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입구가 열리지 않았으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옆의 산지직송 마켓을 둘러보러 들어간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행.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가볍게 승락해 준다.
농산물 신선하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에서도 가장 품질좋기로 유명한 토카치 평야 지역이고
식량 자급자족률이 500%를 넘는 곳이니 이곳에서 타 지역 농산물을 먹는다는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
사고 싶게 만들어지는 포장 기술만큼은 백 년이 지나도 한국이 따라잡기 힘들 듯.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라고 할까, 한국은 포장지에 들어가는 돈이 있으면 그걸로 양이 더 많은 걸 사먹는다는 관념이 강하니까.
하지만 나같은 여행자들에게는 이런 디자인을 한 과자가 눈에 훨씬 잘 들어오는것도 사실이다.
선물을 사 갈만한 환경이 안되는 본인을 제외하고, 평범하게 타 지역에서 관광 온 사람들이라면
왠지 못해도 한두 개 씩은 구입해 가지 않을까 싶은 물건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한랭지에서 더욱 부드럽고 고소한 감자다 보니 홋카이도 하면 떠오르는게 이 녀석이다.
품종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 지역의 기후가 감자를 맛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홋카이도산 감자를 사용했다고 해도 실제 이 지역 출하품이 아닌 이상 이 맛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얼핏 봐서는 과연 이런 것까지 사 갈까 싶은 상품들까지 많이 진열되어 있는데
만들지 않아서 못 사는 것 보다는 수요를 만들어내는 도전정신과 그것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시장 규모가 부러울 따름이다.
오비히로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한국어로도 광고를 하고 있다.
글자를 보니 일단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쓴 글귀는 아닌 듯 하지만, 이런 지역에서 한국어를 보게 되면 왠지 배려심에 마음이 따듯해진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만화 '은수저'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이용한 광고인데
그 옆에 판매중인 '오야코동과 TKG에 어울리는 간장'이 심히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오야코동은 반숙 계란에 닭고기를 더해 밥 위에 올린 덥밥을 의미한다. 의미는 말 그대로 부모와 자식 덮밥.
일본에 있을 때 최고의 아침식사로 손꼽는 것이 TKG 였는데, 타마고(계란)카게(덮)고항(밥)의 약자로 많이 사용된다.
싱싱한 날계란을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흰 쌀밥 위에 얹고 간장을 뿌려 비벼먹으면 그 고소함과 짭짤함은 보물과도 같다.
일본에서는 그 TKG에 알맞게 짠 맛을 줄이고 단 맛을 첨가한 전용 간장도 대인기.
문제는 저 간장을 사들고 가도 한국에서 생으로 먹을만한 계란 찾기가 어렵다는 것. 저 상품을 볼 때마다 매번 아쉬운 마음 뿐이다.
특히 이곳 홋카이도에서는 그날 아침 낳은 싱싱하기 그지없는 날게란을 먹을 수 있으니, 상상하면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인다.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산지 직송 야채들이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진열된 것을 보니
아침에 이곳에 들러 경마 몇 판 땡기고 야채 몇 종류를 사들고 돌아가는 중년 가장의 모습이 어렴풋이 연상된다.
외국 관광객인 나로서는 구입할 가치가 없지만, 돈을 줘도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지우기 어려운 한국 사정을 생각하면 부러움을 지울 수 없다.
경마장 한 켠에 마련된 조그마한 시장에서도 못 구하는 것이 없는 풍족함은 세상에서 가장 디지털화 된 한국과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
나이 탓인지 모르겠는데, 자기가 먹을 것을 실제 손으로 만져보지도 않고 웹에서 구매해 배달시킨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알이 꽉 찬 시샤모가 뜯기 아쉬울 정도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시샤모는 열빙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민물고기인 빙어와는 다른 청어과의 바다물고기라서 헷갈릴 때가 많다.
알이 꽉 찬 암컷이 인기가 있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인지 수컷 시샤모도 구분해서 판매중이다.
이걸 숯불 같은데 올려놓고 구워서 아작아작 씹어먹으면 술안주로 예술인데 이곳에서는 아쉽게도 그림의 떡.
산지 직산이라고는 하지만 주방이 없는 조그만 비지니스 호텔에 틀어박힌 여행자로서는 구매할 필요가 없는게 대부분이라
예전부터 신기하게 생각했던 젤리빈 과자나 한 봉지 사들고 밖으로 나온다.
어릴적부터 그 귀여운 모양과 영롱한 색깔이 신기했지만 엄니가 불량식품이라며 먹지 못하게 했고
그 이후로 관심 자체가 시들해져서 아직까지 평생을 손꼽아 한두 번밖에 먹은 기억이 없는 녀석이라 눈에 들어온 김에 사 본다.
아직도 경마장을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아서 시간 남을 때 미리 배를 채울 생각으로 건너편 푸드코드에 들어간다.
조금 위화감이 들긴 해도 이곳 한정상품이라는 토카치 우유라멘을 먹어보지 않고는 그 호기심을 잠재울 수 없으니까.
자리가 10개도 되지 않는 조그만 라멘가게에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우유라멘 하나를 주문하고 나서 버스 티켓을 구입할 때 받았던 200엔 할인권을 건네며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가능하다고 하신다.
한정상품이라는 미명 하에서는 뭐든 비싸지기 때문에 할인권이 꽤나 도움이 된다.
전분에서부터 야채 차슈, 우유까지 100% 토카치 산이라고 자랑하고 있으니 가격만큼의 만족감은 있지만.
영하 8도 정도의 바깥에서 돌아다니다 들어와 먹는 라멘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살짝 긴장하면서 한 모금 떠넘긴 우유 국물은 거부감이 전혀 없는 부드러운 곰탕 맛이라 오히려 너무 무난한 편.
하긴 벌칙게임에서 먹는 것도 아니고 맛없는 라멘을 일부러 만들었을리는 없으니 내 기대가 너무 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 라멘에서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과도한 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맛이다.
강렬한 자극보다는 곰탕에 부드러움을 한껏 첨가한 듯한 맛이 부담없이 느껴진다. 특히 이런 겨울날에는 날씨가 곧 반찬이니까.
차슈가 매우 빈약했던 게 가격대비 아쉬웠지만 어쨌든 국물에 특징을 둬서 광고하는 녀석이니 체험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라멘 명인이 만든 메뉴는 아니라 눈이 동그레 질 맛을 느끼진 못했지만 이곳에서 한 번쯤 먹어볼 녀석으로는 안성마춤.
먹거리는 라멘 외에도 많고, 경마장 안에도 충분하지만 일단 몸이 따뜻해 졌으니 대만족.
밖으로 나오려는데 아주머니가 경마장 할인권 필요없냐고 물어보신다.
토카치무라에서 뭐든 구입을 하면 경마장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고.
버스 티켓을 끊으며 이득봤다고 의기양양하던 기분이 조금 사그라드는 정보였지만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손해본 것은 없다.
마침내 문을 연 경마장 입구를 통과했지만 바로 건물 내로 들어가기전에 주위 풍경을 다시 한번 담아본다.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도 이 정도 눈이 내리면 여름만큼이나 풍부하게 잎사귀를 늘어트린 모습이 되어 그것 또한 일품이다.
무용지물이 된 벤치도 쌓일 부분만 쌓인 눈더미가 풍미를 더해줘 셔터를 누르게 할 정도의 쓸모는 있다.
기껏 반에이 경마 보러 왔는데 눈이 부족해서 땅바닥이 어스름하게 비쳐 보인다던가 했다면 매우 아쉬웠을텐데
이렇게 봉긋봉긋 솟아있는 벤치를 보니 참 여행운이 좋은 편이구나 싶어서 미소가 떠오른다.
벤치 찍으며 실실 웃고있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어떤 모습일려나.
경마장 반대편 광장은 원래 아이들의 놀이공원이었던 듯.
예전에 말이 끌던 마차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름이라면 경마에 관심없는 아이들이 한껏 뛰어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마차쪽으로 걸어간 것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흔적이 눈 위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봐서
몇몇 아이들이 저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음에 틀림이 없지만, 역시 날씨가 날씨다 보니 오래 버티진 못했나 보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와 보는 경마장인데, 첫 인상은 이게 경마장인가 의아한 기분이다.
경마 관련 상품들을 판매한다는 것 외에는 그닥 특징적일 게 없는 아케이드 같은 분위기.
막상 들어와보니 조금 긴장되기도 하는게, 경마를 어디서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지조차 아는 게 없다.
마권을 살 생각은 애초에 없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어디에서 말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오래된 상식 상 심각한 표정으로 마권뭉치를 노려보며 줄담배를 피워대는 도박 중독자들이 보이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그냥 놀러온 듯한 가벼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아서 약간은 맥이 풀린 기분이기도 하다.
나같은 초심자를 위한 서비스정신은 철저해서 기분은 좋다.
서로우브래드 같은 일반 경주마들의 편자와 반에이 경주마들의 편자를 비교해 놓은 코너가 인상적.
편자 크기만 봐도 반에이 경주마들의 덩치를 짐작할 수 있다. 겨울용 편자의 스파이크에 가까운 위압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정말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오는건지 한국어 안내서도 있고, 터치 모니터에는 반에이 경마에 대한 전반적 상식과
표를 구입하고 당첨금 수령하는 방법까지 세심한 설명이 초심자들을 반겨주고 있다.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선 굵은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경마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자칫하면 인생 포기할지도 모르는 것이 도박이란 품종이라 뭔가 순순한 호의로밖에 받아들이기엔 조금 거북하다.
뭐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냥 재미삼아 즐기는 수준으로 유지할 정신을 갖고 있을테니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비로소 경마장처럼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반에이 경마는 트랙 길이가 200m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중계용 TV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로또처럼 된 OMR 카드에 자신이 정한 말을 찍은 후 이곳에 넣으면 자동으로 배팅이 되는 시스템인 듯.
창구 너머에도 공간이 넓은데 저 안에서는 사람들이 바쁘게 뭔가를 계산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마는 단순히 현재 어떤 말의 상태가 좋은가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몇 대까지 경주마의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 말의 습성과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승률을 올릴 수 있는 머릿싸움.
트랙이 잔디인가 진흙인가, 맑은 날씨인가 비가 오는가에 따라 선천적으로 잘 달리는 말이 있기도 한데다가
기수 성격과 경주마의 상성관계 등 고려할 점이 너무 많아서 거의 학문적인 수준에 다다라 있다. 그런 고로 배당율도 로또 등의 고이윤 도박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
반에이 경마는 다른 경마와 달리 혈통이 단순화 되어 있어서 조금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재미로 즐기는 것 이상의 운을 바래서는 안 된다.
날씨가 워낙 춥다보니 사방에서 거대한 소음을 내며 난로가 가동중이다. 바로 앞에서는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로 강렬한 열풍을 내뿜고 있다.
이글거리는 난로 앞에 잠시 서 있으면 몸이 따뜻해 지지만 아무래도 경마 자체보다 경주마가 달리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혹한 속에서 감상해야 하니 부담감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아예 밖으로 나갈 생각도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이 쪽은 텅 비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 너무 황량하다.
이런 폭설 속에서는 굳이 잘 안보이는 2층에서 경기를 감상할 일이 없으니 당연한 상황이겠지만, 그래도 난로는 군데군데 켜 놓았다.
일단 생전 처음 와 보는 경마장이니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낡은 시설이지만 청소 정리는 매우 깨끗해게 해 놓아서 보기가 좋다. 하지만 2층 바깥으로 나가는 출입구 중 몇 곳은 사용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아무래도 눈을 다 치우긴 어려우니 덜 미끄러운 출입구만 개방해 놓은 듯 하다.
밖으로 나오니 이제 좀 경마장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눈이 오는 지금은 이곳 2층 바깥쪽 관객석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지붕이 눈을 전부 커버해 주지 못하기 때문.
매끈한 콘크리트 바닥에 가득 쌓이지 않은 적당한 눈더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끄럽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촬영은 무리일 듯.
다른 곳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일단 이 정도 경마장이라도 본인 눈에는 꽤나 거대해 보인다.
성수기때는 여기에 사람들이 가득 앉아서 말들이 말리는 모습을 보며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걸까.
경마장에 비해 트랙이 작은 경마장이란 참 묘하게 느껴진다.
경마장과 트랙 사이에 상당한 공간이 비어있는데 원래 뭘 하는 곳일까 궁금하다.
혹시 저 안쪽까지 걸어가 사진을 찍어도 된다면 참 역동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아무도 저곳으로 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확인이 어렵다.
나중에 안내소에 한번 물어볼까 싶기도 한데 그런 거 물어보면 생초보인걸 자랑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경기가 시작되려는지 트랙 옆의 조그마한 패독에 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슴 속에서도 시동이 걸리는 듯 조금씩 두근거리지만 서두를 것은 없다.
눈 속에서 렌즈를 바꿔 끼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일단 2층 멀리서 몸을 푸는 말들의 모습을 담아본다.
원래 패독에서 말을 보여주는 시간은 경마에서 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어쩐지 그닥 관심 가지는 사람이 없다. 마권을 살 사람이면 대강 알고 있는 것일까.
조금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이 패독 앞으로 몰려나온다. 저기까지는 들어가도 되는가 보다.
지붕 아래서 망원렌즈로 바꾸고 위엄넘치는 말의 모습을 좀 더 자세하게 담아본다.
과연 듣던대로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말들. 기수의 허리와 지면과의 높이를 생각하니 역시 상당히 무서울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주마들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워낙 예민해 조그만 반응에도 기수를 떨어트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고대 장군들이 보병들 옆에서 말 위에 앉아있으면 그 높이차로 인해 위압감이 절로 생겨났음에 틀림없다.
긴장한 말들도 많은지 몇몇 기수들은 아예 내려서 말을 끌고 걷기도 한다.
정해진 코스를 돌지도 않고 가끔 가기 싫어하며 멈춰서는 말들도 있는 걸 보면 보는 사람도 불안해진다.
일반 경마에서는 워낙 유전적 교배가 잦고 훈련이 충분해서 그 수가 적은 편이지만
반에이 경주마는 일단 주체못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녀석들이라 사고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기본적으로 파워게임이라 성격 더럽다고 해서 배팅율이 낮아질 필요가 없기도 하고.
또박또박 걷지 않고 가끔 훌쩍훌쩍 앞다리를 들며 이상한 걸음을 하는 녀석도 있다.
거칠고 우락부락하게 보여도 결국 농경용으로 사람 말을 잘 듣는 말이라 기본적으로 겁쟁이임엔 틀림없다.
눈이 와서 흥분한 것인지, 관객들이 가까이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전통적인 패독에 비하면 좀 난장판 느낌이다.
방한장비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현재의 본인 수준으로 얼마동안이나 저 밖에서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최적의 조건에서 경마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각오를 단단히 하고 1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층 경마장쪽 출입구로 다가가니 안내원들이 '눈더미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라고 연신 외치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주먹만한 눈더미가 지붕에서 툭툭 떨어져 내린다. 맞으면 심히 기분이 좋지 않을테니 주의해야 한다.
위험하다 싶으면 안내원들이 손을 들어 나가려는 사람을 제지하며 눈이 떨어진 후 드나들도록 하고 있다.
지붕 밖으로 나오니 도심에서 보기 힘든 탁 트인 광경에 끝없이 내리는 눈이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한다.
첫 번째 레이스를 시작하기 위해 말들이 패독에서 출발점으로 이동중이다. 200m 정도의 트랙이지만 가까이서 한 눈에 보기엔 역시 먼 거리다.
어디쯤 자리를 잡으면 괜찮은 모습이 나올까 고민한다. 이 경주의 클라이막스는 당연히 두 개의 언덕 부근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오긴 하지만 역시 경마보다 볼거리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들 뿐이라 그리 많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지금 상황이 쉽사리 밖으로 나올 만한 분위기가 아니긴 하다. 체감온도가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폭설 속이니까.
생애 첫 경마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흥분감에 추위도 잊고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을 주며 언덕 장애물 비스듬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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