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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22  엄니와 여행 - 리츠린 공원 3편
  2. 2015.08.21  엄니와 여행 - 리츠린 공원 2편 4
  3. 2015.08.20  엄니와 여행 - 리츠린 공원 1편

 

연못 안에 위치한 조그만 섬에 살짝 왜가리 한 마리가 숨어있네요. 덥긴 더운가 봅니다.

옆의 거북이로 추정되는 녀석은 유유히 물 속을 유람중인데 말이죠.

왜가리는 거북이 먹지 않는건가 모르겠습니다.

 

 

 

공간 활용면에서는 참 이런 낭비도 없다 싶은 공원인데, 그게 매력으로 다가오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겠죠.

햇살이 따갑지만 않으면 배를 한척 타고 이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

 

엄니가 더워 죽겠으니 그건 못타겠다고 하셔서 깔끔하게 포기합니다.

그냥 이렇게 풍경만 봐도 충분히 아름다우니 아쉽진 않네요.

 

 

 

당시엔 카메라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망원렌즈가 없었습니다.

리츠린 공원에서 유일하게 빨간 색 다리가 저 멀리 보이는데, 다리보다 높은 곳에서 담을 수 있는 위치는 여기뿐이죠.

망원으로 당겨 찍으면 색의 대비가 참 보기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안되니 조금 아쉽습니다.

 

위에서 보니 확실히 느껴지는게 이 공원 크기는 참 큽니다.

엄니와 저도 모든 길을 다 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느긋하게 걸으면 2시간이 출쩍 넘어야 하기도 하고 날씨가 워낙 더워서.

 

관광객들은 관광지 한 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데 일종의 조바심 같은 게 생기기 쉬우니

이곳을 마음 편하게 오랫동안 둘러보려면 조금 더 수양을 하고 와야할 듯 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환산화각 70mm 정도로 최대한 당겨서 담아봅니다. 그것도 살짝 크롭해서 이 정도.

200mm 이상의 렌즈만 있었으면 제 의도대로 왼쪽의 소나무 조금과 휴게소를 양 쪽에 끼운 상태로 다리를 담을 수 있었을텐데.

 

 

 

자전거 여행 중 늦봄에 찾아온 이 곳에서는 고양이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나무 밑에 구멍을 타고 시원하게 큰걸 싸는 녀석들의 사진도 찍었죠.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와서 그냥 귀찮다는 듯이 살짝살짝 자리를 피하는 녀석들에게서 봄의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여름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네요. 다들 어디 간 걸까요.

 

 

 

정원 산책을 마치고 입구 근처에 있는 사누키 민예관에 들어왔습니다.

카가와현의 주민들이 예전부터 사용해 오던 각종 민속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죠.

공원에 들어올 때 입장료를 내기도 했으니 이런 전시관은 전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사실 문화재라고 할 수준은 아니리 입장료를 받으면 들어올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

 

엄숙하게 관리되고 있는 중요 문화재와는 달리 사람 손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구들을 전시해 놨기 때문에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엄니께서 참 마음에 들어하셨던 녀석입니다.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놓으셨다네요.

 

집에 하나 있으면 거실에서 TV보며 밥 먹을때 요긴하게 쓰일만한 상입니다.

전시품이 990점이나 되는 꽤나 규모가 있는 민예관인데,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고 소소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도랄까요.

 

 

 

아마도 증류주를 만들 때 사용하던 가마였던 것 같습니다.

증류주 만드는 방법은 아시아지역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그 와중에 저렇게 살짝 그려놓은 그림이 포인트를 주더군요.

어느 나라나 예전 서민들은 다들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이렇게 조그만 삶의 여유는 가지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나 여자들 장난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서민들의 장난감이라는 느낌이 확 살아나는군요.

표면을 봐서는 돌맹이를 적당히 깎아 색칠한 듯 보이는데, 세련되지 않은 완성도가 오히려 정겨운 느낌입니다.

 

 

 

슬슬 구경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러 출구 옆의 토산품점에 들어가려는 순간 제 눈에 들어온 바이크입니다.

저도 여유만 있다면 구입하고 싶지만, 사하라 마라톤 동료인 나침반님이 눈독을 많이 들이던 듀크 390 입니다.

 

원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마운틴 바이크를 전문으로 만들던 회사였는데

일반 로드바이크 시장에 뛰어들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죠.

 

400cc 이하의 저배기량 모델들은 가격 절감을 위해 부품을 좀 저렴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이 듀크 시리즈는 125cc 모델에도 굉장히 고급 부품들도 도배를 해서 동급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나 자국 모델이 넘쳐나는 일본에서 유럽 회사의 바이크를, 그것도 매니아 지향 모델을 보게 되니 신기합니다.

일본에서는 가격대 성능비로 혼타나 야마하 등의 자국 모델이 훨씬 좋은데 말이죠.

바이크는 아웃사이더 기질이 다분한 매니아층이 많아서 이런 녀석도 잘 팔리나 봅니다.

 

 

 

토산품점은 다양한 먹거리와 선물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어콘도 빠방하고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 좋더군요.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35도까지 올라가고 직사광선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던 상황이라 엄니와 저에게는 천국같은 곳입니다.

 

가게를 둘러보니 묘할 정도로 올리브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올리브 사이다나 올리브 콜라 같은.

알고보니 카가와현의 조그만 섬인 쇼도지마(小豆島)의 특산품이라고 하는군요.

올리브 과즙 1% 함유라고 당당하게 적어놓은 사이다라서 약간 김이 빠집니다만 표지 그림도 정겨운 느낌이고 참 머리 잘 쓴 상품이다 싶어서 하나 구입해 봅니다.

 

 

 

카가와현의 각종 지역 특산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몰려있습니다.

캐릭터 상품 만드는데 천재적이다 못해 좀 기괴하게까지 보이는 일본이라 상품명들이 꽤나 슈르합니다.

일본어 아시는 분들은 쉽게 웃을 수 있겠는데, 설명하기는 귀찮으니 패스.

 

타카마츠의 특산품인 안마리다-(あんまりだー)는 꼼꼼한 표지가 참 인상적이네요.

머리 부분은 시코쿠 섬의 모양을 본떴고, 눈썹은 잔멸치, 코는 마늘로 표현했습니다.

제품 자체가 잔멸치와 마늘을 넣은 지역 특산 된장이니까 아이디어가 참 돋보이죠.

 

 

 

카가와현의 특산품중 하나인 마늘을 이용한 여러 상품들도 재미있습니다.

타카마츠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코토히라(琴平)라는 마을에서 만든 '갈릭 사무라이'입니다.

코토히라는 콘피라(金毘羅)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신사가 위치하고 있죠. 13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자만 볼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장소입니다.

 

 

 

엄니나 저나 기념품에 별 관심이 없고 여행중 짐 되는 물건은 사지 않는 주의라서

여기 앉아서 먹을 것만 구입합니다. 밀가루 뻥튀기 같은 구슬을 알록달록하게 올린 소프트크림을 한 번 먹어보기로 했죠.

맛은 그냥 달달하고 크림 수준이 그렇게까지 황홀하진 않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좋습니다.

 

일본 소프트크림이 수준이 높긴 해도, 홋카이도와 나가노현의 목장에서 바로 짜낸 우유로 만든 소프트크림을 먹어보니

다른 지역의 소프트크림이 장난처럼 느껴지는 탓에 이곳의 크림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느낌은 아니었네요.

 

 

 

포장해가지 않고 바로 먹을 경우엔 구입증명을 대신하는 스티커를 붙여줍니다.

올리브 사이다는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정겨운 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살짝 부드러운 향기와 맛이 첨가된 사이다 맛이네요.

 

사이다는 사이다니까 뭔가 대단히 특별하진 않지만 확실히 단순 사이다와는 조금 다른 향기가 느껴집니다.

제가 탄산음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더위에 지쳤을 때 한모금 마시면 목이 시원하네요.

 

더위에 지치긴 했지만 리츠린 공원을 아침 일찍 찾은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뒹굴거리다가 늦게 출발했으면 완전히 녹초가 될 뻔 했네요. 숙소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니 돌아가서 좀 쉬기로 했습니다.

엄니의 체력이 여행중 최고의 주의사항이기 때문에 무조건 느긋하고 천천히가 모토입니다.

 

일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걸어가다가 뭔가 먹을만한 것을 찾아봐야겠네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 그림같은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 분재는 이미 소나무가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빛을 발하고 있더군요.

 

분재가 식물의 자연적인 성장을 배제하고 인위적으로 사육하는 형태라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좀 있지만

특이하게도 식물은 분재처럼 인위적으로 성장을 조절하면 사실상 늙어죽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 분재는 손바닥 두 개만한 화분 속에서 500년 가까이 멀쩡히 살아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랄 건, 이곳 리츠린 공원의 분재 소나무들은 극단적으로 크기 조절을 하지는 않고 그냥 가지를 쳐 주는 정도라서

있을 수 없는 조그만 크기로 유지되거나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위안이 되는 듯 하네요.

 

 

 

인공적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조그만 폭포도 있습니다.

조그만 폭포가 있는 정원도 일본 곳곳에 존재하긴 합니다만 그건 척 봐도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올려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이쪽 폭포는 정말로 산이 위치한 곳에서 떨어지고 있어서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공원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폭포라서 그냥 재미삼아 구경할 만 하더군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좋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예술적인 감각을 고려해 만든 정원도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이 모습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갈 지 상상이 되질 않네요.

 

나무를 관리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인데, 거의 자식을 기르는 기분으로 관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본식 정원에 넓은 공간이 더해지면 이런 느낌이 나온다는 것을 이 곳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엄니도 공원 풍경이 마음에 드시는지 안 찍던 사진도 한 번 찍어보라 하시네요.

우연이지만 빨간 꽃이 장식된 옷과 푸른 공원이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와서 사람도 별로 없는 터라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산책할 수 있었죠.

아무리 넓어도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가능하면 아침 일찍 오는 게 좋습니다.

 

 

 

 

넓은 공원이라도 한 바퀴 산책할 동안 다양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지겹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 다리 건널때 빠지지 않을까 조심하는 기색을 많이 보이더군요. 그럼 여유있는 어른들은 또 한 번 웃어주고.

 

미적 감각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인공적인 직선이 조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대각선 형식으로 이어붙여 만든 다리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립니다.

완전히 구불구불한 진짜 나무다리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인공미가 남아있는 공원의 이미지를 표현한다고 할까요.

 

 

 

 

예전에 이 공원을 혼자 소유하고 있던 영주들은 참 호사스럽게도 놀았다 싶습니다.

뭐, 실제로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 일쑤라서 이런 데서 스트레스 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오카야마의 코라쿠엔(後楽園)이라는 정원은 영주가 혼자서 정원에서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해서

업무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때때로 일반인도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하는데 당시로서는 굉장한 시도였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즐기는 한국의 정자와 달리 자기 거점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이쪽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곳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연못을 끼고 돌아가는 길은 어느 정원에서나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힙니다.

정갈하게 세워진 대나무 펜스가 운치를 더하는군요.

 

보통 이런 길은 중간에 조그만 언덕을 끼고 살짝 안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울창한 나무 아래를 걷다가 서서히 밝아지며 넓은 연못의 풍경과 다시 마주하는 그 구간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이름난 정원일수록 미적 만족감을 위해 정말 온갖 정성을 쏟았다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데

그러나 보니 정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미술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동선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아름다움은 오카야마의 코라쿠엔이 놀랄 정도로 훌륭합니다만

이곳은 크기를 충분히 살려서인지 느긋한 기분으로 음미하며 산책하기에 좋은 느낌이 듭니다.

 

 

 

단풍과는 거리가 먼 계절이었지만 우연인지 아주 살짝이라도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리츠린 공원의 가을 모습이 매우 기대가 되는군요.

 

타카마츠는 가볍게 여러 번 가도 느낌이 바래지 않는 여행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면 가을에도 한 번 찾아가고 싶습니다.

 

 

 

회유식 정원은 걸어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그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동선을 만들때나 언덕을 올라가는 길을 만들 때도 그 장소에서 보이는 풍경을 고려하고 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걸어가다 보면 '이 곳은 노리고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딱 들게 만드는 곳이 나타납니다.

규모가 큰 공원이다 보니 왠지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지는 풍경이 이곳저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군요.

 

 

 

성수기때는 온갖 관광객들이 저 다리 위에서 포즈를 잡느라 이런 느긋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죠.

여름은 살짝 비수기이기도 하고 아침에 온 덕분에 그림같은 풍경을 이물질 없이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봄이나 가을, 혹은 눈이 쌓인 겨울의 모습을 이렇게 찍으면 황홀하겠지만 기회 잡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아침부터 30도가 넘어가는 폭염이라 조그만 언덕 하나 넘어오니 온통 땀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절묘하게도 언덕 넘어오면 조그만 매점이 영업중이죠. 빙수 하나 사먹으며 잠깐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행이라고 할까, 오카사나 쿄토 같은 찜통과 달리 이곳 타카마츠는 지형상 습도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기 때문에

햇살은 강하지만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그나마 서늘한 편이죠. 시골에 속하는 곳이라 도시의 지열도 별로 높지 않고.

 

 

 

연못으로 흐르는 조그만 개천에는 굉장한 색대비를 보여주는 이끼가 보송보송 자라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모두 계산해서 주기적으로 다듬어 주고 있죠. 이런 정성을 놀라울 따름이죠.

 

물 속에 색을 입히는 느낌이 듭니다. 한여름이지만 소나무보다 더욱 강렬히 생명력을 발산하는 듯 하네요.

 

 

 

그늘에서 쉬는 건 좋은데 일본 정원의 최대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워낙 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봄에서 가을까지 그늘에서 잠깐 멈춰서기만 하면 전투모기들이 달려들죠.

 

일반 모기가 아닌 군화 뚫는다는 그 줄무늬 모기입니다. 이 녀석들 특징은 손으로 저어도 쉽게 도망가지 않고 장렬하게 달려든다는 점이죠.

엄니도 잠깐 쉬다가 결국 몇 초만에 몇 군데 물리고 말았습니다.

 

리츠린 공원은 개방적인 곳이 많은 편이라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나는 편이고

수풀 아래 산책길이 많은 작은 정원들은 지옥과 같은 가려움을 극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거리는 저같은 사람들은 멈춰설 때가 많기 때문에 보통 한 바퀴 돌면 대여섯 방은 물리고 시작하죠.

 

 

 

지금 엄니와 저는 공원 내의 7개 연못 중 남쪽 연못에 서 있는데

이 남쪽 연못에서는 유일하게 연못을 한 바퀴 도는 조그만 관광선이 영업중입니다.

한 사람 600엔 정도로 비싼 것도 아니지만 엄니한테 물어보니 그런 덴 관심이 없다고 하는군요.

 

걸어서 다 둘러보긴 했으니 별 의미 없다는 것이겠지만, 그게 또 물과 맞닿은 상태로 구경하는 건 나름 매력이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날씨가 너무 덥고 배 안에서는 양산을 펼 수 없으니 이 햇살을 견디는 게 쉽지 않으니 타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공원 내에는 말차와 화과자를 즐길 수 있는 정자가 몇 군데 있습니다.

날씨 탓에 꽤나 지쳤으니 엄니와 함께 저기 들어가서 좀 쉬기로 했습니다.

 

예약을 미리 하면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지만 외국인이 예약해서 식사하는 걸 본 적은 없네요.

굉장히 단아한 장소였는데, 입구로 들어가니 점원 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줍니다.

오늘 이곳에서 결혼식이 열리기 때문에 안내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는데 괜찮으시겠냐고 말이죠.

대신 결혼식 전에 내부를 둘러보는 건 괜찮다고 합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안으로 들어갑니다.

 

엄니는 결혼식 사진도 좀 찍어보라고 바람을 넣으셨지만, 일본은 결혼식 날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들어가는 회원제(?) 형식이라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죠. 특히 카메라 들고다니는 외국인이 마음대로 참가하면 제 소심한 성격이 버티질 못할 겁니다.

 

 

 

정자의 마당은 나름 일본의 방식인 카레이산스이(枯山水)이긴 하지만 약간 엉성합니다.

문화재가 아니라 공원 내 상업 정자 속에서 이 이상의 수준을 바랄 수는 없겠죠.

 

더위 때문인지 비둘기도 소나무 그늘 아래 들어가서 움직이질 않네요.

 

 

 

정자 안에서 둘러보는 풍경 역시 어디 하나 모자란 부분이 없네요.

에어콘은 커녕 선풍기도 없는 정자라서 시원하진 않지만 오늘같은 날은 그나마 그늘에 앉아있으면 숨은 쉴 만 합니다.

활동성을 가진 마당이 아니라 눈으로 음미하는 이런 분위기는 서양인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네요.

 

 

 

조금 있으면 결혼식이 열릴 연회장입니다. 벽 부분의 이렇게 살짝 올라간 부분은 토코노마(床の間)와 비슷하지만 엄밀하게는 조금 다르네요.

토코노마는 족자나 장식품을 놔 두는 공간입니다만 원래는 창문가가 아니라 벽 한쪽에 만들어야 하죠.

이 연회장은 사방이 트인 형식이라 벽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만든 것 같습니다.

 

토코노마에 등을 지고 앉는 이 자리가 연회에서는 상석을 차지합니다. 손님이 토코노마를 보게 앉으면 주인이 토코노마를 자랑하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결혼식에는 아마 신혼부부 한 쌍이 저 푸른색 자리에 앉게 되겠죠.

 

 

 

한국의 거대 예식장에 비하면 꽤나 조촐한 편이지만 사실 이 곳에서 결혼식 여는 게 그리 싼 편은 아니죠.

리츠린 공원은 특별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전통 정원에서 국보급 위치를 의미합니다.

그런 공원 내에서 정자 하나를 빌려 결혼식을 연다는 게 그렇게 저렴하진 않을 테니까요.

 

가장 비싼 결혼식은 유명한 이세 진구 같은 특급 신사에서 열리는 결혼식입니다만, 전 그렇게 엄숙한 종교의식 분위기보단 이런 곳이 더 마음에 드네요.

 

 

 

한국으로 치면 폐백에 쓰이는 음식과 술 등입니다.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끝이 없으니 넘어가죠.

 

엄니는 이런 거 꽤나 보고싶어 하셨습니다만, 일본의 결혼식은 그렇게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3개월동안 홈스페이를 하며 매우 친해진 분의 따님 결혼식 때도, 청첩장을 다 보내 버렸기 때문에 그걸 받지 못한 저는 참석하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멀리서 사진 찍으면 되지 않겠냐고 엄니가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신성한 결혼식에 그렇게 도촬까지 해서는...

 

 

 

일본식 정원은 이런 카레이산스이 구조와 굉장히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바위나 자갈 등의 자연물을 이용해 그 상징성으로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는 형태죠.

자갈의 폭은 바다의 파도로, 바위나 조경수는 육지로, 그리고 자갈로 그 육지에 부딪히는 파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물을 이용해 자연을 축소한다는 발상은 추상화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인공미가 남겨진 것 역시 일본식 정원과 궤를 같이 하고 있네요.

 

 

 

전망좋은 마루에 앉아서 기다리니 말차와 화과자가 나옵니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시원한 얼음말차로 부탁을 드렸죠.

 

이런 정원에서 판매하는 말차는 기본 레벨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마실 만 합니다.

특히 함께 나오는 화과자는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귀여운 녀석들이라 카메라를 들이대게 만들죠.

 

 

 

저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화과자 자체는 그냥저냥입니다만

워낙 앙증맞게 만들어 놔서 보고 있으면 왠지 고양이가 자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할까요.

 

일부러 살짝 잘라서 속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내 봅니다.

효율성을 따지자면 이렇게 세심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이 참 허무한 듯 합니다만

운치를 즐기는 데는 이렇게 알맞은 것도 없겠죠.

 

말차를 마신 후에 과자를 먹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는 과자를 먼저 먹고 말차를 마시는 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과자를 먹고 나면 말차의 쓴맛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이죠. 뭐, 일본 사람도 굳이 그 순서를 지키지는 않습니다만.

 

 

 

마루에 앉아서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땀을 식힙니다.

중간중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주니 더위에 찌든 몸도 슬슬 풀려가는군요.

 

말차 한 잔과 화과자 한 조각을 앞에 놓고 극도로 조경한 공원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신선놀음인 듯 합니다.

결혼식까지는 시간도 좀 남아서 서둘러 떠나야 할 이유도 없었기에 엄니와 함께 한동안 앉아서 뒹굴거리고 있었습니다.

 

 

토요코인 호텔은 일본에서 체인점 수가 가장 많은 비즈니스 호텔이고

회원 카드를 만들어 놓으면 가격 할인, 10번 숙박에 1번 공짜 등의 혜택이 있어서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조식 수준이 가장 떨어진다는 게 아쉬운 점이죠. 엄니는 그냥 배만 살짝 채운다는 느낌으로 식사를 하시네요.

 

저야 뭐 자전거 여행 도중 한번 들어가게 되면 이런 조식이라도 감지덕지라 미친듯이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느긋하게 여러가지를 즐길 수 있으니 조식에 크게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첫 번째 관광지인 리츠린 공원까지는 걸어서 10분 조금 넘게 걸립니다.

아침이지만 햇살이 꽤나 따가웠네요. 여행 내내 날씨가 나쁜 날은 없어서 좋았지만 매일 35도 가까이 올라가는 날씨는 꽤 버겁습니다.

 

겨울 오사카 여행때 엄니께서 피로 누적으로 몸이 안좋아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속도를 좀 늦출 예정이죠.

리츠린 공원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호텔을 잡은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걸어가다 보니 미키 부지키(三木武吉)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메이지 시대의 타카야마 출신 정치인으로 일본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인 '보수합당'의 공로자이기도 합니다.

정작 본인은 보수합당 후 양당 정치인들에게 버림받긴 했지만 말이죠. 합당한 자유민주당은 현재 당수가 아베 신조이니 뭐 그럴만도 하다는 느낌입니다.

 

 

 

정오쯤엔 너무 더워질 것 같아서 일부러 오전 8시에 일찍 출발했습니다만 아침부터 장난이 아닙니다.

엄니는 양산이라도 쓰고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하지만 땀이 줄줄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정오가 되기 전에 공원을 둘러보고 간단히 점심 한끼 한 후에 호텔에 돌아가 에어콘 바람을 좀 쐬어야 겠네요.

 

 

 

자전거 여행 중 들른 여러 공원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상깊었던 리츠린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타카마츠에 와서 이 공원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큰 손해라는 느낌이죠. 시민들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1600년대 지어진 이 회유식 정원은 현존하는 회유식 정원중에서 가장 큰 공원입니다.

타카마츠를 비롯한 카가와현이 일본 내에서도 맑은 날이 많은 조용한 지역이라는 이명이 붙어있는데

그런 곳이라서 이렇게 산책을 즐기는 공원이 발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75 헥타르, 즉 75만 평방미터의 거대한 공원으로 도쿄 돔 16개 크기입니다.

 

 

 

오사카나 도쿄 등 관광객이 접하기 쉬운 곳에 위치한 회유식 정원은 생각보다 나무가 빡빡하고 길이 좁은 느낌이지만

리츠린 공원은 그 어마어마한 크기 때문에 굉장히 널널한 느낌이 듭니다. 여타 공원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죠.

 

그 크기 때문에 상주 관리인원만 100명이 넘고, 사무실 등 기타 관리직까지 합하면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원입니다.

날씨가 덥지만 않았다면 3시간 넘게 느긋하게 산책할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더워서.

 

특히 봄의 리츠린 공원은 흩날리는 벚꽃 덕분에 굉장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시민들에게 있어서도 좋은 휴식처이죠.

카가와현 전체 인구가 100만명인데 그 중 이 타카마츠시에만 64만명이 거주중입니다.

대구의 인구가 250만명인데 이렇게 금새 이름을 댈 만한 공원이 뭐가 있을런지. 기껏해야 수성못이나 두류공원쯤 될까요.

 

 

 

일본의 회유식 정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분이라면 금새 느끼시겠지만

리츠린 공원은 내부에 산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풍경이 다른 정원과 사뭇 다릅니다.

 

저도 자전거 여행중엔 거의 사전정보가 없어서 이 곳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요.

타카마츠에서 배를 타고 본토로 넘어갈 예정이었고, 당시 어마어마한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하룻밤 묵고 가려고 숙소를 잡았는데

프론트의 아가씨가 리츠린 공원은 꼭 보고 가시라고 추천해 주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 보게 되었습니다.

 

벚꽃이 살짝 남아있었던 시기라 그 아름다움은 굉장한 인상을 남겼죠.

편안히 산책하는 사람들과 고등학생들의 브라스밴드 공연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츠린(栗林)이라는 말은 한자 뜻대로 밤나무 숲이라는 의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리츠린 공원은 설립 당시부터 밤나무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소나무를 주력으로 심었는데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까지는 모르겠네요.

 

리츠린 공원에는 약 1400그루의 소나무가 있습니다만 놀라운 것은 이 중 1000여그루의 소나무가 장인의 손길을 거친 분재 소나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일본 전국의 분재 소나무중 8할이 카가와현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이 곳의 분재 소나무들은 모두 국가급 장인들이 매일매일 관리하고 있죠.

 

분재라는 행위 자체가 호불호 갈리는 것이라 싫어할 사람도 있을 듯 합니다.

일본의 회유식 정원은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인공의 미를 가미하기 때문에 이런 분재 소나무가 예술품처럼 장식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그 덕분인지 전체적인 공원의 분위기는 매우 단아하고 정갈합니다. 자연 그대로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매우 기묘합니다.

 

 

 

공원 안에는 6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깨끗하게 수면만 보이는 연못도 있고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도 있고 이렇게 연꽃이 핀 곳도 있죠.

 

워낙 더운 날씨인데다가 직장인 학생들이 출근하는 평일 아침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는 건 좋습니다.

저는 몰라도 엄니가 너무 더워하셔서 조금 걱정이 되긴 했죠.

 

 

 

회유식 정원은 산책하면서 음미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 갈래의 길은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리츠린 공원은 산과 언덕, 연못까지 널널하게 포함된 크기 덕분에 그야말로 산책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정갈하게 흐르는 하천 주위를 거닐면 여행은 이렇게 느긋해야지 하는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저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면 그 모습도 절경중의 절경이죠.

사실 일본의 정원은 여름이 제일 애매합니다. 온통 푸른색 뿐이라 통일감은 있는데 화려함이 좀 부족하니까요.

 

 

 

정자에 올라가진 못하지만 멀리서 바라봐도 한 폭의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일본 최고의 공원이라 하면 오카야마의 코라쿠엔(後楽園), 카나자와의 켄로쿠엔(兼六園) 등을 꼽습니다.

저는 켄로쿠엔을 빼면 왠만큼 이름난 정원을 많이 가봤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곳 리츠린 공원 역시 코라쿠엔과 맞먹는 레벨이라고 생각하네요.

 

재미있게도 미국에서 선정한 일본 정원 1위는 직접 들어갈 수 없고 바라만 볼 수 있는 시마네현의 아다치 미술관(足立美術館)이었죠.

그 랭킹에서 3위를 차지한 게 이곳 리츠린 공원입니다. 코라쿠엔과 켄로쿠엔은 TOP3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거리입니다.

 

 

 

엄니가 도시관광을 싫어하는 면도 있고 저도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관계로

사실 일본 여행으로 추천하고픈 곳이 이곳 타카야마 부근입니다. 딱히 이쪽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은 건 아니지만.

 

이 근처엔 우동도 맛있고 리츠린 공원도 있고 건축가 안도 타다오로 유명한 지중미술관도 있고

한두 시간만 전철 타면 분위기 좋은 쿠라시키 미관지구도 갈 수 있고, 적당한 번화가인 오카야마에도 갈 수 있으니까요.

 

쇼핑과 맛집, 남들 다 가는 유명 관광지를 즐긴다면야 오사카가 제일 좋겠지만 이 곳에서는 여유가 느껴지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렇게 나무 그늘아래 앉아서 편안히 휴식중인 엄니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엄니 사진 찍고나서 그늘로 들어갑니다.

아직 시간은 차고 넘칠정도로 남아있고, 오후엔 특별히 갈 곳도 정하지 않고 느긋하게 마을 상점가 주변을 돌아볼 예정이라서.

 

오사카 여행 당시의 참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하루에 한 곳 아니면 두 곳 정도만 목표를 정해놓고 지극히 여유롭게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볼 것을 못 보고 돌아온다는 초조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여행이라서 말이죠. 엄니도 그런 게 좋다고 하셨고.

어차피 일본은 중국이나 미국이나 호주처럼 압박감을 느낄 정도의 거대한 풍경 같은게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이것저것 다 챙겨봐야 할 필요 없이 좋다 싶은 곳만 선택해서 느긋하게 즐기는 게 더 낫다고 봅니다.

 

 

 

천 그루가 넘는 분재 소나무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모두 장인급이고

75만 평방미터 어디에서도 쓰레기 한 점 없는 통일성을 갖춘 이 공원은 얼마나 많은 인원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상상이 안됩니다.

인구 64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외국인인 저만 해도 볼거리를 줄줄 늘어놓을 수 있는 이 곳이 참 부럽게 느껴지네요.

 

새삼스럽지만 엄니하고 이렇게 5박 6일 정도 머물면서 구경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란 게 대체 어디인지 떠오르질 않습니다.

여행하고는 관계없이 올해 8월에 다녀온 전주의 한옥마을은 '이걸 관광지라고 선전중인가'싶을 정도였으니.

 

 

 

연못에 잉어과 거북이 풀어놓는 것은 오랜 전통인지 모르겠네요.

이런 정원들은 대부분 영주들의 놀이터였으니 혼자 느긋하게 즐기면서 이녀석들에게 먹이나 던져주고 했겠죠.

 

요즘도 거북이와 잉어들이 사람 그림자만 보이면 몰려들어서 고개를 쳐듭니다만 일반인은 이녀석들에게 먹이 주는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마 관리인들이 밥 주는데 익숙해서 그런 것이겠죠.

 

 

 

실제로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올라가지 못하는 언덕과 정자도 있고 저렇게 하천 건너편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는 곳도 있죠.

그래도 워낙 정비를 잘 해놔서 어딜 가나 셔터가 눌립니다. 어느 곳 하나 허투로 만들질 않았네요.

 

 

 

예전엔 실제로 저기서 유람선을 띄우고 유유자적했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요즘엔 그런 거 없습니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연못 중앙의 정자 역시 지금은 멀리서 사진이나 찍을 수 밖에 없죠.

덕분에 그런 곳은 왜가리들이 마음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 입장에서야 왜가리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나쁠 거 없습니다.

 

 

 

엄니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셔터 누르는 저를 무시하고 막 전진을 하기 때문에

엄니와 함께 한 여행이지만 엄니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 거 별로 아쉬워 하는 분도 아니라.

 

보통은 엄니가 미아가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땀흘리며 쫓아가지만 리츠린 공원 안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네요.

덕분에 걷다가 좋은 풍경이 보이면 사진도 찍고 하면서 걸어가도 어차피 앞에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들어갈 수 없는 가옥이라도 소중하게 손질해 놓은 것은 변함없기 때문에 사진찍기 참 좋습니다.

저런 소나무는 분재임에 틀림없겠죠. 그냥 놔두면 절대로 저렇게 자라지 않습니다. 하긴 1400그루중 1000그루가 분재라고 하니.

 

동양인으로서야 그냥 아름답다 할 정도지만 서양인들 입장에서는 이런 공원의 분위기가 매우 신선할 겁니다.

자신들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공원과는 전혀 다른, 걸어가면서 미를 음미하는 회유식 정원에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 많겠죠.

실제로 이날 아침엔 일본인 관광객들보다 서양 관광객들이 더 많이 보이더군요.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일본인도 많이 들어왔지만.

 

도시 어디서든 버스타고 10~30분만 이동하면 이런 정원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게 대구 사는 저로서는 참 부럽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