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촬영후 제 마음은 이 사진같았습니다. '좌절' ㅡㅡ;
애기가 처음엔 잘 웃고 있어주길래 괜찮겠다 싶었는데
역시 익숙치 않은 곳에서 이것저것 옷 갈아입히는 건 스트레스였는지
귀찮아하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더군요.
여기저기 데려다 앉혀놓고
불편한 모자 씌우고 (모자 정말 싫어하더군요. ㅡㅡ;)
잘 안아주던 부모는 저기 떨어진 곳에서 애기 웃기려고 노력하고
그렇다고 애기가 그걸 이해해줄 리도 없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
400장이나 셔터를 눌러댔지만 정작 건질만한 건 손가락에 꼽아도 허전할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애기 기념사진은
앨범 만들때 접지부분엔 신체 일부분이 짤리지 않도록 찍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대부분의 사진이 평소 찍던 것처럼 가벼운 스냅 형식이 되어버렸네요.
거기다 보통 화질좋고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50~135 구간 화각 단렌즈를 많이 사용하는 스튜디오에서
가난뱅이인 전 싸구려 표준 줌렌즈 가지고 찍을 수밖에 없었으니.
경험이 있는 찍사라면 찍사 스스로 애기의 주목을 끌어서
시선을 맞추고 찍어야 하거늘...
원래부터 애기 다루는데 심각한 어색함을 보이는 저로서는
마치 총탄 빗발치는 전장 아래서 셔터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셔터만 눌러재끼는 거라면야
저같은 고가 카메라 가지고 있기만 해도 아무나 누를 수 있는 것이니.
평생 한번밖에 없는 돌 기념 촬영에 도움이 되질 못해서 답답한 마음이네요.
여기 올린 사진들도 그나마 이렇게 간신히 웹에 걸어놓을 정도일 뿐이고
건질만한 게 이런 것밖에 없다는게 참 씁쓸합니다.
저나 메이님 부부도 힘들긴 했지만 제일 힘들었던건 아마 애기 본인이겠죠.
후반부엔 '나 졸려요'라고 온몸으로 표현해가며, 이성과 본능의 경계를 넘나들었으니.
빠릿빠릿하게 기어가던 애가 뭔가 허우적거리며 바닥에서 헤엄치는 걸 보니
얼마나 피곤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마치 만화속의 요츠바 보는 기분이더군요.
메이님은 돌잔치 사진도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음...
조건이 좋은 스튜디오에서도 이 정도인데 식당에서 애 사진 찍는다는건 좀 무섭군요.
마음같아서야 칼 짜이스 렌즈로 빠릿빠릿한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지만
전 스트로보 하나 살 돈도 없는 가난뱅이라 용써봤자 이 정도 사진밖에 못건집니다.
그나마 위안인 건
애기때가 인생에서 콜라겐이 가장 풍부한 시기라서
일단 내공이 딸려도 피부만큼은 참 잘나온다는 것 정도일까요.
역시 제 마음가는대로 찍는 사진이 아닌
남에게 받는 의뢰는 쉽게 생각할 게 아닌가 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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