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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03.03  오랜만에 횟집 18
  2. 2011.12.26  오랜만에 강군 20

어쩌고 저쩌고 해서 아버지가 아시는 횟집에 회먹으러 갔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건물 주인이 아버지 친구분이라 사장님이 잘 해주신다고 하네요.
대구 범물동의 골목길에 위치한 '漁川'이라는 곳입니다.
굉장히 젊고 공손하며, 약간 숫기가 없어보이시는 사장님이 반겨주십니다.
개업한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집이고, 인테리어와 조명의 조화가 괜찮습니다.

우연찮게 아버지 친구분들도 여기 와 계셔서 간단히 인사를 했는데
엄니께서는 제대로 손질도 안한 머리때문에 처음엔 나 없다고 하라고 하셨지만
아니 바로 옆에 있는데 안보일수가 있나요. 그냥 쑥쓰럽게 인사나눴습니다.
지금은 머리가 거의 히피족처럼 되어 있는 저도 인사했는데 뭘... (머리자른지 10개월째?)


오늘 괜찮은 고기 뭐 들어왔나 물어보니 농어가 좋다고 해서 농어 大자로 하나 주문했습니다.
세명에서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못 먹는건 아니고, 그냥 과식하면 안좋은데 수준이죠.
한국에 돌아온 이후로 횟집은 처음이라서 마음껏 먹어보기로 했네요.
사실 가면 갈수록 밖에서 먹는데 불신감이 커지는 상황이라서... 요즘 외식은 거의 안하고 있죠.
특히 어패류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도 있고 해서, 아마 점점 먹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한 밑반찬이 나옵니다. 그리 고급 횟집은 아니고 동네의 아담한 곳이라 그냥저냥한 수준이네요.
엄니는 이 밑반찬을 '찌개다시'라고 하시던데...
좀 생각해 보니 아마 츠키다시(突き出し)가 한국으로 들어와 -> 적당히 한국화되다가 어감이 비슷한 찌개다시로 넘어온듯 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횟집 밑반찬에는 찌개가 들어가는 건지도... 다른 지역에서도 찌개다시라는 말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여담으로 좀 더 풀어보자면 일본어의 츠키다시(突き出し)란 단어는 일본사람들도 '덤으로 나오는' 의미의 츠키다시(付き出し)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付き出し'라는 단어는 없으며, '突き出し'라는 단어는 갑작스럽게 내놓는 음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주문유무와 관계없이 간단한 반찬을 손님에게 내 놓는 일종의 서비스였죠.
이것도 관서지방에서 쓰는 말이고, 관동지방에선 오토-시(お通し)라고 쓰입니다. 손님의 주문이 완료된 후 음식을 안내한다는 뜻으로 내놓는 전채를 의미합니다.
관서지방이 한국과 가깝다 보니 이 츠키다시라는 단어가 들어왔고, 이게 된장맛좀 봐서 찌개다시가 된 거라고 예측해 봅니다.

밥 먹으면서 별걸 다 생각하는군요.


반찬은 그냥저냥이지만 농어회는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군요.
농어회는 회 중에서도 잡맛이 없이 깔끔함으로 유명한 고기인데, 두툼하게 씹히는 맛도 좋고 담백합니다.
회 매니아이신 아버지 가라사대 농어회는 맛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기껏 비싸고 좋은 농어회 가져와도
그냥저냥 싸구려 회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게에서 가장 큰 대자를 시켰는데도 양은 그리 많지 않네요.
품질이 좋으니 양이 적어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정도면 저희 가족 세명에게는 그냥 평균적인 양입니다. 중자 시켰으면 조금 아쉬웠을 뻔 했군요.


간장도 그리 나쁘지 않은 녀석을 사용해서 회의 맛을 헤치지 않았습니다만
와사비만은 역시 좋은걸 쓰기 힘든지 그냥 아무데서나 쓰는 연와사비를 쓰고 있네요.
주문받은 후 바로 갈아서 내 놓는 고급 와사비는 찍어먹을 필요없이 그냥 와사비만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무스크림 + 후추 + 달콤함이 섞인 독특한 맛입니다.
슈퍼에서 파는 와사비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맛 차이가 크니, 기회되시는 분들은 꼭 한번 먹어보시길.

이게 잘 자라는 지형이 한정되어 있어서 한국엔 거의 전무하고. 일본에서는 이즈(伊豆)반도의 특산품으로 유명하죠.
와사비는 따뜻하면서도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라며, 물이 깨끗해야 맛도 좋아지는 청정 뿌리식물이라서 제배환경이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사실 최고급 와사비는 최고급 회보다 그램당 가격이 더 비싸니... 한국에서 그걸 맛보기는 좀 힘들긴 하네요.


회는 적당히 먹고 매운탕을 주문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 밑반찬들이 계속 나옵니다. 머리구이와 옥수수 버터구이, 닭꼬치 등등...
보통은 회 먹기 전에 밑반찬이 다 나오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은 회와 매운탕 중간에 더 많이 나오네요.
누구 머리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머리에 붙은 살이 참 맛있죠.


뒤집어 봐도 이렇게 봐서는 뉘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눈알도 맛있다고 하는데, 저희 집서는 아버지 말고는 저 눈알을 정복하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이건 사장님께서 아버지 오셨다고 특별히 내 주신 회김밥입니다.
부모님은 이게 그냥 김밥인줄 알고 한참 손을 안대시던데... 제가 이거 회들었다고 말씀드리니 드시더군요.
회가 조금만 든 것도 아니고 두툼하게 들어서 간장에 찍어먹으니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돈 받고 팔만한 음식인데, 서비스를 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죠.


갑자기 늘어난 밑반찬에 공기밥 세 그릇 주문은 판단 미스가 되어버렸네요.
엄니께서는 그냥 밥뚜껑 열지 않고 반찬과 매운탕만 드셨습니다.
농어회 먹을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정도면 무난하겠다 싶었는데
각종 밑반찬과 매운탕을 먹으니 딱 적당하게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더 먹으면 속이 안좋아질듯한 수준까지 아슬아슬했으니 이 정도가 제일 알맞은 것 같군요.
매운탕은 그리 맵거나 짜지 않고 시원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가게 사장님이 아직 많이 젊고, 서비스정신이 좋은 분이라 식사도 기분좋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밑반찬 수준은 일반 횟집이다 보니 크게 기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중요한 회의 품질은 훌륭하네요.
요즘들어 외식 횟수도 많이 줄어든데다가 회는 정말 가끔씩만 먹는 정도라서 자주 가진 못하겠지만
밑반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추천할만한 횟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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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미국서 귀국한 강군부부가 집에서 밥 한끼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강군 부모님댁이 실로 오랜만에 이사를 하셔서 집구경하려는 의도도 좀 있었죠.

원래 그랬는지 미국살면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꼬막을 만들어주겠다며 시계까지 내려다 보며 정확하게 꼬막 삶는 시간을 지키는 강군.


정확히 1분이 되자 후다닥 건져냅니다.
저렇게 입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 정도까지 살짝 삶아낸 녀석이 부드럽고 맛있다네요.
꼬막에 대한 강군의 열정과 집착에 고개가 수그려집니다?


이사하신 아파트는 그야말로 드라마 촬영장을 방불케하는 어마어마한 광경이었습니다.
몇십 년이나 된 아파트지만 당시 최고급 VIP 만을 위해 지어진 녀석이라서
리모델링을 거친 집은 뭔가 아파트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의 별천지더군요.

게다가 강군 부모님은 두분 다 예술가.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전부 강군 어머님이 그리신 것들이죠.
실내 벽돌과 함께 조화를 맞추는 목재 디자인은 모두 부모님께서 직접 계획하셨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런 곳으로 이사하게 된 이유도
아버님 서재와 어머님 화실이 필요해서라고 하시니.
대한민국 아파트중에서 이만큼 느낌좋은 곳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남의 집자랑을 이정도로 하고 술과 함께 준비해주신 횟감들을 음미하기로 하죠.
혼을 불어넣은 꼬막이라서 그런지 부들부들하고 짭쪼름한 맛이 일품입니다.
이걸 요리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시계까지 끌러가며 요리사의 정신을 보여줬으니.


강군 결혼할 때 카메라 추천해달래서 추천해준 니콘 D80 입니다.
보급형 모델중에서 이만큼 잘 빠진 녀석이 또 없더군요.
근데 와이프분이 저한테 사진찍히기를 싫어하시며 자꾸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 강군만 신나게 찍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모가 어디가서 꿀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시남...


제가 좋아한다고 개불까지 준비해놓은 준비성좋은 강군입니다.
강군 부모님과는 중학교때부터 잘 알고 지내와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군요.
중간에 강군의 고등학교 친구까지 불러서 좀 더 거하게 술을 마시며 꼬막을 뜯어먹었습니다만
그 친구분은 와이프와 두살난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일찍 자리를 떴네요.

와이프를 12시까지 기다리게 하는건 좀 후환이 두렵긴 합니다만...


대구 본가의 제 방안에도 오른쪽과 똑같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강군 어머님 첫 개인전 여실 때 선물로 저한테 주셨죠.
이런 걸 값도 지불하지 않고 덥석 가져오는 바람에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만.

제가 마음에 들었던 이 그림이 사실 어머님 작품중에 제일 인기가 많다고 하시는군요.
저한테도 예술을 간파하는 눈이 달려 있는건지도.


새벽까지 회판에 술판에 광란의 밤을 보내다가
강군 엄니께서 준비해 주신 매실차 한잔으로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이건 강군이 제 카메라 만지면서 찍은 사진인데,
과연 더블 예술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남 카메라로도 잘 담아내는군요.


도망가는 와이프분 대신에 포즈도 잘 취해주는 강군입니다.
오늘은 저희 집에서 밥 좀 먹일려고 불러놨으니 내일도 어쩌면 이런 식의 포스팅이 될지도...

근데 와이프분이 도망가서 그닥 찍을게 없고... 그냥 음식 사진이나 올라갈 것 같군요.
내년까지 열심히 하면 박사과정도 끝날 듯 한데, 한숨 돌릴만한 인생이 되면 여행이라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사하라 같이 가자면 와이프분한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여행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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