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일행은 이번 팸투어의 마지막 목적지인 제천 5일장이 열리는 장소로 이동합니다.
같은 한국사람에게는 좀 덜하겠지만, 역시 전통 시장의 모습이 가장 신선한 법이죠.
원래 이 사진은 수평을 맞춰놓은게 있는데, 서울 올라오면서 하필이면 수평 안맞는 녀석을 가져와 버렸네요. ㅡㅡ;
리사이즈 한 녀석을 갖고 온터라 무리하게 사이즈 줄이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올립니다.
처음 버스에 내려서 눈에 보였던 이 광경은 전통시장을 기대했던 일행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서울서도 이런 시장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도 이 길을 통과하면 저 너머에 진짜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하니 카메라 걸치고 출발.
아주머니들에게 하나하나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봐야 하나 싶었는데...
20명이 넘는 인원이 대포만한 카메라들고 촤라락 찍어대니 처음에 좀 당황하시다가도
서울서 제천 구경왔다는 한마디에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시더군요.
이번 여행에서 건진 사진 중 제일 뿌듯한 녀석이 아닌가 합니다.
나같은 늙은이 찍어서 사진이 나오겠냐며 시원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참으로 정겹더군요.
차라리 점심을 먹지 않았다면 여기 앉아서 파전이라도 하나 먹었을 텐데... 아쉽네요.
이런 시장에 나오면 제일 반가운 녀석 중 하나인 잔치국수.
대구서는 잔치국수라고 부르는데... 다른곳도 그런지?
어지간히 배가 차있어도 이거 한그릇 정도는 그냥 식후 입가심으로도 거뜬하죠.
하지만 일단 먹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뭐가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우째 계속 음식 사진만 찍어댔는데... 베터리가 정말 숨끊어지기 일보 직전이란 것도 살짝살짝 잊어버리더군요.
어릴적부터 저 볼록 튀어나온 녀석을 납작하게 짓누르는 광경이 참 재미있어서 오래 보고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때 엄니 따라 시장갈때 제일 자주 먹는게 오뎅과 떡볶이, 그리고 가끔 먹던게 호떡이었죠.
첨단 패션을 달리는 각설이 아저씨께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찍사들이 이런 모습을 그냥 지나칠 리 없죠.
표정만큼이나 넉넉한 인심의 아저씨께서는 운을 한번 떼고나신 후 멋들어지게 음악에 맞춰 북을 두드리십니다.
각설이 아저씨와 대비되는 말쑥한 차림으로 엿을 자르고 계시는 아저씨도 한 컷.
제천시 초대를 받아 서울서 제천 홍보를 위해 왔다고 설명드리자 웃어주십니다.
사진 찍은 보답으로라도 엿 한봉지 사드렸어야 되는데, 제가 단 것을 안좋아하다 보니... ㅡㅡ;
신명나는 각설이 아저씨의 춤을 실컷 감상한 후 감사 인사 드리고 다음 코스를 향합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작정하신 듯 시장이 떠나갈 정도로 펑 소리를 내어주시던 떡매아저씨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통로를 빠져나오자 그곳은 제천역 바로 앞이었습니다.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에 온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정겨운 광경에, 상인분들도 카메라 들이대면 그저 웃으면서 환대해 주시니
'직지마 시발' 신공을 연발하는 완장마을 과일촌 아저씨는 이런 곳에서 정신교육좀 받아야 쓸것인데 말입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이 나체의 정체가 궁금하여
인상 무뚝뚝한 아저씨께 덜덜 떨면서 이름을 물어봤더니
'성은 메요 이름은 추리라~' 고 운치있게 대답해 주십니다. 역시 정겨운 풍경이네요.
신나게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이 사진을 끝으로 베터리가 명을 다하고 말았습니다.
이 하동밤 팔던 아저씨는 '찍으면 찍는다고 말을 해야 좀 폼이라도 잡지' 하면서 웃어주셨는데
아쉽기 그지없게도 아저씨 샷을 찍는 순간 베터리가 나가버리는 바람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그 샷은 기록되어 있지 않더군요. ㅡㅡ;
앞으로는 1박 이상 여행에는 무조건 여분의 베터리나 충전기를 들고 가야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역시 서울보다는 훨씬 싸더군요. 고등어 3마리에 5천원이던가...
한방엑스포 준비하는 곳 답게 '100% 제천 생산'을 강조하는 여러 약재들도 몸에 좋을것 같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죽어버린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그저 눈으로 구경하다가 슬그머니 시간이 되어서 집합 장소로 갔습니다.
제천 시청에 자동차를 놔두고 온 저를 위해 일부러 버스가 시청까지 가주셨네요.
서울로 올라가시는 다른 분들께 간단하게 인사 드리고 선물 두둑하게 받아챙긴 후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5일장에서 건진 전리품은 제가 좋아하는 돼지껍데기.
족발 파시는 곳에서 사 온거라 한방 소스맛이 진하게 베어있는 맛있는 녀석입니다.
이건 덥히지 말고 차갑게 먹어야 쫄깃쫄깃하게 맛있다고 해서 저녁에 그냥 먹어봤는데
질겅질겅 껌 씹는듯한 느낌이 제 입맛에 딱 맞더군요. 3천원인데 양도 상당히 푸짐해서 원없이 씹어먹었습니다.
1박 2일간의 짧은 투어였지만 제천의 매력을 체험하기엔 충분했으며
제천의 매력을 마음껏 음미하기엔 짧은 시간이었네요.
제천 홍보팀 어딘가에서 '계획대로다'라고 웃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한번 더 진득하게 오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이번 팸투어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봅니다.
이대로라면 아마 일본 여행을 끝내고 오는 내년에도 제천에 한 번쯤 들리고 싶어질 듯 싶네요.
초대해주신 제천시 관계자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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