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게게게의 키타로'에 해당하는 글들

  1. 2012.11.03  산인 여행 - 귀국 20
  2. 2012.10.31  산인 여행 - 사람이 사는 요괴마을 20
  3. 2012.10.25  산인 여행 - 미즈키 시게루 로드 18

 

 

여러가지로 절약이 가능했던 여행이라서 자금은 그럭저럭 널널하게 남았다.

가져간 현금의 1/3 정도 남았으니, 페리터미널에 가기 전 뭐라도 먹어볼까 싶다.

남들한테 줄 기념품은 이미 구입했고, 본인 것으로는 소설 원서 몇권 샀으니

여기서 할만한건 맛있는거 먹는 일밖에 없다.

 

식당에서 자리잡고 먹기에는 페리터미널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딴거 없다 둘러보고 있는데, 오랜만에 소프트크림이 눈에 들어와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보통 유제품이 아니더라도 싸잡아서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는데

예전에 '하드'라고 부른 빙과류에는 크림이라고 할만한 것이 안들어가니 뭔가 잘못 정착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키타로 마을에 왔으니 키타로 관련 아이스를 먹어봐야지. 잠깐의 유흥으로 가격은 더 비싸지만

관광지에서 1~2천원 더 주고 새다른 아이템 먹는것까지 아까워하기는 좀 그렇다.

소프트크림 맛은 수박맛이라는 묘한 맛이 있어서 골랐고, 크림 위에 토핑으로 고를 과자 하나 고르라고 한다.

주인공인 키타로를 선택할까 싶기도 했지만 시각적으로 제일 정감가는건 역시 눈깔아버지 쪽.

 

 

 

사진좀 찍어도 되겠냐니 흔쾌히 대신 들어주신다.

날씨가 더운 날이라 크림 위에 얹은 초코소스가 금방 굳지 않고 조금씩 흘러내리는게 위태위태하다.

서둘러 사진 찍고 밖에 나와서 먹기 시작한다. 눈깔 토핑은 사실 퍼석퍼석해서 별 맛이 없다.

 

크림은 한국의 수박맛바에 유제품을 섞은 듯한 맛. 부들부들하면서도 맛은 강렬하다.

수박맛 향기가 강하고 설탕이 많아서 그닥 좋은 크림을 사용한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에서 그런걸 바라진 않으니 별 불만없이 먹긴 했는데.

 

예전 자전거 여행시 신세를 졌던 키소(木曽)의 홈스테이 아저씨분이

맛있는 소프트크림 있다고 자동차를 몰고 30분이나 달려서 도착한 고원 목장지대의 아이스크림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농후한 크림맛이라서, 그때 이후로 그냥 평범한 소프트크림은 애들 장난감으로 느껴진다.

일본 몇몇 산간지역에 그런 프리미엄 소프트크림이 있는데, 제대로 된 우유를 쓴 크림이라는게 그런 맛이라는건 처음 느껴봤다.

유럽에서도 그렇고 원래 소프트크림은 그런 맛이었을텐데, 기술이 발달할수록 어째 식음료의 질은 떨어지는 아이러니함은 뭘까.

 

 

 

미즈키 시게루의 흉상과, 그의 저서에 적혀있던 행복론중 한가지인 글귀에 쓰여있는 조각상.

해석하자면 '게으름뱅이가 되어라' 인데, 이걸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뭔가 이상한 결론이 나오게 될지도.

 

전쟁때 왼팔을 잃고, 40세가 넘을때까지 한끼 한끼 식사 해결해서 굶어죽지 않는것 하나만을 위안으로 삼으면서도

당시 천대받던 만화가의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미즈키 시게루가 이런 말을 입에 담는다는게 어색하지 않을까.

 

원래 저서에 적혀있던 내용 없이 그냥 이 문구만 읽는다면 오해의 소지가 충분할 듯 하다.

그가 하는 말은, 재능과 노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정진해서

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득이 들어와 부자유스럽지 않게 느긋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위치의 사람이 되라는 뜻.

그런 게으름뱅이라면 나도 되고싶지만, 그러러면 좀 더 노력해야 할 듯.

 

워낙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 이해할만한 발언이지만,

호화스럽게도 나는 의미 그대로 진짜 게으름뱅이가 되길 원한 미야자와 켄지의 시구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비에도 지지않고' 라는 시를 읽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지도.

외국어 시라서 한국어로 옮겼을 때 운율이 가진 느낌을 채현하긴 힘들지만 의미 전달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데, 주인공인 키타로도 독사진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셔터를 누른다.

지금에서야 일본인들에게도 신기한 복장이겠지만, 묘하게 학생복과 묘지기의 복장이 섞인듯한 모습은

당시엔 그리 특이한 복장이 아니었던 듯.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는 평범함이 요즘엔 오히려 매력포인트가 된 듯 하다.

 

 

 

사실 이 키타로 동상은 혼자가 아니고, 옆의 바위 위에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위치상 둘을 한꺼번에 넣으면 눈깔아버지가 아예 보이지 않을정도로 작아져 버리기 때문에

잠깐 생각하다가 그냥 따로따로 남아버린 것.

 

맨날 키타로 어깨위에 앉아있어서 아버지가 아니라 포O몬스터의 O카츄같은 녀석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이 작품이 포O몬스터의 기초가 된 것일지도?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마수는 역앞 파출소에도 그 힘을 뻗친다.

파출소 앞에는 기념 스탬프도 찍을 수 있고, 왠지 다른 파출소보다 들어가기 쉬워보이는 분위기.

경찰서라는게 일반인들한테는 워낙 흉흉한(?) 곳인데, 왠지 이곳에서는 들어가서 잡담이라도 해 보고 싶은 느낌이다.

 

자전거 여행중이라면 길 물어보기 위해서 쉽게 들어가겠지만 지금은 이야기거리가 없으니.

사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과 경찰은 관계가 좋지 않아야 정상이긴 한데

의외로 대부분 친절하게 대해주는게 신기했다. 세세한 지도까지 출력해서 펜으로 루트를 그려주기도 하고.

 

많은수의 장거리 여행자들이 공원에서 노숙하거나, 공공화장실 옆에서 밥 지어먹거나 하기 때문에

도시 경찰들은 쉽게 쫓아버릴수도  없고 놔둘수도 없고 난감해하는 분위기.

그래도 일단 도와줄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잘 도와주는 모습이 나름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한밤중에 도착한 시골 마을 파출소에서는 위험하다고 노인용 야광 어깨끈도 하나 받기도 했고.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그날 밤 도로에서 맷돼지를 만나기도 했지만.

 

 

 

셔틀버스는 5분이면 출발한다. 역 앞에 돌아와서 맨 처음 찍었던 조각상을 전체적으로 담아본다.

캐릭터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역시 이 조각상이 가장 느낌이 좋다. 미즈키 시게루의 인생이 담긴 듯 해서.

 

 

 

산책길 출발할때는 고양이소녀 전철이었는데, 지금은 눈깔아버지로 어느샌가 변신해 있다.

두 종류의 전철을 구경할 수 있었으니 왠지 이득본 느낌.

 

톳토리현은 매년 국제 만화박람회를 열어서 외국 작가들이나 젊은 지망생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워낙 장기간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는 박람회에서 이렇게 3일 정도의 여행에서는 장님이 코끼리의 코를 만지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톳토리현이 사구 말고는 관광거리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장기간 박람회를 열 수 있는것이진 하지만

상당히 열성적으로 기획중인 만화박람회도 이곳 미즈키 시게루 로드 하나의 인기를 능가하기는 좀처럼 힘든듯 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무원들 하면 세금이나 축내는 녀석들이라는 느낌이 있는데

한 공무원이 우연히 기획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공무원도 한다면 할 수 있다는 쾌거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생각.

물론 나머지 대부분은 이런거 생각할 여유가 없겠지. 노느라고.

 

 

 

이 사진 찍고나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페리를 탄 시간 이틀을 빼면 3일간의 여행이었는데, 이 3일간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

쓰레기 잘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도 그렇게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여행지라고 알려진 도시에서는, 번화가에 가면 얼마든지 쓰레기 구경(?)정도는 할 수 있으니.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외딴 도로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어마어마하게 볼 수 있다.

사실 도로가에 떨어진 쓰레기는 한국보다 더 많다. 트럭 운전수들이 먹다가 아무데나 버리기도 하고

가전 폐기물을 돈 받고 수거해서, 산골 도로 깊숙히 그냥 버리는 사기꾼들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에.

산골도로가 워낙 많은 일본이라 인력을 동원해도 좀처럼 그런 곳의 쓰레기까지 정리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이러나저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기억을 더듬어봐도 길가에 쓰레기 떨어진 모습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촌동네라서 그런 걸까. 결론적으로 깔끔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버스는 10분도 걸리지 않아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다. 승선시간을 엄수해 달라고 해서 일찍 들어왔지만

정말 할게 없는 곳이니 심심하긴 하다. 한국쪽보다 훨씬 외딴 곳. 한국에서는 그나마 밖에 나가면  식당이라도 있었다.

여기는 식당이고 뭐고, 주위는 전부 물류창고밖에 없다. 사람 사는 흔적조차 안 느껴지니.

 

인내와 끈기를 갖고 할일없는 시간을 보냈는데,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은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서 승선 직전에야 도착한다.

그래도 가이드하고 말이 다 되어 있었는지 관광객 여권을 뭉터기로 들고 와서 금방금방 승선권을 넘겨준다.

개인 관광객들에겐 승선 1시간 전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으라더니, 단체 관광객들은 승선 15분 전에 오는건 뭔 짓인지.

 

이래서 단체 관광객들하고 같은 날짜에 움직이는게 싫다. 괜한 박탈감 느끼게 하니까. 그런 특권마저 관광비용에 들어있다면

그건 권력 남용이라고 부를만한 것이니 신경질 내도 관계없겠지.

 

 

 

이번 산인 여행 날씨는 참 묘하다. 유시엔 이동중 폭우를 만나고, 유시엔 관람시엔 화창하고

미즈키 시게루 로드까지도 이렇게 맑은  하늘이 있었나 싶었지만, 승선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힌다.

대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극단적으로 바뀌는 건지. 일단 페리만 타면 끝이니까 이제와서 날씨 걱정할 일은 없지만.

 

승선을 마치자마자 카메라 집어들고 밖으로 나왔다. 몇  초만 늦어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이라서

그 전에 사진이라도 남길까 싶은 마음에. 이게 10분 전만 해도 맑디 맑은 하늘의 모습이다.

 

 

 

그 다음부터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일본서 사온 마시는 멀미약을 6시간 간격으로 한병씩 마시고 잔 것밖에는.

저녁식사는 운이 좋게도 출항하기 전에 미리 먹는 바람에 멀미걱정 없었다. 맛은 여전했지만.

 

멀미약 덕분에 덜 어지럽길레 이번에 산 책이라도 읽어볼까 하고 과감한 도전을 해 봤지만

역시 움직이는 배 위에서 책까지 읽는건, 아무리 멀미약의 힘을 빌어도 무리였다. 그대로 누워서 줄창 잠만 잤다.

 

12시간 달리고 달려서 강원도가 보이는 곳에 도달하니 이건 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쨍한 날씨.

이번 여행은 예정에 없던 이벤트들이 자주 생기긴 했지만, 적어도 이런 하늘만큼은 여행중에 만날수 있길 바랬는데.

다 끝나고 돌아오니 이런 하늘이 반겨주는 모습은 왠지 더 서글프다.

 

 

 

바람도 없고 파도도 매우 잠잠해서, 바다는 흐늘거리는 실크 같은 느낌이다.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할까. 멀미약 없을때는 넘실넘실 사람을 말려죽이더니

멀미약 먹는 날에는 왠지 바다가 매우 평온하다.

 

 

 

원래는 매우 부정적인 성격이지만, 여행중 만큼은 항상 긍정적이 되는 두얼굴의 사나이.

그래서 이제서야 나타난 화창한 하늘 역시, 바다 위에서 멋들어진 모습 연출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산인 지역의 화창한 모습을 놓친 대신에 햇빛 반사되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으니.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다음엔 아무래도 비행기로 후딱 갔다오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쯤 유시엔의 가을을 만끽하러, 직원 할머니에게 인사라도 하러 다시 들러볼까 하는 성급한 상상을 하며 하선.

'떠나자 > 山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인 여행 - 사람이 사는 요괴마을  (20) 2012.10.31
산인 여행 - 미즈키 시게루 로드  (18) 2012.10.25
산인 여행 - 유시엔 3/3  (21) 2012.10.23
산인 여행 - 유시엔 2/3  (14) 2012.10.18
산인 여행 - 유시엔 1/3  (18) 2012.10.16

 

 

연간 100만명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관광객이 찾아오는 원동력이 되는 이곳에는

한창 만화 좋아할 때의 유아들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절반쯤이 한국인 절반쯤이 일본인 어른이 보인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관광객도 보이긴 하는데, 역시 작품이 작품이다 보니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이 주 고객층인가보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던 곳은 이곳 연못.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동상이 곳곳에 숨어있다.

산책나온 젊은 어머니들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목하는 듯한 장소.

 

 

 

이미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작품은 만화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일본 근대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위치에 이르러 있다.

유명 만화가들의 출신지에는 나름 선전문이나 간단한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 없잖아 있음에도

이렇게 마을 전체 경제가 한 만화가의 작품에 의존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곳은 명실공히 일본에 이곳 뿐.

 

작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요괴 신사라고 이름붙여진 이런 장소 역시 그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멋져보이는 바위와 특이한 나무 몇그루를 전시해놓은 이곳은, 신사라고 부르기도 뭣한 조그만 장소지만

묶여있는 소원 종이와 에마의 수를 보니 나름 관광객들에게 짭짤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곳의 에마는, 기원이 기원이다보니 평범한 신사의 에마와는 전혀 다른 특이한 녀석들이라서

외국에서 관광온 경우에는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는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일부러 연출한 화면이 아니고, 빛바랜 나무 담벼락 한모퉁이에 걸려진 각양각색의 에마들이 이곳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어디서든 재미있는 에마 내용 찾아보는게 이젠 일과가 되었는데

'대학에 합격해서 만화가가 될수 있기를' 이라고 소원을 적어놓은 녀석이 인상적.

만화가 지망이다보니 그럴싸한 그림도 그려놨다. 어디의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력은 나름 있는것 같으니 열심히 하면 만화가가 되지 못할것도 없겠지만, 만화가하고 대학하고 무슨 관계인지는...

아마도 만화 전문대학이라던가 그런 곳일 듯.

 

그것과는 별개로, 사진 담고나서야 보인 오른쪽의 한국어 에마 역시 나름 신선했다.

내용이 신선했다는게 아니라, 이런 장난끼 넘치는 요괴신사에서 너무나도 장중한 필체로 염원을 담아내는 모습이.

 

 

 

이곳의 특이한 에마들을 한데 모아서 담아본다. 기념품으로 하나 가져갈까 싶었는데

이번 여행은 특히 기념품에 돈을 꽤 많이 사용한 편이라서 좀 자재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준비한 현금의 1/3 정도는 남겨가긴 하지만, 멀지 않는 훗날 또 다시 일본 가야 할 일이 생길테니 항상 여행시엔 현금을 좀 남겨오는 편이다.

 

지금 집에 모아놓은 엔화는 한화로 약 14만원쯤. 다음 여행갈때 든든한 후원금이 되어주겠지.

 

 

 

신사 안의 모습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녀석은 신사 입구앞에 세워져 있는 이 녀석이다.

키타로의 아버지가 흐르는 물바구니 속에서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좀 어지러울듯 하지만, 매끈한 표면을 무기로 마구 회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다.

 

많은 관광객들이 웃으면서 손을 뻗어 눈깔을 멈추곤 한다.

본인은 관광객이 없을때 회전하는 눈깔이 딱 보이는 순간을 위해 꽤나 한참동안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지금까지 사카이미나토 시 차원에서 제작된 여러가지 키타로 관련 컨텐츠들을 살펴봤는데

이곳에 거주중인 주민들이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충분히 멋진 관광거리에 속한다고 생각.

 

1950년대 작품인 만큼, 산책로 주변의 가게들은 삐까뻔쩍한 건물이 없다.

다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한다는 의미일까. 낡은 나무판자집에 추억의 미닫이 유리문이 한국에서 온 나로서도 정겹게 느껴진다.

 

사실 이곳은 안에서 열심히 사진 찍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편인데, 워낙 소심한 마음이라서 왠지 셔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밖에서만 찍었는데, 단순히 시가 주선한 관광거리에 편승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들의 힘으로 손님을 모으겠다는 열정이 느껴진다.

손으로 그려 조잡해 보이는 촬영 스팟이, 옆의 반듯한 벤치보다 더욱 어울려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고.

가게 정문앞을 비추는 전등 역시 키타로 아버지로 장식하는 꼼꼼함까지.

 

이곳의 큰손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이, 키타로를 접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아쉬울 뿐이다.

기념품은 어느 정도나 팔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꼭 이런 정보수집증(?)이 앞서는 바람에 관광의 즐거움보다 지적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드는 것도 좀.

그렇다고 가게 주인한테 그런거 물어보는건 좀 실례고.

 

 

 

도시정비는 분위기만큼이나 그다지 현대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온갖 전선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특히 요즘 일본에서는 사거리 신호 알리는데 저런 스피커를 쓰진 않는데도.

 

뷰파인더를 올려보니 의외로 푸른 하늘과 어지럽게 얽힌 전선, 그중에 유채색으로 빛나는 스피커가 꽤나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해 주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사거리 앞으로 다가가는데, 횡단보도 앞에 한국인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한동안 내가 서 있는줄 모르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던 아주머니가 이윽고 나를 발견하고 살짝 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이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한국사람 아니야~' 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나.

 

 

 

관광객들로 흘러넘치는 그런 장소는 아니지만

어쨌든 톳토리 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레벨을 갖춘 분위기.

 

원래 시골마을이니 일부러 그럴것도 없긴 한데

어쨌든 키타로의 마을이다 보니 대부분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로 마을 전체가 구성되어 있다.

키타로의 아버지 눈깔이 술병 들고 앉아있는 저 그림 역시 마을 분위기에 참 어울린다.

고향의 부흥을 위해 모든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준 미즈키 시게루 덕택일지도.

 

 

 

현대화에 미친듯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느긋한 마을이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구 3만 5천명의 시골마을에서 보이는 풍경은

최신 시설이라고는 냄새 나지않는 화장실 정도밖에 없으면서도,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조용한 건물들의 연속.

 

택시회사라기보다는 자동차 정비소같은 느낌을 주는 저 회사의 모습도, 이곳에서는 관광지의 볼거리로 느껴진다.

사명 밑에는 '키타로와 만날수 있는 마을'이라고 적혀있다.

지붕밑에는 여지없이 눈깔아버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안에서 대기중인 택시 상단부에도 눈깔이...

마을의 특색이란 건, 입구에 크고 비싼 상징물 한두개 만들어놓는다고 생겨나는게 아니다.

요괴들의 마을이지만 어느 곳보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의 특색은

시에서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소소한 마음가짐에서 만들어진 것.

 

 

 

지금도 사용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 설치된 이 녀석은 일단 라디오라고 한다.

그냥 나사 두개와 뻥 뚫린 구멍이 사람 얼굴처럼 보여서 담아봤는데,

일단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볼 수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관광과 관련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일사분란한 거리인 것.

 

 

 

요괴들 조각상은 워낙 많아서 그걸 다 찍어서 올리다간 이곳 홍보대사가 되어버릴 듯 하니

걸어가다가 좀 시선을 끌만한 녀석들만 살펴보게 된다. 다들 원작에서 뭐 하는 녀석인지 설명이 되어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역시 와닿지 않는게 아쉽기도 하다.

 

 

 

작품의 히로인격인 고양이소녀. 어쨌든 제일 유명한 캐릭터중 하나여서 그런지

사람 손을 많이 탄 흔적이 보인다. 세삼 느끼지만 미즈키 시게루는 여성 캐릭터 그리는데는 소질이 없나보다.

 

 

 

산책로 거의 끝부분까지 걸어갔다가 방향을 돌려서 역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책로 끝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위치해 있어서, 이 파란만장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페리 승선시간이 그렇게 널널하진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간다.

 

여행 출발전 대강 찾아본 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그다지 볼것도 없고 시간도 그리 걸리지 않는다는게 중론인 듯 한데

내 입장에서 본다면, 오늘 오전 마츠에에서 라멘 먹으며 빈둥거린 시간이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아까웠다는 정도일까.

난 책도 몇 번씩이고 읽고, 영화도 몇 번이고 보는 성격이라서, 한번 간 여행지에 다시 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약간의 여운을 남겨놓고 돌아가는것이 다음 여행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딱 그 정도의 아쉬움만 가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뭐 놓친 건 없나 싶어서 둘러보던 중, 능히 동상들의 가치에 견줄만한 화장실 간판에 눈을 뺏긴다.

디자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픽토그램. 키타로를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대로 즐거우며, 모르는 사람이라도 전하는 바는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표본이다.

왠지 툭 떼어내서 집의 화장실 앞에 붙여놓아도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인데, 아무래도 저걸 파는 상점은 보지 못했다. 내가 좀 특이한가.

'떠나자 > 山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인 여행 - 귀국  (20) 2012.11.03
산인 여행 - 미즈키 시게루 로드  (18) 2012.10.25
산인 여행 - 유시엔 3/3  (21) 2012.10.23
산인 여행 - 유시엔 2/3  (14) 2012.10.18
산인 여행 - 유시엔 1/3  (18) 2012.10.16

 

 

10분쯤 기다려 한적한 버스를 타고 금새 사카이미나토(境港)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페리터미널까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중이라서 요금 걱정은 없지만

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50분 정도.

 

사카이미나토는 강릉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페리 선착장이 있긴 하지만

산인 지방이 워낙 외딴 곳인데다가, 관광객 대부분이 이곳을 경유해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는 부류라서

그 외국인들에게만 관광 수입을 기대해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는 항구마을이다.

 

지금껏 내가 돌아다닌 마츠에, 이즈모 등은 모두 산인 지방중 시마네(島根)현에 속해있지만

유시엔이 위치한 조그만 섬 다이콘지마(大根島)를 버스로 15분쯤 달려서 도착한 이곳 사카이미나토는 톳토리(鳥取)현에 속한다.

일본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현이 톳토리현, 그 다음가는 현이 시마네현이니까, 산인 지방의 고립적인 상황이 이해가 될런지.

 

그나마 이즈모타이샤라도 있어서 나름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시마네현과 달리 일본에서 가장 큰 해변가 모래사구 단 한개만이

유일한 볼거리인 톳토리현이고, 그것도 공항이나 항구에서 1시간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톳토리 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떨어져서 여러가지로 관광자원이 부족한 곳.

 

하지만 어떻게든 현의 관광사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머리를 짜내던 관계자들은 훌륭한 컨텐츠를 만들어 냈다.

일본의 국민만화중 하나인 게게게의 키타로(ゲゲゲの鬼太郎)의 작가인 미즈키 시게루(水木じげる)의 고향이 이곳 사카이미나토였던 것.

그걸 이용해서 아무것도 없던 조그만 항구마을인 이곳에 설립된 것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Road)이다.

 

사카이미나토역을 나서면 바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이 산책로 덕분에 톳토리현은 나름 자랑할만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냈고

물질적인 관광자원이 없다면 문화컨텐츠를 관광자원으로 삼자는 일념으로, 매년 만화축제를 개최하는 등 방향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현재 일본의 국민만화중 하나인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 역시 톳토리현 출신이라서

키타로와 코난, 반세기를 뛰어넘은 국민만화 두 작품의 작가를 바탕으로 삼아 낙후된 현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중.

 

사카이미나토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거대한 키타로 간판. 일본인들에게는 맹꽁이 서당만큼 친근한 이미지다.

 

 

 

역 앞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맨 처음 볼 수 있는 동상. 이 만화를 보면서 커온 사람들이 본다면 참으로 감회가 새로울듯한 모습이다.

만화를 그리고 있는 작가 미즈키 시게루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만화속 주인공 키타로.

5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추억의 일부로 간직하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다시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게게게의 키타로는 원래 1930년대 유행하던 민화 '아이키우는 유령'을 그림연극으로 각색한 '묘지의 키타로'가 그 기원이다.

1950년대 미즈키 시게루가 만화를 연재하던 당시엔 요즘과 같은 만화잡지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전후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 속에서 시게루는 5달 가까이 원고료를 받지 못하거나, 만화 원고가 소실되기도 하는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입지를 다져갔다.

한국에서는 외팔이 만화가로 더 유명한듯 한데, 태평양전쟁때 라바울 뉴기니 전투에서 폭격에 왼팔을 잃은 것.

 

'전후 일본인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표본으로 삼아도 될 만큼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작가라서

2010년엔 '게게게의 아내'(ゲゲゲの女房)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대히트 하기도 했다. 당연히 미즈키 시게루와 그를 뒷받침해준 아내의 이야기.

 

 

 

맞은편에서 만화원고를 쳐다보고 있는 캐릭터는 키타로의 악우인 생쥐인간(ねずみ男).

실제로 게게게의 키타로가 국민적 작품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은 애니메이션화가 진행되고 나서인데

그 전에 연재한 만화쪽은, 괴담민화에서 파생된 작품답게 의외로 아이들이 보기에 무서울 정도로 심각한 작품이었다.

 

그 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캐릭터라고 할까, 키타로와 친구관계이면서도 매우 속물적이고 욕심이 많은 성격으로

키타로를 곤경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은 녀석. 그래도 작가가 애착을 가지는 캐릭터인지 당당히 메인 동상으로 참여했다.

 

 

 

문화컨텐츠를 이용한 관광상품 개발이라고 하면 사실 어느정도 패턴이 정해져 있는데

이곳 미즈키 시게루 로드라는 곳은, 딱히 크게 관심을 끌만한 뭔가가 있는 곳은 아니다.

상점가 사이사이에 세워져 있는 등장 요괴들의 동상과, 키타로 관련 상품, 전철에 그려넣는 캐릭터 등등.

 

하지만 전후 피폐했던 시절에 어린이였던 사람들, 고도성장기에 사회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 사람들에게 있어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특별한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 외국인이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관광지.

 

전철에 그려진 캐릭터는 키타로의 친구이자 작품의 아이돌(?) 고양이소녀(猫娘).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여성적 매력이란걸 느끼끼 힘든 캐릭터지만, 사실 연재 당시에도 별로 색기는 없었다.

이는 미즈키 시게루의 그림체가 워낙 여성 캐릭터 작풍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심지어 타 만화가에게 부탁해서 여성캐릭터를 그려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키타로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극장판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데, 요즘의 고양이소녀는 일본풍 미소녀로 변신했다고.

 

 

 

전쟁때 한쪽 팔을 잃고도 만화가로 대성한 작가.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지탱해준 아내.

일본사람들에게 이처럼 여러가지 면에서 귀감이 되는 부부가 또 있을까 싶다.

 

전쟁당시 라바울 뉴기니 원주민들과 매우 친해져서, 일본으로 귀국하지 않고 귀화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인데

만약 그의 바램이 이루어졌다면 게게게의 키타로는 존재하지 않았을 터. 역사의 흐름이란 건 참 아이러니하다.

 

젊을때는 신경질적인 성격이었다고 하나, 아내의 도움으로 성공한 이후로 온화하고 웃음기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금술좋기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기도 했고, 이곳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초안을 들고 찾아간 사카이미나토 공무원에게

제작에 관련된 모든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주된 볼거리는 역시 산책로를 따라 세워져 있는 요괴들의 동상들.

큰 동상은 사카이미나토역 앞에 세워져 있고, 거리에 세워져 있는 동상들은 손바닥보다 작은 녀석들이다.

시게루 본인이 직접 감수를 했으니 재현성은 매우 높지만, 한국 관광객들에게 별로 재미없는 코스로 알려지는 것도 어쩔 수 없을 듯.

 

워낙 오래전에 오랫동안 연재된 작품이고, 온갖 다양한 요괴들이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라서

아마 일본사람들도 여기 전시된 캐릭터들이 어디 나온 녀석인지 다 기억하지는 못할 듯 하다.

여담으로 코믹스판에는 한국 요괴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최대한 작가의 오리지날 요괴를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 역시 생각보다 귀엽지 않은 캐릭터들에 놀랄 수도 있을것 같다.

초기 연재본은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거의 호러 장르에 가까웠기 때문에.

 

친절하게도 동상 옆에는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세세하게 적혀있었는데

설사 그걸 내가 찍어와서 전부 번역한다 하더라도, 그게 이 블로그와 대체 뭔 관계가 있을까 싶어서 패스.

애초에 게게게의 키타로 원작을 읽어본 사람이 한국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물론 근래 복각판이 한국에도 출시되긴 했으나, 이미 뛰어넘기 힘든 시대의 간격이 놓여있으니까.

 

 

 

물론 동상이 주된 볼거리이긴 하지만, 이 산책길 곳곳에는 문득 사람을 미소짓게 만드는 요소들이 상당히 빼곡하다.

이 눈알 가로등은 키타로 작품에서 뺄 수 없는 중요 캐릭터. 캐릭터 일부분이 아니라 정말 캐릭터다.

눈깔아버지(目玉親父)라고 불리는데, 정말 키타로의 아버지. 예전에 한번 죽었는데 키타로를 염려하는 마음에 눈깔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그냥 훵하니 둘러보면 별것 없는 거리지만

세세한 것을 찾아다니는 성격의 관광객이라면 상당히 유용한 곳이다.

처음엔 조그맣게 늘어선 동상에만 눈을 뺏기지만, 잘 둘러보면 마을 전체에 키타로의 손길이 깃들지 않은곳이 없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라고 부를게 아니라 미즈키 시게루 월드라고 해도 될 만큼

이 산책로에 존재하는 모든 소품들, 심지어 거의 관계없어보이는 일반 주택들 사이에서도 키타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요괴 동상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인데

의외로 요즘의 눈깔미소녀화가 진행중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보다

50년대 그림체인 키타로 캐릭터들이 입체화에 더 적응력이 있는 듯 하다.

 

흡사 고바우영감과 같은 신문만화 느낌이 나는 그림체라서, 미적 의무감이나 캐릭터의 몸값 늘리기에 연연하지 않으니

추해보일수 있는 모습이라도 입체화시에는 그게 고스란히 캐릭터의 특징으로 부각되는 느낌.

 

 

 

주인공이다 보니 여러군데서 출몰중인 키타로와 시게루 본인.

시게루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눈깔이 키타로의 아버지이다.

 

 

 

방금 전 언급했듯이, 이곳에는 키타로가 서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

멀리서 얼핏 봤을때는 키타로 자판기인가 싶었는데, 옆에 자판기가 있는걸 보니 그건 아니다.

 

망원으로 길 건너편에서 담았기 때문에 재생해보고야 알았는데, 자판기가 아니라 재활용 쓰레기통이었다.

자판기용 분리수거 쓰레기통이니 캔과 페트병이 들어가는 구멍을 구분해 놓았다.

주위 목조건물과 나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기왕 두 개의 투입구니까 키타로 아버지인 눈깔요괴의 그림을 구멍 주변에 그려놓는게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정도.

그것도 생각해보면 키타로 아버지 눈알에다가 쓰레기 집어넣는 형국이 되니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긴 하다.

'떠나자 > 山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인 여행 - 귀국  (20) 2012.11.03
산인 여행 - 사람이 사는 요괴마을  (20) 2012.10.31
산인 여행 - 유시엔 3/3  (21) 2012.10.23
산인 여행 - 유시엔 2/3  (14) 2012.10.18
산인 여행 - 유시엔 1/3  (18)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