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적었던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어제도 밤새도록 들렸습니다.

어미 울음소리도 같이 들렸는데, 새끼 울음소리는 동네가 떠나가던 지난번과 달리 거의 기어가는 목소리였습니다.

어제 새벽 4시까지 찾고 찾았지만 낮엔 울지 않고 밤에만 우는 터라, 아무리 찾아도 으그렁거리는 어미 외에는 찾을수가 없더군요.

참 서글프긴 하지만 아마 목소리로 봐서 그 새끼는 오래 살지는 못한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씨가 유난히 좋은 터라 카메라 챙겨 밤중의 소리나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언덕 너머 주택가의 좁은 뒷마당에 어미가 있군요.
사진엔 안나왔지만, 어린 새끼 두마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새끼는 절 보고 바로 숨었고, 어미는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새끼를 찾은게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 그 어미는 제가 가기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계속 어제처럼 구슬프게 울고 있었어요.
옆에 있던 두마리는 잃어버린 새끼가 아닐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이 지나가기는 매우 힘들 정도의 틈새 사이에서 빼꼼이 절 쳐다보는 새끼.
야생에서 3마리 새끼 중 2마리가 살아남는다면 그리 나쁜 경우는 아니라는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3일 연속으로 꺼져가는 새끼의 울음소리를 밤새도록 듣고 있으니 견디기 쉬운 일이 아니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미고양이과 새끼들은 저 창고 속에서 서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양해를 구하고 주택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어미가 새끼를 찾지 못하는 이상 제가 찾을수 있을리가 없죠.

소리는 그렇게 가까이서 들리는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빠질만한 하수구도 안보이는데 말이죠..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쪽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요즘 아파트 단지 내의 다른 길냥이들의 근황은 어떠신가 해서 아파트 내부를 한바퀴 둘러봤습니다.

수풀 속의 저 고양이는 저와 안면이 있는 쓰레기통 옆의 고양이가 아닙니다. 홈피에선 소개한 적이 한번도 없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젠 겁 덜먹게 하고 사진 찍는 법도 몸에 익혔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 내주는군요.
그동안 쨍한 날에 a700 들고 나간 적이 별로 없었는데, 속칭 칼번들이라 불리우는 칼짜이즈 16-80 렌즈의 성능이 간만에 발휘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녀석은 꼬리 끝부분이 90도로 접혀있습니다. 균형잡기가 힘들었을텐데 용케 잘 자랐군요.
서식 영역이 그리 좋은편은 아닙니다. 사람 왕래가 잦고 먹을건 별로 없는 곳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름이라 나비나 날파리들이 날아다니는 것에 관심을 보입니다. 고양이는 겁도 무지 많지만 그만큼 호기심도 대단한 생물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파트 입구 앞에서 아예 푹 퍼질러 자는 고양이와도 만났습니다. 이곳은 올해 1월, 밝게 빛나는 트리 속에서 고양이가 잠자던 그곳입니다.
미안하게도 셔터소리에 잠이 깨서 다른곳으로 도망가 버리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여기. FZ18 로 찍은 최초의 야간 고양이 사진이군요. 노이즈가.. ㅡㅡ; (참고로 저 고양이도 아직 잘 지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쓰레기통 위치상 저하고 가장 가까운 탓에 자주 만나는 그 길고양이도 찾아갔습니다. 여전히 정원 속에서 자고 있군요.
찾아가서 깨우니 귀찮은 표정.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숨은 길냥이 찾기. 이렇게 있으니 하루종일 뻗어 자도 저처럼 길냥이 찾으러 눈이 벌겋게 된 사람 말고는 눈치 못채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도 간단한 사료와 맛살을 준비했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눈치를 잘 못채길래 따뜻한 물을 부어서 냄새가 잘 풍기도록 했죠.
덕분에 오늘은 금새 눈치 챕니다. 그런데 제가 앞에 있어서 그런지 좀처럼 다가오질 않는군요. 아예 관심없는 듯이 눈을 돌리기까지..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길냥이에게 먹을것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죠. 결국 몸을 일으키는걸 보고 살짝 뒤로 빠져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한입을 먹기까지는 정말 경계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릇에 손을 대려 하자 캬악거리며 화내는걸 보니 먹고는 싶은 모양..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먹는데는 개도 안건드린다는 속담을 충실히 적용시켜서 멀리 떨어져 찍느라 뷰파인더도 보지 않고 찍었습니다.
여러장 찍어서 간신히 괜찮은 컷을 한두 장 얻었군요. 이럴땐 라이브뷰 기능이 필요한데..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 먹고 나자 지딴엔 잘 먹었다는 인사인지 일부러 담장 앞까지 다가와서 잠시 딴청피우다가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아파트 길냥이들로 냥이극장 찍어도 될 정도로 다사다망(?)하게 살아가는 녀석들이네요.

아직도 가끔씩 새끼 잃은 어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서 기분이 어두워지지만.

나머지 새끼들이라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