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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5  꽃 출사는 가까운 곳으로 18

 

 

지난주에 찍은 사진이긴 합니다만, 밀린 포스팅으로 요즘 시간여행중이군요.

벚꽃이 지고 햇살 창창하던 날 아파트 앞마당에 꽃이나 담으러 나가봤습니다.

제가 서식중인 아파트는 놀이터를 포함한 앞마당과, 아무것도 없는 정원같은 뒷마당이 있습니다.

1층이 전부 주차장으로 되어 있어서 두 마당 모두 2층에 위치해 있어서, 그나마 햇살이 더 잘 들어온다고 할까요.

 

햇빛을 직접 받는 앞마당은 꽃들이 만개한 게 보였지만 뒷마당은 저녁무렵 잠시 말고는 거의 그늘지역이라서

아직 별로 피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일단은 앞마당을 한바퀴 돌아보고 뒷마당으로 가 봐야죠.

 

담을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어째 꽃들이란 저렇게도 아름답고 화려한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녹색, 노랑색, 빨간색이 조화되니 임팩트가 넘치는군요.

천성이 아웃사이더라 그런지 요렇게 만개한 꽃들 밑에 얌전히 피어있는 개나리를 자주 찾아다닙니다.

 

 

 

정오무렵이라서 햇살이 너무 강해, 되려 마음에 드는 사진 담기가 힙드네요.

빛은 모라자서도 안되지만 과해서도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죠.

나무 그늘에서 모자라지 않을 만큼만 빛에 감싸여 있는 개나리가 그래서 더 마음에 듭니다.

 

 

 

스트로보를 쓴다거나, 적절 시간대와 방향을 찾는다거나, 분무기로 물을 뿌린다거나 해서

좀 더 멋들어지게 찍어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찌됐든 꽃사진은 계속 스냅으로만 찍게 되는군요.

실력이 미천해도 일단 꽃을 담으면 그 녀석들의 매력덕에 아주 못봐줄 사진이 나오진 않는단 말이죠.

 

 

 

저 아파트 어딘가에 제가 살고 있습니다. 전 어딘지 알겠네요.

아파트 따위도 꽃님의 배경이 되어주니 그나마 좀 나아보입니다.

 

 

 

아파트 마당을 탐사할 때는, 관리측에서 심어놓지 않은,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꽃들을 찾아다닙니다.

이 녀석은 흘러들어왔다기 보다는 관리측이 심어놓은 녀석이 세력 확장을 한 것이겠죠.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상당히 둔탁한 철커덩 소리가 계속 울려퍼져서 조금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제 카메라가 셔터소음이 워낙 큰녀석이라서, 철컹철컹 찍는 맛은 있어도 조용한 곳에서는 되려 겁이 나네요.

 

 

 

화려하게도, 쨍하게도, 부드럽게도 찍히는 꽃들의 모습이란 참 다양합니다.

가끔 유화같은 모습으로 보정해 보기도 하는데, 꽃이 아니면 어떤 대상이 이렇게 팔방미인일까요.

 

 

 

드문드문 피어 있는 꽃들도 찾는 재미가 있지만

이 아파트 화단의 주력은 이 녀석들입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하죠.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는 붉은색을 제대로 잡아주기가 힘들어서 힘이 딸립니다.

붉은색은 과포화되기 쉬워서. 필름시절 노하우를 잘 살리던 코닥필름의 DSLR은 붉은색 계조도 잘 살려주는데

카메라계의 전설이었던 코닥이 파산했다는 소식은 저한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발매한지 10년도 넘은 코닥 모델의 색 표현력을 아직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따라잡지 못하는데

앞으로 부디 코닥의 색감을 이어갈 수 있는 녀석이 세상에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화려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녀석들도 좋지만

전 이렇게 시야를 낮추고 집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좋습니다.

음식에 양념이 빠져서는 안되듯이, 그냥 지나치기 쉬워도 이런 녀석들 덕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사는 것이겠죠.

 

 

 

무슨 꽃인진 모르겠는데, 이건 일부러 심은 건 아니겠죠.

가끔 아파트 화단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야생화도 모습을 드러내는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어디서 바람을 타고 도시 한가운데까지 날아와서 꽃을 피우는 걸까요.

 

 

 

앞서 말했듯이 봄의 풍경이란 여러가지 복합적인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게 진국입니다.

아직 겨울의 흔적도 남아있고, 슬금슬금 기지개를 펴는 녀석들도 있는가 하면

화려하게 봄을 주장하는 녀석과 그 밑에서 배경을 깔아주는 조그만 녀석들까지.

한창 여름이 되면, 생명력은 넘쳐도 조금 단조로워지는 모습에 비해서 지금은 정말 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넘칩니다.

 

 

 

꽃하고는 아무 관계없어도 양념으로 이런 녀석도 담아줍니다.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겨울은 역시 힘들었을테니.

 

 

 

이렇게 뭔가 수줍은 듯이 덩치 큰 나무 옆에서 살짝 자기주장중인 녀석들이 참 좋다니까요.

한창 화려한 녀석들에게 눈을 뺏기고 있을때, 저처럼 찾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역시 이름은 모르지만 이 녀석 참 화려하네요.

꽃이 피는 방식은 벚꽃과 꽤나 닮아있는데, 인공적으로 저 색을 표현하려면 힘좀 들겠다 싶습니다.

 

 

 

광각으로 좀 찍어보다가 마크로 렌즈로 바꿨는데, 이녀석이 너무 낡아서 중간중간 모터가 안돌아갑니다.

한번씩 수동으로 링을 돌려주면 다시 힘을 내서 모터를 징징 돌리는데, 저만큼 나이먹은 녀석이지만 열심히 써줘야죠.

 

 

 

꽃은 역시 겉보기에만 화려한 건 아니겠죠. 유달리 이 꽃에는 꿀벌들이 아주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말벌은 무서워도 꿀벌은 별로 거부감이 없어서 한동안 신나게 담았네요. 그중 그나마 제일 잘 나온 녀석을 올립니다.

 

고딩 3학년때 교실 창문에서 비실거리고 있는 꿀벌 한마리를

티슈에 올려담아서 제 책상으로 데려와, 사이다 김을 빼고 남은 액체를 살짝살짝 먹여서

점심시간때 다시 기운 차린 녀석을 밖으로 내보내줬던 생각이 나는군요.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게, 제가 눈이 나빠서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4교시동안 선생들이 한번씩 쳐다보고 씨익 웃으면서 넘어가곤 했습니다.

여름 야간학습시간엔 어깨위에 날아온 매미와 4시간을 보내기도 했었고... 학교생활에서 몇 안되는 좋은 추억이군요.

 

 

일부러 그러는건진 모르지만, 민들레는 큰 녀석들 주위에서 피는 경우가 많은 것 같군요.

군집을 이루는 개나리도 좋긴 한데 이렇게 적당히 혼자서 운치를 즐기는 민들레가 제 스타일인듯 합니다.

 

앞마당을 적당히 산책한 후, 뒷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여기만큼 만개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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