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제 7회 전국 장애학생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엄니께서 특수학교 다니고 계시기 때문에 저한테도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니죠.
일단 대구에서 타 지역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형태라서
엄니께서는 휴일에도 여기저기 나가시면서 인사드리고 돌아보시느라 좀 바쁘십니다.
일요일엔 엄니 학교 학생들 농구경기가 있어서 저하고 같이 가보자고 하시길래
카메라가 녹슬기 전에 오랜만에 한번 굴려볼까 싶어서 주섬주섬 장비 챙기고 따라갔습니다.
갔더니 애들은 몸 풀고 있더군요. 상대편은 경기도 대표였습니다.
좀 전에 끝난 타 지역 예선을 보니 무시무시한 서울 대표가 타 대표를 66-2 라는 스코어로 압승했더군요.
어차피 장애학생들 역시 지역격차라는게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리고 당연하면 당연하겠지만, 관계자들의 이런 경기에 대한 승부근성은 대단합니다.
엄니께서 화이팅 한번 해 주시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1층은 경기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라서 2층에서 관람해야죠.
사진은 그냥 양념으로 찍는 것이니 제가 굳이 허락받고 1층에서 정신 사납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코치 선생님 말씀으로는, 상대방 경기도 대표가 꽤나 준비를 해 온듯 하고
신장차이도 눈에 확 드러날 만큼 커서 쉬운 경기는 아닐거라고 하시더군요.
경북대표인 이쪽은 엄니학교 학생들에서만 선발해 왔지만
경기대표 쪽은 각 학교의 뛰어난 선수들을 모두 모아서 왔다는 듯 합니다.
체격적으로 불리함은 어쩔 수 없지만
이쪽은 오랫동안 같은 학교에서 쌓은 팀워크라는 게 있으니 그래도 아주 불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겠죠.
일단 경기는 경기고, 학생들도 이런 데에서는 눈에 띄게 승부욕을 불태우기 때문에
결코 설렁설렁 경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일반 경기보다 점수차는 많이 나는 편이긴 하죠.
2층에 올라가서 적당히 자리를 잡습니다. 만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관람하는 사람들은 꽤 있네요.
장애인 체육대회다 보니 심판분 중에는 휠체어를 타신 분도 계셨습니다.
학생들이 지적 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일반 팀보다 감독의 지시가 훨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끊임없는 반복 연습으로 각각 할 일을 맡아 나가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는 훨씬 잘 하죠.
스포츠는 지적 장애학생들의 정서발달에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여건만 된다면 다들 이렇게 어울리게 해 주고 싶지만
사실 여기서 뛸 수 있는 학생들은 그래도 특수학교 내에서 제일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부류라서 아쉬울 뿐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경북대표쪽이 굉장히 잘 합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니 체격차이라 그닥 의미가 없는게
얘네들은 디펜스때 적극적인 몸싸움이나 점프 블록 같은걸 잘 안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약간의 방해를 뚫고 슛을 누가 더 잘 넣느냐가 관건인데
엄니 학교 학생들의 슛 능력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잘 넣네요.
리바운드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골대를 맞고 떨어지는 공이 자기 손에 닿을 위치가 되면
상당히 과격한 골 쟁탈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사고 발생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판분들이 아주 유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얘네들은 일부러 몸을 부닥치거나 하지는 않으니 나름 신사적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사실 팀원들간의 역할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어서
패스 하는 학생은 패스 잘하고, 드리블 하는 학생은 드리블 잘 하고 슛 하는 학생은 슛 잘합니다.
그런 식으로 나눠보면 일단 저보다 패스 잘하고 드리블 잘하고 슛 잘하네요.
엄니가 이끄는 경북대표팀의 학생은, 두 명이 아주 굉장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그 중 한명이 저 빨간 머리띠 학생입니다. 거의 올라운더에 가까운 솜씨를 보여줍니다.
경기장 내부는 일단 조명이 환하긴 해도 밖의 화창한 날씨에 비할바는 아니고
멀리 2층에서 조리개 값 낮은 망원 줌렌즈로 사진 담으려니 한계가 보입니다.
ISO6400 까지 올려야 간신히 셔터스피드를 맞출 수 있을 정도라서 약간 아쉽긴 했죠.
하지만 경기 사진에 노이즈니 정확한 동체추적이니 따지는 건 프로 프레스 기자들의 몫이고
저는 엄니 학교 학생들의 노력하는 모습만 담으면 그걸로 만족입니다.
그리고 고감도의 노이즈도 잘만 조절하면 필름 입자감 흉내를 조금이나마 낼 수 있으니 마음에 드네요.
경기대표팀도 결코 떨어지는 실력은 아닙니다만
이쪽의 수비가 빛을 발하는 것인지, 그냥 원정팀 경기의 부담 때문인지
슛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기회를 빈번히 놓치고 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경북 대표팀의 슛 결정력이 정말 상당한 수준이라서
저쪽이 못 넣고 이쪽이 넣고 하니 점수차이가 꽤나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시작 전에 애들 덩치를 보고 걱정하시던 엄니께서도 쑥쑥 잘 들어가는 슛을 보고 이제 안심하시더군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학생들이라서 중간중간 타임을 많이 부릅니다.
이 학생들이 코트 안을 전후반 32분을 전부 뛰어다닌다는 것 하나만 해도
아마 응원하러 오신 부모님들은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인터셉트도 많이 나오고, 경기로서의 모습은 뭐하나 빠질 것 없이 잘 갖추고 있네요.
그만큼 심판들의 판정도 가차없습니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일반인 농구 룰에 충실하더군요.
심지어 감독과 코치 선생님이 흥분해서 잠깐 선 근처로 다가오자 순식간에 제지하시는 것 까지.
저 학생이 엄니 학교에서 투탑을 달리는 실력자입니다.
거의 혼자서 다 해먹는다고 할 정도로, 힘이 부족해서 슛 자세는 엉망이지만 저보다 훨씬 더 잘 넣더군요.
격렬한 디펜스가 아닌 한에는 혼자서 상대방 골 밑까지 빠른 드리블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지적장애인들이라 어떨까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런 학생들의 운동경기는 사실 일반인들의 그것과 거의 다를게 없습니다.
차이점이라면 룰 기억을 잘 못한다는 것과, 체력과 체격 차이에 의한 절대적 실력의 부족함 뿐이죠.
누가 시킬것도 없이 정말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승부욕은 인간의 본성인 걸까요.
전반전에 점수차가 30점에 육박할 즈음이 되니 엄니께서도 마음을 놓으신 듯 합니다.
딴건 몰라도 슛 결정력의 차이가 너무나 크더군요. 저도 경북대표팀이 이렇게 슛을 잘 넣을줄은 몰랐습니다.
선생님들이 지도를 철저하게 해서, 디펜스 할때 다리 굽히고 팔 벌리고 하는 기본동작도 충실히 잘 수행하네요.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이런 거 보시면 이게 지적 장애학생 대회인지 일반 학생대회인지 구분이 되시나요?
명실공히 경북 대표팀의 에이스입니다.
슛 자세는 정말 몸 균형이 휘청일 정도로 엉망이지만 놀랍도록 잘 들어가더군요.
그것도 그냥 서서 점프슛이 그렇고, 레이업까지 부드럽게 소화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습니다.
아마 떨어지는 체력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슛을 넣으면, 그 때의 함성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서 더욱 더 열심히 뛰는 것이겠죠.
대회 중에 가장 많이 나온 실책은 물론 볼을 놓치는 것이었습니다만
일반인 대회와 비교해서 유달리 많이 나온 실책은 하프코드 바이얼레이션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룰을 잘 모르다보니, 하프코트 넘어오기 전의 팀원에게 패스를 해 버리는 것이죠.
저도 일부러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습니다만, 심판들이 약간이지만 살짝 망설이면서 휘슬을 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런 것까지도 적용해야 하는가 싶었을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쨌든 도 대표끼리의 경기이고, 상대방도 조건은 마찬가지이니
정말 한 발만 코트 뒤로 나가있어도 가차없이 휘슬을 부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전 올해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카메라를 잡았고
동체추적 사용해 보는건 이 카메라 구입후 처음이라서
학생들 농구하는 것보다 더 어색하게, 찍어가면서 간신히 적응해 나가는 수준이었습니다만
일단 경기의 흥이 나서 그런지 열심히 찍었습니다. 후반전 사진은 다음 포스팅으로 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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