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맷돼지'에 해당하는 글들

  1. 2011.12.08  야생 맷돼지 양념구이 25
  2. 2011.12.07  야생 맷돼지 구이 17

새벽내내 글 쓰다가 쓰러진 후 11시쯤에 슬그머니 일어났습니다.
어제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 돼지고기용 양념을 한병 사왔죠.
야생이라 그런지 힘줄 부근이 어마어마하게 질겨서 온갖 라이브 쇼를 벌인 끝에
고기를 조각조각 낸 후 양파 몇조각과 함께 양념에 푹 담궈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슬슬 점심때가 되어 냉장고에서 꺼내봅니다. 뭔가 맛있어 보이는군요.


사진에 슬쩍 보입니다만 사실 어제 엄니께서 돼지고기 듬뿍 넣은 김치찌개를 만들어 놓으셨던 터라
고기 안 구워먹어도 관계없었습니다만, 엄니께서도 맷돼지 고기를 받은 건 예상외였으니까 어쩔 수 없죠.
어차피 양념만으로 고기를 졸이기엔 부족하니 물을 조금 넣고 졸이는게 좋더군요.


몇번 휘저어 가면서 뚜껑 덮고 잘 졸이면 간단하게 완성입니다.
밖에서 파는 양념은 거의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역시 집에서 만든 것보다 좀 달고 짠 맛이 강하네요.
다음엔 후추를 조금 더 넣어볼까 생각중입니다.

고기는 좀 더 부드러워졌고, 양념도 잘 스며들어서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사육된 돼지고기와는 확실히 구별이 갑니다.
하지만 힘줄 부위는 정말 사람의 이빨로는 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질겨서... 그냥 껌 씹는 요량으로 씹다가 버릴 수 밖에 없군요.
삼십줄 넘도록 스케일링과 사랑니 발치 이외엔 치과라는곳에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빨 튼튼하기로는 남부럽지않는 사람이지만, 야생 맷돼지의 힘줄은 씹을수가 없습니다.

아직 반쯤 남았으니 저녁에 부모님 오셔서 구워드시면 되겠네요.
전 요즘 운동한다고 저녁식사는 차 몇잔과 과일정도밖에 안먹어서, 맷돼지 고기는 이걸로 끝일지도.
그런데 아마도 엄니께서는 많이 안드시고 내일 또 저 먹으라고 남겨두시겠죠. ㅡㅡ;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근데 짜장면은 진짜 싫어하십니다.

'Food For Fu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이라 괴기  (22) 2012.01.17
여러곳에서 받아온 먹거리 선물  (14) 2012.01.16
야생 맷돼지 구이  (17) 2011.12.07
대구 지산동 화청궁  (16) 2011.11.22
빚은 수성네거리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6) 2011.11.17

엄니께서 학교에서 받아오신 맷돼지 고기입니다.
직원분중 한명이 잡은 녀석이라는데, 총 맞고 죽은 야생 맷돼지로군요.

맷돼지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향과 맛이 진하고 지방이 적어 좀 질깁니다.
일본서는 일반 돼지와 맷돼지를 교접시켜서 만드는 猪豚 라는 고기가 몇몇 지방 명물로 잘 알려져 있죠.
맛은 맷돼지처럼 농후하고, 고기가 질기지 않아서 상당히 맛있는 고기였습니다.

맷돼지고기는 소금구이로 먹기 위해서는 나름 숙련된 조리방법을 필요로 합니다.
지방이 적어 타기 쉬운 이 녀석의 비린내를 없애고 질기지 않게 구워내려면
꼬치에 끼워 숯불 위에서 시간 조절을 잘 해가며 돌려야 하더군요.

물론 집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 한국서는 쉽게쉽게 불고기 양념장에 하루정도 재워놓은 후에 먹는게 낫습니다.
일단 양념장 만들기 전에 야생 맷돼지 맛이나 볼까 싶어서 조금만 잘라 소금구이를 해 봤습니다.


지방층이 없는건 아니지만 야생 맷돼지는 마블링이라건가 하는 층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비계부분을 조금 떼어내서 미리 팬을 충분히 적셔놓는게 좋습니다. 아님 금방 늘어붙어 버리니까요.


질긴 걸 감안해서 조금씩 칼집을 내 놓고 굽습니다.
기름을 나름 많이 적셔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더군요.


돼지치고는 기름이 신기할 정도로 적어서 금새 바싹 말라버리는군요.
그래도 덜 익힐수는 없으니 불을 줄이고 진득하게 굽습니다.
이러면 사실 맛이 없는데, 제대로 된 요리법은 아파트에서 실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서...


먹어보니 확실히 조금 질기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잡내도 없고 씹는맛도 괜찮네요.
돼지고기보단 맛이 진하고, 닭가슴살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기름이 적습니다.
그냥 시식만 해보는 것이니, 엄니하고 둘이 서서 이대로 다 집어먹어 버렸습니다.
엄니께서 양념장 만들기 귀찮다고 하시니 저녁에 슈퍼에서 불고기용 양념이란거 사서 재워버려야겠네요.

그런고로 내일 포스팅은 아마 양념 맷돼지고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가뜩이나 매마른 블로그에 맷돼지 한마리가 우려먹을 소스를 남겨주네요.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