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강원도'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10.19  산막골의 밤과 쓸쓸한 고양이 8
  2. 2009.10.17  산막골에서만 맛볼수 있는 진수성찬 12
  3. 2009.03.13  추곡약수터의 맛집 6

확실히 강원도 산골은 서울보다 추위가 빨리 오더군요.
우안선생님이 떠나시고 폐교를 차지한 일당(?)들은 마음가는대로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폐교 안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난로를 때우고 이야기를 나누니 금새 밤이 되었네요.
마을 분에게 반 강제로 밤까지 뺏어와서 뜨끈해진 난로 위에 올려놨습니다.
연신 '감자와 고구마를 가져올걸'을 연발하면서. ㅡㅡ;


거의 그믐에 가까운 달이라, 저 전등을 끄면 계단 밑이 암흑의 바다처럼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불빛 한 점 없는 밤이었네요.
부드럽게 귀를 자극하는 벌레 소리와, 낯선 냄새때문에 왠종일 짖어대는 개 소리만 빼면 고요 그 자체였습니다.
서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뻥 뚫린 공간감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은 굉장한 매력이죠.
사하라사막의 밤에서 느꼈던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부드럽고 아득한 밤입니다.


야식으로 먹을 라면은 좀 있다 먹기로 하고, 일단은 맛있게 구워진 밤부터 먹었습니다.
직접 구워먹는 군밤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양이 적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이런 곳에선 그저 이야기하고, 커피 마시고 군밤 먹고 해도 즐거울 뿐이지요.


폐교 안을 둘러보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사진도 보고


재미있는 애들이 올려져 있는 난로. 그림이 되더군요.


낮에 그렇게 먹었는데 어째 그리 배가 꺼지는지.
세명이서 무려 5개나 라면을 먹으려고 작정했습니다.
부엌에서 끓여도 되지만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밖에서 먹는 재미를 놓칠수는 없죠.


밤의 산막골은 으슥한 가로등 불빛 말고는 암흑천지입니다.
보름달이 뜰 때는 인공적인 불빛이 없어도 환하기 그지없는데, 이번엔 그믐이라 정말 어둡더군요.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반쯤 야생, 반쯤 집고양이로 우안선생님 근처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네요.
삼겹살을 구울 때면 슬그머니 나타나서 앵앵거리는데 이번엔 나타나지 않아서 좀 의아했습니다.
나타나는게 좀 늦었네요.


우안선생님한테 딱 붙어 사는 녀석은 아니고, 산에서 쥐나 새나 잡아먹고 가끔씩 폐교앞에서 사료도 얻어먹고 하죠.
우안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던 기간동안 꽤나 쓸쓸했는지 굉장히 반가워하면서 의자 위로 올라와 몸을 비비댑니다.

저 말고 다른 두분은 고양이를 안좋아하셔서 저 혼자만 이녀석과 놀아줬네요.


어엿한 아들녀석도 있는데, 그녀석은 완전 야생이라 사람 소리만 들려도 도망가버려서 사진에 담을수가 없었네요.
낮에 왔으면 삼겹살 꽤나 얻어먹었을 텐데 뭐 하고 있었을까요.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살수 있다지만
사실 사람과 함께 지내던 고양이는 사람이 없으면 상당히 외로워합니다.

예전엔 만지는걸 은근히 싫어해서 슬쩍 도망가곤 했는데 오늘은 자기가 적극적으로 애교를 부리네요.


오랜 기다림 끝에 라면이 만들어졌습니다. 고양이한테 줄 수는 없지만 사료도 공급해 줬고, 돌판에 남은 음식도 알아서 먹을테니 안심.
물과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소화도 잘 되고, 낮에 그렇게 먹었는데 라면 5개 정도는 금새 해치울수 있었습니다.


은박지에 싸서 난로 속에 집어넣어놨던 군밤까지 마지막 후식으로.
장작 향이 느껴지는 바싹 구워진 군밤을 찬바람에 식혀서 먹으니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먹고 이야기하고, 한동안 가만히 고요를 즐기고, 또 이야기하고 하면서 새벽을 넘긴 후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5~6시간 전부터 미리 아궁이에 불 지펴놓은터라 뜨끈하게 달구어진 온돌이 아득하더군요.
냄새나는 이불 속에서 아련한 여행의 추억을 다시 되살리며 모두 금새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분가득 추곡약수터의 약밥  (20) 2009.10.22
새벽의 산막골, 바이바이 고양이  (10) 2009.10.21
산막골에서만 맛볼수 있는 진수성찬  (12) 2009.10.17
팬더 생각이 나서  (9) 2009.10.17
오타의 즐거움  (2) 2009.10.16


아프리카에서 알맨님이 돌아오셔서 나침반님과 함께 산막골에 놀러갔습니다.
한국화의 대가 우안선생님이 거주하시는 산막골은 인구 30명 정도의 작은 마을로
휴대전화 전파도 통하지 않는 조그만 산골 마을이죠.

산막골에 가는 도중 항상 차를 세워서 풍경을 즐기게 되는 건봉령 승호대. 한국에서 가장 멋진 풍경 중 하나라고 생각.


보통 산막골엔 까페 회원들과 단체로 왔던 일이 많은데, 이번엔 3명이서 조용하고 느긋하게 왔습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를 먹으며 그저 고요함을 즐기기 위해서.


알맨님이 홀홀단신 아프리카에 뛰어든지도 3년이 되었고, 점점 그 규모나 중요성도 커지는 중이라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승호대 앞에선 그저 풍경만 바라보면 근심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네요.


산막골의 폐교에 도착하면 맨 먼저 하는일이 불 지피기.
우안선생님이 작품활동을 하고 계시는 폐교는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하기 딱 좋은 곳이지만 3명이서 왔으니 그렇게까지는 필요없고

개울가에서 주워온 넙적한 바위를 올려놓고 열심히 장작을 때워서 그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최고의 고기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전날 밤에 비가 온 터라 불이 잘 붙질 않네요.
불 지피고, 밥 만들고, 상추 씻고, 미역국 만들고 하느라 초반엔 정신없습니다.


7개월만에 찾아간 폐교 안에는 우안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신데다, 원래 있던 전기밥솥이 어디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아서
그냥 솥에 물넣고 가스레인지에서 밥 만들기로 했습니다.
1인분 쌀밥이야 진저리나도록 해먹어 봤는데 6인분 잡곡은 불이나 불조절이 처음이라 좀 착오가 많았네요. ㅡㅡ;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진액. 일단 여기는 공기 냄새가 도시와는 차원이 달라서 (나침반님 표현으로는 필터없이 그냥 들이마시는 듯한 느낌)
사방을 꽉 채운 풀내음에 장작 타는 냄새가 어우러져 그저 숨쉬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집니다.


우안선생님이 지난 번 심경색으로 쓰러지신 후로 그림을 배우는 제자분들이나 사모님께서 집안일을 하러 자주 오신다네요.
원래 부엌에 있던 밥솥은 우안선생님 방 안으로 옮겼다는데, 이미 만들고 있었던 중이라 그냥 허탈한 웃음만.
냉장고에 있던 미역과 멸치, 황태로 미역국 뚝딱 만들어서 식사 준비 끝냈습니다. 이제 구워진 고기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릴 뿐.


쓰러지신 후로 살도 좀 빼시고, 음식량도 조절하시고 짠 것도 줄이셨다는 우안선생님.
그냥 봐서는 지난번보다 더 건강하신 것 같은데, 아무튼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제자분들은 갓 피어난 국화꽃을 따고 있습니다. 국화차도 만들고 손님들에게 선물도 주기도 하고 하려고.
오색찬란한 향기에 국화까지 더해지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향기의 향연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국화의 아름다움에 더해
미술에 조의가 있는 분들이 사진빨 잘 나오게 하려고 국화를 이리저리 세팅하시는 바람에 오히려 부담 백배.


빛의 방향과 구도까지 생각해 가며 간만에 살떨리는 촬영을 했습니다. 마음에 들 만한 건 별로 안나왔지만... ㅡㅡ;


돌판이 꽤나 두꺼워서 달궈지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한번 달궈지면
기름기는 밑으로 줄줄 흐르고, 아무리 구워도 타거나 늘어붙지 않는 최고의 불판이 탄생하죠.


마늘과 버섯, 김치등은 은박지에 싸서 은근히 굽습니다.
그때서야 고구마와 감자를 사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참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저 숯불에서 구워먹는 고구마와 감자는 별미중의 별미인데 말입니다. 밤의 대화시간에 위장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는데. ㅡㅡ;


교대로 고기 구워가며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상추에 쌈장, 김치, 마늘과 함께 고슬고슬한 잡곡밥과 잘 구워진 삼겹살을 싸서 입에 넣을 때의 기분은~


6명이서 삼겹살 세근은 그리 많은 양이 아니지만 밥과 미역국이 꽤나 많아서 배불리 먹고 먹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도 이 맛을 재현할 수 없다고 자신합니다.
알맨님 말마따나 여기는 공기마저도 양념이 되는 곳이니까 말이죠.


배는 터질 것 같은데, 남은 밥과 이제껏 은박지에서 잘 익혀진 김치와 버섯을 섞고, 고추장을 듬뿍 넣으면
오리지날 숯불 돌판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은박지에서 넘쳐흐를듯한 팽이버섯의 액즙이 저 위로 쏟아질 때의 모습은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이게 하죠.


정말 저걸 어떻게 다 먹나 막막할 정도였지만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금새 해치워 버렸습니다.
아마 여기서 밥 먹어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내용일 듯.

배에 부담가지 않고 언제까지나 들어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음식입니다.

이 날은 우안선생님께서 폐교에서 주무시지 않고 제자분들과 함께 떠나는 터라 산막골에서 처음으로 일행 셋이서 보내는 밤을 맞게 되었네요.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의 산막골, 바이바이 고양이  (10) 2009.10.21
산막골의 밤과 쓸쓸한 고양이  (8) 2009.10.19
팬더 생각이 나서  (9) 2009.10.17
오타의 즐거움  (2) 2009.10.16
컬러풀 대구, 신천 축제  (8) 2009.10.1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춘천까지 왔는데 왜 닭갈비를 안먹고 된장찌개나 먹으러 가냐는 몇몇 회원들의 불평이 나왔지만
운전자 마음이므로 원래 가기로 했었던 추곡약수터의 맛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주머니 한분이 요리를 전부 다 하시고, 대부분 직접 기르신 유기농 재료를 쓰시는터라
예약 안하고 가면 밥 기다리는것만 1시간 정도더군요. 민박도 함께 하고 있어서 묵고 가는 사람도 있는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처 탐방도 하고, 몇몇 분들은 물통 사서 약수를 담아가기도 하고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혹시나 해서 적어놓지만 제가 밥 먹었던 곳은 저곳 아닙니다. 이름도 몰라요.
우안선생님 추천으로 찾아간, 저 일대에선 가장 맛있는 집인데... 굳이 광고 형식으로 쓰고 싶지도 않아서.
저기를 찍은건 전화번호가 독특해서.. 전 저거 못읽습니다. ㅡㅡ; 화투는 같은그림 맞추는 정도만 알고 있어서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막골 정도는 아니지만 물맑고 공기좋은 곳이니 사진 찍을 장소야 널리고 널렸죠.
사진찍고 담소를 나누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밥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기만해도 손맛이 느껴지는 식단이더군요.
약수를 써서 만든 고들한 잡곡밥에 토종 된장국의 색깔.
 장독에서 푸욱 익혀 나온 김치도...
그리고 향이 입안에 팍팍 퍼지는 신선한 나물무침이... 크윽.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물에다 김치 좍좍 찢어서 밥과 된장으로 비비니 이건 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닭갈비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맛의 향연이 펼쳐지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주머니는 더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하셔서 대부분의 회원들이 밥 세그릇 정도에 숭늉까지 달달 긁어서 먹어버렸습니다.

최고!

'Food For Fu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려대앞 물국수집 '무아'  (4) 2009.05.06
인도요리 전문점 명동 타지펠리스  (10) 2009.04.23
성수동 보노보노  (16) 2009.02.25
상경했습니다.  (8) 2009.02.01
버터구이 오징어  (12)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