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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이 없어서 호텔에 오래 머물 일은 없다.

남은 시마토쿠 쿠폰이 2장쯤 되는데 이건 식사와 간식거리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자전거 대여점에서 전동자전거를 빌리는 데도 쓸 수 있다. 수량이 남아있으면 그걸로 해결할 생각.

 

자전거 대여점으로 가기 전에 호텔 근처의 신사에 슬쩍 들러본다.

아침이지만 동네 어른들이 벌써 나와 집 주변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시골 사람들일수록 아침이 부지런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듯.

 

마을의 살짝 외곽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이 토요사키 신사는 관광객들과는 별 인연이 없는 평범한 동네 신사.

화려하지도 않고 규모도 눈물날 정도로 작은 곳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뭔가를 구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둘러보기 편한 곳이다.

 

 

 

신사 건물은 이것밖에 없지만 옆에는 넓은 공터와 함께 유치원으로 보이는 시설이 함께 놓여있다.

아이들이 없어 보이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 수업중이라면 괜히 사진찍으며 돌아다니는 게 좀 부담스러울 테니까.

 

히타카츠는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마을이지만 마을 안에는 정말 볼 것이 없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허름한 숙박업소 몇 개와 특산품 매장 정도.

대마도에서 두번째 가는 도시라지만 이즈하라와 비교하기엔 차이가 너무 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곳을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본인에게는 즐거운 곳이다.

 

 

 

토요사키 신사에는 별다른 것이 없지만 바다에서 건져올린 듯한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영물로 취급되는 모양이다.

금줄을 둘러놓긴 했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되는 편은 아닌 듯.

 

 

 

신사 옆엔 놀이터도 있다. 신사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정서 함양에는 좋으려나.

사진을 찍으며 거닐고 있으니 나름 아침인데도 6~7살쯤 되어보이는 아들과 젊은 아버지가 이곳에 들어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 신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가끔 궁금해 진다. 이건 한국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정서다.

 

근처에 한국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아이는 관광객에 익숙한지 한번 눈 마주치고는 평범하게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는 본토의 시골 신사에서 나처럼 여행객임이 분명한 사람과 마주치면 신기한 듯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시골틱함에서는 거기 못지 않지만 이곳 사람들은 관광객이 전혀 신기하지 않음에 틀림없다.

 

왠지 너무 익숙해 보이니 그것도 좀 김이 빠지긴 하지만.

 

 

 

산책삼아 신사를 둘러본 뒤 자전거 대여점 쪽으로 걸어간다.

오늘은 무슨 날인지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도로쪽으로 나와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어차피 오늘 오후 배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하고는 인연이 없지만

축제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본의 마을 주민들 모습은 여러 번 봐도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저 멀리 산기슭에서는 '야마다'라는 이름이 떡하니 찍혀 있다. 마을 지주인가?

낙석 혹은 토사 위험 때문인지 산 한편을 완전히 발라버리고 그 위에 이름을 찍어 놓았는데, 별로 볼 만한 풍경은 아니다.

워낙 경사가 아찔해서 저렇게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자연 훼손으로 보인다.

 

 

 

자전거 대여점에 가니 벌써 한국 사람이 몇 와 있다.

다행히도 전동 자전거가 남아있어서 하나 빌리기로 한다. 시마토쿠 쿠폰도 사용가능하니 시원하게 남은 쿠폰을 모두 준다.

 

주인장 부부는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내가 일본어를 한다는 사실을 알자 편한 일본어로 돌아간다.

짐을 전부 가지고 나온 터라 백팩은 둘째치고 카메라용 숄더백을 좀 맡길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하지만 백팩에는 빨아야 할 옷가지들이 쌓여있고 숄더백에 카메라 장비가 들어있는 바람에

저기 구석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잽싸게 양 쪽의 내용물을 바꿔치우는 짓을 벌여야 했다.

 

일본에서는 한창 전동 자전거가 활발히 발매되고 있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당연하게도 이곳의 전동 자전거는 굉장히 구세대 모델이라 어시스트비도 형편없고 베터리도 채 2시간을 가지 못한다.

중간중간 어시스트를 끊어서 사용해 달라는 주인장의 조언이 허투로 느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는 처음 타 보는 전동 자전거의 위력은 그야말로 굉장해서

평소 힘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앞으로 죽죽 치고나가는 느낌이 매우 신선하다.

기어비 1단 정도의 힘을 10단 이상에서 들이는 힘만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돌아가기 전 후다닥 구경할 수 있는 미우다 해변은 걸어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최소한 자전거가 없이는 조금 곤란할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냥 자전거로도 가능하지만 언덕이 워낙 많은 곳이라 귀찮기 그지없다.

 

 

 

오늘 귀국하는 사람이 많은지 상당한 수의 한국인 관광객이 벌써부터 해변가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

버스로 한꺼번에 오기도 하고 나처럼 자전거로 오기도 하고.

모래사장은 바닷가 멀리서부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 자전거 들여놓지 말라고 표지판이 놓여 있었지만

역시 대륙의 기상을 물려받은 한국 관광객은 거침없이 모래사장 깊숙히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고 있다.

 

아쉽게도 3일간의 대마도 여행 중 오늘 날씨가 가장 좋지 않아서 푸른 하늘과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는 없었다.

사실 아름답긴 하지만 가이드 팜플렛에 쓰인 것 만큼 엄청나게 황홀한 그런 해변은 아니라서 되려 다행이라고 할까.

 

암석 지형 사이로 푹 파여 들어간 반달형 모래사장이라 확실히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이기는 하다.

중앙에 저렇게 멋들어진 암초 하나가 들어서 있는 것도 이 해변의 트레이드 마크.

 

한번 가 볼까 싶었지만 등산복 입은 중년 관광객 무리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저 곳으로 건너가는 중이라 깔끔하게 포기했다.

 

 

 

수영을 한 만한 시기도 아니고 날씨도 아니고 해서, 해변가엔 비니키 입은 여인네 구경도 할 수 없다.

해변가에서 왼쪽은 가파른 절벽이지만 오른쪽은 완만한 바위더미가 건너편 모래사장까지 이어져 있어서 구경할 만 하다.

바닷가 바위는 다들 그렇지만 어떻게 깎아내면 이렇게 될까 싶은 녀석들이 많다.

 

 

 

암석의 종류에 따라 깎이는 모양도 다르겠지만 다들 사람이 흉내내기는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원래 바다는 구경만 해도 좋아하는데

 

일본 자전거 여행이 1년의 대부분을 거의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보니 이제 바다가 꽤나 익숙해 졌다.

그런 고로 이런 바위도 워낙 많이 본 터라 그냥 오랜만에 재미있는 모습을 보는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밖에 없다.

사실 대마도 여행에서 바라고 있었던 마인드 자체가 그렇긴 하다. 그냥 나에게 있어서 평범했던 기억을 편안하게 되살려 보고 싶은 기분밖에 없었으니까.

 

 

 

미우다 해변은 사람들이 청소를 해서 깨끗한 것인지, 건너편 모래사장은 쓰레기 천지다.

새삼 이런 곳에 한국이나 중국 쓰레기가 떠밀려 내려오는 것이 신기하지만은 않다.

 

북한 위도를 넘어가는 홋카이도 최북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본 모습이니까.

물론 일부러 버리는 것이 아니라 홍수나 태풍 때 쓸려내려간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이곳으로 도착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일본도 태풍으로 쓸린 쓰레기가 미국쪽 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하니까 딱히 시민 의식이라던가를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타국 해안가에서 자기나라 글씨가 적힌 쓰레기를 보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긴 하다.

 

 

 

바위쪽에 가까이 다가가면 보이는 이 갯강구 무리는, 나처럼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겁할 정도로 수가 많다.

한국에서는 근 10여년간 바다에서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예전엔 이 녀석 보기도 참 쉬웠다. 요즘엔 어떨런지.

 

일본에서는 굳이 이곳뿐만 아니라 따뜻한 해안가 쪽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신기하진 않다.

단지 이곳엔 생각보다 개체수가 많고 덩치도 큰 녀석이 많은 게 조금 특이하다.

 

 

 

얼핏 바퀴벌레와도 닮았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이 소름을 돋게 하기에 그닥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다.

그래도 바닷가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녀석들이라 많이 보이면 나름 환경 보존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잡으면 문다고 하는데 이 녀석들이 발걸음 진동을 느끼는지 조금만 다가가도 손쌀같이 내빼기 때문에 잡기도 힘들다.

일본에서는 바닷가 어린이들의 좋은 장난감이라고 해서, 이걸 잔뜩 잡아서 싫어하는 애들한테 보여주는 짓을 곧잘 한다고 한다.

저렇게 빠른 녀석들을 어떻게 잡는지 참 궁금하다.

 

 

 

망원렌즈로 갈아끼고 조심조심 다가가서 찍은 후 상당부분 크롭해서 당겨낸 녀석이 겨우 이 정도다.

그나마 제일 커 보이는 녀석을 찍어보려고 고심한 끝에 나온 녀석이라 모양이 꽤 듬직하다.

 

이렇게 찍어놓고 나니 정말 바퀴벌레처럼 징그럽게 생기긴 했다. 그래도 좀처럼 보기 힘든 녀석이니 기념으로 간직해 두기로 했다.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걸로 봐서 쓴지 얼마 되지 않은 글씨인 듯 하다.

'Au Revoir MIUDA' 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데, 어깨 너머로 배운 프랑스어를 여기서 이렇게나 써 먹는다 싶다. See You Agiain.

 

프랑스에서 이곳에 오려면 대체 어떤 루트를 거쳐야 하는지.

부산에서 왔을지도 모르고 후쿠오카에서 왔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여기 히타카츠까지 온다는 건 매우 신선하다.

사실 다시 이 곳에 오겠다는 의미로 글을 남겼다면 그게 더 놀라운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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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며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히타카츠행 버스를 탄다.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한적한 거리를 달리는데, 이렇게 달리면서 보는 대마도의 거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오히려 크게 부각되는 점이 없는 관광지 근처를 걸어다니는 것보다 바다와 가깝다가 멀어지며 올라갔다 내려가는 곡선 도로들이 훨씬 멋지다.

 

이 버스의 노선이 대마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를 잇는 길이란 걸 생각하면, 그 외의 도로는 이것보다 훨씬 매력적일 듯 하다.

자전거로는 워낙 업다운이 심해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도 라이딩의 매력은 충분하다.

특히 바이크로 달린다면 숨을 몰아쉴 필요 없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는 커브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이렇게 여행하는 것보다 바이크 끌고 2~3일 정도 섬을 돌아보는게 더욱 재미있을 법 하다.

 

히타카츠에 내리자 생각보다 주위 풍경이 한산하다. 너무 황량해서 아무래도 정류장을 좀 일찍 내린 듯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으니 조용히 걸어다니며 산책하기엔 무리 없다.

나와 함께 내린 사람은 한국인 젊은 여성 관광객 둘 뿐. 아마 예약한 숙소가 이 근처에 있는지 잡담을 나누며 앞으로 걸어간다.

 

본인은 예약도 없이 그냥 왔기 때문에 걸어다니다가 숙소가 보이면 그냥 들어가 물어보는 수 밖에.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은 사망사고 0명 기록이 725일째라는 기분좋은 내용.

하긴 이제껏 돌아다닌 대마도의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이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이라면 이렇게까지 장기간 기록을 갱신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뜩이나 얌전하게 운전하는 일본에서 이렇게 한산한 마을에서야.

 

 

 

15분쯤 걷자 마을다운 마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에 숙소가 몇개 보이긴 했지만 바로 들어가진 않기로 한다.

어제 묵었던 호텔의 심각한 악취 덕분에 조심성이 생겼다고 할까.

일단은 내일 돌아갈 항구까지는 길을 파악하는 의미에서 걸어가 보고 그 후에 숙소를 결정하기로 한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두 도시라지만 별로 크지 않던 이즈하라에 비해서도 훨씬 작은, 그냥 바닷가 마을같은 분위기라

숙소 면에서는 훨씬 여유가 있을 법도 하다. 한국 관광객은 둘 말고는 본 적도 없고.

 

사실 대마도는 보통 당일치기, 길어야 1박 2일 정도 머무는 게 대다수라서 나처럼 2박 3일 머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제 이즈하라에 도착한 사람들은 상당수가 오늘 여기서 부산가는 배를 탈 거라고 예측해 본다.

 

 

 

특징적인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극히 평범한 마을이지만 도로는 깨끗하고 공기도 맑다.

이즈하라는 그래도 일단 도시라는 보편적 개념에 부합하듯 현대적인 쇼핑센터와 패스트푸드 체인점 정도는 존재하지만

히타카츠는 관광 가이드에 한국의 동네 중국집만한 가게와 매우 평범한 슈퍼마켓마저도 전부 실어놓을 정도로

관광을 위한 곳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곳이라 되려 마음이 편한 느낌도 든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부담없이 걸어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아무 생각없이 셔터만 누르고 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땀 좀 흘리며 걸어다니고 있어서 조금 피곤하긴 하다.

위에 뭔가 있어보이는 토리이가 늘어서 있지만 아침 점심 모두 신사를 보러 돌아다닌 터라 더 이상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

저 위에 올라가면 풍경은 좋겠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풍경으로 유명한 곳은 따로 있고, 그 곳은 내일 둘러볼 생각이라서.

 

길을 걸어가는데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 마주 걸어오다가 밝고 큰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는데, 둘이 킬킬 웃으면서 지나간다. 내가 뭔가 실수한 것이라도 있나?

 

 

 

이즈하라 항은 그래도 현대식 느낌이 났지만 여기는 정말 깡촌마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낡아도 이렇게 낡았나 싶은 분위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즈하라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오히려 볼거리는 늘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조금 전에 부산으로 배가 떠나서 그런지 주위는 모두 한산하다. 마을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서 살짝 오싹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

아마도 다시 관광객이 들어오기 전까지의 시간은 바랬던 대로 조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법 하다.

 

항구 바로 앞에는 허름하지만 나름 제대로 된 식당도 1층에 갖춘 호텔이 버티고 있었지만

여기보다 깨끗해 보이는 호텔을 좀 전에 거쳐왔기 때문에 바로 들어갈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다시 좀 전의 호텔로 돌아가서 빈 방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한국 관광객이 몰려가고 나면 마을 전체가 조용해지는 듯 하다.

문을 닫은 음식점도 많고, 관광안내센터라고 소개되어 있는 조그만 가게는 5시도 되기 전에 이미 문을 닫았다.

사실 안내센터가 필요할 정도의 마을도 아니지만.

 

그래도 관광객 맞이를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저 스티커는 마음에 든다.

히타카츠 마을 안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빼곡한 환경을 기대할 수는 없어서 길을 걷는 도중에도 연결이 되다가 말다가 하는 현상이 잦긴 하다.

물론 이런 깡촌에서 이 정도 준비를 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은 흡족해 진다.

 

 

 

건물 외형이 상당히 깔끔해 보이는 호텔 앞으로 왔던길을 돌아 도착한다.

바로 옆에는 어째 이즈하라에 있던 것보다 더 깔끔해 보이는 파칭코 가게가 위치하고 있다.

주위엔 제대로 된 식당처럼 보이는 음식점도 몇 있는데, 가게 영업시간이 좀 이상해서 아직 문을 닫은 상태.

 

호텔에 들어가보니 로비도 넓고 제대로 된 숙박업소라는 느낌이 확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할머니가 안쪽에서 조용히 나와 빈 방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불행히도 시마토쿠 쿠폰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러 아끼지 않는 한 남은 쿠폰을 소진할 방법은 충분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

 

어차피 여기서 쿠폰을 다 사용하면 저녁식사와 내일 관광을 전부 현금으로 해야 하니까.

조식은 금액이 추가된다고 해서 신청하지 않았다. 이 호텔 바로 옆에 대마도 명물 햄버거인 츠시마버거 가게가 있으니까.

관광객이 빠져나간 후라 그런지는 몰라도 영업시간이 벌써 끝나있다. 이 가게는 이걸로만 먹고살 수 있는건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짐을 풀어놓고 휴식을 좀 취한후 밖으로 나온다.

호텔에는 여전히 냉장도고 없고 얼음물이 가득 담긴 보온병 하나가 달랑 놓여있는 곳이지만 냄새도 없고 깔끔해서 좋다.

이즈하라의 호텔과 가격이 거의 비슷하지만 이 정도만 된다면 하루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체 이즈하라의 그 냄새나는 호텔은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항구쪽으로 걸어가서 근처의 라멘집에 무작정 들어간다.

카운터석까지 모두 합해서 총 수용인원이 1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보이는 조그만 가게인데

이런 가게조차도 빠짐없이 히타카츠 관광 팜플렛에 수록되어 있다. 맛있다고 호평이 자자한 곳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아마도 팜플렛에는 이즈하라에 위치한 모든 음식점을 다 적어놓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라멘과 교자를 시키고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니까 흔쾌히 승락해 주신다.

흔쾌히 까지는 아닌가, '다들 여기 오면 사진찍고 가네요. 뭘 볼게 있다고'라고 웃으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할머니 한 분으로 그 거치디 거친 한국인 관광객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 걱정도 된다.

자칫 술주정이라도 하는 사람 있으면 마음고생을 많이 할 텐데.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을 다 비우자 밖이 덮지요 하면서 한 잔 더 따라 주신다.

붙임성이 아주 좋은 분은 아니라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일본 전역을 자전거로 다 돌아다니고 여기는 섬이라서 와 보질 못해 이번에 찾아와 봤다고 말씀을 드려도

'여기 오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가 꽤 있어요'라고 쿨하게 대답해 주신다. 정말일까.

 

 

 

풍경은 여지없는 시골이지만 시골만의 정겨운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마을이다.

아무래도 원래는 정말로 평범한 시골마을이었겠지만 워낙 관광객이 찾다 보니 나름 이골이 난 듯한 모습이라 할까.

 

이즈하라와 달리 히타카츠는 마을 규모만 봐도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한국인 관광객 안 받아본 곳이 없어 보인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사람들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조금 기다리다 나온 라멘은 위에 올라간 야체 정도만 신선할 뿐 면은 그냥 인스턴트고 국물도 매우 평범한 수준이다.

일본 여행이라면 어디서든 라멘 한 그릇은 먹어본다는 본인의 지론 때문에 일부러 찾아온 곳이긴 한데

역시 이런 곳에서 먹는 라멘 수준이 그렇게 훌륭할 수준이 될 수는 없다는 건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절대 다수가 한국인 관광객인 이 곳에서 라멘 수준을 높여야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만한 수요도 만족할 수 없는 곳이라, 이 정도가 최선의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대마도는 라멘 맛을 추구하러 오는 곳이 아니다.

 

 

 

교자도 나름 금방 구워와서 따끈한 게 좋긴 하지만

일본식 교자 만드는 법을 완전히 무시한, 어찌보면 일본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레어한 녀석이긴 하다.

 

일본식 교자는 교자의 한쪽 면만 바싹하게 굽고 반대편 부분은 뚜겅을 덮어 수증기로만 쪄 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곳의 교자는 그냥 냉동교자를 후라이팬에 마구잡이로 구워낸, 한국의 가정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과 똑같은 녀석이다..

 

내가 지금 일본에서 교자를 먹고 있는건지 집에서 고향만두를 구워먹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가시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일단 다 먹고 난 후 할머니한테 참 맛있었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는데, 이 할머니는 '뭐 그냥 평범한 교자인데' 라고 웃는다.

일본인과의 대화는 어쨌든 말 그대로 의미를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일본어에 능통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번화가 도시의 가게였거나 좀 이름있는 가게였다면 '이 사람들이 지금 나 놀리는 건가'싶은 느낌이 드는 레벨이긴 했다.

대마도라는 지역의 특성상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리없이 먹고 나온 것.

 

팜플렛에 나왔던 대로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는 광고는 아무래도 너무 과장되었다고 할까.

그게 과장이 아니라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대충 이 정도로 내어주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만들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상상마저 해 본다.

 

슬슬 해가 지고 있어서 다시 호텔쪽으로 돌아간다.

호텔을 지나 주택이 늘어선 거주지역으로 들어가 조금 더 걸으면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슈퍼가 보인다.

대마도에서는 뭐든 문닫는게 빠르다 보니 초저녁인데도 도시락이나 닭튀김같은 안주거리가 거의 동이 나 있다.

대충 적당한 도시락과 음료수, 닭튀김 같은 걸 주워들고 계산을 한다. 시마토쿠 가맹점임을 확인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무난하게 쿠폰을 사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호텔에서 발 뻗고 TV나 보면서 물이 들어있던 보온병에 음료수를 채워넣는다.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내일 아침까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여행치고는 심적으로 너무나 고요한 상태로 보내고 있어서 정말 여행 온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기대치가 없어서 그런지 딱 생각했던 만큼이라는 느낌인가.

 

냄새가 나지 않는 것만 해도 어제와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간식과 함께 TV를 보고 굴거리면서 여행 마지막 밤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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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 이즈하라 4편  (8) 2015.05.25

 

서울에서 내려온 당일 미국에서 잠깐 돌아온 친구 강군을 만나러 대구역쪽으로 향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회 같은 날생선을 잘 먹질 못하니 해물집에서 한 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강군이 찾아놓은 해물집은 장사를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결국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허름한 고기집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슬슬 중년에 접어드는(?) 남정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골목길의 옛냄새 풍기는 고기집이 낫겠죠.

 

 

 

강군은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아직도 몸이 완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관계 없는 시기에 미국에서 걸려서 한국에 돌아온 거라 메르스는 아니에요.

 

척 보기에도 살이 빠져 보일 정도로 앓았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예전에 결혼하고 미국 갈때 제가 중고로 구해줬던 니콘 D80 카메라를 아직 쓰고 있는데

역시 시대가 많이 지나고 해서 상태가 조금씩 안좋아지고 있네요.

 

다음 올때쯤에 가벼운 미러리스를 하나 던져줘야겠습니다.

 

 

 

돼지갈비가 3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둘이서 3인분 시켰는데, 이건 뭐 저 혼자서도 먹고 2인분은 더 먹을 수 있겠네요.

한국의 고기사정이 참 통탄스럽습니다. 그래도 뭐 강군은 미국에서 먹는 고기와는 좀 다른 풍미일테니까.

 

사실 한국에 돌아온지 몇 주는 되었다고 해서 먹을거 많이 먹었겠죠.

블로그에 끄적일 만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강군의 그간 인생살이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고등학생때는 공부에 별 관심이 없고, 영화배우 된다고 서울의 제 서식지에서 1년간 같이 산 적도 있고.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결국 공부를 죽어라고 해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엄니가 '니가 여자였으면 강군 절대 안놓치고 시집보냈을 거다'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정도니까요.

 

 

 

뭐 땅놀이나 건물놀이, 노인네들에게 건강식품 팔아먹는 사기 등으로 떼돈을 번 벼락부자들이야

그 인격과 지능지수에 무슨 고민거리가 있겠습니까만은.

 

강군은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인생에 여러가지 난관이 많은 법입니다. 이게 사람의 삶이겠죠.

고기와 술이 들어가고 이야기도 과격해지고 해서 모자란 고기를 보충합니다. 이번엔 갈비가 아닌 그냥 돼지고기로.

양념이 되어 있고 숯불로 초벌구이를 한 녀석이라 살짝만 익혀서 파와 함께 먹으니 맛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슬슬 손님들도 없어지고, 저하고 강군만 나가면 가게 접을 분위기라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해 봅니다.

이런 허름한 곳에서 먹는 술과 고기는 분위기를 타서인지 나름 잘 들어가더군요.

 

카드로 계산을 하려는데 인식이 안되서 무슨 문제인가 싶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식품용 비닐에 카드를 넣더니 다시 긁어봅니다. 놀랍게도 그냥 인식이 되네요.

TV의 생활지식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바보상자라도 나름 역할을 하긴 하는군요.

 

훗날 조사를 해 보니 신용카드를 오래 서서 겉표면이 닳으면 카드의 두께를 인식하는 리더기에서 에러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비닐을 덮음으로써 두께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생활의 지혜로군요.

 

 

강군도 카메라를 꽤 많이 만졌습니다만 바쁜 몸이다 보니 이론적인 부분과 실전에서의 활용에 가끔 익숙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미러리스라면 설정의 변화값이 액정에 바로 표시가 되기 때문에 촬영하는게 더 쉽죠.

 

그러고보니 요즘 카메라들은 워낙 사용자 편의성이 좋아져서 어지간하면 쉽게 찍어내는 듯 합니다.

DSLR 시절만 해도 뷰파인더가 아날로그다 보니 실제 찍어보지 않고는 결과물 확인하기가 어려웠는데 말이죠.

필름 시절로 간다면 측광조차도 인화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노출계를 따로 사서 들고다니기도 했었고.

 

이전저런 잡담을 하면서 밤풍경 찍는 법을 살짝 설명하는 중에 대강 찍어본 사진입니다.

저는 30~40년전 발매된 수동초점 렌즈를 즐겨 쓰기 때문에 손으로 포커스링을 돌려 찍습니다만

강군도 제 걸 보여주니 이렇게 찍는게 재밌다고 하는군요. 아버지가 예술쪽에 관련이 있다 보니 강군도 예술가의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듯 합니다.

 

여전히 일정은 바쁘고, 한국에 이렇게 와이프분과 왔다 가는것도 상당한 지출을 요하기 때문에

아마 지금쯤은 미국에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년엔 저도 미국에서 강군 사는 모습을 한 번 구경하고 싶네요.

뱅기값도 값이지만 14시간 가까이 비행기 타는 게 정말 고역중의 고역이라서 좀처럼 용기가 안나고는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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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군 귀국 :: 2015. 6. 21. 11:30 Photo Diary

 

 

이태원엔 언덕이 많아서 가끔 이렇게 세워놔도 되나 싶은 경사에 주차된 차들도 보이네요.

BMW로 인수된 이후의 미니도 멋지긴 하지만 이렇게 초기형인 로버 미니는 역시 아담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형 로버라고 해도 수십년간 동일 디자인으로 생산된 녀석이라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가격도 덩치만큼 저렴하다면 자동차쪽에서 제가 구매하고 싶은 몇 안되는 모델이긴 한데

문제는 요즘 미니가 중형차 이상으로 비싸다는 점이네요.

 

 

 

자유분방함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인게 참 좋습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따지자면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이 또 이질적이기도 하죠.

 

이 곳에 위치한 음식점들 한번씩만 돌아보려고 해도 과연 몇날 몇일이 걸릴지.

그러고보니 이 부근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침반님이나 저보다는 훨씬 젊어보이는 부류입니다.

백화점이나 그렇고 그런 상가들이 밀집한 곳보다는 이곳이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 들긴 하네요.

 

 

 

같은 곳을 몇 번씩 돌아다니고 있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그냥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니 별 문제는 없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슬슬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는 골목 분위기는 대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요.

 

먹고 즐기는 데라면 참 부족함이 없을 듯한 곳입니다. 확실히 저녁이 되니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네요.

저는 자주 오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정도가 메르스 때문에 그나마 사람이 적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나침반님과 7월에 일본 가기로 예정을 해 놨습니다만

사람 인생은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여러 문제가 겹쳐서 결국 저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갈 일이 있어서 안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 탓인지 이태원에서 나침반님의 원한(?)을 풀게 된 것일지도.

 

저녁도 되었겠다 맥주 한 잔 할만한 곳을 찾아보는데, 낮에 봤던 그 소주병 데코레이션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술병이 저렇게 많아서 술집인가 싶었는데 스테이크같은 요리도 판매하는 좀 고급스러운 곳이더군요.

 

둘 다 식사를 정식으로 할 만큼 배가 고픈 편이 아니라 이런 곳 보다는 맥주 한 잔에 가벼운 식사 대용 안주거리를 즐길수 있는 곳을 찾아봅니다.

 

 

 

저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거대한 펍은 사람들이 꽉 차있고 굉장히 큰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이었습니다만

입구 앞에 '자리는 비어있는 곳 찾아 앉으세요'라고 되어 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니 다트 게임장 옆에 조그만 카운터석같은 공간이 비어있었네요.

 

나침반님이 이런 펍의 분위기도 한번 즐기고 싶다고 하셔서 이곳으로 들어갑니다.

젊은 여성분들이 엄청 많이 앉아서 술도 잘 마시더군요. 물론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외국인도 많습니다.

취미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펍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은 평생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 보니 여러가지로 신선한 느낌입니다.

 

드라마나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 처럼 이런 분위기에서 여자 꼬시고 다니거나 그런 일도 일어나는 걸까요.

어찌됐든 저하고는 관계없는 일입니다만.

 

 

 

맥주 적당히 한 잔씩 시키고 식사 대용으로 햄버거를 하나 시킵니다.

덩치에서 알 수 있듯 이게 꽤나 비싸긴 하더군요. 이태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겠지만 말이죠.

 

물론 가격이 왠만한 식사급이다 보니 한 개만 시켜서 나눠먹기로 합니다.

이걸 각자 한 개씩 먹는다면 맥주 마실 배가 남아나질 않겠더군요.

버거는 당연히 한 입에 들어갈 수준이 아니라 나이프로 처절하게 해체해서 대중 집어먹습니다.

 

전문 수게버거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보다는 확실히 고기 씹는 맛이 나네요.

 

 

 

분위기를 즐기고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밖으로 나옵니다.

어째 밤이 될수록 사람보다 차량이 더 많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옷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만 음식점이나 술집들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죠.

아마 이곳에서 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나 전철 끊기는 것 정도는 신경쓰지 않는 부류인 듯 합니다.

나침반님이나 저나 이런 곳에서는 즐겁게 놀긴 해도 왠지 이쪽에 동화되기는 어려운 성격이라

그냥 신기한 볼거리를 봤다는 감각 외에는 내가 여기 속해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네요.

 

가끔씩 생각날 때 한국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 맛이나 보러 간다는 기분으로 찾아올 듯 합니다.

 

나침반님은 혹시 모르죠. 세계일주 시작하고 나면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가끔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 여행기간이 짧아서 한 두달쯤 조용한 시골길 달리다가 대도시로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인파에 정신이 혼미했던 경험밖에 없습니다만

1,2년 혹은 몇년간 시골길을 달리다가 이런 분위기와 조우하면 그때는 또 어떤 기분이 들지.

 

 

 

밤에 이렇게 노상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도 오랜만입니다. 이런 걸 허용해 주는 곳은 그래도 아직 사람 살 만한 곳이겠죠.

공연 중 바구니에 돈을 넣어주는 사람 대부분은 외국인이네요. 저는 일본에서 젊은 밴드들이 노상공연 후 앨범을 몇 장 산 적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구매해본 적이 없습니다. 개성을 너무 중시해서인지는 몰라도 집에서 CD로 듣기엔 기본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더군요.

뭐 그것도 거진 10년전 이야기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도 굉장히 실험적인 음악을 피로하시네요. 이쪽 장르는 잘 모르지만 저 길다란 관악기를 통해 덥스텝 형식의 리듬감있는 음악을 피로중입니다.

일본사람인가 한국사람인가 애매할 정도의 파격적인 외모를 하고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시길래 살짝 웃었죠.

 

이태원은 밤과 낮이 완전히 다른 곳이라고 하니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나침반님이나 저나 여기서 대낮부터 새벽까지 놀기엔 나이가 좀 들었습니다.

젊을때는 밤새 노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엔 체력과 몸상태를 신경쓰게 되더군요.

자는 시간을 줄여서 노는 사람을 젊은이라 한다는 예전 누군가의 말이 왠지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친구 강군이 미국에서 돌아와 대구에 서식중이라는 말을 듣고 다음날 서둘러 내려갑니다.

이태원은 메르스라 해도 별 차이를 못 느꼈는데 서울역은 정말 확연하더군요.

 

보통 일요일 정오쯤 이렇게 한산한 서울역은 놀라운 모습이죠. 요 근래 몇년동안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KTX도 일요일엔 거진 꽉 차는게 너무나 당연했는데, 순방향석까지 비어있고 역방향은 아예 깨끗한 모습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방역체계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요 몇주간의 한국은 역시 국가로서의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줬습니다.

 

 

 

대구에 내리니 날씨가 좋네요. 원래는 워낙 자주 보는 곳이라 이런 날씨라도 카메라를 꺼내거나 하진 않지만

이 동대구역이 조금 있으면 대대적인 변혁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평소 모습을 담아보기로 합니다.

 

신세계그룹에서 6천6백억 규모의 비용 전액을 부담해 동대구역을 포함한 이 주변의 고속버스터미널을 모두 통합하는 거대 환승센터를 계획중입니다.

벌써 진척이 꽤 되고 있어서 내년즈음엔 완공될거라 하네요.

 

 

 

동대구역과 버스터미널 쪽은 대구 중심부의 교통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얼기설기 얽혀있어서 개발이 어려웠는데

이 대공사를 시작하고 좁았던 동대구역 고가도로를 10차선으로 연장하는 등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 근처를 10차선으로 뚫어봤자 지금의 교통난이 해결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최소한 이쪽 신세계 백화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만이라도 발목을 잡지 않으면 좋겠네요.

 

 

 

동대구역이 한번 신축확장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유동인구에 비하면 많이 초라한 역입니다만

이 환승센터가 완공되고 나면 서울역 정도는 쌈싸먹는 규모의 상권이 형성되리라고 긍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돌아갈지는 여전히 미지수긴 하죠. 대구역쪽의 거대한 롯대백화점은 상권형성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이곳은 롯데쪽만큼 실패할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대구의 주요 철도역 두 군데가 모두 민자역사화 된다는 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이러나저러나 완공되고 나면 구경은 한 번 가보겠죠. 특히 철도나 고속버스 이용하려면 저희 집에서는 이 곳이 가장 가까우니까.

 

 

 

환승센터 시공 후 주변에서도 건물들이 다양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원래 터미널 부근이라 주변엔 몇몇 관광호텔과 으쌰으쌰를 위한 모텔, 퇴폐영업소 등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돈맛을 보고 달려드는 거대 자본들에 의해 그 모습이 크게 바뀔거라는 예상이 들고 있네요.

 

물론 상권이라는 게 자본의 생각과 달리 정말로 잘 움직이지 않는 보수적인 대구이다 보니

과연 어느 정도 활성화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어쨌든 대기업들의 돈놀이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네들이 말하는 경기 부양이 도움을 줄 일은 없겠네요.

오랜만에 다녀온 이태원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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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달동네처럼 도시계획이 정비되기 전에 구성된 마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이태원입니다.

여기저기 꾸미지 않았다면 참 낡은 분위기를 풍겼을 텐데 나름 초현실적인 벽화가 재미를 살려주는군요.

 

일반적인 그래피티와 달리 제작자 이름까지 당당하게 적어놓은 걸 보니 허락을 받고 그린 모양입니다.

 

 

 

이태원이라서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건물 옥상에 재미있는 인형도 떡하니 올라가 있네요.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보수적인 사상이 팽배한 한국에서

이런 자유분방함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곳이 이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씩 오버리터급 바이크들이 두셋씩 떼를 지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같은 도로 사정에서 오버리터급은 거의 취미 이상의 실용적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날렵하면서도 육중한 몸매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돈이 많으면 한 대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녀석들도 재미있는게 많습니다. 신기한 트라이 바이크도 보이고.

이 녀석은 브랜드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비싸 보이는 스쿠터네요.

 

스쿠터는 개인적으로 제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지만

자동 기어라 운전도 편하고 운전 자세도 편하고 요즘엔 연비도 좋은 편이라 애증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크 중에서 굉장히 스쿠터틱하면서 진짜 자동기어인 묘한 모델이 있는데

혼다의 NM4-02 라는 녀석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바이크입니다.

 

 

자금이 널널했으면 아마 덥석 구입해 버렸을 녀석입니다. 스쿠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바이크죠.

앞쪽 뒤쪽에 각각 조그만 수납공간이 있고 거의 편하게 앉아서 자동기어로 탈 수 있고

700cc대 중형 바이크임에도 연비가 30km를 넘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일본쪽 가격은 1천만원 대인데 한국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구매하려면 거진 2배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만약 1천만원으로 구입이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쯤 굴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로망이 되어간다는 할리 데이비슨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거의 중형자동차 가격이다 보니 그야말로 괴물같은 덩치와 편의성을 자랑하는군요. 뒤쪽 텐덤 시트에 팔걸이까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런 모델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이 정도로 편안한 오버리터급 바이크는 나이 한참 더 든 다음에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전 그냥 디자인 좋은 네이키드 정도면 만족하고 싶네요.

 

 

 

좀 전에 불가리아 음식 먹던 골목을 바깥에서 한 장 담아봅니다.

망원계열 렌즈를 정말 오랜만에 써 봐서 감각이 좀 무뎌졌네요.

 

지금 블로그에 한창 올라오고 있는 여행기들은 무려 정확히 1년 전쯤 것들이라

당시 사용하고 있던 카메라와 렌즈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1년 가까이 망원렌즈 없이 기본 줌렌즈를 가진 모델로만 촬영하다가

최근에서야 약간은 망원이 되는 렌즈를 도입하게 되어서 시험삼아 이태원에 갖고 나와봤습니다.

 

 

 

저녁에 한 잔 더 하겠지만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조금 먼저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이태원에는 적지 않은 술집이 외국식 펍을 이미지해서 영업중이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시끄러워서 진짜 펍의 느낌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자리에 앉아있으니 주문 받으러도 오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합니다만

그래도 펍의 느낌을 좀 살리려는 의도인지 주문시 현금으로 즉시 지급할지 카드를 맡길지를 물어보네요.

 

나침반님은 크롬바허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주문받던 분은 이걸 크롬바커로 부르시더군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굉장히 유명한 독일 필스너 맥주라서 저도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탄산의 쏘는 느낌이 강하면서 향기도 좋고 맛은 부드러운 편이더군요.

저도 무난하게라면 이걸 마시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항상 쓸데없는 도전정신이 폭발하기 때문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녀석을 골랐죠.

 

 

 

인도 맥주인가 싶어서 주문한 인디카입니다. 그런데 미국산이더군요.

훗날 술의 달인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인디아 페일 에일이지 라고 딱 설명해 주는게 과연 술고래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홉을 많이 넣어서 그런다던가 도수가 6.5%로 일반 맥주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니라 뒷만이 묘하게 씁쓸하고 향기가 진하네요.

옥수수 음료같은 한국 맥주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합니다.

 

한 잔 비워보니 이거 자주 마시면 습관이 될 듯한 매력이 느껴지네요. 탄산의 짜릿함보다 향기와 뒷맛으로 즐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점심때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여전히 꺼지질 않아서 맥주도 안주 없이 그냥 마셨네요.

저녁도 굳이 식사를 할 필요없이 바에서 맥주와 함께 가볍게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과 반대쪽 끝까지 한번 걸어보는데 여전히 건물 위에는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마스코트들이 보이는군요.

 

 

 

걸어가다보니 재밌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라는 긴 이름인데, 건물 디자인만 봐도 예술감각이 느껴집니다.

 

평생 살면서 이번이 이태원 세 번째다 보니 이런 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리가 없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까페 기능에서부터 각종 희귀 음반등이 모여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그리고 지하에 소규모 공연장을 갖춘 복합 센터라고 하네요.

현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라는 기업은 전혀 좋게 보지 않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나름 좋게 보이는군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디 밴드들이 애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면 더욱 좋을 듯.

실제로는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아서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만.

 

 

 

밖에서 보니 2층이 뮤직 라이브러리인 것 같은데,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걸까요.

들으려면 헤드셋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카드가 없어서 돈 내고 들어갈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하긴 전 음악을 많이 듣긴 해도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라 듣고픈 음악이 있으면 거의 집에서 혼자 듣습니다.

나중에 현대카드라도 생기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건물 반대편에는 예전 달동네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이런 언덕에 살면 좀 불편하더군요.

 

이태원 상권이 보통 규모가 아니던데, 반대편에는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이미지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번 나침반님과 이태원 갔을 때 이슬람 사원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물어보니

저기 언덕 위에 있다고 하셔서 슬금슬금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시끌벅적한 이태원도 좋지만 이런 골목길 걷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죠.

어찌 보면 그 나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주는 곳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도 이런 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골목의 전신주와 전선들은 볼 때마다 한 번씩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어집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이런 골목을 15분 정도 걸어서 6년을 다녔는데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럽도 당연해 보이는 그 풍경들을 지금 다시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면

시대의 흐름속에 남아있던 그 모습은 지금와서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이태원은 이태원이라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저 글자는 언뜻 보기에 이상한 상형문자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니 영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라면 'GUPA SMELLS GOOD' 처럼 보이네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때는 단렌즈를 끼고 있었던지가 광각촬영이 불가능해서 그냥 이렇게 찍었습니다만

나침반님이 '다리가 8개네요'라고 말씀하신 것 처럼 뒤에 다리가 4개 더 있습니다. 신기한 생물이네요.

 

 

 

도시정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런 언덕골목은 걸어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밑의 조그만 슈퍼의 지붕과 눈높이가 맞닿는 곳이 있더군요.

 

소소한 부분에서 평소와는 다른 시점을 찾아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겠죠.

 

 

 

이슬람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어쨌든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합니다.

날씨도 좀 후덥지근하고 해서 약간 귀찮긴 했지만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원이니 땀을 흘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주변에 흑인들도 많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참 묘한 분위기더군요.

 

평범해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에도 예술감각을 십분 발휘한 벽화가 숨어있어서 지친 숨을 내쉬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헥헥거리며 사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국인 이슬람 신자 한 분이 접근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한국어 발음이 약간 어색해서 완전히 이해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개신교처럼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편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나침반님이 세계일주를 계획중이기도 하고,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기본 지식이라고 갖고 있는 편이 좋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건물 밑에 비치된 무료 책자도 몇 권 챙기고 해서 돌아옵니다.

사원 중앙의 녹색 글씨는 알라후 아르바크(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이고 오른쪽부터 읽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날씨가 맑고 이른 시간에 와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처럼 해가 슬슬 지려는 순간의 부드러운 하늘도 이곳 사원과 나름 어울리는군요.

 

 

 

이슬람 사원의 매력적인 특징인 기하학적 무늬입니다. 보통 아라베스크라고 하죠.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타 종교보다도 엄격하게 금지하던 곳이라 인간이나 동물의 조각을 새기는 것을 금지하다 보니

식물의 덩굴 등을 연속적인 패턴화해서 사원을 장식하거나 한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웅장한 겉모습에 비해 수수한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밀한 무늬가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모스크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무언가를 믿는다는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관심이 없는고로 제가 특정 종교인이 될 일은 없겠습니다만

종교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 탐구라고 생각을 하니

항상 제가 모르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충 볼거리는 다 봤으니 슬슬 펍이라도 찾아 가벼운 식사와 맥주를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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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잠깐 올라간 김에 나침반님과 이태원을 찾았습니다.

 

이태원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인 걸로 기억하는데, 보통은 평소 먹을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을 위해 가는 편이죠.

가격이 좀 센 곳들이 많지만 예전에 찾았던 우즈베키스탄 요리점은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뭘 먹을까 싶어서 조사를 해 보니 한국에 딱 하나밖에 없는 불가리아 음식점이 눈에 들어와서 가 봅니다.

일반 메뉴는 하나씩만 시켜도 둘이서 7만원은 거뜬히 나올 듯 하니 역시 저렴하게 접할 음식은 아니네요.

하지만 런치세트가 그럭저럭 싼 편이라 그걸로 그냥 맛만 보기로 했습니다.

 

메인 요리 전에 나오는 샐러드와 수프, 바게뜨입니다.

샐러드는 그냥 맨 것이나 다름없고 수프는 뜨끈하고 구수한 고기맛이 연하게 느껴지더군요.

 

 

 

좀처럼 먹기 힘든 요리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가게 사진을 찍기가 힘들 정도로 말이죠.

제가 선택한 메인 요리는 양다리 바베큐 입니다. 소스가 전혀 짜지 않은게 굉장히 담백하더군요.

 

얼핏 인터넷에서 검색한 결과는 이 곳 음식이 꽤나 짜다는 소문이었는데

메뉴마다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도 소스도 전혀 짜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네요.

 

양고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사하라 사막과 삿포로 맥주공원의 임팩트가 DNA 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이 곳 양고기는 그 특유의 비린내도 잘 잡아낸 편이고 고기가 부드러워서 먹을만 합니다. 양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다른 메뉴를 시켜야 다양하게 맛을 보니 나침반님은 닭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저도 한조각 떼어 먹어보니 이것도 맛이 연하네요. 불가리아의 고기 음식은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의 소스를 사용하는건가 싶습니다.

 

양고기 바베큐나 닭고기 스테이크나 이런 맛이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도 괜찮을 법하지만

기왕 이태원에 왔으니 맥주는 다른 곳에서 먹기로 하고 식사만 즐깁니다.

주위의 다른 손님들은 뭔가 큼직큼직한 캠프파이어 장작처럼 세워져 있는 꼬치구이도 시키고 해서

이곳 음식이 꽤나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돈에 구애없이 마구 먹을수도 있지만 그냥 체험하러 왔다는 느낌이라 이 정도면 적당합니다.

 

 

 

그나마 사람이 적게 찍히는 구도로 간신히 한 장 찍어봤습니다.

젤렌이라는 이름의 가게인데, 알고보니 불가리아어로 '녹색'이라는 뜻이라더군요. 과연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으면 사진도 훨씬 화사하게 나왔을텐데, 하필이면 안내받은 곳이 어두운 구석탱이라.

 

뭐 이런 사진은 그냥 소소한 추억 남기기로 담는 것이니 그리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디저트로 나오는 요구르트는 시중 국내산과 비교해서 훨씬 시큼한 맛이 훌륭하더군요.

요구르트의 본고장 맛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저는 단 요구르트보다는 신 요구르트를 좋아해서 입에 잘 맞았습니다.

집에서도 떠먹는 요구르트를 간이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지만 저는 거의 다른 첨가물을 타지 않고 시큼한 맛 그대로 먹거든요.

 

처음엔 이 정도 양 가지고 괜찮을까 싶었는데, 고기는 고기라 배가 한동안 꺼지지 않고 포만감을 유지해 줬습니다.

 

 

 

아직 날이 한창 밝을 때라 사람들이 별로 많지는 않네요.

나침반님 말로는 밤이 되면 인파가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과연 이런 분위기는 밤이 되어야 본론이 시작되는 걸까요.

메르스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조용하다는 말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이곳은 그 여파가 별로 미치지 않는 듯 합니다.

 

사람 적을때 이태원 구경이나 실컷 하기 위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이태원이 그리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봅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곳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되려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원래는 미군들 때문에 시작한 상권이고 지금도 온갖 외국인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자연스럽게도 한국인 관광객 역시 많이 찾아서 나름 신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요즘 굉장한 불경기라고 한탄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 곳은 음식점이 즐비해도 나름 장사가 잘 되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긴 모든 사람들이 나침반님이나 저처럼 외식을 한다면 이런 가게들 오래는 못 가겠죠.

 

 

 

뒷골목을 걸어가다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펍이 보입니다. 이건 제가 아는 펍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이 정도면 왠만한 중소기업 굴리는 것보다 자금이 더 많이 들 듯 한데, 과연 어떨까 싶습니다.

 

맥주 한 잔 하긴 하겠지만 아직 이런 곳에 들어가서 자리잡을 만한 시간은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고 패스합니다.

 

 

 

재미있는 데코레이션도 보입니다. 아마 소주병인 것 같은데 옆으로 주욱 늘어놨더군요.

디자인이라는 건 재료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겠죠.

 

밤에는 저 위의 라이트가 켜질 테니 그때 다시 한 번 구경하러 오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홍대에서도 자주 봤지만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이태원 골목에도 그래피티가 많더군요.

용인하고 있는 것인지 건물주가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예술로 보기에는 단순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밑의 '폐 유 수 거'와 별로 다를바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허름한 뒷골목에서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눈을 끄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과하지 않은 선에서 즐긴다면 별 문제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이태원은 이런 분위기에 알맞은 곳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구도가 나올 것 같아서 한 장 담아봤습니다.

르 꽁드와의 쉐프는 어쨌든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많이 힘든가 봅니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밑에는 쓰레기 봉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위의 쓰레기들은 강렬한 색생을 발산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군요.

 

그래피티라는 게 원래 반달리즘과 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먹고 자라난 분야이긴 한데

한국에서는 그냥 재미삼아서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특별히 의미를 따지기는 좀 그렇네요.

단정히 배열된 쓰레기와 그래피티, 그리고 엄중한 경고문이 얽혀있는 모습은 왠지 사회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태원엔 바이크가 많더군요. 도로를 달리는 녀석도 많고 주차되어 있는 녀석도 많습니다.

괜찮다 싶어서 찍어봤는데 왠걸, 나침반님이 제가 인터넷 사진을 보고 영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혼다 CBR125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녀석들은 정말 영 아니게 생겨서 훌륭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욕구가 일어나지 않았던 모델인데

막상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네요. 바이크라는 게 사진으로는 매력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녀석들인가 싶었습니다.

 

이 색상은 건담 버전이라고 하시는데 딱 이해가 되었습니다. 레플리카보다 네이키드를 좋아하는 편이라 관심없었는데

직접 보니 이 정도면 듀크125보다도 싸고 성능도 좋은편이니 잠깐 고민을 하게 만들더군요.

 

자금이 널널하다면야 125cc 중에서 과하게 고급인 듀크125 를 구입하고 싶긴 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 녀석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이태원은 생각만큼 큰 거리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도로 주변의 각종 상점들보다는 양쪽 골목 사이사이에 퍼져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더욱 볼만합니다.

 

나침반님이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도 하나씩 먹어봤습니다.

아마도 전국의 모든 터키 아이스크림 점주분들이 실행할거라 예상하는 깜짝 이벤트도 한번 겪어보고.

 

예전에 먹었던 돈두르마보다 쫀득함이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만 이런 건 기분으로 먹는 것이니까요.

제가 알고있기로는 돈두르마는 어떤 식물의 뿌리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쫀득쫀득함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 식물이 한국에는 없는 녀석이라 과연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끝까지 걸어와 봤으니 다시 돌아서 다른 길을 찾아 구경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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