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심판들.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우연찮게도 심판들이 주로 서 있는 곳이 내가 앉아있는 곳 바로 앞이라서

선수들 잘 따라가다가 갑자기 뷰파인더에 저분 엉덩이가 꽉 차버리는 순간이 몇 번이고 반복되어서 깜짝깜짝 하곤 했다.

그럴때는 카메라 내려놓고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으니까 나쁜것만도 아니다.

사진에 너무 신경쓰다가는 축제를 즐길 수 없으니, 그때의 기분을 남기기 위해서 찍는 사진이지 주객이 전도될 수는 없으니까.

 

 

스포츠 사진은 정말로 찍을 일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 기회가 꽤나 신선했기에

평소와는 달리 일단 많이많이 찍어보고 훗날 골라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100장 찍어서 10장 건진다는 디지털 시대 찍사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잘못 찍혀서 그자리에서 삭제하는 사진을 제외하고는 거의 버리는 것 없이 블로그에 올리는게 전부인데

좀처럼 없는 기회를 놓치기 아까워 할때는 역시 무식하게 찍고 보는게 정답인가보다.

 

 

 

 

 

 

 

손가락 연사로 찍은 드리블 사진.

내 카메라는 연사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그냥 셔터 후다닥 누르는게 더 편하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를 재치고 파고드는 모습은, 이게 농구하는 맛이구나 하는 느낌이다.

농구 좋아하는 강군도 저렇게 신나게 날뛰고 있었겠지. 지금도 농구 하는걸로 아는데 고질적인 발목 부상은 괜찮은지 모르곘다.

 

 

망원으로 촬영중 자꾸 엉덩이가 확확 들어와서 난감했던 심판.

길거리 농구라고 해도 대충대충 하는건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해 준 분이다.

참 열성적으로 휘슬을 불어대니 진짜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다.

 

바스켓 카운트시 울려퍼지는 휘슬 소리와 동시에 볼이 링을 쑥 통과할 때, 심판도 짜릿한 기분이 들까.

 

 

 

의도한건 아닌데도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선수가 있다.

틀림없이 주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좁은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여 준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꾸준히 기다렸다면 메일 주소 받아서 사진이라도 좀 보내줄까 싶었는데

이 대회를 끝까지 보다가는 다른 이벤트를 전부 놓치는 꼴이 되어버려서 그럴 수 없었다는게 조금 아쉽다.

 

한국어로 된 이 블로그를 저 사람들이 우연히 찾아오는 기적에 가까운 일은 일어날 것인가.

 

 

 

스포츠는 말할것도 없이 역동적인 녀석이기 때문에

빠른 셔터스피트로 담을 땐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찰나의 순간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이어질때는 자연스럽게 지나가지만, 수천분의 1초를 떼어놓고 보면 뭔가 묘한 사진들.

공간과 함께 시간도 함께 붙잡아놓는, 사진이라는 취미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다.

 

 

 

농구에 대해서 잘 아는건 아니지만 TV에서 보던 프로농구에 비하면

볼을 돌릴 때 외곽 선수들이 노마크가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빈번한 듯이 느껴진다.

슛 성공률이 낮은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가끔씩 의아하다.

 

현란하게 파고들어 성공시키는 슛이 확실히 멋지긴 한데,

외곽에서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기분좋은 철썩 소리와 함께 빨려들어가는 슛도 관중을 열광시킨다.

 

 

 

가만히 서서 슛해도 잘 안들어가는데 팍팍 부딪쳐가면서 바스켓 카운트를 성공시키는 모습은 놀랍다.

재미있게도 프리드로우는 의외로 실패를 많이 하더라.

프리드로우를 실패했을 때, 관객들의 아쉬움 반 웃음 반씩 섞인 웅성임과 선수 본인의 멋적은 표정도 나름 재미있다.

 

 

 

해설자는 아니고 지역연고팀의 매니저? 응원단 비슷한 입장에 있는 분인 듯 한데

시원시원한 목청으로 내지르는 응원 코맨트가 인상적이다. 머리 모양도 인상적이고.

선수들보다 더 신나 보이는 모습을 보면 관객들 기분도 업 되는것 같다.

 

 

 

짧은 경기 하나가 끝났지만 토너먼트전이라 곧바로 다음 팀들이 준비를 시작한다.

아무리봐도 우리 엄니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열정적으로 관람하는 모습을 보니

응원 강도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뒤지지만, 젊은 스포츠를 이렇게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기는 모습은 부러울 따름.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야 선수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마음이겠지만

첫 번째 경기 끝나고 나서도 상대 선수들간에 끌어안고 까칠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길거리 농구는 승부 결과만큼이나 그 내용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가 보다.

프로가 아니니까 뭐, 꼭 이기겠다는 비장한 얼굴에 비해서는 훨씬 가벼운 표정이다.

 

 

 

심판이 볼을 위로 던질 때의 긴장감은 농구 초반의 볼거리라고 생각.

볼의 소유권이 특정 팀에게로 넘어가는 찰나의 순간 이후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까.

동전던지기로 정하는 공방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경기 시작전에 해설자가 하던 말이 있다.

열정적인 응원과 환호성으로 다른 이벤트장의 사람들이 '저기 뭐 하나'라고 발걸음을 옮길 정도로 즐겨보자고.

확실히 다른 이벤트장에 비하면 훨씬 역동적이니까 즐기는 맛이 있다. 해설자들의 고함소리도 맛깔나고.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

그 만화에서 나오던 치열한 리바운드 모습을 한번 담아보고 싶었지만

의외로 골 밑의 싸움이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부상의 위험도 있고 해서일까.

그래도 가끔 훌쩍훌쩍 뛰어올라서 공을 낚아채는 모습을 보고 학생시절 슬램덩크의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농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가장 헷갈리는 것이 디펜스의 허용 범위.

뭘 어떻게 막아야 반칙이 아닌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몸싸움이 필연적인 경기인데 말이지.

 

강군도 예전에 뭣도 모르는 녀석들은 대놓고 반칙하면서 디펜스를 한다고 짜증내곤 했는데.

 

 

 

심판의 표정, 코치의 표정, 선수의 표정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 걸 보고

이게 길거리 농구의 최대 장점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승패야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스포츠를 다른 조건없이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퇴색되어버리기 쉬운 스포츠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반쪽짜리 코트밖에 사용하지 않는 길거리 농구라서 좀 덜 힘들려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럴수록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쥐어짜는 느낌이다.

순간이동을 하듯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나도 왠지 젊어지는 느낌.

 

 

 

사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지적발달도 뛰어다나는 연구결과는 셀 수도 없이 나온다.

찰나의 순간에 상대를 파고드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이런 스포츠 내용을 생각하면 당연할지도.

무엇이든 집중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슬슬 일어나서 다른 이벤트장을 찾아가 볼까 싶던 찰나

휴식시간에 소소한 이벤트가 열려서 다시 엉덩이를 붙일 수 밖에 없었다.

 

관객들이 프리드로우를 해서 성공하면 기념 타올을 한 장씩 나누어 주는 이벤트.

좀 쭈뼛쭈뼛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후다닥 달려나갔다. 특히 아이들이.

조금 재미있었던 게, 왼쪽에 보이는, 개그맨 닮은 어른 아저씨도 상품을 노리고 출전한 사람.

하지만 우선권은 아이들에게 먼저 있었기 때문에 저 분은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상품 수에 제한이 있어서 애들이 전부 다 성공해 버리면 아저씨는 던지지도 못하고 끝날 상황.

 

 

농구하고는 인연이 멀어보이는 꼬마 아가씨도 당당하게 출전.

아마 세간의 관심은 분명 나처럼 이 아가씨가 과연 성공시킬 것인가에 모아져 있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초반의 조마조마했던 마음과는 달리 이 녀석들 어디서 좀 굴러봤는지

단 한번의 프리드로우를 착착 잘도 성공시킨다. 지원자 전체로 봤을때는 거의 80% 가까운 확률로 다들 넣더라.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저씨가 점점 불쌍해지고 있었다.

 

 

 

기대를 모았던 아가씨도 단 한번에 성공시켰다. 정말 농구 좀 해본 솜씨인 듯?

유난히 박수소리가 컸던 것도 아마 나만의 착각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다행히도 몇몇 아이들이 실패하는 바람에 좀 전의 아저씨한테도 기회가 왔다.

타올이 딱 두장 남아서 아슬아슬했는데, 무난히 성공시키고 즐거운 표정으로 타올을 하나 받아간다.

 

 

 

자리를 뜰 찬스를 놓쳐버려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 경기 더 보기로 한다.

초반에 비해 경기가 무르익어서 그런지, 예전 팀들보다 좀 더 오바액션하다가 슛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게 길거리 농구의 맛이라고 생각. 흥에 맞춰서 즐기는게 관객도 더 즐겁니다.

 

 

 

오바는 둘째치고, 가끔씩 이렇게 깔끔한 장거리 슛이 들어갈 때의 통쾌함은

묵묵히 셔터만 눌러대는 나도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넣는 본인의 기분은 정말 째지겠지.

 

 

 

중간에 마이크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휴대용 확성기로 중계를 하기도 했던 해설자.

확성기로 소리지르는 모습을 보니 시장에서 물건 떨이하는 상인의 느낌이 나기도 했다.

길거리 농구쪽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인 듯 하다.

 

 

 

이 아가씨도 관객들의 호응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손에 든걸 빙글빙글 돌리며 응원을 하니 주위에 있는 사람도 웃어준다. 분위기 메이커는 이래서 필요한 건가 보다.

 

 

 

가끔은 아예 심판보다 더 가까이서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선수들보다 더 눈에 띠는 느낌.

응원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이지만, 이렇게 막나가기로 치면 한국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긴 있다.

 

 

 

슛 장면을 담으려고 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점프를 높게 하는 바람에 윗부분이 짤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데서 노하우 부족이란게 느껴지는 듯.

 

그래도 상업사진이 아니니까 본인의 추억거리로 삼기엔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사진이라 다행이다.

 

 

 

이번 경기는 점수가 잘 나지 않는다. 골 성공률이 낮은 건 역시 오바액션 때문일까.

이 팀중 누군가는 꽤나 인기가 있는지, 골을 잡을 때 환호성이 들리는 순간이 종종 있다.

 

 

 

참 펄쩍펄쩍 잘도 뛴다 싶다.

드리블 중에 갑자기 멈춰서서 그대로 슛하는 순간인데, 그런 과격한 움직임 후에도 이런 포즈가 나오는구나.

 

 

 

표정이 거의 예능인 수준의 선수.

볼을 가지고 있는 상대선수의 웃음보를 공격하는 새로운 기술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어머나스러운 포즈도 사실 이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만들어낸, 어딘가 현실과는 조금 일그러진 공간의 매력이다.

 

 

 

이번 대회 첫 덩크가 터졌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거리 전체에 울려퍼진다.

아마 다들 은근슬적 이런 시원한 덩크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잠시 경기가 중단될 정도로 선수들도 서로서로 웃고 즐기고, 관중들은 간만에 소리를 질러댄다.

 

 

 

그 후로 선수들이 필 좀 받았는지, 3경기 동안 한 번도 등장하지 않던 덩크 시도 횟수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덩크란게 그리 쉬운 건 아닌지 의욕 만만으로 몸을 날린 이 덩크는 허무하게 튕겨나가 버렸다.

선수들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민망함이 조금 묻어나지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으니 역할은 다 했다고 본다.

 

 

 

이번 덩크도 실패. 역시 아무나 하는 건 아닌가 보다.

물꼬를 튼 건 좋은데 다들 신나게 실패하니까 대회가 점점 묘기대행진으로 바뀌는 느낌.

 

역시 먼저 하는 녀석이 임자인 건가.

 

세 번째 경기가 끝나고 나서 휴식시간을 이용해 슬그머니 일어선다.

난생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담아본 것도 재미있긴 했지만, 일단 다른 이벤트장도 구경은 해 봐야 했기에.

인파는 더더욱 늘어나 있고, 벌써부터 지쳤는지 도로 난간에 걸터앉아서 휴식중인 사람들도 많다.

애완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은 신기하게 의기투합했는지 서로서로 모여서 강아지들 귀여워해 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뜨거운 햇살에 피곤에 찌든 몸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지만 축제 분위기 덕인지 아직은 기운이 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