도 도촬하여 주시고...
그래도 마음이 여려서 앞사진은 못찍고 뒷사진만 남겼습니다.


산책로를 내려와서 부암동쪽으로 향합니다. 중간에 냥이님 사진도 한 장 남겨주시고.


꽤나 유명한 수제만두집이라는 자하손만두에 들렀습니다.
사람은 무지하게 많고 종업원은 쿨하고 시크하게 서빙을 하더군요. 인사 제대로 하지도 않고 오만+거만.

처음 먹은 빈대떡은 아주 맛있었습니다. 적당히 굽히고 깔끔한 맛이네요.


형님은 떡만두국, 저는 그냥 만두국을 주문했습니다.
이름만 다른게 아니라 들어가는 만두도 다르고, 떡만두국에는 만두보다 떡이 훨씬 많이 들었더군요.

그릇도 그렇고 내용물도 그렇고 정갈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제 평가로는... 이게 1만 1천원이라면 집에서 된장이나 끓여 먹겠습니다. 입니다. ㅡㅡ;

만두는 확실히 수제라서 속도 튼실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훌륭했는데
사골로 만는 국물이라는 건 옅어도 너무 옅어서 만두피 맛마저 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쉽게 말해 맹물.

하도 짜고 매운것에 대한 걱정때문에 이런 느낌의 맛이 '있어보인다'는 이유로 높게 평가받는 세상이지만
육수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이런 맹물에 가까운 흐릿한 국을 내 놓는것은 저로서는 자의식과잉이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요리는 과해서도 안되지만 부족해서도 안되죠.

아마 만두전골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이 메뉴는 안 먹을것 같네요.


저녁시간이 넘었지만 휴일의 뽕을 뽑자는 의미에서 곧바로 코엑스까지 가서 영화 '컨테이전'을 봤습니다.
그 전에 들른 코엑스 소니센터에서 새 카메라 A77 을 좀 만져보는 도중에 형님이 제 카메라로 찍은 사진.

역시 찍사가 넘어야 할 벽은 카메라의 오토모드인가...

영화는 제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지루해 하실 분들이 많겠더군요.
제 기준으로는 거의 호러영화에 가까운 섬뜩함을 느꼈습니다만.

영화리뷰도 하고싶지만 내일 자전거 타고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죠.

대구에서 꽃 박람회 사진도 무지하게 찍었고... 영화 이야기도 할게 많은데
일단 여행 끝나고 뵙기로 하죠. 조심해서 내려가겠습니다.
근데, 부산 구경좀 하려고 했더니 마침 국제영화제 기간이라 엄청 붐빌듯한 불길한 예감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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