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영화동호회 메이님 댁에 찾아갔습니다.
뭔가 이야기할건 많았는데 막상 가고나서 윤재 사진 찍느라 다 까먹어버렸네요.
지난번 돌잔치때는 못걸어다니더니 이젠 잘 돌아다니는군요.


언제나처럼 초반에는 잘 웃어주고, 좀 익숙하다 싶으면 그냥 덤덤해집니다.
카메라에 관심을 많이 가지네요. 이제 이것저것 호기심이 폭발할 나이인듯 합니다.
요리 준비중인 메이님한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도.


어쨌든 주방엔 위험한 것들이 많으니 조심해야겠죠.
잘 돌아다니고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때의 아기라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스트로보까지 지참해서 밝은 단렌즈를 갖고 갔는데도
D3 급의 동체추적이 아니고서는 찰나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군요.


어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는데 공교롭게도 메이님이 또 스파게티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속을 앓고 난 뒤라서 걱정했지만, 어제 먹어보니 대충 다 나은것 같아서 별 문제는 되지 않았네요.
어제의 정통 파스타와는 다른 추억의 토마토소스 파스타도 여전히 맛있습니다.


밥먹는 동안 윤재는 큰방에서 잠들었다가 다시 깼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게 제일 큰 일과인 나이지만
이번에 보니 지능적으로도 아주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더군요.

대충 이론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사람이란 생명체가 하늘에서 뚝하니 떨어진 지성체는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님 말로는 눈치도 엄청 빨라지고 말도 어지간히 다 알아듣고 이해한다고 하네요.
동물처럼 목소리 톤이나 표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단어 자체도 이미 거진 다 이해하는 듯 합니다.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감정표현의 폭이 넓어지다보니
이제 예전에 비해서 우는 횟수는 좀 줄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수틀리면 일단 울고 보는게 아이의 본능이겠지만.
장난에 대한 반응도 꽤 과격해져서(?) 이제 슬슬 부모의 체력에도 문제가 오지 않을까 싶더군요.


스냅샷이다 보니 가끔 재미있는 사진을 건져올리기도 합니다.


밥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남기지도 않아서 무럭무럭 클듯 합니다.
이제 적당히 몸만 잘 움직이게 해 주면 나중엔 한 덩치 하겠더군요.
특정 포즈를 요구하면 살짝 잘못된 결과물을 내주긴 하지만 그래도 뭐 귀여우니 됐죠.


분명 상황에 따른 반응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이겠지만
이 나이대의 아기는 그런 기억과 함께 반은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듯 합니다.
뭔가 정보가 들어왔을때 반응하는 속도가 가끔 어른보다 더 빠른듯 하더군요.


사진을 찍다보니 옷도 슬쩍 갈아입혀봅니다.
예전엔 저런 옷이나 모자를 참 싫어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잘 입어주네요.


아이들에게 TV는 역시 무시무시한 매력덩어리인가 봅니다.
광고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도 외국 TV에서 제일 재미있는게 광고였던 기억이 나네요.
많이 보는건 좋지 않겠지만 적당히 뇌의 자극이 된다면 좋겠군요.


카메라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뒷 화면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까 엄청 집중해서 보더군요.
버튼 몇개 만지더니 이내 기억을 한 듯, 확대 축소버튼만 줄기차게 눌러댑니다.
역시 지금부터는 동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지능의 발전속도를 보여주는군요.


TV보다가 메이님하고 놀다가 카메라 보다가
정신없이 노는걸 보니 밤에 잠은 잘 자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가는것도 무지하게 좋아한다는데, 지금은 워낙 추워서 나가기가 힘들겠죠.
그래서 방 안에서 과자나 뜯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일지도.
한꺼번에 입에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물도 마시고 귤도 먹고 합니다. 방금 밥 먹었는데 끝도없이 들어가네요.


피부에 로션 발라주는것도 기억을 했는지 잘 따라합니다.
이 나이부터 이만큼 눈치가 빠르면 나중엔 부모들이 고생하겠죠.


입에 가져가서는 안되는 로션만큼은 단호하게 뺏어갔는데
실로 오랜만에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안될 때는 일단 울고 보는거죠.
그래서 뭐, 위험한 것을 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셔터나 눌렀습니다.


저 책상 위를 아주 좋아하더군요.
기를 써서 올라가서는 만족한 표정을 짓는데, 나중에 커서 등산가 하면 될려나?


남자라서 그런지 벌써부터 힘도 세고 장난도 과격하고
저렇게 높은 곳에서 남을 내려다보는게 즐거운가 봅니다. 출세욕이 있는 걸까요.


아이가 이렇게 웃어주면 부모로서는 더 바랄게 있겠나 싶습니다.
좀 더 크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택배가 오니 놀라운 속도로 현관으로 걸어가는데, 밖에 나가고 싶은가 보네요.

아직 두 살도 안된 녀석이 이만큼 성장한 걸 보니
다음에 보게 될때는 아마 상상도 안될 만큼 어마어마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들은 역시 이런 모습을 보는게 인생의 행복이겠구나 합니다.


암튼 점점 더 영악해지고 난폭해지는(?) 수순을 밟을것이 확실해 보이니
메이님도 운동 열심히 하셔서 체력 키워야 상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과도한 노출이나 초상권이 아슬아슬한 사진은 제외했는데도 나름 건졌네요.

이녀석이 좀 더 크고나서 이런 사진들이 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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