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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질렌할'에 해당하는 글들

  1. 2009.01.11  자헤드 (Jarhead, 2005) 4
  2. 2008.07.10  조디악 (Zodiac, 200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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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맨데스 감독의 몇 안되는 필모그라피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었던 건 장편데뷔작인 '아메리칸 뷰티'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이 취향에 맞았다.

아직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우기에는 어색한 면이 보이는 젊은 감독이지만 적어도 작품을 고르는 그의 심미안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2008년 오랜만에 감독을 맡았던 'Revolutionary Road' 는 둘째치고
수잔 비에르 감독의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Things We Lost In The Fire, 2007)등의 제작을 맡은것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아메리칸 뷰티에서도 충분히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 감독의 특징은 비참한 현실을 그다지 기분나쁘지 않은 냉소로 풀어낸다는 점.
의외로 깔거 다 까고 싸질러 놓고 싶은 대로 다 흐트려 놓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훌륭한 점은 배우를 잘 선택하고, 잘 요리한다는 것.
'아메리칸 뷰티'가 케빈 스페이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인 것 처럼.
'로드 투 퍼디션'이 주드 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인 것 처럼. (이건 좀 과장이긴 하다)

이 말뿐인 전쟁영화도 장르적 특징인 '모든 조연의 주연화'가 필요한 작품인데,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앞에서 말한 감독의 두 전작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면서도 적절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붕어눈동자 제이크 질렌할과, 이미 현역군인이나 마찬가지인 제이미 폭스의 연기는 더 말할것도 없고
피터 사스가드와 제이콥 베가스 등의 조연들도 작품 내에서 자기 맡은바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완수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 특유의 균형잡힌 시각이 오히려 작품의 힘을 꺾어버리는데 있다.
걸프전을 소재로 한 헐리우드 영화들은 대체로
 
대놓고 까거나
가볍게 조롱하거나
정신줄 놓거나 (말 그대로 'Jarhead'처럼)
 
정도로 구분되는데, 이 작품은 철저하리만큼 한 병사의 개인적 시선으로만 현실을 해석하고 있다.
등신 머저리들의 집합체인 미 해병대원 중에선 그래도 조금은 제정신 박힌 캐릭터라 열심히 분투하지만
이미 머리에 개똥만 가득찬 꼴통들만 아니라면 걸프전의 추악한 현실이란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감독의 빠지는 똥줄이 캐릭터에서도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미지근한 주제의식으로 남게 된 점이 아쉽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 의외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명실공히 독일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현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참 어울리는 장면이기도 한데
주구장창 이라크의 생화학 무기를 들쑤시며 온갖 듣도보도 못한 약품으로 온 몸을 찌들이면서도
막상 '입으로 똥싸는' 행위가 그 약품때문이 아닌
학살의 현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조용히 잡아내는 감독의 역량은 칭찬할 만 하다.

현실감각이 없이는 영화 자체를 판단할 수 없어서 더욱 매력적인 전쟁영화 장르지만
샘 맨데스 감독의 성격상 이 작품은 그 특유의 중립적 시선이 오히려 아쉬워진 듯 하다.

걸프전이거든.

거기에 중립적 시선이란게 존재하기는 하는가?

커멘터리에서도 나오지만 미국 정부는 영화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며 훨씬 더 많은 각본의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아마 미국 감독으로서는 이 정도 각본도 용기없이는 힘들었나 보다.
과연 쥐새끼가 똥꼬빠는데 정신이 빠진 미국답다는 생각.


P.S 중간중간에 배를 잡고 웃을만한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라크로 떠나는 비행기 장면. 최고다!
자헤드 (Jarhead, 2005) :: 2009. 1. 11. 05:30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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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시리즈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1편을 제외하고
나처럼 3편을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핀쳐 감독의 다른 작품중 적어도 하나는 더 좋아할 거다.

'세븐'과 '파이트 클럽' 이외엔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앞으로의 행보가 불안했던 감독인데
'조디악'을 통해 너무 빨리 거장의 반열로 올라가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괄목한 성장을 보여줘서 놀랐다.

이제까지의 핀쳐 영화에서 공식화된 절묘한 편집과 과감한 영상미를 대부분 잘라내 버린 '조디악'이
대중적인 인기면에서 앞의 두 영화와는 상대가 안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하고도 남았을 터.

나 역시 내 인생 최고의 스릴러 영화로 여전히 '세븐'을 꼽고 있는 터라, 이 영화와 비교하자면 서글퍼지지만,
'세븐'과 '살인의 추억'을 비교할때는 비교 대상이 안된다고 등 돌리다가
'조디악'와 '살인의 추억'은 알아서들 비교하며 '살인의 추억'이 더 재미있다고 바락바락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지루하진 않다.

핀쳐가 자신이 가진 장기를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한 영화라, 그 만큼 다른 부분에서의 상승효과가 있어야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가는데
다행히도 핀쳐의 이러한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주연이 없다시피 한 영화가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이 주연급이라서
대단히 높은 수준의 연기가 상호 작용을 일으켜 영화의 응집력을 굉장히 높혀 줬다.
올해 본 영화중에 아메리칸 갱스터와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의 구성력 면에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굳이 단점이라고 생각지도 않지만 항상 나오는 '지나치게 실화에 집착하다 보니 극적인 구성이 부족'하다는 말엔
어느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솔직히 '세븐'이 상영된 1995년 이후로, 적어도 극적인 구성면에서 그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식상했다고나 할까.

차라리 같은 소재를 사용한 영화라면 이렇게 근본 뿌리부터 바꾼 '조디악'이 더 신선해 보이지 않는가.
모든 인물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억지스럽게 시선을 모아가는게 아니라
극중 공간 안에서 각각의 목표를 향해 수십, 수백갈래로 갈라진 길을 걷다가
조금 조금씩 작품의 큰 흐름에 자연스럽게 관여되어 가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풍성함이라고 할까.
핀쳐 감독은 '팔딱대는 스타일리스트'에서 '가만히 있어도 폼잡는 스타일리스트'로 환골탈퇴한 느낌까지 든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의 부족 이야기 하는데, 제이크 질렌할이 마샬의 실마리를 찾다가 들어선 지하실에서의 씬을
생각해 보라. 움직임이 거의 없는 몇 분의 씬 동안, 질렌할의 연기와 부자유스러운 조금의 음향효과만으로
전반부 2시간 동안의 차분함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를 조성하지 않는가.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다. 요 근래 수년간 호러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한 최고의 긴장감이었다.

항상 스릴러 영화를 생각하면 '세븐같은 영화, 혹은 세븐을 뛰어넘을만한 영화 안나오나'하는 갈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조금 바꿨다.
'세븐'을 뛰어넘을 수 없다면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물론 장르적으로는 이미 스릴러와 드라마의 범주가 뒤섞여버렸지만, 나는 굳이 장르 나눠서 답안지 끼워맞추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 영화 다 보고나니 또 '세븐'을 보고 싶어진다.
핀쳐는 그리 좋아하는 감독이 아니지만 '세븐'만큼은 내 영화인생의 보물같은 작품이라서 말이다.
에너지가 과하다 못해 폭발해버린 '파이트 클럽'도 물론 좋아는 하는데, 나한테는 그 에너지가 좀 버겁다.
조디악 (Zodiac, 2007) :: 2008. 7. 10. 12:33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