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도착하니 형수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시는군요.
이제 출산도 그리 멀지 않아서, 위장 저격수마냥 있는듯 없는듯 사라지려고 했는데...
다행히 입덧도 거의 없었고 애는 잘 크고 킥도 잘 날리고 있다고 하시니 다행은 다행입니다.
감자전 먹으면서 요즘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세상이 좀 바뀌긴 한것 같더군요.
애 하나당 50만원씩 지급되기도 하고, 뭔 초음파도 초정밀 검사에 3D 입체 사진까지 나온다고 하니.
그런데 초음파조차 많이 찍으면 애한테 부담될 것 같아서 조심하는데
확실히 무리가 가는 입체사진까지 찍으려고 안달난 부모들이 있다고 하는걸 보니 세상 참.
강남에서 연예인들이 출산했다는 산부인과는 미어터진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으니
애 낳는것도 사치품 경쟁하듯이 소문거리가 되는 걸까요.
2~3살 애한테 짜장면이나 먹이는 어미들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으니 이젠 좀 면역이 되었습니다만
적어도 나중에 '내가 널 어떻게 고생하며 낳고 키웠는데~' 따위의 한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내일과 모레 일정이 좀 빡빡해서, 들어오자마자 잠깐 일보러 나가려고 했지만
고속도로 정속주행의 여파로 시간이 많이 간당간당한지라 그냥 내일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합니다.
저녁에 칼같이 형님 퇴근후 금새 식사를 뚝딱뚝딱 만들어 주시네요.
매일 이렇게 먹진 않겠지만, 제 나이대에 이 정도 요리가 가능한 것은 자랑할만 하겠죠?
자만은 아니라도 자취 10년 경력의 남정네인 저보다도 월등히 요리 못하는 젊은 부부가 많은건 사실인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대학생 때까지 사과를 못깎아서 어른한테 사과와 칼을 공손하게 내어놓던 동갑내기 여자사람도
주말에 연하남과 결혼하는군요. 이제 사과는 깎을 수 있으려나?
대구 본가에서는 요즘 싱싱한 시금치가 많이 들어와서
근 1주일 가깝게 된장과 바지락, 두부를 넣은 시원한 시금치국을 줄창 흡입중이었는데
여기선 봄의 이미지에 딱 맞은 쑥국을 내 놓으시는군요. 봄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국이죠.
사진 잘 나오라고 형님이 고추 조각을 위에 올려놨습니다.
원래 이렇게 많이 만들진 않는데 제가 두부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실컷 먹으라고 쌓아두셨습니다.
무김치와 달래무침이 또 봄을 대표하는 반찬이네요. 계절별로 반찬을 로테이션 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유능하신 듯.
보통 대학생때 자취하다보면 식탁 위에서 계절을 잊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요.
떡갈비 혹은 너비아니인듯. 직접 만드신건지 사오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들려면 상당히 손이 가는 요리로 알고 있어서... 수제라면 먹기가 좀 아까울 듯.
다른건 거의 가리는것 없이 잘 먹지만 양파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손이 잘 안갑니다.
생양파를 제외하면 사실 못 먹는것도 아니고 내키는대로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아지진 않네요.
어릴적에 트라우마라고 할까 그런게 있어서 아마 감각이 굳어져 버린 듯.
밤 11시에 출출하다고 형님이 떼를 쓰는 바람에
마침 차도 있겠다 근처 그마트로 휭하니 달려가서 빵과 치즈, 햄 등을 사왔습니다.
며칠전에 개발했다며 자신만만하게 만들어 주는 토스트 피자. 근데 이게 개인 발명품이었던가?
식빵 위에 토마토소스를 깔고 모짜렐라를 포함한 치즈 2장을 깔고 얇게 썬 햄과 파슬리를 올려서
예열시킨 오븐에 구워주면 완성... 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든 다들 이렇게 만드는거 아닌가 싶더군요.
워낙 자랑스러워하니 뭐 맛만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료를 받을 것도 아니고.
저도 피자에 오만가지 야채와 별의 별 재료들 올리는거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게 좋습니다.
잘 만든 도우와 비교하기엔 식빵이란 녀석은 오븐안에서 금방 수분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 점이 좀 아쉽지만요.
상온에 둔 버터를 얇게 코팅하듯이 식빵에 두르면 수분 손실을 조금 막을 수 있습니다.
오븐이 작아서 간신히 세 조각 만들 수 있었군요. 불행히도 형님 건 바닥에 내동댕이당했지만.
다음날 아침에 형님부부는 대구 본가로 자동차 가지고 내려가기 때문에
고급 가정식 요리는 이 날로 끝이고, 다음부터는 적당히 알아서 찾아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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