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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9.08  엄니와 여행 - 야시마 2편
  2. 2015.09.06  엄니와 여행 - 야시마 1편 4
  3. 2015.08.26  엄니와 여행 - 시코쿠무라 1편 6

 

 

전망대를 구경하고 상점가를 빠져나오는데 아이 모자가 걸려있네요.

일부러 놓고 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아깝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적어서 상점가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인데, 한 할머니가 기념품 사라고 아주 적극적으로 저를 붙잡더군요.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제가 일본에서 겪어본 것 중 가장 강력한 호객행위였습니다.

적당히 괜찮다고 하고 가려고 해도 끈질기게 말을 걸고 사라고 하는 것 보니 왠지 야시마에 남은 경건한 느낌이 사라지는 듯 하네요.

 

 

 

참 이상하게 생긴 나무도 찍어가면서 왔던 길을 돌아갑니다.

두 나무가 합쳐진 것인지 위쪽만 모종의 이유로 고사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야시마 산은 절 이외에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책로가 있어서 한 바퀴 돌면 한 시간은 넘게 걸립니다만

오전에 이미 시코쿠무라를 다녀오는 바람에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 더 이상 엄니를 혹사시킬 수가 없습니다.

 

 

 

전망대를 가려면 절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갈 때도 다시 절을 한 번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엄니가 사진 찍는 걸 전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뒷모습이라도 몇 장 담을 수 밖에 없네요.

 

훗날 엄니가 한국에 돌아와서 저보고 '사진 찍는다고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말고 잘 따라다녀라'라는 말을 하신 걸 보면

엄니는 사진에는 정말 관심이 없는가 봅니다. 보통은 여행가면 기념사진 찍는 게 남는 거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죠.

 

 

 

본당 옆의 너구리 두 마리도 한번 더 찍어줍니다.

 

이런 데 세워져 있는 조각상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남자는 수컷의 거시기, 여자는 암컷의 젖탱이를 만지면 가정평화(?)와 안산을 얻는다는 말이 있어서

잘 보면 그 두 부위만 맨질맨질합니다. 사람 피부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아침부터 30도가 넘었고 최고 기온이 37도에 다다를 만큼 기록적인 폭염이었기에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후의 관광을 더 계획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제 욕심으로 엄니를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시켜 드리다가 엄니가 체력 문제로 뻗어버린 경험이 있기에

아무리 관광이라 해도 무조건 체력 우선으로 돌아다니려고 작정을 하고 왔으니까요.

 

정류소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잠깐 본 우물입니다. 지금은 온통 녹색으로 가득차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피투성이 우물이라는 별명이 붙어있습니다.

산 정상에 이 정도 우물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예전 겐페이 합전 당시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서 우물 전체가 시뻘겋게 변했다는 설화가 남아있죠.

 

현재 보이는 녹색을 전부 붉은색으로 바꾸면 예전의 그 모습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에어콘을 빵빵하게 켜 놨지만 직사광선 때문에 땀이 흘러내릴 정도의 버스를 타고 역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름 타카마츠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이긴 한데 역은 정말 아담하네요.

 

그래도 꽤나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어서 한 장 담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잘 보면 엄니도 보이네요.

 

 

 

어제 슈퍼에서 산 간식거리와 생수 등을 섭취하면서 땀을 식힙니다.

이 정도 더위에서는 괜히 식욕까지 사라져 버리니 곤란하지만, 엄니와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으니 괜찮습니다.

 

역이 참 아담하다 싶었는데 전철이 들어올 때 울리는 벨마저도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더군요.

한국과 일본의 공공시설 관리의 차이점이 이런 곳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낡았다 싶으면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일본은 낡은 것은 그대로 놔 두고 깨끗하게 유지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죠.

 

그래서 일본의 역들은 한국보다 낡았다 싶어도 더럽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야시마에서 돌아오는 전철은 숙소 앞까지 가지는 않아서 조금 걸어야 합니다.

갈아탄다고 해도 숙소 바로 앞까지 오는 것은 아니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꽤나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럴 바엔 그냥 산책하는 겸 조금 걷자고 생각하고 지붕 있는 상점가 밑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조금 길을 잘못들어서 15분 정도 딴 길로 샜었는데, 엄니가 우리들 이국 땅에서 미아 만들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하시네요.

 

 

 

역 앞에 백화점이 있어서 들어가 볼까 물어봤지만 엄니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보통 일본에 오면 쇼핑도 좀 할 법한테 도통 관심이 없네요. 그거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나중에 돈을 좀 더 많이 벌어서 편안히 여행을 시켜드릴 정도가 되면 좀 더 팍팍 사드리고 싶긴 한데

엄니 성격이 어중간한 거 살 바엔 최고로 좋은 거 사자는 주의라서

옷도 우연히 마음에 드는 거 찾으면 가격표에 붙은 자리수가 우주의 나이만큼 치솟을 때도 있거든요. 조금 과장이지만.

 

 

 

이틀 뒤에 우동투어를 예약해 놨기 때문에 지금 딱히 우동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뭘 먹어볼까 고민하는데 엄니가 밥은 그냥 가볍게 떼우고 호텔 돌아가서 차 마시면서 간식 좀 먹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서민들의 간편식인 요시노야 들어가서 가볍게 한 그릇 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해서 저는 일본 가면 별미로 한 그릇 정도는 먹고 옵니다만

한국의 밥상에 익숙한 엄니는 이런 걸 식사라고 할 수 있나 하는 느낌이시겠죠.

 

 

 

그래서 엄니께는 원기 보충을 위해 장어덮밥 세트를 주문해 드렸습니다.

땀을 많이 흘렸으니 기운을 차리시라고 주문해 드렸는데, 역시 저렴한 요시노야 답게 올라간 장터 상태가 그닥이네요.

제대로 된 장어를 먹으면 낫긴 하지만 여기서 과식하기 보다는 호텔서 차 마시는게 더 좋을 것 같으니 이 정도로 참아야겠죠.

 

장어 자체는 그럭저럭 맛있는데 이것만으로 밥 먹기엔 좀 양이 적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미소된장과 반찬도 함께 주문해 드렸네요.

 

 

 

돌아가는 길의 아케이드는 그나마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지붕 때문에 살 만 했습니다.

중간중간 괜찮은 옷이 보이는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하면서 천천히 걸어갔죠.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습니다만 오늘 예정은 이걸로 끝입니다.

 

내일은 꽤나 힘들게 돌아다녀야 하니 오늘 푹 쉬어주는것도 좋을 법 해서.

 

아케이드의 지붕엔 중간중간 이렇게 도시의 명소들을 그려놓았네요.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지난 포스팅을 보셨다면 사진에서 아주 조그마하게 구경할 수 있었을 리츠린 공원의 붉은 다리네요.

 

 

 

여기 그려놓은 것들은 엄니와 제가 방문하지 않은 곳들이네요.

오른쪽의 선포트 타카마츠는 내일 예술의 섬 나오시마로 가기 위해 들러야 할 항구입니다만

오른쪽의 타마모 성은 방문 계획이 없는 곳입니다.

 

타마모 성은 일본에서도 드물게 바닷가에 세워진 성인데 메이지 시대에 완전히 박살나 버리고 지금은 성터만 남아있죠.

현재는 타마모 공원이라고 아주 일부분만 재현해 놓은 상태입니다. 산책하긴 좋지만 리츠린 공원을 보고 나서 저기 가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현재 천수각을 재현하기 위해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제대로 완성이 되면 바닷가의 성이라는 특징상 꽤나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 같네요.

 

전 가능하면 오리지날의 향기를 간직한 곳이 좋아서 크게 관심은 없습니다.

 

 

 

오늘 방문했던 야시마 그림도 찾을 수 있네요.

앞서 언급했던 헤이케 가문과 미나모토 가문의 전투가 벌어진 야시마에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전투에서 불리하던 헤이케 가문이 바다에 배를 띄우고 봉 위에 부채를 꽂아서 미나모토군을 조롱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명사수가 많은 미나모토군이라지만 이렇게 바다 위의 부채를 맞출 수는 없다'는 의미로 새워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이치 무네타카(与一宗高)라는 말단 장군이 실제로 바다에 말을 타고 뛰어들어가 배 위의 부채를 맞춰버렸기 때문에

헤이케 병사들의 사기는 크게 꺾이고 다음 전투에서 대패하였다는 에피소드죠.

 

헤이케와 미나모토의 싸움은 일본에서 전국시대 다음으로 인기있는 역사물이기도 하고

드라마화도 여러번 이루어져서 한국에서도 나름 팬이 있는 편이지만

이런 역사는 뭐, 저처럼 일본쪽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굳이 기억하고 있을 필요까지는 없겠죠. 그냥 여행의 재미삼아 떠올려 봤습니다.

 

호텔에 들어가니 5시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폭염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는지

엄니는 샤워 후 차를 좀 마시고 손가락도 꼼짝하기 싫다고 침대에 누워버리셨네요.

밤에 입이 좀 심심할 것 같아서 제가 다시 아케이드쪽 큰 슈퍼로 다가서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사 왔습니다.

일본쪽 도시락은 그래도 먹을 만 하다며 잘 드시더군요. 저녁까지 편안하게 TV 보면서 엄니에게 화면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보니 KBS 뉴스도 나오는 탓에 중간에 제 해설이 필요없어지긴 했네요.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타고 야시마 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길이 상당히 좁은 편이라 커브를 돌 때는 하반신이 조금 쫄깃해 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창가로 보이는 카가와현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자전거 여행 중 참 인상깊었던 곳 중 하나죠.

 

카가와현이 속한 시코쿠(四国)라는 섬은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산지인데다가 작은 섬들이 많아서 한 번에 지나가지는 못하고 이 섬 저 섬을 건너서 들어가야 합니다.

본토와 시코쿠 사이의 조그만 해협은 세토 내해(瀬戸内海)라고 하는데, 해류가 강해서 소용돌이같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죠.

 

 

 

지형상 다리가 상당히 높게 설치되어 있어서 자전거로 올라가기가 참 힘들었던 곳이죠.

하지만 워낙 주변 풍경이 좋아서 중간중간 멈춰서 휴식도 취하고 사진도 찍고 하며 즐겁게 돌았던 곳입니다.

 

본토와 시코쿠를 잇는 세토 대교라는 걸출한 녀석이 있긴 한데

그쪽은 제 루트와는 맞지 않아서 그 전의 조그만 섬들을 거쳐서 시코쿠로 들어갔습니다. 이 곳이 제가 건넜던 가장 큰 다리네요.

이 날은 세토 내해치고는 많이 잔잔했던 편인데, 그래도 해류의 음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러 개 섬을 억지로 잇는 다리다 보니 코스가 참 귀찮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길이 좁아서 자동차가 옆을 지나갈 때는 좀 긴장도 했지만 워낙 천천히 운전하는 사람들 덕분에 무난히 올라갈 수 있었죠.

하루종일 날씨도 좋고 시골이라 사람들 인심도 좋아서, 가게 할머니한테 귤도 한봉지 얻고 하며 즐겁게 달렸던 추억이 있습니다.

 

저기 도로에서 길에 떨어진 SD 메모리카드를 주워들고 '혹시 기밀 문서라도 들어있는 녀석 아닌가' 하며 두려움에 떨기도 했습니다.

8G 짜리인 줄 알고 일단 가져왔는데, 훗날 한국에 돌아와서 자세히 보니 무려 8M 짜리더군요. 이 녀석이 길거리에 떨어진 지 얼마나 오래 지난 걸까요.

안에는 손상된 파일 몇 개와 사진 파일 몇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지금도 의문에 가득 찬 메모리카드죠.

 

 

 

그렇게 옛 추억에 잠겨있다 보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이 어마어마하게 넒더군요.

버스와 승용차 합쳐서 100대는 쉽게 주차할 만한 공간이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야시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겠죠.

 

원래는 전철역에서 바로 정상까지 올라가는 로프웨이가 있었습니다만 그건 폐쇄되고 이제 버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거장에서 바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은 일본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겐페이 합전(源平合戦)의 그림이군요.

 

헤이안 후기 권력을 쥐고 있던 헤이케 가문과 그에 맞선 미나모토 가문이 벌인 전쟁으로, 전국시대 후 일본이 통일되기 이전 가장 큰 전투였습니다.

이 야시마가 헤이케 가문의 본거지였는데, 세토 내해를 끼고 강력한 수군을 가지고 있던 헤이케 가문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그 거센 세토 내해를 단박에 건너온 미나모토군이 승리를 거둔 전투가 야시마 전투입니다.

 

이후 가장 유명한 단노우라 해전에서 헤이케군이 전멸하고 어린 천황도 물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함으로서 헤이안 시대는 막을 고하고 가마쿠라 시대로 넘어가게 되죠.

기록상으로는 천황에게 계승된다는 3종의 신기도 단노우라 해전에서 바다에 잠겼지만, 그 중 하나인 검만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물론 애초에 실존여부 자체가 불확실한 녀석이라 그냥 떠도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갖긴 힘듭니다만.

 

 

 

엄니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드리긴 하는데 원래 일본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게 정상입니다.

일단 엄니는 산 정상에 이렇게 훌륭한 사찰이 서 있다는 것 자체를 놀라워 하시네요.

 

이 야시마 절은 88개소 순례길 중에서 84번째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 정도면 1400km의 기나긴 순례길의 막바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순례자들의 기분이 어땠을런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니와 함께 갔던 이 당시도 낡은 옷과 삿갓, 짚신과 지팡이 하나를 짚고 올라온 순례자를 볼 수 있었죠.

오직 도보로만 이동하는 이 순례자들은 최소 한 달이상 걸어와서 이 곳에 도착한 것일 테니 상당히 감동적일 듯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절이나 신사에 봉납하는 걸 참 좋아하는 민족이다 싶습니다.

사실 야시마 산 거의 대부분이 야시마 절의 소유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절인데 말이죠.

 

순례자가 이 곳에서 절을 하고 있으니 몇몇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와 인사해 줍니다.

저도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아마 동료를 발견한 기분으로 인사를 했을 것 같네요.

 

요즘엔 프로 순례자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순례자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그들을 위한 지도와 안내서도 현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있기에

목숨을 건다고 할 만큼 위험했던 예전보다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입니다만 그래도 1400km의 산지를 도보로 걸어다닌다는게 결코 쉽지는 않죠.

 

자전거 세계일주를 준비중인 나침반님 정도라면 그냥 잠깐 바람쉬러 다녀오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만

이런 편안한(?) 순례길로는 만족하시기 힘든지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야시마가 원래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워낙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놔서

여기가 진짜 산 정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없진 않아도 순례자나 불교 신자 등 좀 더 경건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꽤나 조용합니다.

마음을 정화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싶었지만 역시나 37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는 그 정신도 오래 가질 않더군요.

 

 

 

무슨 언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온다는 사실만큼은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걸려있는 에마의 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네요. 유명 관광지에 비하면 접근도 어렵고 많이 찾는 곳도 아니긴 합니다만.

 

 

 

본당 옆에는 조그만 토리이 옆으로 너구리 두 마리가 서 있습니다.

이곳 야시마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너구리는 일부일처제의 상징으로, 가정평화와 다산을 기원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인지 수컷과 암컷의 모습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암컷은 젖이 있고 수컷은 그... 보시면 알겠죠.

엄니는 수컷을 보더니 '얘는 X은 작은데 X랄이 왜 이리 크지?'라고 순수한 호기심을 보입니다.

이곳의 너구리는 영물이라서 오랜 세월 살아가면 X랄이 점점 커지고

나중엔 그 X랄을 뒤집어쓰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암컷의 경우엔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잘 표현했더군요.

엄니는 저를 낳을 당시 가정 형편이 안좋았던데다가 몸이 많이 허약해서 젖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분유를 먹이고 한 번도 젖을 제대로 물려준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기억은 안나지만 서글픈 추억이네요.

 

 

 

경건한 절 기둥에 화석화된 시체가 박혀있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나름 포인트는 되는데, 아마도 지금쯤 가 보면 청소해 버렸겠죠.

 

 

 

본당은 1618년에 건립된 녀석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사찰과는 달리 좀 더 엄선된(?) 사람들이 찾다 보니 분위기가 상당히 엄숙하네요.

주위에 시끄러운 요소가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엄니와 저도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보물을 모아놓은 곳인데 굳이 엄니는 돈 내고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십니다.

저도 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보물관 안에는 10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목조천수관음좌상이 가장 볼만하다고 하는데, 제가 불교에 심취해 있지 않아서.

 

 

 

요즘엔 일반적인 신발로도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진짜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신발도 이런 짚신을 신습니다. 저 같으면 평지만 걸어도 발바닥이 큰일나겠는데 말이죠.

 

물론 순례길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엄숙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오직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걷는 것이니

남들과 비교해가며 우위를 따지는 건 이런 순례와 가장 거리가 먼 행동이겠죠.

 

전 발 상태가 안좋은 편이기 때문에 저런 짚신까지는 무리지만, 언젠가 걸어서 88개소 순례길을 완주할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절을 통과하고나면 야시마 전망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관광객들에겐 절보다 이 전망대가 더 유명하죠. 날씨 좋을 때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다카마츠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합니다.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산책 겸 풍경 즐기기에 참 좋더군요.

물론 그것도 이렇게 덥지 않을 때 한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저 멀리 세토 내해가 보이는군요. 풍경 하나는 장관입니다.

조금 당겨서 보면 한려수도와도 비슷한 풍경을 보여줄 듯 하네요.

 

날씨가 좋긴 한데 한여름이라 대기에 수증기가 많아서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지는 않습니다.

가끔 바람이 불어오면 땀으로 범벅이 된 등줄기가 시원해 지는 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엄니가 도시쪽을 보더니 거기가 이렇게 컸었나 하고 놀라십니다.

그렇게 높은 빌딩이 없어서 인구밀도는 낮습니다만 어쨌든 시코쿠에서 가장 큰 도시니까요.

 

실제로 시코쿠에서 이만한 평야지대에 위치한 도시가 별로 없어서

저도 자전거 여행중 한동안 고생 좀 하다가 간신히 타카마츠에 도착했을 때에는 뭔가 낙원에 도달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대도시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리츠린 공원 등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으니.

이 정도 규모의 도시에 바다와 산을 함께 볼 수 있고 대기오염도도 낮은 곳을 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본 내에서 매년 살기좋은 도시 상위권에 꼽히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둘째 날의 목표는 저 산입니다. 상당히 특이하게 생겼죠.

300m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산이지만 이곳에서는 명산으로 유명한 야시마(屋島)산입니다.

 

시코쿠에는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인 홍법대사 쿠카이(空海)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홍법대사가 순례한 88개소의 사찰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행이 꽤나 유명하죠.

 

자동차로 가면 며칠만에 모두 돌아볼 수 있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을 듯.

실제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고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인기인 코스라고 하네요.

저는 자전거로 몇 군데 둘러봤습니다만 그냥 걸어서 돌아보려면 거진 한 달넘게 걸리니 쉬운 길은 아닙니다.

 

저기 야시마 산 정상에는 그 88개소 순례길 중 84번째 사찰이 위치해 있습니다. 전망도 좋고 해서 인기있는 관광지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절 하나만 둘러보고 가기엔 시간과 노력이 아깝습니다.

이 곳은 야시마 사찰 외에도 시코쿠의 옛 마을 모습을 재현해 놓은 시코쿠무라(四国村)라는 민속촌도 위치하고 있어서

한 번의 이동으로 두 군데를 모두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엄니에게 보여드리려는 의도에서 선택했죠.

 

하지만 5분 정도 걸리는 시코쿠무라까지 가는 도중 관광객이 한 명도 없었기에 오늘 혹시 휴일인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매표소에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걸 보니 휴일은 아니었는데 조금 더 걸어가고 나서야 오늘 사람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가 일본 최고의 폭염이 창궐하던 때라서 아무도 이런 곳에 오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서 입구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땀으로 절어버리더군요.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 인기가 많은 민속촌인데 그런 만큼 에어콘이라던가가 설치된 현대식 건물이 없습니다.

덕분에 이 민속촌을 한 바퀴 다 돌아보는 동안 단 한명도 다른 관광객과 만나지 않고 단 둘이서 고독을 즐길 수 있었죠.

어찌보면 굉장한 경험이었지만 정말 이렇게 더워서는 여기 안 오는게 이해가 될 정도더군요.

 

 

 

민속촌으로 들어가려면 카츠라바시라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이게 재현도가 쓸데없이 대단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리 하나 쑥 빠져버리는 건 일도 아니겠더군요.

 

엄니도 매우 조심하며 건넜고, 저는 이딴 나무조각이 제 덩치를 이겨낼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을 하며 건넜습니다.

사실 그 질기다고 하는 칡덩굴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다리가 끊어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시코쿠는 산악 지형이 많고 발전이 더딘 편이라 대도시에서 보던 민속촌과는 분위기가 좀 다른 편인데

시작부터 사람을 살떨리게 만들어 주는군요. 항간엔 이 다리가 가장 좋은 볼거리라고 하는 곳도 있으니까요.

 

물론 다리를 건너지 않고 갈 수도 있지만 여기 와서 이걸 안 건너가 보는 것도 좀 아쉽겠죠.

 

 

 

전통을 보존하려는 마음 하나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일본이라서, 당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좀 거북하기도 한데요.

그것과는 별개로 이 마을을 평가하자면 참 용캐로 이런 곳에 이 정도 규모의 민속촌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시대까지의 시코쿠 각지 민가를 재현한 마을인데

애초에 시코쿠라는 곳 자체가 타 지역에서의 접근성이 그리 좋은 곳이 아님에도

마을 전체가 산 중턱에 파묻혀 있어서 주변에서 전혀 현대적 건물의 흔적을 느끼지 않고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관광 상품으로서의 상업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일까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건축물의 보존 상태는 완벽에 가깝습니다.

날이 날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을 안에서는 직원 한 명 보이지 않고 적막함이 감도는군요.

엄니와 저는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마을 전체를 전세낸 듯이 돌아다닙니다.

 

시코쿠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가 적고 맑은 날이 많지만 태풍 시기엔 엄청난 강수량을 보이는 편이라

집의 구조나 재료 등이 조금 특이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넓고 평평한 거실이 많으며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네요.

 

 

 

코스를 정상적으로 밟으면 맨 처음 보이는 곳입니다. 카부키 극장이네요.

실제로 이 곳에서 공연도 가끔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공연은 커녕 마을 전체에 사람이 엄니와 저밖에 없으니.

 

관광객들에게 얽혀서 복잡한 것도 싫지만 이렇게 덩그러니 둘만 거니는 것도 좀 무섭습니다.

평범한 곳이라면 모르겠는데 이곳 시코쿠무라는 시골의 산 속에 위치해 있다 보니 좀 섬뜩하다고 할까요.

 

 

 

이 곳은 시코쿠 각지에서 보존중이던 33개의 민속 가옥을 재현해서 모아놓은 곳입니다.

재현이라고 해도 단순히 다시 만든 게 아니고 그 가옥을 해체해서 전부 가져온 다음 이곳에서 재조립한 녀석들이죠.

 

나고야 근처의 이누야마(犬山)라는 곳에도 유명한 메이지무라(明治村)가 있는데

그 곳은 무려 메이지 시대 당시 하와이 같은 곳에서 일본인이 생활하던 저택을 전부 해체해서 갖고 와 재현해 놓기도 했습니다.

 

상업적인 이득을 생각한다면 과연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현도에 신경을 쓰고 그것을 무기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굉장한 시도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곳도 보수를 거치긴 했지만 대부분이 실제 사람이 살던 가옥을 옮겨온 것이라 이곳저곳 볼 거리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부엌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톡특하네요. 뭐, 기본적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한국 가옥과의 차이가 커지긴 합니다.

 

 

 

엄니 입장에서 보자면 꽤나 친숙해 보이는 느낌이 든다고 하시네요.

엄니 어릴 적에 살던 곳도 일본식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던 집이라서 말이죠.

대구는 아직도 일본식 가옥이 조금 남아 있기도 하고, 엄니 연세라면 아마 일본식 가옥이 그렇게 특이하지도 않을 법 합니다.

 

물론 이곳 시코쿠무라는 1800년대 가옥들도 있는데다가 본토와는 꽤나 다른 양식으로 지어진 녀석들이라 엄니도 재밌게 보실 수 있겠죠.

 

 

 

가옥 구경뿐 아니라 이 곳의 자연 풍경 역시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자연의 생명력이 팍팍 느껴진다고 할까요. 시코쿠 88개소 사찰 근처에 있어서 주변에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원래 이런 마을이 있던 곳이 아니고 각지의 가옥들을 모아서 만든 곳이다 보니

실제로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형이 복잡합니다.

 

엄니는 물도 많이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하면서 휴식을 취하며 이동합니다.

기온이 너무 높아서 땀 하나는 정말 시원하게 빼고 가는군요. 다행히도 공기가 매우 좋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하시네요.

 

 

 

가옥들은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표시가 없는 곳은 그냥 들어가 봐도 됩니다.

한국보다 나무가 풍부한 지역이라 황토를 이용하는 가옥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요.

 

에도시대 이전에는 각 지역별로 발달한 상업이 에도시대의 산킨코타이 제도로 인해 유통망이 완성되면서

1800년대를 기점으로 조직적 상업사회 기틀이 완성되고 있었는데, 시골인 시코쿠도 다르진 않습니다.

기후와 지형적 영향으로 각종 농산품과 해산물이 유명했던 지역이라서 시코쿠무라 안에도 양조장이라던가 곡물 창고같은게 드문드문 보이네요.

 

 

 

지난 번 포스팅에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많은 우동집에 나왔었는데요.

거기서 나왔던 화로와 냄비가 여기서는 실제 크기로 전시중입니다.

 

일본의 전통 가옥은 이렇게 거실 한가운데 물을 지켜서 식사를 하는 방식이 꽤나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목조 건물이다 보니 불 관리에 매우 엄격했는데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는게 의아하기도 하죠.

물론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수도권에서는 집 안에서 불 피우는 행위 자체를 금지했기 때문에 이런 거 없었습니다.

 

 

 

민속촌 전체가 산등성이를 타고 만들어져 있어서 평지가 별로 없네요.

거대한 면적을 엄니와 둘이서 독점하는 건 좋아도, 왜 사람이 없는지 절실하게 느끼며 걷고 있습니다.

 

척 봐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건물이 놓여있네요.

곡물 창고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설탕을 만드는 곳이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일본 최초로 정제 설탕을 만들어 내던 곳입니다.

세계 어디든 동일하지만 당시엔 설탕이 매우 귀한 몸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산품으로서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죠.

 

소를 이용해서 맷돌을 돌리는데 이 방식은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방식과도 거의 일치합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은 설탕을 어떻게 만들었으려나요. 아마 이런 정제설탕보다는 엿이나 꿀을 애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건물 주변에는 이렇게 사용했던 맷돌들이 장식품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엄니가 보시더니 참 많이도 만들었다 하셨죠.

정제 설탕은 에도시대만 해도 꿀보다 훨씬 비싼 녀석이었고, 상류층의 허례허식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뭣 때문에 이렇게 많은 맷돌을 모아놓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정말로 그냥 장식용일런지.

 

 

 

둘이서만 주구장창 구경하고 있는데 더욱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주의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돈 내고 들어가는 민속촌 안에서 맷돼지 주의라는 표지판을 봐야 한다니.

 

공교롭게도 저는 자전거 여행 중 시코쿠에서 맷돼지와 조우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저 푯말을 보면 긴장이 되네요.

시코쿠 해안선을 따라 밤 8시쯤 달리고 있는데, 멀쩡하게 도로와 민가가 주르륵 늘어선 평범한 해안가 마을 한가운데서

서로 마주보는 모습으로 딱 만나게 되었습니다. 짐까지 더해 40kg 가까운 제 거대한 여행용 자전거와 거의 비슷한 덩치였죠.

 

실제로 지근거리에서 보는 맷돼지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느꼈네요.

저는 감전된 사람처럼 자전거를 빙글 돌려서 반대쪽으로 미친듯이 도망갔습니다만 다행히도 맷돼지 역시 저한테 놀라서 저와 반대쪽으로 도망갔습니다.

자전거 위에 타고 있다보니 제 덩치도 워낙 크게 보인 것이겠죠. 근 5m 정도 거리였기 때문에 저한테 달려들었으면 아마 다음 날 뉴스에 나왔겠죠.

 

 

 

민속촌의 가장 위쪽에 도착하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뀝니다. 정갈한 조경수와 반듯한 콘크리트 건물이 숲 속에서 맞이해 줬습니다.

딱 보니 이 건축물은 안도 타다오가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타카마츠에서 가까운 조그만 섬 나오시마가 부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섬 전체를 예술의 마을로 만들어 버렸는데

그 중심에 있던 것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이다 보니 이곳과 안도 타다오는 꽤나 인연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코쿠무라에도 미술관이 들어선 것 같습니다만, 여긴 따로 입장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관람은 포기했습니다.

 

사실 내일 찾아갈 곳이 나오시마라서 굳이 이곳을 들를 필요가 없기도 하거든요.

엄니나 저나 미술품 자체에 크게 관심이 있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미술관에 들어가지는 않고 그의 예술관을 살짝 흉내내어서 사진을 한 장 담아봅니다.

가장 인공적인 재료인 콘크리트를 이용해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죠.

 

건축계의 거장이라서 사실 들어가 보면 구경거리는 많겠지만

오늘은 이곳에서만 시간을 사용할 수도 없고, 내일 나오시마에서 온갖 예술품을 감상할 예정이라 그늘에서 땀만 식힙니다.

 

그나마 날씨가 이렇게 더워도 도시의 매퀘하고 찝찝한 공기가 아니라 땀을 흘려도 나름 상쾌합니다.

엄니도 땀은 많이 흘리시지만 공기가 참 좋아서 나름 견딜 만하다고 하시네요. 조금 더 힘내서 돌아보고 야시마로 올라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