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지 못했던 자사호 전시회에 갔습니다. 주우걸 작가의 자사호 1.

주우걸 작가의 작품 2. 주우걸씨는 77년생의 젊은 작가로, 그의 이모는 이름높은 자사호 공예가 고려군씨더군요.

주우걸 작가의 작품 3.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계익순씨에게 자사호 공예를 정식으로 배웠습니다.

주우걸 작가의 작품 4. 젊은 분 답게 호의 느낌이 강하고 굵습니다. 요즘 트렌드에 적절한 상업성을 갖춘 듯.

주우걸 5. 직관적이고 신신세대적인 느낌이 나는 좋은 호였습니다.

주우걸 6. 만져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감상하는 걸로만 위안을..

주우걸 7. 30년쯤 뒤에는 어떤 작가가 될지 기대되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작품이 전시회 초기에 판매되는 바람에 보고싶었던 많은 작품이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1주일간의 전시회가 끝나고 나야 제품을 가져갈 수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생 떼를 써서 그냥 가져가 버렸다네요.

차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저보다 돈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말이죠. (저 자사호들 기본 수십, 수백은 합니다)

전시회를 찾을 다른 사람들을 자기들 팬티에 묻은 똥찌끄러기만큼도 배려해 주지 않는 졸부 나부랭이들 때문에

보고 싶었던 자사호들을 보지 못해서 참으로 아쉽기 그지없었습니다.

좋은 자사호에 좋은 차 타마시면서 우쭐거리는 인간들이라고 전부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건 아니니까요. ㅡㅡ;

원래 입장료 1만원인 전시회였습니다만 덕분에 입장료도 무료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제 입장에서는 1만원 주고 모든 자사호 구경하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왕강 작가의 작품 1. 이 분도 주우걸씨만큼 젊은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강 2. 제가 이런 견호를 매우 좋아합니다. 저 선의 아름다움이 정말.. 탕택신 작가의 견호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긴 없었지만.

왕강 3. 견호와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삼족호도 꼭 보고 싶었는데 이미 누가 갖고 가버려서 볼 수 없었습니다. T_T 이것도 삼족호긴 하지만..

왕강 4. 왕강씨는 젊은 나이에도 위의 주우걸씨와는 달리 절제되고 전통적인 우아함을 부각시키더군요.

왕강 5. 이런 자사호들은 오래 함께 해도 질리지 않는 맛을 가지고 있죠.

왕강 6. 실제로 이런 자사호에 차를 타 마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위에서는 한 명도 없어서 말이죠. 저도 물론 이런 자사호는 없습니다.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는 두말 할 것 없지만.

왕상 작가의 작품 1. 저는 이렇게 그림이 그려진 자사호를 좋아합니다.

왕상 2.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이 왕상씨의 자사호는 고풍스러운 정도를 지키면서도 그림의 뛰어남이 일품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왕상 3. 하나 사고 싶긴 했지만 지금 이런거 샀다간 앞으로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니 눈물을 머금고.. T_T

왕상 4. 단아한 자사호에 저런 그림이 함께 하니 저기에 보이차를 우려마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주근용 작가의 작품 1. 자사공예의 대가 서한당 대사의 제자분입니다. 정말 놀라운 선의 흐름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주근용 2. 그저 보고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하죠.

주근용 3. 어머니께서는 자사호 취향이 'Simple is Best' 라서 이분 작품을 아주 좋아하실 것 같네요.

오동원 작가의 작품 1. 이분의 思古 라는 자사호를 꼭 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없었습니다. 이런 된장..

오동원 2. 이건 향로인가요?

오동원 3. 흙의 품질도 매우 좋아보이고 강직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의 자사호입니다ㅏ.

오동근 작가의 작품 1. 이 분도 간결하고 빈틈없는 느낌으로 유명합니다.

오동근 2. 저는 위의 오동원 작가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었는데, 별 관계는 없는 듯?

오계명 작가의 작품 1. 오계명씨는 고급공예미술사 오군상 작가를 백부로 모시고 자신만의 미를 추구하는 분입니다.

오계명 2. 전통의 미를 살리면서도 자신의 현대적 특성을 살리려는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오계명 3. 물론 개인적으로야 오군상씨의 자사호에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만, 아직 젊은 나이니 크게 성장할 작가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오계명 4. 이번에 전시된 작가들 중 전통과 현대의 예술 경계를 가장 독창적으로 조화시키고 있는 작가 같더군요.

오계명 5. 이 분의 과감한 조형 형태와 기교에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계명 6.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건 이런 것. 그런데 공예품으로서는 둘째치고, 실제로 마시기엔 좀 작죠.

오계명 7. 분명히 오계명씨 작품도 먼저 팔려버린게 몇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울 따름이군요.

오계명 8. 이건 S100fs 테스트용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요런 자사호들이 사실 부담없이 마시기엔 딱이죠.

청나라 말기 함풍 연간 자사호 대사 소우정의 작품 '종식호' 이건 뭐 말이 필요없죠.

오은군의 선원호. 여요신, 왕인선과 같은 자사호 공예가들의 스승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자사호 공예가중 한 분이죠.

오늘의 하이라이트 고경주의 자야석표. 한국에서 고경주의 자사호를 볼 수 있다니 감동입니다. 유리장식장 때문에 사진은 잘 찍지 못했지만. ㅡㅡ;

고경주 대사는 명나라 시대의 거장 시대빈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으며 '一代宗師'의 칭호를 가진 당대 최고의 도예사입니다. 돌아가신지 12년이 되었군요.

왕소룡, 고려군 부부의 작품 1. 왕소룡씨는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왕인춘 대사의 아들입니다. 부부가 모두 고급공예미술사로 유명하네요.

왕고부부 2. 공예미술품으로서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 자사호는 너무 커서 10~12명이 함께 마셔야 할 정도더군요.

왕고부부 3. 함께하는 두 예술가의 상승작용은 작품 전체에서 나타나는 듯 합니다.

왕고부부 3. 어머니께서는 사실 화려한 자사호를 별로 안좋아하셔서 이분들과는 상성이 좀 안맞는 듯.

왕고부부 4. 하지만 역시 이분들의 작품은 혀를 내두를 정도군요. 저기에 차를 우리려니 겁나서 못하겠네요.

왕고부부 5. 간결과 화려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줍니다. 호 전체의 균형감도 뛰어나군요.

왕고부부 6. 어머니께서 질겁을 하시는 종류. 저도 감상용으로는 좋아하는데, 어차피 자사호는 차를 따르기 위한 도구니 이런 건 좀..

오군상 작가의 허편호. 당대 최고의 공예가 고경주 대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린 분입니다.

오군상 2. 호에서 느껴지는 기품과 정갈함. 거기다 멋진 글과 그림까지.. 만지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어제 저녁에 탐험했던 쌈지던젼을 다시 찍어봤습니다.

월요일 대낮의 인사동엔 외국인들이 많더군요. 가장 오른쪽 나무에 촛점맞추고 찍어봤습니다.

저 맨위의 KTG 는 무슨 뜻일까요..

돌아오다가 보니 노숙비둘기께서 한가롭게 앉아있더군요.

동물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줌을 땡겼습니다. 삶에 찌든 모습의 노숙비둘기. 거의 움직일 생각을 않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노숙비둘기가 와서 퍼질러 있던 녀석을 쫓아내더군요. 어디서 좀 놀았는지 '강해'보입니다.

어째 비둘기가 점점 맹금류화 되어 가는군요.

사진도 배불리 실컷 찍었고, 자사호 구경도 실컷 했고,  노숙비둘기 구경도 실컷 했습니다.

아주 풍요롭고 알찬 하루였습니다. 넵.

S100fs 의 위력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 찍히는군요. 저 같은 생초보의 손에서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