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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골'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10.22  철분가득 추곡약수터의 약밥 20
  2. 2009.10.21  새벽의 산막골, 바이바이 고양이 10
  3. 2009.10.19  산막골의 밤과 쓸쓸한 고양이 8
  4. 2009.03.12  춘천 산막골을 등지고 4
  5. 2009.03.11  Fire, Walk with me 8
  6. 2009.03.10  춘천 산막골에서 하룻밤 8


산막골을 떠나 돌아가는 길에 다시 차를 세운 건봉령 승호대에서 이상한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살짝 섬뜩하더군요. ㅡㅡ;
아무 일 없었길 바랍니다.


산막골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추곡약수터.
철분이 가득 함유되어 있어서 입에서 비린 철 맛이 풍깁니다.
피를 마시는 흡혈귀가 된 느낌. ^^;


그저께 비가 와서 적당히 운치있고 조금은 쓸쓸한 약수터의 모습이었네요.


등산로도 있긴 한데, 굉장히 조그만 약수터라 그리 유명하진 않을듯.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민박도 겸하고 있습니다.


알맨님은 아프리카 계획을 상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참, 젊은 나이가 아니면 뛰어들 수 없는 의지와 노력이 느껴지네요.


올해 3월에도 똑같은 곳에서 신기한 전화번호를 가진 이곳을 찍었었는데
떠들석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세명이서 조용히 걷고 있군요.


별로 쓸쓸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알맨님 등이 너무 무거워 보이네요. 찍사의 실수... ㅡㅡ;


추곡약수터의 철분 가득한 약수로 만든 밥상이 일행을 기다리는군요.
순수 무공해 나물로 이루어진 반찬과 오곡 풍성한 잡곡밥은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역시 재료가 좋으면 조미료따윈 필요 없죠.
사람이 많으면 저것들과 된장 고추장 넣어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이번엔 그냥 주워먹기만 했습니다.


서울서는 맛도 보기 힘든 묵은 김치. 아마 제 나이또래에 이거 먹어본 분이 별로 없을듯.


진득한 된장국과 함께 인심좋은 아주머니의 옥수수 디저트까지 얻어먹고 부른 배를 움켜쥔 채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리저리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한번 가는 길이 쉽지 않은 산막골이지만
우안선생님 계실 동안에 조금이라도 더 찾아갔으면 좋겠네요.


실컷 수다떨다가 새벽에 누웠는데 잠이 좀 일찍 깼습니다.
일행 분들은 여전히 잠에 빠져계셔서 살짝 카메라 챙겨서 밖으로 나왔네요.
가을이라지만 산막골의 새벽은 무지하게 춥습니다.

관사에서 폐교로 내려와서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내고 돌아가기 전 감성샷이라도 찍어볼까 싶어서 이리저리 돌아봅니다.


어제의 숨가빴던 흔적이 드러나 있습니다.
처음엔 배불러서 먹을 수 있나 싶었던 볶음밥도 돌판 달달 긁어가면서 먹었네요. ㅡㅡ;


7시 반쯤 되었는데, 역시 농촌 어르신들인지 벌써부터 뭔가 들고 많이들 나가시더군요.


원래 사람 많이 올 땐 운동장 한 가운데서 캠프파이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일행은 아니지만 누가 하고 갔던 흔적이 남아있군요.
장작 역시 거저 생기는 건 아니라서 다음에 올땐 저희들이 힘좀 써야 할 듯.


한여름에 오는건 모기때문에 조금 성가실 수도 있죠.
산막골의 진가는 추운 날씨에 발휘된다고 봅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구워먹는 삼겹살, 캠프파이어, 난로, 뜨끈한 온돌 등등...


폐교가 된지 오래된 터라 아이들이 놀던 흔적에는 세월이 덧씌어져 있네요.
우안선생님이 조만간 이곳을 떠나실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 폐교는 더욱 외로워질 듯.


해가 좀 떠오르기 전까진 산막골 전체가 안개로 자욱합니다.
아침의 안개나, 대낮의 시린 하늘이나, 한밤중의 별빛에 쌓인 산막골은 매 시간이 놀라운 풍경입니다.


잘 지내다가 갑자기 불 속에서 명을 달리한 장작 속의 곤충들에게도 애도를... ㅡㅡ;


사람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양이가 다가옵니다.
애교를 가득 담은 울음소리. 이 녀석 원래 이렇게 사교성이 풍부하진 않았는데 실은 내숭쟁이였을지도.


사료를 좀 먹다가 어제 저희가 광란의 파티를 벌였던 돌판 위에 남은 밥풀떼기를 핥아먹네요.
원래 고양이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어차피 공기좋고 물좋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녀석인데
가끔 사람 음식 먹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겁니다. 가둬놓고 기르는 고양이도 아니라서 알아서들 살겠죠.


교정의 비탈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길래 슬쩍 옆에 다가가 앉았더니 금새 무릎 위로 올라와서 잡니다.
50분 정도 가만히 앉아서 얕게 그릉그릉거리는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네요. 행복했습니다.


10시쯤 되니 몸도 춥고 해서 다시 관사로 들어갔습니다. 일행들이 자고 있는 옆방에서 E-Book 이나 읽으며 졸다가 깨다가 하니
어느새 10시 반. 알맨님과 나침반님이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짐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돌아갈 때 항상 추곡약수터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아침은 따로 필요없네요.
이제 한동안 고양이가 쓸쓸해 하겠구나 싶어서 마지막까지 몸을 쓰다듬으며 놀아줍니다.


조금 만져주니 제 마음을 알았는지 알아서 들어누워 포즈를 취해주는군요.
다음에 만날 때도 건강하게 잘 놀고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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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강원도 산골은 서울보다 추위가 빨리 오더군요.
우안선생님이 떠나시고 폐교를 차지한 일당(?)들은 마음가는대로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폐교 안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난로를 때우고 이야기를 나누니 금새 밤이 되었네요.
마을 분에게 반 강제로 밤까지 뺏어와서 뜨끈해진 난로 위에 올려놨습니다.
연신 '감자와 고구마를 가져올걸'을 연발하면서. ㅡㅡ;


거의 그믐에 가까운 달이라, 저 전등을 끄면 계단 밑이 암흑의 바다처럼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불빛 한 점 없는 밤이었네요.
부드럽게 귀를 자극하는 벌레 소리와, 낯선 냄새때문에 왠종일 짖어대는 개 소리만 빼면 고요 그 자체였습니다.
서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뻥 뚫린 공간감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은 굉장한 매력이죠.
사하라사막의 밤에서 느꼈던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부드럽고 아득한 밤입니다.


야식으로 먹을 라면은 좀 있다 먹기로 하고, 일단은 맛있게 구워진 밤부터 먹었습니다.
직접 구워먹는 군밤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양이 적어서 아쉬울 뿐입니다.


이런 곳에선 그저 이야기하고, 커피 마시고 군밤 먹고 해도 즐거울 뿐이지요.


폐교 안을 둘러보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사진도 보고


재미있는 애들이 올려져 있는 난로. 그림이 되더군요.


낮에 그렇게 먹었는데 어째 그리 배가 꺼지는지.
세명이서 무려 5개나 라면을 먹으려고 작정했습니다.
부엌에서 끓여도 되지만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밖에서 먹는 재미를 놓칠수는 없죠.


밤의 산막골은 으슥한 가로등 불빛 말고는 암흑천지입니다.
보름달이 뜰 때는 인공적인 불빛이 없어도 환하기 그지없는데, 이번엔 그믐이라 정말 어둡더군요.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반쯤 야생, 반쯤 집고양이로 우안선생님 근처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네요.
삼겹살을 구울 때면 슬그머니 나타나서 앵앵거리는데 이번엔 나타나지 않아서 좀 의아했습니다.
나타나는게 좀 늦었네요.


우안선생님한테 딱 붙어 사는 녀석은 아니고, 산에서 쥐나 새나 잡아먹고 가끔씩 폐교앞에서 사료도 얻어먹고 하죠.
우안선생님이 병원에 입원하셨던 기간동안 꽤나 쓸쓸했는지 굉장히 반가워하면서 의자 위로 올라와 몸을 비비댑니다.

저 말고 다른 두분은 고양이를 안좋아하셔서 저 혼자만 이녀석과 놀아줬네요.


어엿한 아들녀석도 있는데, 그녀석은 완전 야생이라 사람 소리만 들려도 도망가버려서 사진에 담을수가 없었네요.
낮에 왔으면 삼겹살 꽤나 얻어먹었을 텐데 뭐 하고 있었을까요.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살수 있다지만
사실 사람과 함께 지내던 고양이는 사람이 없으면 상당히 외로워합니다.

예전엔 만지는걸 은근히 싫어해서 슬쩍 도망가곤 했는데 오늘은 자기가 적극적으로 애교를 부리네요.


오랜 기다림 끝에 라면이 만들어졌습니다. 고양이한테 줄 수는 없지만 사료도 공급해 줬고, 돌판에 남은 음식도 알아서 먹을테니 안심.
물과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소화도 잘 되고, 낮에 그렇게 먹었는데 라면 5개 정도는 금새 해치울수 있었습니다.


은박지에 싸서 난로 속에 집어넣어놨던 군밤까지 마지막 후식으로.
장작 향이 느껴지는 바싹 구워진 군밤을 찬바람에 식혀서 먹으니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먹고 이야기하고, 한동안 가만히 고요를 즐기고, 또 이야기하고 하면서 새벽을 넘긴 후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5~6시간 전부터 미리 아궁이에 불 지펴놓은터라 뜨끈하게 달구어진 온돌이 아득하더군요.
냄새나는 이불 속에서 아련한 여행의 추억을 다시 되살리며 모두 금새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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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방구석에서 책 읽다가 약간 졸다보니 이내 해가 떴습니다.
어제 일로 피곤하신분들이 많을테니 그냥 혼자 조용히 경치구경이나 할까 싶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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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아침부터 기새좋게 놀고있는 어린아해들이 눈에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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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사람 깨울거 없이 일단 일어나 있는 사람부터 청소 시작하기로 하고 회관으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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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도 일찍 일어났군요. 외지인을 되게 무서워합니다. 아왜 짖고 난리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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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기 힘든 담벼락이라 지나가다가 스냅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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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지나니 이제 대부분 일어나셨습니다.
어제 벌였던 광란의 불장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청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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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전 재미있는 피사체를 찾아서 셔터 누르기 바빴네요.
이러니 찍사가 욕을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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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길게 찍어달라는 만양님의 요구는 찍사의 내공부족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언젠간 야망을 이루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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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책임자인 행자분과 담소를 나누는 듯 싶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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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한판 들어갑니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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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사람은 놀고 청소할 사람은 청소해야죠. 뭐든 알아서 하고싶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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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쓰레기는 가져가는게 인지상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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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 는 제가 마셨습니다. 달콤한게 음료수같아서 맛있더군요.
막걸리는 별로 많이 드시질 않아서 꽤 남았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드시라고 그냥 남겨두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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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돌았던 음료수 손에 들고 즐거워하는 아해. 모든 어른이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해서 그런지 생글생글 웃으며 잘 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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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한 방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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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게 찍으면 좀 그러니 이런 사진도 좀 찍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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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빡빡한 일정을 잘 소화해낸 책임자 행자군.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서 하나도 안도와주고 뒷짐만 지고 있었던 사하라 멤버 SAS.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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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들이대면 포즈 잘 잡아주시는 남아공 귀국자녀 펠라님. 자연샷은 자연샷의 맛이 있지만 역시 포즈 잡아주니 찍기는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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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 사진 찍었지만 갈 때라고 지나칠 순 없는 절경 중 하나인 승호대.
운전하느라 수고하신 사하라 멤버 대영님을 절벽 끝 1cm 에 세워놓고 광각으로 주욱 밀어 찍었습니다.

이제 산막골은 벗어났지만 아직 맛있는 점심 먹을 일이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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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대충 회관을 정리한 뒤 학교로 돌아가 삼겹살 10근을 앞에 두고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불장난은 재미있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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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봤던 소심한 녀석이 불은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네요.
슬금슬금 다가가서 만져주니 역시 금새 경계를 풀고, 오히려 손을 멈추니 슬금슬금 몸을 제쪽으로 비비기도 합니다.
역시 제 농후한 손놀림에 걸리면 어떤 동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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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시는 분 말씀으로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개라고 하시더군요.
초코파이를 무지하게 좋아해서 아침에 토끼나 새같은 산짐승등을 사냥해와서 집앞에 내놓고 초코파이를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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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키의 1.5배는 되었던 장작더미는 금새 무너져 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타면 숯을 이용해서 고기를 구워먹을수 있을듯.
휴대폰도 통하지 않는 첩첩산중이라 공기는 서울에 비할 수 없이 맑은터라
그냥 멀찍이 앉아서 불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그리 좋을수가 없더군요.
이런 공기좋은 곳에서는 술도 담배도 훨씬 맛있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저도 이곳에서 담배 한번 피워보려고 예전부터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개피 물어봤습니다.
딱히 담배때문에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함께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네요.
확실히 공기가 워낙 맑아서 그런지 별로 어지럽지도 않고 기분은 상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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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의 책임자로서 온몸으로 열심히 뛰었던 행자분도 이제 좀 긴장이 풀리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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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던 마을 어르신 몇분과 함께 촛불 켜고 올해 소망을 바라는 어쩌구 시간을 가졌는데
전 이런 공동고백같은거 질색이라 슬쩍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래서 찍사가 편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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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기를 굽습니다.
통나무 두개 사이에 숯을 퍼담은 후 그 위에 고기를 잔뜩 얹은 석쇠를 올려놓습니다.
기름이 줄줄 빠진 맛있는 삼겹살이 만들어지겠죠. 행자분은 금새 실력발휘를 해서 학교안 취사장에서 김치찌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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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도통 안보이던 냥이가 고기냄새를 맡고 다가왔습니다.
이녀석은 학교에서 우안선생님과 반 동거중인 냥이인데.. 너무 잘 먹어서 좀 비만끼가 있네요. ㅡㅡ;
어떨 때는 학교 앞에서 하루종일 자다가, 다른 날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는건지 한참 안보일때도 있는
우안선생님과 비슷할 정도로 자유스럽게 살아가는 녀석입니다. 그러고보니 덩치도 닮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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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익은 삼겹살 몇점을 던져주고 돌아오는데.. 삼겹살의 기름이 숯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이때부터 석쇠 올리거나, 고기 옮기거나 하면서 굽기담당들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죠.
연기가 하도 많이 나서 그분들 몸에선 야릇한 장작 냄새가 며칠동안 계속되었을 겁니다.

전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하라 멤버들과 뒤에서 담배나 꼬나물고 이번 모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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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10근은 장장 4시간동안이나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끝간데 없는 회원들의 위장을 책임졌습니다.
불장난은 타오를때도 재미있지만, 서서히 불씨가 사그라들때의 아쉬움도 놓칠 수 없는 아련한 즐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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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선생님은 학교 안에 2차 준비를 하시고 몇몇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중간에 산막골 처음 온 우리쪽 젊은 회원들도 덤태기로 새벽까지 이야기를 들었죠. 여기 오게되면 한번쯤은 겪은 통과의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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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회원들은 마을회관으로 자러 가고, 사하라 멤버들만 남아서 정신없었던 오늘을 무사히 넘긴것에 대해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 줬습니다.

산막골의 밤은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과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마 서울의 밤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겠죠.
저를 위해 준비한 장난감같은 조그만 담배를 입에 물고 짙게 가라앉은 주위를 보고 있으면
친한 동료가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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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3월 초순의 산막골은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은 정적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러고 있으면 마치 사하라의 밤을 연상케 해서 더욱 더 즐겁고, 그리워지더군요.
아마 사하라 멤버들은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새벽 2시쯤 사하라 멤버들이 자기로 되어있든 10평남짓한 조그만 관사로 들어갔는데
전 옆의 골방에 책상에 있길래 가지고 갔던 책을 꺼내들고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런 밤에 그냥 자버리는게 아쉽기도 했고, 고요하고 공기좋은 분위기에선 책도 훨씬 재밌게 읽히는 터라
먼동이 틀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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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Walk with me :: 2009. 3. 11. 10:11 Photo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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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활동하는 (사실은 완전히 유령회원) 아프리카관련 동호회에서 춘천 언저리에 있는 '산막골'이라는 산속 마을로 놀러간다길래 참가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외부와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그곳 어르신들에게 식사라도 대접하고 조촐한 음악회, 장기자랑이라도 열어 즐거움을 드리자는 취지지만
산좋고 물좋은데 캠프파이어 하면서 고기 구워먹으며 노는것도 무시못할 일과중에 하나라, 결과적으로는 놀러가는 것이지요.

전 2년 전에도 참가해서 어설픈 색소폰 연주했던 기억이 나는데, 솔직히 감기때문에 이번엔 연습도 못하고 연주하기 싫었지만 등을 떠밀려서 일단 하기로 했습니다.

휴대전화도 잡히지 않은 이곳 산막골로 들어가는 길 중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승호대입니다.
날씨 좋을때 가면 정말 장관이죠. 항상 여기서 차를 세우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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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DSLR 가지고 오신 분들도 많더군요. 전 실력이 없어서 제일 비싼 녀석갖고 이렇게밖에 못찍었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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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과는 달리 귀여운 아이를 데리고 오신 행복한 부부도 참가하셔서 (어머니 되시는 분이 마술사. ^^)
사진찍을 맛이 났습니다. 저 나이대 아이들은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왠걸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엄청 잘 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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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승 봉고를 가지고 계신 사하라 마라톤 멤버 대영님께서 이틀간 운전하신다고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런곳에 여러명이 갈 때는 차없이는 상당히 번거롭죠.
기차로 춘천까지 가서 버스타고 소양호에 간 다음 다시 배를 타고 산막골로 들어가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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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면 항상 신세를 지는 곳이 이 폐교입니다.
여기에는 한국화의 대가 우안 최영식 선생님께서 춘천시의 허가를 받아 폐교 내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같은 나이또래와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던 제가 이 분하고는 밤새도록 이야기 나눠도 죽이 잘 맞는 그런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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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제가 바라는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분인데, 그러기에 이곳 산막골은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보통 당일 밤에 우안선생님의 지긋한 인생이야기를 듣게 되곤 하는데
지금같은 시기엔 벌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속에서 어스름한 불빛을 등지고 학교 운동장 너머의 산골을 바라보고 있으면
숨이 막힐것 같은 맛없는 공기를 마시며 손대면 벨 것 같은 각진 건물들이 삐죽삐죽 솟은 서울의 밤풍경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세삼 느끼게 해 줍니다.

산막골 같은 곳에서는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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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나무들을 잘라서 캠프파이어때 쓸 준비를 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위해 준비중.
이번엔 2년 전처럼 식사를 직접 만드는게 아닌, 멀리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킨다는군요.
처음엔 그래도 되나 싶었는데 이곳 어르신들은 그런거 먹으러 시내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좋아하실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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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쪼개기가 재미있는지 남자 멤버들은 전부 한번씩 도끼들고 난리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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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친구도.
여담이지만 이 친구, 제 아버지 성함하고 똑같더군요. 성까지 같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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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되는 가구가구마다 개를 키우고 있더군요. 사람보다 개가 더 많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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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부분의 개들이 낮선 사람을 무서워합니다. 아마 타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해서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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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준비작업도 그렁그렁 넘어가 버리는 우리의 SAS.
여기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금 이곳엔 한국 순수음악의 대부 노래사람 이성원님께서 와 계신다더군요.
저희들을 위해 특별히 공연을 해 주신다니 그런 대가 앞에서 제 색소폰이 뭔 소용인가 싶어서 별로 연주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감기때문에 연습도 하루밖에 못했는데, 그런거 들려주는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말이죠. 그래서 뭐 될대로 되라는 마음이라 일도 안하고 사진만 냅다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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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사진이나 찍으며 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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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열심히 나무를 모아서 캠프파이어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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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아버지께서도(?)

아이들은 사진 찍을 맛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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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하는 사이에 대충 모양은 만들어졌습니다. 휘발유도 신너도 없다고 해서 사하라 멤버 대영님이 가져오신 고체연료 한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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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쪽도 준비가 다 끝났다고 해서 밑의 마을회관으로 내려갔습니다. 회관 앞에 마을 주민분이 데려오신 착해보이는 개가 한마리.
그런데 순진한 눈동자만큼이나 겁이 많아서 제가 다가가니 으르릉거리며 덜덜 떨더군요. ㅡㅡ;

그래봤자 제 농후한 손놀림에 걸리면 꼬리를 흔들게 되어 있지만, 일단 밥먹고 나중에 만져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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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마라톤때 넘치는 체력으로 팀의 탱커역할을 해준 행자분이 여기서도 분주하게 뛰어다니더군요.
성실한거 하나로는 삼성그룹 후계자로 지명해도 될 정도의 인물이라 이런곳에서는 마음 든든한 아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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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걱정과는 달리 어르신들이 짜장면을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산막골에서 짜장면도 먹을 날이 왔다고 하시면서.
사진 하단 중앙에 짜장면을 밀어넣고 계시는 분이 우안 최영식 선생님.
선척적인 청각 장애로 보청기를 껴도 간신히 소리를 알아들으시는 분이지만
한국화는 물론, 시와 서예에도 능한 그 분을 보면
역시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자동차의 매연이 아니라 산속 길을 걷다 문득 시선을 잡는 소나무 한 그루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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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후 아마추어들의 장기자랑이 끝나고 등장하신 노래사람 이성원님.
설탕을 듬뿍 넣은 달달한 커피같은 나즈막한 기타 선율과 함께 이어지는 잔잔한 목소리는 일순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집중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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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도 신명나는 곡을 연주하면 어르신들이 그 흥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어깨춤을 추기 시작하죠.
역시 대가는 대가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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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해들의 어설픈 장기자랑으로도 충분히 기뻐하실 어르신들이지만
그래도 이성원님의 깔끔한 마무리 덕에 저희들까지 덩달아 우쭐해질 정도로 멋진 마무리가 가능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저희들 손을 잡고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신경써주니 고맙다고 한명 한명에게 인사를 해 주시고
WBC 한일전을 놓칠까 노심초사하며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ㅡㅡ;

저희야 그 덕에 뒤처리 깔끔하게 하고 캠프파이어 하면서 고기 구워먹으려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죠.
그쪽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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