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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입학했을 때 학교 정면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던 학생회관은 이제 철거의 순간을 앞두고 있더군요.
저도 저기 2층 동아리 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항간에 듣던 대학생활이란 걸 체험해 보고자 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보니 저란 인간은 처음부터 대학생활이란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다음부터 잠적..
입학때 있던 많은 것들이 이미 사라지고, 이제 더 이상 제가 다니던 학교라는 느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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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나 저러나 변함없는 건 역시 교정에 피어있는 꽃들이겠죠. 매년 질리지도 않고 핍니다.
얘네들 연식이 저보다 더 오래된 것 같네요.
학교가 저한테 해 준 건 별로 없고, 저도 학교한테 바라는 건 별로 없어서 아마 졸업 후엔 관심 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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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지만 나중에 나름 유명인사가 되었을 때 아무 말도 없이 모교랍시고 제 이름 아무데나 떡하니 붙이는 짓은
안할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전 입학할 때 부터 졸업할 때 까지 소속감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물론 비단 이 학교의 문제만은 아니죠. 전 학교라는 장소에 좋은 기억 가지고 있던 적이 거의 없어서,
어느 학교 갔어도 마찬가지였을 듯. 순진하게 다녔던 국민학교때 어머니께서 제 손에 촌지 쥐어보내서 직접
담임선생한테 건네주라고 시켰을 때 부터 학교라는 곳에 대한 제 인식은 개차반이 된 셈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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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진작부터 학생이라는 생물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데.. 어딜 가나 학생 취급은 받아본 적도 없고..
그런데도 아직 학교에 가면 저는 길도 못찾는 예비신입생의 마음이 됩니다. ㅡㅡ; 학생들이 전부 선배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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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보자면 백수라는 타이틀을 막아 주던 최소한의 보장장치나 마찬가지였으니,
결국은 어째되든 쎔쎔. 총체적으로는 별로 변한 게 없는 느낌이네요. 애초에 학교라는 곳에는 그 정도의 관심도
없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수도. 쏟아부은 돈이 아깝긴 하지만, 이게 제가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타이틀인 셈이고, 졸업장을 그렇게 끔찍하게도 소중하게 여기시던 부모님께 드릴 수 있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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