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첫 조카가 태어났는데, 아비노릇 해야 할 형님쪽이 너무 바빠서

형수님 혼자 독수공방 아기 키우다가 뭔가 큰 문제 생길것 같아, 온가족이 합심해서 협력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9월에 다녀온 여행기를 2달이나 우려먹었다는게 그 증거죠.

아무리 나오는대로 막 써갈긴다고 해도 한편 쓰는데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10월엔 형수님이 아기 데리고 대구 본가로 내려와서 함께 지냈는데, 전 그틈을 타서 잠깐 서울에 쉬러 가곤 했습니다.

사하라 멤버 나침반님과 만나서 가볍게 남산 한번 올라갔네요. 그 뒤로 서울역까지 바이크로 태워주셔서 편하게 귀국했습니다.

 

 

 

남산 도착하기 전까지 아주 화창한 날씨였는데, 어째 오르기 시작하자 영 꾸물꾸물해지는게...

그래서 밝고 즐거운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성격상 이런 하늘도 나쁘지는 않네요.

 

남산은 이제 산이라고 부르기엔 뭣할 정도로 가벼운 산책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끝도없이 올라가고

쿠션이 많이 죽긴 했지만 가벼운 조깅 정도는 문제없는 발포제 도로가 정상까지 이어져 있네요.

 

여행을 대비해 구입하신 OM-D 가 좀처럼 손에 익지 않으신 것 같아서, 가볍게 걸어가는 도중에 잠깐씩 찍어봅니다.

제가 카메라 이론에 대해 남을 가르칠 만한 내공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알고 있는 것만이라도 좀 가르쳐 드리면

경험을 쌓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기계적으로는 제가 사용하는 a900 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이니, 적응만 잘 하시면 점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솔직히 같이 올라가며 찍긴 했지만, 찍어놓은 사진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남한테 충고할 입장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진학 강의 등등, 작품집보다 이론서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읽었던 터라 (사실은 작품집이 너무 비싸서 많이 못샀습니다)

가능한 한 아는대로 시간에 따른 태양광의 색온도와 빛의 방향 등등, 이론적인 쪽의 설명을 해 드렸는데

사진은 감성이라고 하지만, 그 감성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한테 설명할때는 본인의 감성을 주입하는 것보다, 이론적으로 정립된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 후에 그 이론을 응용해서 본인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뽑는건 찍사 본인의 감성이니까요.

 

 

 

갑자기 꾸물꾸물해진 날씨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슬슬 해가 지려는 무렵에 구름이 얹혀 있어서 조금 설명 곁들여가며 찍던 기억이 납니다.

 

HDR 등의 기법도, 이미 디지털 필터로 구현이 되어있기 때문에 조금만 설명해 드렸지만

전 그냥 RAW 촬영후에 집에서 만지작거리니 인스턴트적인 결과물 설명은 조금 힘들군요.

화면 중앙에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두 개의 탑은, 몇년전 나침반님과 북한산 올라갔을 때 보이던 그 녀석인듯 합니다.

 

 

 

남산 산책로엔 역시 사람이 많아서 조금 힘들더군요.

워낙 접근성이 좋으니 다들 이곳을 찾는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정상에서는 더욱 인파에 휩쓸릴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그냥 잠깐 산책만 하는 정도였으니, 정상에서 할 일은 없긴 합니다만.

나이들어서 보는 남산타워는 가면 갈수록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군요.

하늘이 매우 화창할때 작정하고 올라가면 제법 괜찮은 서울풍경을 담을 수 있을 듯 한데.

 

 

 

이건 화각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는 35mm 단렌즈밖에 없어서 그냥 이렇게 찍었지만

빛이 구름에 산란되었을 때 원거리를 망원으로 당겨 찍으면 나오는 아련한 분위기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나마 설명을...

 

이 사진에서 구름 바로 밑의 먼 건물 정도만 담을 수 있으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왔을 듯 하네요.

 

 

 

걸어 올라가다가 역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또 한장.

해질 무렵, 구름 많을 때의 역광이 어떤 느낌이라는 걸 대강 설명하면서 대충 찍어봤습니다.

쨍한 날씨에서의 역광도 그 나름의 맛이 있고, 스트로보로 보충해주면 멋진 사진이 나오긴 합니다만

가능한 한 자연광으로 담으려고 하고, 명암이 강한 사진보다는 부드러운걸 좋아하는 제 성격에 맞춰서 이야기를 드리는군요.

 

잘못된 습관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조언을 드리는게 좋겠죠.

 

 

 

해질 무렵이라 빛이 왼쪽에서 뿌려지고 있을 때의 명암차이에 대해서 설명할 때입니다.

전 RAW 로 촬영합니다만, LCD 화면에 보이는 썸네일은 JPG 결과물이기 때문에

남산타워의 오른쪽과 성벽 쪽은 완전히 까만 상태였죠. 그런 극단적인 명암차를 이용한 실루엣 사진도 맛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집에와서 RAW 파일 주물럭거리다 보니, 설명하고는 반대로 화이트홀이나 블랙홀 전부 없애버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이거대로 RAW 파일의 보정관용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 한번 만들어 봤네요.

JPG 촬영시 음영으로만 표현되던 부분도 RAW 촬영후 보정으로 이만큼 살려낼 수 있다는 예시로 쓰이면 될 듯.

 

한달이나 묵힌 사진이라서 제가 올리면서도 현실감이 없긴 합니다.

지금은 아기데리고 서울 올라와서 제가 형님 들어올때까지 형수님하고 같이 아기를 돌보고 있네요.

형님 귀가시간이 보통 새벽 2~3시에, 토욜 일욜도 나갈때가 많아서 형수님 혼자서는 아무래도 힘들 듯.

아직 저도 적응기간이라서 글 쓰고 이런건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거 월급 받아야 되는거 아닌가 싶지만... 아기 사진이나 틈나는대로 찍어서 부모님 보여드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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