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전시회는 제가 디지털 카메라 사고 나서부터 자주 찾아가보던 행사입니다.
작년엔 자전거 여행때문에 한국을 떠나 있어서 가 보지 못했던 터라
이번엔 바빠도 꼭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이번이 4번째 관람입니다만, 2009년 인형전시회가 좀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한해 건너뛰고 찾아가는 이번 전시회도 걱정 반 기대 반이었죠.
올해는 카메라를 새로 장만한 친구 동생분과, 덤으로 친구까지 올라와서
평소보다는 좀 덜 지루한 촬영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워낙 많이 찍어서... 천천히 올리려면 포스팅 꽤나 길게 잡힐듯 하네요.
겨울에 찍을거리도 그닥 없고 집에만 들러붙어 있는데 만세입니다.

그럼 천천히 시작해 볼까요.


아이피규어


올해는 밀리터리 피규어 전문 부스였던 MFM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 했는데
대신 아이피규어에서 변함없이 높은 퀄리티의 밀리터리 부스를 선보여 주셨습니다.


피규어 사진도 오랜만이라 감을 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몇번 찍어보고 나서 일반 줌렌즈로는 성이 안찬다는 걸 깨닫고 마크로 렌즈로 바꿨습니다.
바이크에 소복히 내려앉은 먼지까지 세세히 구현해낸 부분이 마음에 들었네요.


전 밀리터리 매니아는 아니라 저 전차 이름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티거는 아니겠죠?
지금와서야 즐길 수 있는 취미지만, 세계대전시 독일 전차장 군복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저 장교 얼굴이 어느 영화에서 본 듯한데 말입니다... 기억이 안나네요.
군복은 널널한 하복보다는 충실한 동복쪽이 보기 좋아서인지, 아님 그냥 전시회가 겨울이라 그런지
예전 독일군 복장은 사진처럼 동복차림이 많네요.


단체샷 찍을때는 조리개를 많이 조여주고 싶었습니다만
FF 바디다 보니 기본적으로 심도도 얕고, 조리개 확 조여주려면 플래시 없이는 답이 없는데
주위 분들에게 방해될까봐 가져간 스트로보도 사용하지 못하고 그냥 소심하게 조리개 개방해서 찍었습니다.
좀 더 얼굴에 철판을 깔면 스트로보도 팡팡 터트릴 수 있겠는데...


아이피규어 부스는 예전보다 상당히 커진 느낌입니다. 전시회 한쪽 벽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밀리터리 쪽은 제한선을 상당히 멀찍히 둘러놔서 감상에 지장이 있었습니다.
만지려는 아해들이 많아서였을까요.
이번 전시회 중간중간에도 정신줄 놓은 무개념 인간들을 몇번 봤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있으니 제한선 둘러놓은 것도 이해가 안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추워보입니다. 넵.


통신기의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몇년 전 전시회때처럼 관람객 측에서는 보이지 않는 잡지 속내용이 심히 19금스러웠던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여기저기 찾아봤습니다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런게 보이지 않더군요.

이곳 블로그에서 예전 인형전시회 찾아보면 그 잡지(!) 사진도 찾을 수 있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시는 건강한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길.


나 도지산데~


단체사진 앞에는 요런 센스있는 피규어가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더군요.
밀리터리라고 모두 남정네 냄새만 풀풀 풍기는 딱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


아이피규어 부스는 밀리터리 이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이 개성넘치는 작품을 전시중이었습니다.
스톰트루퍼의 변형버전인듯 한데... 이렇게 하고 나왔으면 광선총 한방에 나가떨어지는게 아까웠을지도.


일본 애니메이션 SD 피규어와는 다른 맛을 가진 녀석이더군요.
힙합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거 꽤 마음에 드실 듯.


농구 좋아하는 강군이 봤으면 좋아했을듯한 코비 피규어.
근데 강군이 NBA에 미쳤던 시기에 이 녀석이 나왔었는가는 좀 가물가물하네요.
어찌됐든 그때는 조던 세대였으니...


몇달 전까지 자전거로 냅다 달리고 있던 본인이라서
이런 피규어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 자전거의 실제 가격이 제 자전거의 10배는 된다는 사실에 더더욱 감회가...


이번엔 한국 군인들 차례인데...
멋들어지던 독일군 군복을 보다가 이 플라스틱 빗자루를 보니 안구에 습기가 구수하게 올라오는군요.


독일군이나 외국의 특수부대 피규어는 그냥 멋있다 하면서 볼 수 있지만
이런 군복을 보면 왠지 가슴이 막막하고 초코파이나 한통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디테일은 독일군 쪽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저런 군용트럭을 몰아본 적은 없지만
저거 모는게 꽤나 힘들다고 하더군요.


짝대기 하나... 눈물납니다.
김기훈이란 이름은 작가분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런지.


영화관련 부스인걸로 기억하는데
이런 캐릭터가 있었던가요? 저는 기억에 없습니다.
아무리봐도 터미네이터는 아닌 듯 하고...


촬영도 어려운 뒷쪽 깊숙한 곳에 뒷모습만 휘날리며 조용히 서 있는 녀석.
참 달콤하다 그쵸~


넌 내게 목욕값을 줬어.
손의 붕대까지 잘 표현했습니다.

얼굴 조형은 좋은데 그 차갑고 냉철한 눈빛까지 표현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비중이 높은 두 주인공이 모였습니다.
부상자 후송시 몰핀을 너무 많이 놔 준 윈터스를 호되게 야단치는 유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이 장면은 아마 초반 전투때 유탄에 스친 윈터스를 치료하는 부분인 듯 합니다.


BOB는 이미 열 번도 넘게 재탕을 거듭했습니다만
이 윈터스라는 캐릭터는 참 여러가지로 대단한 인물인 듯 합니다.
정말 저런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군인의 귀감이자 존경받을 상사임에 틀림이 없겠죠.

실존하는 윈터스씨는 2011년 초에 92세의 나이로 사망하셨습니다. BOB를 다시 한번 재탕해 봐야하나...


전시회때 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상 코너입니다.
재작년 전시회때는 재탕작이 많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1년 쉬고 와서인지 못본 작품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다행입니다.

전시회를 가려면 1년씩 건너뛰고 가야 실망을 덜 하려나?


두상 하면 언제나 생각나는 아부지 캐릭터도 있어서 행복합니다.
눈을 잘 보면 제 모습도 찍혀있네요. 원본 사진에서 확대해보면 잘 보입니다만.


도색을 실감나게 해 놨으면 더욱 멋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올해 전시회는 대채적으로 수준이 높아서 즐거웠긴 했지만
시간에 쫓긴 분이 많은지 미완성된 작품을 출품한 곳이 꽤 있더군요.


동생분은 사진찍기 편한 넥삼군으로 신나게 찍어주고 있습니다.
전 어마어마한 크기의 DSLR을 들고 다섯시간동안 사진 찍느라 운동은 잘 했습니다만.
초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요런 사진만.

여담으로, 동생분이 넥삼군 베터리를 하나밖에 안 가져온 탓에 후반부 들어 꽤 조마조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네요.
전 처음부터 베터리 두개를 끼운 세로그립을 장착하고 있어서 거뜬했습니다.
세로그립은 무겁고 커서 잘 안가지고 다니기도 하지만
인형전시회처럼 세로사진을 많이 찍는 경우엔 필수에 가깝기 때문에 매우 유용했네요.


아마 제목이 북극의 눈물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눈물 시리즈 다큐가 한때 대단한 인기를 끈 적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BBC 다큐에 많이 못미친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열악한 환경에서 그만한 영상을 담아낸 장인정신은 칭찬받아 마땅하겠죠.


연달아 놓여있던 작품. 이건 아마 아프리카의 눈물이겠죠.
조각의 디테일이나 공간 배치 등에서 북극의 눈물보다 이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코끼리의 피부, 갈라진 땅과 함께 소년의 갈비뼈까지 굉장한 디테일이군요.


아직 사진은 수백 장이나 남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땐 정신이 없어서 부스 이름만 남겨두고 작가 구분을 해 놓질 않았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은 작가 이름까지 잘 기억해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날 전시회 끝나고 대구로 바로 내려가기로 되어 있었던 탓인지 그런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질 못했습니다.

적어도 아이피규어 부스 하나정도는 포스팅 하나로 끝내고 싶었지만
부스가 워낙 크다보니 사진도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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