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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7  제4회 대구 재즈축제 -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 18

이번 공연의 사회자도 여전히 라온님과 오성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제가 이분들 사회 할때만 골라서 간 건 아니죠?


26일 공연의 두 번째 주자는 프랑스에서 날아오신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입니다.
역시 처음 들어보는 트리오라 어떤 음악일까 멍하니 서 있었는데
뭔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더군요. 멋들어진 역광 속에서 스윽 등장하는 분위기가.


이런 걸 두고 Amazing! 이라고 하겠죠. 오프닝 부터가 이미 파격적이었습니다.
종잡기 힘들 정도로 넘나드는 장르와 코드, 좀 더 과장하면 전위예술에 가까운 바리에이션이 귀를 놀라게 합니다.
트리오라고 해도 웬만한 퀄텟이나 퀸텟을 능가하는 풍부한 음을 들려줍니다.


선입견인진 모르겠지만, 이것이 Made in France 인가! 싶을 정도로 신선한 음악이었네요.
세분 모두 저보다 어린 나이인데... 실험정신과 발랄함, 거기다 기본을 잊지 않는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되어
국내 공연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독창성 가득한 연주를 들려주셨습니다.


피아노의 레미 파노시앙씨와 베이스의 막심 델포르테씨.
파노시앙씨는 편집증 환자같은 포즈로 건반을 두들기다가도 변화무쌍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시더군요.
베이스의 델포르테씨는 뭐 파노시앙씨에 비하면 얌전했지만 어디까지나 '비하면' 입니다.


한국어도 조금 연습해 오셨더군요.
그들의 신선함에 마음이 움직인 건 저 뿐만이 아니었는지, 박수와 환성소리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드럼의 프레드릭 페티페레즈씨. 파노시앙씨와 더불어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많이 선보여 주셨습니다.
세분 모두 꽤나 훈남이신데... 장난끼가 아주 풍부한 듯. 음악에서 '코믹스러움'이 아주 팍팍 느껴지더군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둘 때의 기쁨은 평소의 따불이나 따따불이 되죠.
프랑스의 피아노 트리오라고 해서 가슴 느긋해지는 전원풍의 재즈를 기대했던 저의 안이한 정신을 후려갈겨줬습니다.

즉흥성과 불협화음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재즈의 넓은 포용력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방향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들의 연주는 멋지다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그 장난스러움 만으로는 이런 완성도있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없겠죠.
기본기로 따져도 탄탄하기 그지없고, 트리오 모두 앞서다 뒷서다 하면서도 과하게 튀어나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것만이 아닌
동작과 몸짓도 함께 포함해서 트리오 전체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능력에는 감탄했습니다.
'이것이 젊음인가' 라는 대사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네요.


마지막 연주가 가까워지자 점점 연주도 파격적이 되어갑니다. 시작부터 파격적이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임팩트가 큰 피아노 트리오를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즐겁기 그지없었습니다.


파노시앙씨는 아예 피아노 현을 튀겨가시는군요.
기타인가 피아노인가?


타악기로도 트랜스폼!
힘줄이 튀겨지고 몸통을 사정없이 두드려맞는 피아노가 좀 불쌍하긴 하지만 이것도 모두 예술을 위해서입니다.


앵콜 두 곡정도는 더 부탁하고플 정도로 질리지 않는 연주를 들려준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였습니다.
다음에 내한하면 꼭 한번 더 들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