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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2.09  오사카 여행기 7편 - 혼보 정원과 오사카성 12
  2. 2009.10.12  히로시마 여행기 13편 - 식사다운 식사, 마지막 밤 10
  3. 2008.11.28  이건 저주다.. 12

시텐노지 구석에 자리잡은 혼보 정원(本坊庭園)은 문화유산은 아닙니다.
1903년 외국 귀빈들의 영접관으로 만들어진 정원이라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정원이긴 하죠.


작은 폭포와 연못 등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본식 정원은 '보는' 미학의 정점에 달해있다고 소문이 난 만큼
4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다양한 풍경을 일반 관광객이 슬쩍 훑어보는 걸로 이해하긴 쉽지 않죠.
대부분 돈과 권력이 넘쳐나는 권세가들의 취미활동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느긋하게 내부를 걸어다니며 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할까.


하지만 여전히 가늘지만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일행의 발걸음은 그리 느긋하지 못했네요.
경험상 이런 정원은 여름엔 모기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니
겨울이나 가을에 오면 그 정취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더군요.


관광객들에겐 귀찮은 비라도
봄이 다가오는 시기에 이런 식물들에게는 고마운 단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색깔이 대비된 이런 모습도 하나하나 감상해가면 참 좋은데 말입니다.
이놈의 비때문에 집중이 쉽지 않네요. 그 덕분인지 정원 내부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점은 좋았지만.


정원 내부엔 서양식 건물과 일본식 건물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곳은 외국 국빈들의 영접관이었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되었죠.
도쿄의 유명한 정원인 리쿠기엔(六義園)이나 쿄토의 료안지(龍安寺) 정원에 비하면
조금 단촐하면서도 조밀한 느낌이 들어, 일본 정원의 아늑한 정취를 나타내기에는 약간 화려하지 않은가 싶은데
그래도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정원임에는 틀림없습니닫.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일본식 정원은 제가 그리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네요.
정원을 둘러보고 정말 가슴 시원한 느낌을 받았던 곳은 리쿠기엔 정도가 유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식 정원은 조경 방법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고
제작자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배치 등등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요소가 많아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제대로 음미하기 조금 힘든 느낌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이런 형식.
가지런히 배열된 모래정원은 '물'을 의미합니다.
중간에 솟아난 돌이 육지, 혹은 섬을 의미하니까, 이런 단정한 빗살무늬는 물의 파장을 그린 것이죠.

예전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쓴 적이 있는데, 활동을 위한 공간인 서양식 정원과의 가장 큰 차이가
이런 식의 감상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목적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정원을 손질중인 아저씨들을 슬그머니 뒤로 하고
들어가도 될 듯한 건물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출입금지란 말이 없었으니 들어가도 되겠죠.
사람이 워낙 없어서 사람들 따라가기도 힘들고 왠지 우물쭈물한 느낌.
뭔가 문화재틱한 것들이 몇 점 장식되어 있었습니다만 앞선 보물전에 비해서는 그닥 눈길을 끌 만한 수준이 아니었네요.

이런 곳에 앉아서 차 한잔 마시며 새소리 지저귀는 정원을 바라보면 그것 참 절경일것 같은데.

이곳 혼보 정원은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크게 인기가 있진 않습니다.
저도 주유패스 무료 입장권이 없었다면 절대로 돈내고 들어가지 않았을 곳.
이곳 시텐노지에서 주유패스를 이용해 얻은 이익금은 800엔 정도.
오늘이 주유패스 사용가능한 마지막 날이니 열심히 본전을 찾아야 합니다.

혼보 정원을 끝으로 시텐노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드디어 비가 그쳐갑니다.
비를 피하느라 휴게실에 죽치고 앉아서 과자와 음료수를 마셔댄 터라 배가 고프진 않지만
일부러 맥도날드에 들어갔습니다.

오늘부터 새로 판매 개시하는 버거가 있어서 맛을 보려구요. ^^
일본에서는 기간한정 햄버거나 콜라 등이 선보이기 때문에 한번 가서 먹어보는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
작년 홋카이도 여행 때 마셨던 한정 차조기맛 펩시콜라도 산뜻한 경험이었습니다.
궁금한 분은 홋카이도 여행기를 참조.


오늘부터 개시한 신제품 버거는 이름도 터프한 텍사스 버거!
두툼한 100% 쇠고기 페티와 치즈, 베이컨, 과자처럼 얇게 튀겨낸 양파 등이 BBQ 소스와 버무려져 있습니다.
일단 맛은 합격점에 들어가더군요. 버거 차제의 크기는 그리 크지않지만 탄력있는 페티가 만족스러웠네요.
한국에서는 버거킹의 와퍼급 이상은 되는 수준입니다. 롯데리아 따위의 장난감 페티와는 질이 틀리네요.

가격도 싼 편은 아니지만 먹어볼 만한 녀석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계속 버거의 '와일드'함을 강조하는데
도대체 일본인의 텍사스에 대한 관념이란... ㅡㅡ;


버거로 배를 채운 후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오사카성(大阪城)으로 향합니다.
오사카 여행하면서 가장 만감이 교차하는 곳이 이 오사카성이라고 생각하는데...
토요토미 히데요시 생전의 화려했던 오사카 문화의 정점에 달한 곳이라
장엄한 주변 경관과 우뚝 솟은 텐슈가쿠(天守閣)의 모습에 놀라며 구경하다가도
정작 오사카성 안에 들어가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기도 하는 복잡미묘한 곳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오사카에 와서 오사카성을 보지 않는것도 좀 그렇고...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오직 그 거대한 성 주변의 풍경에만 조금 존재하는 애매한 장소입니다.
이런 멋진 화장실에 더 눈이 가는군요. 거참 세련되게 지었습니다.


오사카성 주변엔 공원도 있고 하니 날씨 좋을때 가면 성 자체보다 주변을 거닐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그만입니다.
오늘은 비도 무지하게 왔고, 겨울이라 공원은 있으나 마나한데다,
주유패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군데를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마음은 조금 급합니다.

역시 돈없는 서러움인가요. 왠지 오사카 여행은 주유패스의 원령에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ㅡㅡ;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들이 무지하게 많이 보입니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부터, 가이드를 동행한 나이 지긋하신 분들까지.


오사카성의 문화적 가치는 텐슈가쿠가 아닌 외부 성벽에 있습니다.
이거 거대하기 짝이 없는 성벽은 오사카성에서 4번째로 큰 바위라고 하는군요.
그냥 찍어서는 도저히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서 동생분을 세워뒀습니다.



성문도 웅장하고, 2중으로 물이 가득 찬 해자도 깊고 (내부 해자는 지금은 물이 없이 비어있습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이름에 걸맞는 천해의 요새였던 오사카성도
토쿠가와 시대의 새로운 바람에는 버텨내지 못했었죠.

여기서 재미삼아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해 살짝 주절거려 보자면
히데요시 사후 토쿠가와가 실권을 잡게 되자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는 이곳 오사카성에 유배됩니다.
하지만 토쿠가와가 실권을 잡은 후로도 히데요시의 추종세력은 여전히 강세를 떨쳤고
특히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가 오사카성에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토쿠가와는 히데요리의 재산을 탕진시키기 위해 그에게 쿄토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호고지(方廣寺)를 재건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호고지는 원래 히데요시가 천하 통일후 그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사찰이었기 때문에
이를 재건하라는 말은 토쿠가와가 자신들과 화해하기를 바라는 제스처라고 착각한 히데요리는
기쁜 마음으로 호고지를 재건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악하기 그지없는 토쿠가와는 재건된 호고지 내부의 종에 새겨진 문구를 트집잡기 시작했습니다.
국가안강 군신풍락 자손은창(國家安康 君臣豊樂 子孫殷昌) 이라는 문구였는데요.
이는 '국가는 평안하고 군신은 즐거우며 자손은 번창한다' 라는 뜻이었지만
'國家安康'의 '家'와'康'는 이에야스 (토쿠가와의 이름)를 뜻하며, 그 사이에 글자를 집어넣은 것은
토쿠가와 가문을 반으로 쪼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 했고
'君臣豊樂'의 '臣豊'의 발음은 '토요토미'이니, 이는 토요토미의 자식이 다시 번창할 것이라는 의미니
결국 토요토미의 후손이 토쿠가와를 멸망시키고 다시 천하를 잡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문구라고 억지를 부린 것입니다.

이 문구는 실제로 쿄토의 호고지 종에 새겨져 있는데, 그야말로 깨알같은 수천 자의 글자 중 저 3문만 발견해내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토쿠가와의 의도는 토요토미 가문의 씨를 말리겠다는데 있었다는 걸 반증해주고 있었죠.


히데요리는 그제서야 토쿠가와의 원래 목적을 알아채고 탄식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1614년, 압도적인 군사를 이끌고 오사카성으로 진격해 온 토쿠가와였지만 난공불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배가 넘는 군세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성은 함락되지 않았습니다.

오사카성의 넓고 깊은 2중 해자는 그야말로 철벽의 수비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도저히 함락이 힘들다고 생각한 토쿠가와는
'화해의 뜻으로 바깥 쪽 해자를 메운다면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전갈을 히데요리에게 보냅니다.
때는 이미 겨울이라 해자가 얼어버릴 위험성도 있었고, 처음부터 절대적 열세였던 히데요리는
그 말을 믿고 첫 번째 해자를 흙으로 메워 버립니다.

하지만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615년 여름이 되자 다시 토쿠가와는 병력을 이끌고 오사카성을 공략합니다.
이제 이유따위는 아무 필요없죠. 어찌보면 히데요리라는 인물 자체가 이런 난세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내부 해자 하나만 남은 오사카성은 결국 추풍낙엽처럼 함락되고, 히데요리는 자결합니다.
이로서 토요토미 가문과 그 지지자들은 대부분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일본 전국은 토쿠가와에 의해 통일되고 전국시대는 끝을 맺으며 태평성대의 시대가 열리는가 싶었지만...
뭐, 주군을 잃은 수많은 낭인들이 배출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 어쩌구 하면서... 막부 시대는 지속되었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이쯤 하고
실제로 오사카성에서 제일 볼만한 녀석은 이 놈이죠.
오사카성에서 가장 큰 바위덩어리입니다.

도대체 이걸 어디서 가져와서 어떻게 성벽으로 사용을 한 건지...
저는 속에 작은 돌덩어리들을 붙여놓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옆의 설명문을 보니 그냥 바위 한덩어리라네요.


드디어 텐슈가쿠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도 날씨고 관광객은 한국인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이런 사진도 좀 찍어봐야죠.
그런데 어째 역할이 좀 바뀐 것 같습니다그려?


동생분이 일본에서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단고를 일단 먹어주고 오사카성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방금 만들어내서 따끈따끈한 단고는 저도 처음 먹어보는군요.

자전거 여행때 편의점에서 단고를 자주 찾아먹었었는데
탄수화물 덩어리라 체력유지에도 도움 되고
엿이 가득 발라져 있어서 자전거 여행하면서 피로할때 직빵이고
가격도 4꼬치에 99엔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간식이라 아주 유용했습니다.

참, 자전거 여행하면 자동적으로 짠돌이 거지생활을 하게 되는군요. ㅡㅡ;


단고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맛이 있는건 아니죠.
그냥 달짝지근한 엿에 쫄깃쫄깃한 떡의 감촉이 입을 즐겁게 해 줄 뿐.
가게 안에 앉아있으니 아저씨께서 차도 내 주셨습니다.

피로를 풀면서 단고를 씹어먹는 기분도 여행 중간의 멋진 경험이네요.


텐슈가쿠도 주유패스로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걸 쓰면 오늘 하루 주유패스로 즐긴 무료입장도 1400엔이나 되는군요.
저녁에 스카이빌딩 전망대까지 무료로 올라가면 주유패스로는 충분히 이득을 본 셈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 앞의 호랑이 그림은 뭘까요.


2010년이 호랑이해니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소원을 모아서 호랑이 모양으로 만든 것이라 하네요.
일본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언어가 모여있습니다. 근데 다들 소원이 좀 재미가 없더군요.


한참 찾은 끝에 저를 만족시킬만한 소원을 하나 찾았습니다.
저도 저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정말좋겠네~


실질적으로 오사카성을 구경하는 재미는 여기까지입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텐슈가쿠의 외부에 비해 내부는 그저 평범한 박물관에 불과하죠.

애초에 몇 번씩이나 부서지고 무너지고 한 탓에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던 녀석을 1930년 경에 다시 세운 것이니
문화 유적으로서의 가치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한데
내부를 유적처럼 만들어 놓지도 않고 그냥 각종 기념품점과 엘리베이터, 영사기가 포함된 전시실 등으로 꾸며놓아서
겉만 번지르르한 현대식 건물이나 마찬가지 인상이더군요.


물론 관광이라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만
원래 오사카도 쿄토만큼이나 일본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곳인 만큼
이런 식의 구성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오사카는 부산, 쿄토는 경주라는 말이 딱 맞는 듯. 오사카에서 전통 문화의 향기를 느끼기엔 좀 부족합니다.
그나마 텐슈가쿠 정상의 전망대에서 오사카 시대를 한번 훑어보면
토요토미 가문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조금이나마 체감해볼 수 있긴 했습니다.


전망대 아래쪽으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일생나 전국시대에 대한 설명
오사카성에 대한 역사 등등을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 조성되어 있지만
이곳 폐관시간이 5시인 고로,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없고 그닥 흥미도 없고 해서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시된 히데요시의 일생에 대한 전시관만 후다닥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2D와 3D가 결합된 전시방법으로... 직접 가서 보면 그냥 한번 씨익 웃을만 한 구성이더군요.

뭐, 한국인들에게는 워낙 또라이색히로 인식되어있는 히데요시라 굳이 한국인이 여기서 이런거 볼 일도 없을 것 같고.

슬슬 날도 저물어가고 왠지 씁쓸한 느낌과 함께 오사카성을 뒤로 했습니다.
이제 우메다(梅田)에 있는 공중 정원 전망대를 향해 출발합니다. 가다보면 해도 질 것 같으니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겠네요.

이제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오늘 하루종일 먹은건 단풍잎 만쥬 3개 뿐.
정말로 배를 한 번 채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모테산도 거리를 돌아본다.
걸어다니다보니 안내소의 열린 창문에서 풍기는 A4 용지의 향긋한 내음을 참지 못한 사슴들이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
나라의 사슴과 비교하면 참 얌전한 것이, 관리인이 용지에 손을 대고 있는것만으로 절대 억지로 뜯어먹으려 하지 않네.
그냥 애처로운 눈빛으로 코만 가져다 댈 뿐이다. 하지만 이미 세상의 풍파를 겪은 관리인께서 그들의 애교작전에 넘어갈 리가 없음.


무정하게 닫혀버린 창문을 보는 사슴의 눈망울에
내공이 약한 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지고 싶었다.

역시 사슴은 강하구나. 예쁜 것보다 귀여운게 더 강하다는 모 만능소녀의 명언이 떠오른다.


오전에 오면서 봤던 곳은 이렇게 황량한 벌판이 되어버렸다. 이래서 여기저기 출구를 만들어 놓은거구나.
누군진 몰라도 이런 갯벌에 신사를 지어놓을 생각을 하다니 좋은 아이디어다. 관광지가 될거라고는 예상 못했을지 몰라도.


사슴들이 너무 진하게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길래 찍은 사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사진찍는데 방해될까봐 (아님 그냥 무서워서일지도) 슬금 뒤로 물러났는데
내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자 다시 애정행각중인 사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식사다운 식사를 하게 되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오모테산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가격대 성능비가 괜찮은 굴요리를 찾아다닌 결과
요 굴덮밥이 내 지갑사정에 제일 적당한 녀석으로 판명되었다.

음식점은 2층에 있었는데, 1층에 전시된 음식 모형들을 지그시 감상하고 있으니
갑자기 '어서오십시오~'라고 녹음된 목소리가 전시판 위에서 튀어나와 깜딱 놀랐다. 나중에 정신 차려보니 다들 한번씩 놀라고 가더라. ㅡㅡ;
그거 없으면 좀 더 손님을 많이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800엔이나 하는 굴덮밥(かい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목도 말랐고 몸은 피곤에 찌들었던 터라 제대로 된 음식을 보니 얼굴에 환희의 빛이 감도는 듯 했다.
보통 저렴한 체인점인 요시노야(吉野家)나 마츠야(松屋)의 규동(牛丼)이 450엔 언저리쯤 되는것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풀어놓은 계란이나, 쌀밥의 탄력이나, 튼실해서 터질것 같은 굴의 위용을 생각하면 + 관광지라는걸 생각하면 감내할만한 가격이다.

굴은 한국서 그리 비싼 음식이 아니지만, 이곳 미야지마는 굴요리가 일본 전체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가격이 세다.
물론 가격대비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먹은 굴 중에선 크기나 싱싱함이나 최상급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먹다보니 배가 많이 아쉽다.
아침 댓바람부터 돌아다니다가 먹는 첫 식사라 이대로 넘어가기는 아쉬웠던걸까.
돈 계산을 좀 해보고 주인아저씨에게 물어본다. '혹시 여기 카드 받나요?'
다행히도 '받습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이번 식사는 다음달에 한국에서 값으면 되니 열심히 먹어보자.

그래서 굴 크림 고로케 추가로 시켰다. 갓 만든 타코야키의 속만큼이나 뜨거운 녀석을 조금씩 이빨로 잘라 먹는 느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 속에 살짝 짭쪼름한 굴의 조합은 뭐라 말하기 힘든 즐거움을 준다.
캐첩에 찍어 먹어도 별미. 2개 400엔이라 먹으면서 손이 떨렸지만 이럴 때 먹지 않으면 언제 먹으리오.

그런데 신나게 먹고 계산하려니 '카드는 2000엔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라고 미안하다며 말하는 것. ㅡㅡ;
아니 이 사람들이... 그럼 현금 없었으면 경찰에 신고했을려나?
좀 황당하긴 했지만 여기서 깽판 부리고 히로시마 여행 날짜를 하루 줄이긴 싫어서 피같은 현금 털어 지불했다.
이제 현금은 코딱지만큼 남아있지만 사실 내일은 돈 들어갈 일이 아예 없는거나 마찬가지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이 정도 금액은 현금지불도 가능했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조금 남겨두고 싶었던 것.


꽤나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도 이곳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야간 풍경은 꽤나 멋지다는 소문. 하지만 그것까지 다 보고 돌아가기는 힘들다.
JR 페리는 11시까지 운행하지만 내가 프리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마츠마에 기선은 8시까지밖에 운행하지 않기 때문.

밥을 먹으니 포만감과 함께 은근히 쌓여있던 피로도 함께 몰려오는 것 같다. 그래도 이 나른함이 기분 좋은 것 역시 여행의 장점.


순식간에 섬을 나와서 막 출발하려는 히로덴 하나를 그냥 보냈다.
사람이 꽉 차있어서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

이곳에서 목적지인 히로시마 역앞은 종점에서 종점이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앉으면 끝까지 앉아갈 수 있다.
지친 대퇴부를 이끌고 1시간 가까이 서 있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일부러 다음 히로덴을 기다린다.

이 시간에 이런 관광지에서 전차를 타는 사람은 다들 나만큼이나 지쳐있기 때문에 빈 자리에 눈을 번뜩인다.
염치불구하고 줄 잘서 있다가 문 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서 한 자리 맡을 수 밖에.

다행히도 15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무난히 자리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영광을 만끽할 수 있었다.


히로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항상 여행의 마지막 밤은 감회가 남다른 법. 히로시마 역안의 맥도날드에서 달맞이버거(月見バーガー) 세트를 사들고 호텔로 들어간다.
어제 그 편의점 앞에는 여전히 고양이들이 배회하고 있었는데, 어제 보지 못했던 이 녀석은 삶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 듯 하고, 오른쪽 앞다리가 반쯤 잘려나가서 세 다리로만 걷고 있었다. 다른 녀석과는 달리 일부러 내 쪽으로 다가오려 하지도 않는다.
먹을걸 주고싶었지만 이 녀석은 그냥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를 바라보다가 슬쩍 자리를 피해버렸다.


결과적으로 내가 주려던 음식은 앵앵거리며 달려드는 새끼들에게로 넘어갔다.
내가 이 녀석들과 놀고 있으니 한 할아버지가 웃으며 다가와서 주절주절거리신다.
이 녀석들 오래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새끼 낳아가며 살고 있다거나,
나처럼 길가던 사람들이 적당적당히 잘 도와주고 있다거나,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거 아닌가, 사람한테 너무 길들여지면 곤란할텐데 라는 둥의.

확실히 내가 이곳에서 본 10여마리의 고양이들은 전부 중성화수술이 되어 있지 않은 도둑고양이다.
중성화 후 방사된 고양이는 귀 끝이 삼각형으로 잘려 있기 때문에 금새 구분이 가고, 그런 고양이들에게는 먹이를 주도록 장려하고 있다.

도쿄에서는 꽤나 활발히 이루어지는 작업인데, 이곳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나 보다.


숙소에 돌아와서 달맞이버거를 놓고 한 장.
배가 든든한 상태였는데도 이녀석을 가져 온 건, 작년 2달간의 자전거 여행때 이녀석과 얽힌 사연이 많기 때문.

제대로 휴식할 곳도 없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맥도날드라는 자유스러운 휴식공간과, 고칼로리 햄버거는 신의 선물이나 마찬가지.
오래 있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든든한 화장실과 세면대, 빵빵한 에어콘까지 완비한 그곳은 헝그리 여행자의 간이 호텔.

자전거 여행을 위해 일본에 도착했던 첫날 밤. 불안에 가득 찬 채로 터벅터벅 걷다가 들어간 맥도날드에서
한국에 없는 메뉴를 보고 그 재미있는 작명 센스에 기분이 좀 풀려서 먹어봤던 달맞이 버거 세트는
여기저기서 내 허기진 배를 달래주던 든든한 조력자였다.

그래서 일본에 올 때면 꼭 이녀석을 챙겨 먹는다. 예전만큼 맛있어서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짧은 여행이라 마지막 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아니, 사실은 어느 여행이나 마찬가지. 2달짜리 여행이든 3년짜리 여행이든 여행의 마지막 밤은 항상 아련하다.

오늘따라 TV 프로그램도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새벽까지 징하게 기다려서 심야 애니메이션이나 한 편 보고 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4시간 배달되는 맥도날드때문에 요즘 부쩍 햄버거 먹는 일이 늘어나 버렸습니다.

밥하기 귀찮을때 날아오는 햄버거는 무섭네요. ㅡㅡ;

마음 단단히 먹고 그만둬야지.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녀석들은 햇빛 나는대로, 물 주는대로 받아먹어도
 
잘 자란다는 말만 듣지

살 쪘다는 말은 안들어서 좋겠네요. T_T

똑같이 멍하게 사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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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저주다.. :: 2008. 11. 28. 13:33 Photo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