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느끼고 싶은 일본적인 특색이 무엇일까.

일반적인 한국인과 비교하면 일본과 많이 친숙하다 보니 이제 슬슬 타국 여행에서 바라는 무엇인가가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이라도 쿠라시키 등 일본적인 특징이 확연히 남아있는 곳에 간다면 눈이 즐겁겠지만

이곳 대마도의 이즈하라는 일본이라 느끼기엔 너무나 평범하고 평범한 곳이다보니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다.

 

사진을 담으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렇게 작은 바닷마을이 그래도 관광객을 위한 여러가지 소소한 치장을 한 깔끔한 곳이라는 특징 정도가

내가 지금 외국 여행중이구나 하는 마음속 위치를 다잡아주는 요소인 듯 하다.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날벌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음과 동시에 형이상학적 존재에 대한 열망 등을 불러일으키는 시적 존재라지만

그런 짓을 하는 건 벌레 뿐만이 아닌 듯 하다. 저 높이 다리 위에서 멀쩡히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이 기어코 다리 밑으로 가지를 뻗어

결국에는 그 몸을 담궈 죽어버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마을을 가로지르는 이 물은 담수인지 해수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높이를 생각했을 때 소금이 안 섞여있지는 않을 법 하다.

물론 소금물이든 맹물이든 저렇게 물 속까지 가지를 뻗어버린다면 어느 쪽이든 살아남긴 어렵다.

 

마지막 남은 것인지 남들보다 먼저 핀 것인지 멀리서 당겨찍은 사진으로는 분간이 어려운 꽃 한송이가

수면이 올라옴직한 높이 아슬아슬하게 피어 있다. 물 속으로 전진하는 나뭇가지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저 물과 만나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 하나만으로 중력에 순응한 것인지. 그렇다고 해도 그건 제삼자가 어리석다고 비웃을 일은 결코 아니다.

 

 

 

골목을 조금 지나면 이곳 이즈하라에서 가장 큰 도로가 나온다. 호텔다운 호텔도 그 부근에 있을까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은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눈 가는데로 카메라 셔터를 놓지 않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참 태평스럽다.

 

거진 깡촌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낡고 조그만 집들이지만 가끔 꽤나 깔끔하고 덩치가 큰 녀석들도 보인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주택은 아니고 어떤 용도를 가진 건축물이지만, 단정한 돌담 사이사이에 아름답게 흔적을 남긴 나뭇가지가 운치를 더해준다.

제주도의 돌담은 장인 수준의 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흉내도 내지 못할 자연 미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데

조금 밋밋한 사각형 바위가 잃어버리기 부드러움을 매꿔주듯 자라난 나뭇가지들이 나름 멋을 내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언뜻 보기에 이즈하라에서 가장 좋아보이는 호텔로 들어가 빈 방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만실이란다.

혹시나 했지만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지니 좀 곤혹스럽다. 프론트의 할머니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은 손님들이 정말 많이 왔다고 하신다.

하긴 오늘 하루만 한국에서 2만명이나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했지만.

 

부산에서 대마도로는 남쪽의 이즈하라, 북쪽의 히타카츠 두 군데 선착장에 도달하니 반을 뚝 자른다고 해도 이 조그마한 마을에 약 1만명의 관광객이 돌아다니고 있는 셈.

자전거를 들고 단체로 탑승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많이많이 줄인다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 감당하기 쉬운 수는 아니다.

 

이제는 괜찮은 호텔도 필요없으니 왔던길을 돌아가서 허름해 보이는 호텔로 무작정 들어간다.

바닷바람과 햇빛에 그을린 아저씨가 프론트에 서 있는 호텔로 들어가 빈 방을 물어본다.

무슨 일인지 한동안 고민하던 아저씨는 내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할 즈음 '딱 하나 남아있긴 하다'고 말해 준다.

뭣 때문에 그렇게 망설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텔 경영 방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다.

 

1층 로비가 내 방보다 더 작은 호텔이지만 1박 요금이 6천엔이라고 한다. 도쿄 한가운데서도 6천엔이면 왠만한 비지니스 호텔은 다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은 앞서 언급한 시마토쿠 쿠폰을 거진 구입하는 편이고 숙박업소는 대부분 쿠폰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는 6천엔보다 싸게 묵을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요금 자체를 그런 사정에 맞춰서 높게 잡아놓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썩 달갑진 않지만 어쨌든 노숙은 면했으니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일본에서 1년간 자전거 여행을 하며 1주일에 한 번은 호텔로 들어간 본인 입장에서 이 가격에 이런 방은 처음 본다.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10인치쯤 되는 아날로그 TV에 냉장고 따위는 없이 얼음물이 담긴 보온병 하나.

 

침대에서는 노숙자라도 묵다가 방금 뛰쳐나갔는지 심히 역겨운 노폐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진지하게 이 정도라면 며칠동안 시트를 갈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더운 날씨다 보니 그래도 에어콘만은 달려있는 게 반갑기는 하다. 에어콘 없는 숙박시설도 많이 가 봤으니 그래도 이 정도라면.

 

 

 

대마도쪽 숙박시설이 좋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물론 단제로 오거나 자금을 넉넉하게 쓴다면야 꽤나 괜찮은 곳을 구할수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곳은 나같은 도보 여행자가 가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대마도는 관광 자원의 절대 다수가 한국인인지라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한국인 관광객이 딱 끊기자

이곳은 본토와는 관계없는 곳이라고 대마도 시장이 직접 부산을 찾아 여객선의 운항 재개를 요청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관계일수록 민족이 다른 두 나라의 뗄 수 없는 관계에서는 조금씩 갈등이 빚어나오게 마련.

한국 관광객의 추태에 진저리를 치는 주민도 있고, 본토 사람들 레벨까지 대접해 줄 필요는 없다는 인식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한국 관광객이 많은 날에 오고싶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근래들어 최대 인원이 오는 날이 되다보니 여러가지로 심란하다.

호텔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달리 갈 곳도 없고, 호텔 사장 역시 나 하나쯤 없어봤자 이미 객실 회전율은 그를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자전거 여행중이었다면 사실 저 정도 수준에 머물 필요도 없이 텐트 쳐 놓고 누워 자는게 훨씬 편할 듯.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걸로 후회해 봤자 소용없으니 해가 지기전에 마을 구경이나 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선다.

일단은 이 곳이 이즈하라의 중심지. 이마트의 절반도 안되는 크기의 슈퍼 '티아라'가 위치한 곳이다. 대마도의 유일한 현대식 쇼핑센터.

편의점도 없는 곳이지만 이 쇼핑센터에는 무려 모스버거가 입점해 있다.

 

 

 

물가는 확실히 싸고 시마토쿠 쿠폰도 사용할 수 있으니 저녁거리 푸짐하게 싸들고 돌아가기엔 충분한 곳.

1층 외곽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서 들어가 본다. 내일 니이(仁井)를 거쳐 히타카츠(比田勝)로 갈 예정인데

외국인 여행자는 1천엔에 버스 프리패스를 구입할 수 있으니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그냥 타면 3천엔이나 하니까 무조건 이득.

 

인포메이션 센터로 들어가 프리패스를 어떻게 구입하느냐고 묻자 40대를 조금 넘어보이는 여성이 친근하게 일어서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센터를 나와서 10m 정도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조그만 버스센터가 있는데 거기까지 함께 걸어가서 안내를 해 줬다.

이건 과잉 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나로서는 매우 고마울 따름. 친절한 사람은 역시 친절하구나 싶다.

 

 

 

프리패스를 구입 후 마음은 홀가분해 졌지만 사실 오늘 일정은 완전히 엉망이다.

대마도는 어쨌든 번화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관광지 중에서도 영업을 일찍 끝내기로 유명한 곳인데

여객선이 예고도 없이 2시간 넘게 지연되는 바람에 히즈하라에 도착하고 나니 여행할 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입장료는 내고 들어가 볼 만한 곳은 별로 없어도 이즈하라에 위치한 반쇼인(万松院)이라는 사찰은 한 번쯤 들어가 봄직 한데

개장시간이 6시 까지라 아무래도 재 시간에 도착은 어려울 법 하다. 지금 벌써 5시 반이 넘었으니까.

그래서 평소 하던대로 마을 풍경이나 담으며 산책 겸 반쇼인 쪽으로 걸어가 본다. 어차피 그러려고 온 것이니.

 

 

 

일본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돌로 엮어 만든 지붕'이 있는 가옥이 이곳 대마도에 남아있다는 말을 들어서

걷는 중간에 보인 관광안내센터에 들어가 물어보니 그건 이즈하라에는 없고 자동차로 1시간쯤 가야 하는 어느 마을에 있다고 한다.

단 3일간의 여행이고, 내일은 니이와 히타카츠로 가는 것만 4시간 넘게 소모될 터이니 아무래도 구경은 무리인 듯 하다.

 

대마도는 여행하려면 렌트카가 필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확실히 여행을 즐기려면 꼭 필요할 것 같다.

버스로는 이동성이 너무나 제한되고, 하루에 몇 코스 운행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4~5일간 느긋하게 시간 들일 곳도 아니고.

반쇼인으로 이동중에 뭔가 굉장한 대문이 보인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저곳을 많이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아주머니들이 곁을 지나가며 '저 안에 덕혜옹주 기념비가 있대'라고 대화하는 것을 듣고 저기가 거긴가 싶었다.

혼란스러웠던 역사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덕혜옹주는 이곳의 번주인 소우 타케유키(宗武志)와 결혼하며 사실상 유배된 조선의 왕족.

결혼생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전해지지만 유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녀는 결국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이 겹쳐 훗날 이혼까지 당하게 된다.

죽기 전 한국으로 돌아와 몽롱한 정신에도 창덕궁에 돌아왔을 때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눈물을 흘렸다고.

 

영화 '마지막 황제'도 그랬지만 부조리한 역사 속에 휘말려 불행한 인생을 보냈음에도 결국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진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 덕분에

그나마 아련하지만 마지막 위안을 얻고 떠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절대로 노리고 심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역사의 흔적이 남은 곳에서 수국을 보면 힘들었던 근대 한국의 애상이 떠오른다.

오세호 작가가 무려 일본에서 연재했던 만화의 제목이 '수국 아리랑'이어서 그런가.

실제로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국이 있긴 한데, 어차피 일본이 원산지이던 꽃을 개량한 것이라 별 의미는 없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저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본인은 비석에 관심이 없다.

어차피 한국인 관광객용으로 만들어 진 것인데다가 저 안에 있는 비석은 덕혜옹주와 소우 타케유키의 결혼기념비이기 때문에.

 

 

 

길을 쭈욱 걸어가면 끝에 반쇼인이 나온다. 어차피 들어가는 건 포기했으니 천천히 경치 구경이나 하며 걷는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크게 유명한 곳도 아니라 마을이 깔끔한 것도 아니고 그다지 볼거리도 없는 이즈하라지만

공장같은 거 없이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만큼은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 산책하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날씨가 시원한 편은 아니라 땀이 흐르긴 해도 햇살이 기분나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공기는 신선하다.

자연의 건강상태는 흐르는 물 근처의 식물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저분한 하천 주위의 식물이 그렇게 힘겹고 흉하게 보인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다.

이곳은 이렇게 걷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를 만큼의 가치가 있다.

 

 

 

이즈하라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대마도라는 섬 자체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제주도의 1/3이나 되는 크기라서 거진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실감나기 힘들기도 하고.

대부분이 산지라서 그런지 마을 주변의 초목들도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기본적으로 주변의 풀이나 나무들이 모두 만족스러울 만큼 싱싱하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오염이 심한 도시에 인위적으로 박아놓은 조경수들과는 다른 느긋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걷다보니 아주 강력해 보이는 거미집을 볼 수 있었다.

보통 거미집 하면 생각나는 그런 모양과는 달리 상당히 빡빡하게 지어놓아서 철옹성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탱글탱글한 거미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데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손으로 잡기에는 좀 무서워 보인다.

 

며칠만에 지은 집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사람이 한동안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것도 충분히 볼거리니까.

 

 

 

자전거 여행 덕분에 매우 익숙해진 일본의 시골 풍경이지만

보통 대도시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여행자들에게는 꽤나 생활감 넘치는 풍경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법 하다.

대마도가 일본인 쪽에서 봐도 굉장히 시골이라 외국인 입장이라면 도보로 이동 가능한 범위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반쇼인 쪽으로는 이미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시간이라 이 주변은 거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침부터 KTX 타랴 항구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랴 배멀미로 고생하랴 시끌벅적했던 터라 비로소 조금씩 여행의 위안을 얻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무슨 성터라는 곳이 모습을 드러낸다.

뭔가 재건공사 비슷한 것을 하고는 있을 듯 한데, 사실 남아있는 흔적이라곤 이 돌무더기밖에 없다.

이곳 예산이 엄청 풍부하다면야 터를 중심으로 뭔가 세울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힘들 듯.

 

이곳 주민들도 나름 역사의 흔적을 다시 세워서 고장의 지표로 세우려고 노력을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울릉도보다도 한참 더 외진 곳이니 역사적으로도 크게 내세울 만한 흔적이 부족하긴 하다.

 

 

 

일단은 반쇼인에 도착하긴 했다. 역시 문은 굳게 닫혀있다.

마지막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국인 그룹이 차를 타고 이 곳을 빠져나가고 있다.

아쉬움은 없다. 어차피 대마도 여행은 뭔가를 보러 온 여행이 아니다.

 

이 곳만큼은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공을 들인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대마도 사람들에게 중요한 곳이었기에

꾸며진 관광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저 대문도 1600년대 모모야마 양식으로 지어진 대마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양식이다.

물론 화재로 여러 번 소실되었고 지금은 그냥 그 양식으로 재건해 놓은 것이지만.

 

 

 

대문 너머에는 대나무가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다.

실제로 이곳의 볼거리는 돌계단을 한참 올라가서 번주들의 묘소 쪽에 서 있는 삼나무이지만

어차피 볼 수도 없고, 삼나무라 하면 마음의 고향 중 하나인 키소(木曽)에서 눈이 빠지도록 구경했으니 아쉽지는 않다.

 

초여름이라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폐관 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는 면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을 주욱 올라가면 대마도 번주였던 소우 가문의 묘소가 나온다.

돌계단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밤에 올라갈 수 있다면 더욱 분위기가 좋을 법 하다.

여행 첫날이 대게 그렇지만 배멀미에 고생하다 보니 체력도 많이 깎이고 해서

개장시간 내에 도착했더라도 여기를 올라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을 해 봐야 하는 지경.

 

오히려 이렇게 폐장되고 나니 홀가분하게 사진이나 담고 마음에 남긴 것 없이 돌아갈 수 있을 듯 하다.

 

 

 

저 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사찰이 있고 조선통신사 유물도 전시해 놓았다고는 하는데

더 들어갈 수가 없으니 그냥 정겨운 풍경만 남기고 돌아선다.

 

일단 입장료를 받는 관광 명소인데, 앞에 위치한 건물이 너무나도 일반적인 주택의 분위기를 풍기기에

혹시 여기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냥 저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돌담 하나는 잘 지어 놓았다는 느낌이다.

한국과 비슷해 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일본은 나무의 종류와 형태가 한국과 많이 달라서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왼쪽 위에 보이는 삼나무는 일단 한국에 생식하지 않는 녀석이기도 하고, 저런 나무를 신성시한 일본은

한국보다 직선의 미를 살리려는 경향이 있어서 나름의 독특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한다.

결국 위로 거슬러 가다보면 미세한 자연 환경의 차이에서 그 민족의 문화 전체가 갈리는 것이니까.

 

반쇼인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푸르던 하늘이 식어가고 있다. 식어간다기 보다는 오히려 홍조를 띄우는 느낌이지만.

어차피 이 시간이면 딱히 더 찾아갈 곳도 없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건 언제나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된다.

아마 이런 곳보다 이즈하라 시내의 평범한 민가들에서 셔터를 누를 기회가 더 많으리라 확신하며 왔던 길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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