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없고 반찬도 살짝 매너리즘이 느껴질 때는

기본적으로 언제나 집에 재료가 갖춰진 수제비를 만들어 먹습니다.

만드는 법이야 워낙 간단하니 딱히 설명할 것도 없네요.

국물 맛이 중요하니 다시마와 멸치 등의 해산물을 넣고 1시간 정도 푹 우려냅니다.

큰 솥에 물 가득 넣고 1/3 정도가 줄어들 때까지 끓이고 또 끓이면 진하게 우러나네요.

좀 낭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듬뿍 넣고 우리기 때문에 어쨌든 맛있습니다.

예전에 그마트에서 샀던 건조 꼴뚜기나 홍합 등도 넣어주면 씹는맛이 가미되기도 합니다.

 

엄니께서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밀가루는 항상 국산 우리밀로만 만듭니다.

계란 풀고 물 좀 부어서 반죽을 만드는데, 요즘엔 운동도 하는 겸 해서 아주 떡이 될때까지 주무르고 패대기를 칩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남은거 다음날 먹을때도 불어터지지 않고 모양을 잘 유지해 주더군요.

가족들 전부 수제비를 꽤나 많이 먹기 때문에 한번 만들면 꼭 조금씩 남게 되는데

이렇게 제대로 패대기를 치지 않으면, 다음 날 죽처럼 변해버리고 맙니다.

 

 

 

숙달된 엄니에 비해 제가 여전히 어려워 하는건 이렇게 쑥쑥 떼어내서 국에 집어넣는 부분입니다.

손에 물을 살짝 묻혀서 떼긴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득진득해지네요.

엄니는 적당한 크기로 빠르게 쫙쫙 찢어내시는데, 전 손이 커서 그런지 덩어리가 좀 커집니다.

 

 

 

요즘 햇감자가 나와서 그걸 넣어보니 정말 사르르 녹는군요.

작년 감자는 이미 제철이 지나버려서 텁텁하고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햇감자가 맛있긴 합니다.

펄펄 끓는 국에다가 바로 집어넣으니 대충 던져넣어도 서로 달라붙거나 하는 일 없이 척척 모양이 갖춰집니다.

 

 

 

호박, 당근, 버섯 등등... 몸에 좋은건 다 넣습니다.

여름에 이런걸 한 그릇씩 먹으면 식사가 운동처럼 느껴질 정도로 땀이 쫙쫙 빠집니다만

얼큰한 국물 맛에 입맛 떨어지는 날에도 가족들 모두 무난히 한그릇은 비워내는군요.

 

그 그릇이라는 녀석의 크기가 너무 커서, 항상 과식을 하게 된다는게 조금 서글프긴 하지만

몸에 나쁜건 하나도 안들었으니 가끔씩 별미로 먹으면 좋습니다.

밖에서 사먹는, 조미료 향밖에 안나는 녀석보다는 훨씬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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