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대구의 한 문화센터에서 공연이 있었습니다.
어느 특수학교 교사분의 정년퇴임식과 함께 열린 공연이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연이었죠.
그 교사분께서는 수십 년 동안 청각장애인들로 이루어진 팀과 함께 공연을 해 오셨죠.
이쪽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팀인데, 처음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제 해외에서도 공연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지도를 쌓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교사분께서는 은퇴하신 후에도 계속 이 쪽 활동을 하시겠지만
일단 40년간 몸담은 교정을 떠나시는 터라 이번 공연은 여러가지로 감회가 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청각장애라고 해서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는 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일반인들도 하기 힘든 무용을 음악에 맞춰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은 놀라울 뿐이네요.
음악의 진동과 수화의 도움만으로 무용을 소화해 낸다는 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는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번에는 퇴직 기념으로 재직하시던 학교의 학생들도 실력을 뽐냈습니다.
이 아이들은 청각 장애가 아닌 정신 지체를 겪고 있어서 어설픈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 곳은 공연 수준을 판단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공연을 보는 내내 감탄한 일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음악에 맞춰 저런 움직임을 보여주는건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본다면 이 분들이 청각장애라는 사실을 아는 분이 거의 없을 정도였을겁니다.
공연 중반엔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님과 제자들이 지원사격 나섰습니다.
물론 이 분들이야 프로급 실력이니 공연팀과 비교하는건 무리겠지만,
그런걸 생각하며 보는 공연이 아니니까요.
공연 후에 정말 청각장애가 맞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호흡을 잘 맞추시더군요.
출연자들뿐 아니라, 공연 자체가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주선된 자리인 만큼 이 분들의 동작 하나하나에도 수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분들이 펼치는 향연을
귀가 들리지 않는 분들이 관람하는 모습은, 정상인인 제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아마 이곳에서는 저보다 그분들이 공연을 더 잘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체적으로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곡이 많았는데
중간중간 이렇게 활발한 댄스도 섞여있어서 공연의 분위기를 더해 줬네요.
보면 볼수록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일반인들도 저렇게 하기는 힘들죠.
결국 우리는 그분들보다 조금 더 노력을 하지 않을 뿐인가 봅니다.
전통음악이 나올때는 어딘가 한국인의 정서라는 '한'이 베어나오는 것 같아서 진지해지는 느낌이었네요.
마지막 안무는 제가 좋아하는 엔리오 모리꼬네 옹의 'Gabriel's oboe' 와 함께했습니다.
영화의 내용과도 잘 맞는것 같아서 뿌듯하다가도
사실 영화 내용은 카톨릭에 대한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 조금 갸우뚱 하기도 했네요.
전체적인 주제는 절망 속의 희망이니 틀린 건 아니라고 봅니다.
상당히 긴 안무였는데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람은 노력하면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2시간 남짓한 공연의 피날레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선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오늘의 주인공께서 무대인사를 위해 올라오시더군요.
이런 공연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해 왔을지 보지 않아도 선할 정도였습니다.
몸담으셨던 학교는 떠나시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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