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일본 자전거 여행중 루트상으로도 자금상으로도 가기가 힘든 지역은 역시 섬이었다.

교통비가 들지 않는 자전거 여행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추가요금이 붙는 행동이니.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 '못 가본 곳 중에서 짧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섬'을 생각하니 대마도밖에 생각이 안 난다.

 

몇몇 가 본 사람 말로는 별로 볼 게 없어서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성향이 별로 볼 것 없는 곳에서 유유자적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짧은 연휴기간 어렵지 않게 저렴한 선박을 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부산역에서 항구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있으니 심상치 않은 정보가 운전사 아주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오늘 대마도 가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해서 버스도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한다고. 오늘 하루만 약 2만명 가까이 간다고 한다.

 

그 작은 섬에 한국인 관광객이 2만명이나 간다는 정보에 앞날이 심히 걱정되지만 이미 예약해 놓은 거 어쩔 수 없다.

 

막상 항구에 도착하니 또 무슨 이유인지 말도 해주지 않고 2시간 가량 출항이 연기되었다고 매표소 직원이 선고하듯 안내해 준다.

미안하다는 말 따위는 일언 반구도 없이 묵묵하게 연기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매표소를 보고 출발 전부터 기분이 나빠진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이지만 어쨌든 출발 전부터 이렇게 무책임한 상황에 직면하니 오늘 기분 좀 풀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마어마한 승객들 사이에서 지루한 대기시간을 마치고 고속선에 승차해 후다닥 대마도에 도착.

대구에서 부산 가는 시간보다 더 짧은 뱃길이라 외국에 간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선착장을 나서니 사방엔 온통 한국인 관광객 밖에 없다. 정말 많이도 왔다.

숙박이고 뭐고 아무것도 예약해 놓지 않고 덜렁 왔기 때문에 슬슬 걱정도 된다.

최악의 경우엔 그냥 아무데서나 노숙하면 되지만 어느 곳이든 붐비는 건 질색이다.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가까운 곳이고, 일본에서 굳이 이 곳에 관광올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이곳의 관광 경제는 거의 한국이 책임지다시피 하다 보니 여행도 수월하리라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제껏 대마도에 가기를 꺼려한 이유가 그것이기도 하다. 외국 여행중에는 한국 사람과 마주치기 싫다.

 

 

 

대부분이 산지라 바다와 맞닿은 풍경은 조화롭지만 그 외에 관광을 목적으로 할 만한 요소는 거의 없다.

물론 이쪽에서는 별로 남아있지 않은 몇몇 역사적 유물과 조그마한 동네 신사,

심지어 본토에서는 널리고 널린 모스버거 매장까지 지도에 표시해 놓을 만큼 관광객들을 위한 어필에 열심이긴 하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이즈하라지만 본토에서는 꽤나 시골마을에 속하는 편.

하지만 본토는 자전거가 쉽게 달릴만한 길이 대부분 해안선에서 살짝 안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굳이 찾아가지 않는 한 이 정도로 해안과 딱 붙어있는 마을을 볼 일이 별로 없다. 덕분에 조금은 신선한 느낌이다.

 

 

 

썰물처럼 관광객이 빠져나가니 항구 주변은 매우 한산해진다. 이제 좀 숨을 쉴 만 하다.

'1000년의 시공을 넘어서'라는 문구와 함께 통신사 그림이 그려져 있는 간판 하나만 봐도 이곳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섬 자체는 작지 않은 편이지만 워낙 산밖에 없어서 농업이 발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한국과의 무역이 오래 전부터 중요했었고

무역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결국 먹고 살기 위해 해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어서 교류와 침략을 번갈아가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

조선 초기부터 이 곳은 일본의 중앙정부보다 조선 조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었고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하는 묘한 공생관계가 500년 이상 이어져 왔다.

 

마냥 친근하지는 않았지만 외부 위협에 대한 적절한 완충지 역할을 해 오던 이 곳은

이제 섬의 가장 큰 수입원이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지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광객들이 살갑지만은 않다.

인과를 따지자면 한국 잘못은 아니어도 어쨌든 관광 와서 잘난척 하고 쓰레기 짓을 벌이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이 써 주는 돈과는 별개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곳.

 

 

 

관광지라고 조성해 놓은 곳도 상당수가 한국인들 입맞에 맞는 것들이라 오히려 본인에게는 별 관심을 일으키지 않는다.

일본 전역에서 가장 전쟁이 적었던 곳인 만큼 그만큼 후세에 남겨진 굵은 흔적도 적다고 할 수 있어서

역사적으로 본인의 흥미를 끌 만한 무언가는 별로 남아있지 않다.

 

덕혜옹주가 이 곳의 영주인 소우 타케유키(宗武志)와 결혼한 역사가 있어 비문 정도는 세워놓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의 관광객을 위한 자료라는 느낌이 강할 뿐 굳이 이곳에서 한국의 역사를 찾아야 할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이 정해진 탓에 상당수 한국 관광객의 루트가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본인은 그저 3일간 조용히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산책이나 하고 싶었기 때문에 여행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다.

 

 

 

나름 이렇게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소박한 그림이나 감상하며 걷는 것이 전부.

조선은 처음엔 해적질 하는 이곳 사람들을 정벌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래서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생계를 위한 약탈은 그 지역이 멸망하지 않는 한 이어질 수 밖에 없으니.

 

그래서 통신사를 파견하고 대일 무역창구로 이곳을 이용하면서부터 오랜 시간에 걸친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 곳의 영주는 조선에서 얻는 무역 이익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기에 양국의 완충제 역할을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는 듯.

심지어 임진왜란때도 전쟁을 막으려 조선에 통신사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발발 후에는 어쩔 수 없이 일본군 선봉에 서기도 했다.

역시나 전쟁 중에 많은 사상자를 내고 전후에도 무역이 끊기는 바람에 극심한 혼란을 겪었으니, 이 곳만큼 조선과 일본 양 쪽의 관계에 민감한 곳도 없었다.

 

역사라는게 다들 그렇지만 마냥 좋거나 나쁜 쪽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대마도야말로 '애증의 관계'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섬이 아닌가 싶다.

 

물론 현 한국의 돌아가는 꼴은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쁜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예외는 어디든 있지만.

 

 

 

주차된 차량 밑에 냥이 한 마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어서 담아본다.

카메라를 밑으로 집어넣어 보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 않고, 찍고 나서도 완전히 시커먼 상태였는데

다행히도 RAW 파일 촬영을 하다보니 어렵지 않게 복구 가능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사진 찍는것 까지는 그닥 개의치 않치만 더 이상 다가오려고도 하지 않는 녀석.

생각보다 어린 편인데 환경이 좋아서인지 꽤나 건강해 보인다. 오사카나 히로시마에서 만난 찌든 녀석들과는 대비가 된다.

 

 

 

조금만 걸어가면 숙소가 밀집한 번화가가 나타나니 서두를 것도 없이 관광객이 사라진 공간을 마음껏 즐긴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꽤나 구름이 많아서 찝찝했지만 가끔씩 푸른 하늘이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곤 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대마도는 여러 해류가 맞물리는 곳에 위치해 있어 어장이 매우 풍부해 낚시터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한다.

한국인 중에서도 상당수, 일본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낚시를 위해 이 곳을 찾는다는 말도 있다.

 

어업 중심의 섬마을이라면 그냥 조용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건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요즘에 와서야 상상해 볼 수 있는 배부른 이야기일 뿐이고

한 번 삶의 질이 높아진 이상 그걸 다시 되돌리는 건 역사 이래로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이 곳은 쌀을 재배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서 간신히 콩 등의 작물만 수확할 수 있었기에

조선과의 무역이 단절되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노략질을 일삼을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무역이 성행하면서 평균 수입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라 지금에까지 이어졌고

현대 역시 한국인 관광객이 주 수입원이다 보니 그 점을 포기할 수는 없다. 풍족함이란 마약과도 같아서 사람은 그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심지어 훨씬 먹고살만 한 오키나와조차 이제와서는 미군 주둔덕에 수입이 많이 생기니 그것도 괜찮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젊은층이 생기고 있으니까.

 

 

 

관광때문에 수입과 동시에 골치아픈 일도 많이 떠안았지만

여전히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라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도 모두 생생한 활기가 넘친다.

도심 한가운데 인위적으로 심어 놓은 조경수들은 뭔가 찌들어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든데 이런 곳은 알아서 잘 자란다는 느낌이 확 든다.

 

베낭 한개와 카메라 가방 하나를 짊어지고 있어서 이동은 나름 자유로운 편이라

숙소 잡을 생각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며 사진이나 담고 있지만 이제 슬슬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대마도에는 남쪽의 이즈하라(厳原)와 북쪽의 히타카츠(比田勝)가 항구를 가진 큰 마을인데

부산에서는 이 두 지역 모두에 페리가 왕복하기 때문에 관광객이 반수로 준다고 해도

2만명이라는 대인원이 이 조그만 마을의 변변치 않은 숙소가 다 커버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진짜로 노숙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슬슬 잠자리를 찾아봐야 할 듯.

그 전에 항구로 돌아가 시마토쿠 쿠폰을 구입한다. 대마도 관광에서는 빠지기 힘든 아이템.

관광에 의존하는 이 곳 특성상 소비를 증진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이 쿠폰북은 5천엔을 주고 구입할 수 있다.

5천엔 짜리 쿠폰북 안에 1천엔 짜리 쿠폰이 6장 들어있어 사실상 1천엔을 서비스하는 셈.

 

물론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반드시 1천엔 이상 소비시에 사용해야 한다.

다행히도 초과 금액은 현금으로 지불 가능하니 이 점만 유의하면 저렴한 관광이 가능하다.

어차피 대마도엔 쇼핑하러 오지 않는 이상 물건 살 게 별로 없지만

상대적으로 숙박비가 비싼 곳이고 어지간한 숙박지에서 이 쿠폰을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1만엔을 내고 쿠폰북을 2권 구입한다.

 

단체 관광객의 경우엔 숙박비를 지불한 뒤일테니 1권만 있어도 이 곳을 즐기기엔 충분한 양이다.

 

 

 

바다위에 동동 떠다니는 귤이 많이 불어있다.

주변에 뭔가 날아다니고 있는 걸 보니 저렇게 소금에 찌든 녀석이라도 뭔가 흡수할 게 남아있나 보다.

 

 

 

날씨는 덥지만 하늘이 좋아질 때면 카메라를 들어 주위 풍경을 담으며 걸어간다.

평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라 적지 않은 집이 산 위로 슬금슬금 올라가는 풍경이다.

부산이나 나가사키와 비슷하지만 이 쪽은 그 둘에 비하면 사실상 평지가 없는거나 마찬가지.

 

요즘엔 이쪽 지역 삼나무가 크고 튼튼해서 본토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수백 년 전엔 정말 먹고살기 힘들었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수가 없다.

 

 

 

홀로 여행의 즐거움이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행자의 심기 살필 필요없는 느긋함에 있다고 본다.

이곳은 몇 안되는 관광지도 오후 5시 정도만 되면 거의 문을 닫아버리는 깡촌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재빨리 숙소로 이동해 짐을 풀고 서둘러 길을 나서기 때문에 이미 이 부근엔 관광객이 한 명도 없다.

 

본인은 처음부터 목적이란 게 없이 거니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이 곳에 왔기 때문에

밤이 되면 미친듯이 불탈 오징어잡이 어선의 전구를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좀 더 대인 친화력이 강한 성격이었다면 아마 새벽 오징어잡이에 함께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것만큼은 여전히 힘들어서 그냥 이렇게 소심하게 사진이나 남기며 구경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떨어진 지 오래 된 듯한 자전거가 바다 속에 쳐박혀 있는 것도 신기한 볼거리.

새들 부분은 썩어 없어진 건지 누가 빼 간건지 모르겠지만 사라져 있다.

 

저런 모습만으로도 온갖 추측이 머릿속에서 난무한다. 처리하기 싫어서 버린 건지 우연히 빠졌는데 건지기 싫었던 건지.

고무는 왠만해서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좋지 않을 듯 한데, 일본에서 이렇게 바다에 빠진 자전거 보는 것은 처음이다.

 

자전거하고는 나름 인연이 깊은 편이라 저렇게 본연의 목적에 벗어나 처박혀 버린 녀석을 보고 있으면 살짝 마음이 찡하다.

1년간 12000km 가까이 120kg 가까운 무게를 짊어지고 달려주었던 본인의 자전거는

펑크 한 번 나지 않고 타이어 교채 한 번도 없이 그렇게 달려주고도 여전히 현관 앞에서 조용히 대기중이다.

 

언젠가 분명 다시 한 번 그 자전거로 긴 여행을 떠날 날이 오겠지만 그건 꽤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일 듯.

그 때 다시 새들에 앉으면 2010년의 그 기억이 세포속에서 슬금슬금 깨어날 것이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긴 하지만 역시 일본은 일본인지라, 없는 공간에도 소박하게 꾸미는 습관은 여전한가 보다.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주택가를 거닐어도 현관 근처에 인형이다 꽃이다 해서 장식하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라

이곳에서도 해풍의 영향을 받아가며 언뜻 난잡해 보이지만 소박하게 꾸며놓은 모습이 정겨운 느낌이다.

 

주택에 살았다면 본인 역시 저렇게 해 보고 싶지만 아파트에서는 식물들이 그렇게까지 생기가 있지 않아서 한계가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

별장용으로 쓰고 있는 시골의 초가집 옆에는 각종 야채가 알아서들 신나게 자라고 있어서

틈나면 가서 뜯어와 쌈싸먹고 하는 것이 소소한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이즈하라 시내는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워낙 좁은 거리다 보니 단차를 만들어 놓으면 되려 공간 활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듯.

 

이런 시골이라도 도로 깔끔한 것은 여전해서 걸어다니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본의 투기 쓰레기 문제는 마을 안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잇는 산간도로 사이가 진짜 골치덩이.

장거리 트러커들의 숙식 찌꺼기들이나

재활용품이라며 마을에서 수집한 쓰레기들 중 돈 될 녀석들만 골라내고 나머지를 산간도로 옆에 던져버리는 악덕업자들 때문에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자전거 여행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는 한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그 모습을 보면 일본도 안되는 놈들은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랄까 이곳 대마도는 큰 공장도 없고 트러커들도 없어서 산간 도로 주변이라도 그런 쓰레기는 없으리라 예상해 본다.

 

 

 

규모는 작지만 어쨌든 관광으로 먹고사는 마을이다 보니 마을 정비에도 힘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모든 것이 낡았지만 관리만큼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 이건 한국처럼 모든 것을 새것으로 바꾸면서도 관리는 개판인 것과 정 반대다.

 

작은 마을 둘러보기란 이렇게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떤 정성을 들여서 마을을 가꾸고 있는가를 살짝살짝 엿보는 것에 재미가 있다.

보여주기 위한 모습보다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이 여행의 재미인데, 사실 이 곳은 그 재미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고.

 

 

 

호텔이라고 이름붙이기가 어색할 정도로 낡은 건물들이 몇 군데 보인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누워 쉴 만한 호텔이 어디 있을까 둘러본다.

대마도는 본토에 비해 호텔이 비싸고 시설 낡았기로 유명한 곳이라 만족하기는 좀 힘들겠지만.

 

괜찮다 싶은 리조트형 호텔은 나같은 홀로 여행자들이 도달하기 힘든 언덕배기에 위치해 단체로 손님을 실어나르는 구조라

아무래도 본인과는 인연이 없다. 그냥 대충 이 곳 시내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십여 명쯤으로 구성된, 총천연색 등산복을 입은 중년 관광객 무리가 어딘가의 골목에서 튀어나와 이동중이다.

인솔자로 보이는 사람을 따라 어디론가 서둘러 가고 있다. 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숙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중인 듯.

한국 사람들 돌아다니는 수를 보니 잘못하면 농담이 아니라 숙소 못 잡고 노숙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속도를 올려서 숙소를 찾아보기로 한다. 호텔이라 붙여놓은 건물 대부분이 도저히 호텔로는 보이지 않는 수준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