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날.

어차피 공항에 가야 하기 때문에 돌아다닐 시간이 별로 없어서
오늘은 아침에 잠시 호텔 근처를 산책한 후 고궁박물관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게 끝입니다.


이미 숙박비에 포함된 호텔 조식은 맛이 개떡같아도 꼭 본전 찾는다는 굳건한 의지로
줄창 토스트에 햄하고 계란만 말아먹으면서도 배는 채웠습니다.
싸구려 호텔이라 한국인들 입맛에는 도저히 맞을 것 같지 않은 전통 중국요리 조금조금 올려놔서
토스트 이외엔 전혀 손이 가지 않더군요. 토스트 없었으면 정말 안먹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을 끼고 흐르는 연기 폴폴 피어오르는 시냇가를 감상하며 조금 걸었습니다.
우유빛깔 유황온천수가 흐르는 모습도 신선하네요.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을 듯.


짐챙기고 고궁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곳 워낙 열심히 둘러보느라 정작 대만에서 가장 유명하고, 반드시 가 봐야 할 곳 NO.1로 뽑히는 이곳은
부족한 시간과 바닥난 체력으로 인해 정말 후다닥 둘러보면서 맛만 보는데 그치고 말았군요.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박물관답게, 장제스가 중국에서 가져온 국보급 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라 카메라는 밖에서 경치 찍는데만 쓸수 있었네요.

플래시 터트리지 않으면 별 문제 없어보이는데...
일본도 그렇고 사진 찍으면 문화재로서의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어이없는 발상을 하는 아시아국가들이 많죠.


뭐가 어찌됐든 박물관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고, 전시된 예술품들은 솔직히 한탄스러울 정도입니다.
한국 문화제도 세계에 자랑할만 하다고 열심히 선전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과거 중국의 국보급 문화재들을 보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저 깨갱거릴수 밖에 없을 듯.

개인적으로 중국을 상당히 싫어하는 쪽에 속하지만 과거 그 대륙을 휘어잡았던 능력은 부정할 수 없네요.

사실 이곳에서는 대륙의 기상이라기 보다는 거의 수천년 전의 오타쿠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굉장히 세밀한 조각상이라던가, 화려한 장식품들이라던가... 하는 짓은 예전이나 요즘이나 별로 바뀌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예전엔 신분과 지위격차로 인해 공예가들이 정말 목숨걸로 그것에만 파고들었으니 퀄리티가 좋은 정도랄까요.
중국이라면 뭐든 크고 남성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기 쉬운데, 문화재들을 보면 굉장이 여성스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카메라에 대고 인상쓰고 힘준다고 사진이 화들짝 놀라 화면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깔끔해지진 않아요.


크게 마음에 드는 물건은 없었지만 양가 부모님 드릴 선물도 여행 중간에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전 일어 원서나 싼거 있으면 좀 사가려고 했지만 한 권도 못건졌네요.

고궁박물관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든든한 체력과 최소 4시간 이상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번엔 거의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미친듯이 둘러본 탓에 그냥 훗날을 기약하는 원동력으로만 삼을 정도의 구경밖에는...


택시타고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가려니 운전수가 서툴 영어로 공항까지 갈테니 얼마얼마 달라고 꼬십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한국 환율을 생각하면 크게 비싸지 않았지만 대만돈으로 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좀 더 깎으면 가겠다고 하니 그냥 포기하고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데려다 주더군요.

이런거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대만여행 마지막 순간에 우울해졌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니 KTX 타고 대구 내려갈 시간이 없어서 그냥 서울 집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전 2주후에 일본 가야하기 때문에 내려가지도 않았고, 형님부부는 어쩔 수 없이 하루를...
형님은 대구의 편안한 자기 집에서 둘이 오붓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어떻게 해서든 내려가고 싶은 눈치였지만. ㅡㅡ;


어쨌든 다음날 형님부부는 아침에 쐥하니 내려갔습니다.
형수님 몸이 조금 안좋은 것 같았는데 괜찮았는지 모르겠네요. 상당한 강행군이었으니 몸살쯤은 나 주는게 센스.

짧은 여행이라 원하는거 전부 보진 못했지만 상당히 속이 알찬 여행이었습니다.
환율이 좀 더 내려가고 하면 한 번쯤은 더 가보고 싶은 곳이었네요.
살다보면 또 기회가 있겠죠.

간식거리가 많고 그리 비싸지 않아서 행복한 대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