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이어 오늘 아침에도 계속 울음소리가 들리길래 다시 바깥을 봤더니

공동주택 옥상에 새끼고양이가 끈으로 묶여있네요. 어제까지만 해도 안보였는데 누가 발견했나봅니다.
2~3개월쯤 되어 보이고 건사료 정도는 먹기 시작한 정도의 새끼네요.

서둘러 공동주택 옥상으로 가니 빨래를 널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계셨고,
그 옆에 어린 딸들이 '고양이를 괴롭히지 마세요' 라고 쓰여진 종이를 붙이고 있더군요.

새끼고양이는 거의 패닉상태로 웅크려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씀을 정리해보니, 제가 밤에 봤던, 젖이 부어있는 얼룩고양이가 이녀석들의 어미가 맞고

옥상에서 놀다가 사람이 오면 배수구멍으로 도망가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5마리 중 2마리가 옥상 위에서 죽은 체 발견되고, 그 즈음부터 밤마다 새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는군요.

새끼 울음소리가 시끄러웠는지, 누가 잡아서 옥상에 매달아 놨다고 합니다. 사람이 없을땐 어미가 곁에 온다고 하는데 줄을 못푸니 어쩔수 없었겠죠.

그대로 두면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 듯 해서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옮겨왔습니다.
고양이 소리때문에 주위에서도 시선이 좋지 않은듯 하고,
이 지역은 고양이 밀집도가 매우 높아서 5마리의 새끼를 전부 키우는건 무리인데다, 어미한테 데려다 줘도 어차피
지붕을 포기하진 않을테니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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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끊고 새끼를 안을때, 이녀석이 무지하게 반항해서 거하게 물리고 긁혔습니다.
목숨을 걸고 전력을 다해 문 거라서 피가 똑똑 떨어질 정도로는 다쳤군요. 어미가 이렇게 물었다면 손가락뼈 뚫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 별거 아니죠. 장비도 없이 급하게 구조한거라 이 정도 다치는건 예상하고 갔으니까요.

집에 데리고 왔지만 여전히 새끼는 패닉상태라 구석에 박혀있습니다. 간단한 사료와 모래를 사들고 돌아오니 이제는 군화속에 쳐박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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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내느라고 고생했습니다. 끈을 풀고 등쪽을 살금살금 잡아끌어서 20분만에 간신히 끄집어내고, 군화는 창고에 처박았습니다.

길냥이다보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저도 역시 마음이 아프네요. 어미한테 돌려주고 싶지만 그러다가 어차피 이녀석도 죽을 확률이 아주 높아서..

지금 기르고 있는 나머지 2마리의 새끼라도 별 탈없이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물, 사료, 모래는 비치해 놨지만 여전히 구석에 쳐박혀서 아무것도 손대지 않네요. 며칠은 더 있어야 긴장이 풀릴듯.

사람에게 적응할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서둘러 입양처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그러지 않아도 오늘내일 중으로 구청에 신고하려고 하셨다는데, 보호소에 간 냥이의 80% 이상은
한달 뒤에 안락사하는 터라.. ㅡㅡ;

고양이 기른 경험이 있거나, 지금 기르고 계신분, 입양희망자는 리플부탁드립니다.
새끼가 안정되면 인터넷 까페에도 정식으로 입양요청을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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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지금은 박스안에 들어가 있군요. 여전히 경계중이지만 이제 만져도 물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