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지상철인 뚝섬역 근처라서 먼지가 아주 대단합니다.

물맑고 공기좋은(?) 시골에서 살다 온 저로서는 이런 시커먼 먼지를 용납할 수 없어서

환경친화적인(자세히 말하자면 값싸고 전기세 안드는) 방법으로 집안의 공기를 정화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세간에서 이르길 기르기 쉽기로는 괄약근에 힘주기보다 쉽다는 산세베리아와 레드 페페를 구입했습니다.

두 식물 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물을 너무 자주 주지 말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산세베리아는 소문 그대로 쑥쑥 잘 자라는데 레드 페페는 날이 가면 갈수록 잎사귀들이 말라 떨어지고

힘없이 죽어가더군요.

10포기 정도 있던 잎사귀들이 4포기 정도로 줄어들 무렵, 이제 미숙한 주인을 만나서 세상과 이별하려는구나

싶어 그때부터는 그냥 방치해 버렸습니다. ㅡㅡ; 거의 3 달 가까이 물도 주지 않고 생명이 꺼지는 모습을

지켜봤죠. 그런데 의외로 남은 앞사귀는 떨어지지 않고 계속 버티더군요.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는건가 싶어서 그동안 못 받은 햇빛과 못 마신 물을 원없이 마셔보라고 양지바른 곳에

놔 두고 물을 신나게 쏟아부어 줬습니다. 거의 자포자기 상태라 살면 좋은거고 죽으면 죽는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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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왠일! 1주일쯤 지나자 새싹이 돋아나는 겁니다. 6개월동안 새싹이 돋아난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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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노잣돈으로 준 물인데 이렇게 반응을 하니 아주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2007년 12월 14일날 찍었는데, 며칠간 상태를 지켜본 결과 저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햇빛과 물을 너무 아꼈던 거라고.. T_T

직사광선 받을까봐 방구석에 처박아놓고 물을 2주일에 한번씩 줬으니 배겨나질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매일 쨍하게 햇빛 드는 곳에 놔두고 물도 5~6일에 한번씩 듬뿍듬뿍 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늘 2008년 3월 16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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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쑥쑥 자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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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새싹들이 마구 솓아나는군요!


그동안 등신같은 주인 만나서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T_T

직사광선? 물 많이 주지 마? 제가 너무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바람에 아주 고생했습니다.

빛도 잘 안드는 골방에 쳐박아놓고 물도 찔끔찔끔 줬으니.. 자칫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식사건이..

동물은 원래 사람보다 더 좋아했지만 식물은 그저 공기정화용으로만 생각하고 처음으로 구입했는데

이렇게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니 이것들도 동물과 똑같은 살아있는 생물이구나 하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습니다.

저 조그만 화분이 모자랄 정도로 크게 키워서 큰 화분으로 이사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돌봐줘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