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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6.16  이태원 걸어다니기 2편 2
  2. 2012.05.06  어린이날은 친구와 놀기 26
  3. 2009.09.04  홋카이도(北海道) 여행기 2편 - 오타루(小樽), 삿포로(札幌) 9

 

원래는 달동네처럼 도시계획이 정비되기 전에 구성된 마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이태원입니다.

여기저기 꾸미지 않았다면 참 낡은 분위기를 풍겼을 텐데 나름 초현실적인 벽화가 재미를 살려주는군요.

 

일반적인 그래피티와 달리 제작자 이름까지 당당하게 적어놓은 걸 보니 허락을 받고 그린 모양입니다.

 

 

 

이태원이라서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건물 옥상에 재미있는 인형도 떡하니 올라가 있네요.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보수적인 사상이 팽배한 한국에서

이런 자유분방함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곳이 이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씩 오버리터급 바이크들이 두셋씩 떼를 지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같은 도로 사정에서 오버리터급은 거의 취미 이상의 실용적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날렵하면서도 육중한 몸매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돈이 많으면 한 대 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녀석들도 재미있는게 많습니다. 신기한 트라이 바이크도 보이고.

이 녀석은 브랜드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비싸 보이는 스쿠터네요.

 

스쿠터는 개인적으로 제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별 관심이 없지만

자동 기어라 운전도 편하고 운전 자세도 편하고 요즘엔 연비도 좋은 편이라 애증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이크 중에서 굉장히 스쿠터틱하면서 진짜 자동기어인 묘한 모델이 있는데

혼다의 NM4-02 라는 녀석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바이크입니다.

 

 

자금이 널널했으면 아마 덥석 구입해 버렸을 녀석입니다. 스쿠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바이크죠.

앞쪽 뒤쪽에 각각 조그만 수납공간이 있고 거의 편하게 앉아서 자동기어로 탈 수 있고

700cc대 중형 바이크임에도 연비가 30km를 넘는 신기한 녀석입니다.

 

일본쪽 가격은 1천만원 대인데 한국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아 구매하려면 거진 2배의 금액이 필요합니다.

만약 1천만원으로 구입이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쯤 굴리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가 들수록 로망이 되어간다는 할리 데이비슨도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입니다.

거의 중형자동차 가격이다 보니 그야말로 괴물같은 덩치와 편의성을 자랑하는군요. 뒤쪽 텐덤 시트에 팔걸이까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이런 모델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 다행입니다.

이 정도로 편안한 오버리터급 바이크는 나이 한참 더 든 다음에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전 그냥 디자인 좋은 네이키드 정도면 만족하고 싶네요.

 

 

 

좀 전에 불가리아 음식 먹던 골목을 바깥에서 한 장 담아봅니다.

망원계열 렌즈를 정말 오랜만에 써 봐서 감각이 좀 무뎌졌네요.

 

지금 블로그에 한창 올라오고 있는 여행기들은 무려 정확히 1년 전쯤 것들이라

당시 사용하고 있던 카메라와 렌즈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1년 가까이 망원렌즈 없이 기본 줌렌즈를 가진 모델로만 촬영하다가

최근에서야 약간은 망원이 되는 렌즈를 도입하게 되어서 시험삼아 이태원에 갖고 나와봤습니다.

 

 

 

저녁에 한 잔 더 하겠지만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조금 먼저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이태원에는 적지 않은 술집이 외국식 펍을 이미지해서 영업중이더군요.

하지만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시끄러워서 진짜 펍의 느낌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자리에 앉아있으니 주문 받으러도 오고 술도 가져다 주고 합니다만

그래도 펍의 느낌을 좀 살리려는 의도인지 주문시 현금으로 즉시 지급할지 카드를 맡길지를 물어보네요.

 

나침반님은 크롬바허를 한 잔 주문했습니다. 주문받던 분은 이걸 크롬바커로 부르시더군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굉장히 유명한 독일 필스너 맥주라서 저도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탄산의 쏘는 느낌이 강하면서 향기도 좋고 맛은 부드러운 편이더군요.

저도 무난하게라면 이걸 마시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항상 쓸데없는 도전정신이 폭발하기 때문에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녀석을 골랐죠.

 

 

 

인도 맥주인가 싶어서 주문한 인디카입니다. 그런데 미국산이더군요.

훗날 술의 달인인 친구한테 물어보니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인디아 페일 에일이지 라고 딱 설명해 주는게 과연 술고래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홉을 많이 넣어서 그런다던가 도수가 6.5%로 일반 맥주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 뿐만이 아니라 뒷만이 묘하게 씁쓸하고 향기가 진하네요.

옥수수 음료같은 한국 맥주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거부감이 있을 법도 합니다.

 

한 잔 비워보니 이거 자주 마시면 습관이 될 듯한 매력이 느껴지네요. 탄산의 짜릿함보다 향기와 뒷맛으로 즐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점심때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여전히 꺼지질 않아서 맥주도 안주 없이 그냥 마셨네요.

저녁도 굳이 식사를 할 필요없이 바에서 맥주와 함께 가볍게 넘기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전과 반대쪽 끝까지 한번 걸어보는데 여전히 건물 위에는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되는 마스코트들이 보이는군요.

 

 

 

걸어가다보니 재밌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언더스테이지라는 긴 이름인데, 건물 디자인만 봐도 예술감각이 느껴집니다.

 

평생 살면서 이번이 이태원 세 번째다 보니 이런 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리가 없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까페 기능에서부터 각종 희귀 음반등이 모여있는 뮤직 라이브러리, 그리고 지하에 소규모 공연장을 갖춘 복합 센터라고 하네요.

현대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라는 기업은 전혀 좋게 보지 않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나름 좋게 보이는군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인디 밴드들이 애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면 더욱 좋을 듯.

실제로는 한 번도 들어가보질 않아서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만.

 

 

 

밖에서 보니 2층이 뮤직 라이브러리인 것 같은데,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걸까요.

들으려면 헤드셋을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현대카드가 없어서 돈 내고 들어갈 생각은 없는데 말이죠.

 

하긴 전 음악을 많이 듣긴 해도 굉장히 개인적인 성격이라 듣고픈 음악이 있으면 거의 집에서 혼자 듣습니다.

나중에 현대카드라도 생기면 재미삼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건물 반대편에는 예전 달동네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실제로 이런 언덕에 살면 좀 불편하더군요.

 

이태원 상권이 보통 규모가 아니던데, 반대편에는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이미지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번 나침반님과 이태원 갔을 때 이슬람 사원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물어보니

저기 언덕 위에 있다고 하셔서 슬금슬금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시끌벅적한 이태원도 좋지만 이런 골목길 걷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죠.

어찌 보면 그 나라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 주는 곳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도 이런 곳을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골목의 전신주와 전선들은 볼 때마다 한 번씩 카메라에 담아주고 싶어집니다.

국민학교를 다닐 때 이런 골목을 15분 정도 걸어서 6년을 다녔는데

그때는 너무나 자연스럽도 당연해 보이는 그 풍경들을 지금 다시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 보면

시대의 흐름속에 남아있던 그 모습은 지금와서 꽤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이태원은 이태원이라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저 글자는 언뜻 보기에 이상한 상형문자처럼 보이지만 유심히 보니 영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라면 'GUPA SMELLS GOOD' 처럼 보이네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때는 단렌즈를 끼고 있었던지가 광각촬영이 불가능해서 그냥 이렇게 찍었습니다만

나침반님이 '다리가 8개네요'라고 말씀하신 것 처럼 뒤에 다리가 4개 더 있습니다. 신기한 생물이네요.

 

 

 

도시정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런 언덕골목은 걸어다니며 사진 찍는 재미가 있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니 밑의 조그만 슈퍼의 지붕과 눈높이가 맞닿는 곳이 있더군요.

 

소소한 부분에서 평소와는 다른 시점을 찾아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이겠죠.

 

 

 

이슬람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어쨌든 언덕을 좀 올라가야 합니다.

날씨도 좀 후덥지근하고 해서 약간 귀찮긴 했지만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원이니 땀을 흘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주변에 흑인들도 많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참 묘한 분위기더군요.

 

평범해 보이는 골목 사이사이에도 예술감각을 십분 발휘한 벽화가 숨어있어서 지친 숨을 내쉬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헥헥거리며 사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외국인 이슬람 신자 한 분이 접근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군요.

한국어 발음이 약간 어색해서 완전히 이해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개신교처럼 귀찮을 정도로 따라붙는 편은 아니라 다행입니다.

 

나침반님이 세계일주를 계획중이기도 하고,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기본 지식이라고 갖고 있는 편이 좋으니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건물 밑에 비치된 무료 책자도 몇 권 챙기고 해서 돌아옵니다.

사원 중앙의 녹색 글씨는 알라후 아르바크(알라는 위대하다)라는 뜻이고 오른쪽부터 읽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날씨가 맑고 이른 시간에 와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었지만

오늘처럼 해가 슬슬 지려는 순간의 부드러운 하늘도 이곳 사원과 나름 어울리는군요.

 

 

 

이슬람 사원의 매력적인 특징인 기하학적 무늬입니다. 보통 아라베스크라고 하죠.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타 종교보다도 엄격하게 금지하던 곳이라 인간이나 동물의 조각을 새기는 것을 금지하다 보니

식물의 덩굴 등을 연속적인 패턴화해서 사원을 장식하거나 한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웅장한 겉모습에 비해 수수한 색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정밀한 무늬가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이 모스크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무언가를 믿는다는 종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관심이 없는고로 제가 특정 종교인이 될 일은 없겠습니다만

종교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지적 탐구라고 생각을 하니

항상 제가 모르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올 때마다 이 곳을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충 볼거리는 다 봤으니 슬슬 펍이라도 찾아 가벼운 식사와 맥주를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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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대구시내 동성로에 친구보러 나갔습니다.

전 어린이는 아니고 어른이라고 불리는 키덜트라서, 생각하는건 역시 고딩때와 별로 변한 것도 없군요.

지식과 경험은 쌓이고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근본적인 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먹으면 철든다는 이야기도 절대 믿지 않는 편이죠.

젊을때 덜된 녀석은 나이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 이상.

 

일 관계로 일본 가기 전에 또 부탁받을게 좀 있어서 고교동창 친구와 그 동생분을 만났습니다.

만날 때마다 만화책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서적을 듬뿍듬뿍 주고 받기 때문에 유익하죠.

동성로는 어린이날과는 그닥 관계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고딩때나 지금이나 그런 분위기에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서, 딱히 나이먹었다는 느낌도 들진 않는군요.

 

일단 밥이나 먹자고 골목길 구석에 위치한 고기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게 이름이 '고기 굽는 남자'였던가...

 

 

 

싼 것도 아니고 비싼것도 아닌, 시내치고는 무난한 돼기고기가 나무판때기 메뉴에 적혀있군요.

시내 음식점이란 워낙 치열한 전쟁터라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인상을 심어줘야 하겠죠. 나무판에 손글씨로 적인 메뉴는 재미있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고기 굽는 남자인데 오늘 서빙해 주시는 분은 여자사람이시네요.

 

그 여자사람분이 동생분의 넥삼 카메라를 보고 자기도 그거 쓴다고 잠깐 대화를 나눴습니다.

 

 

 

산지 일년도 되지 않아서 단종되어버린 비운의 NEX-C3 녀석.

소니는 아무튼 신제품 바디를 너무 빨리빨리 찍어내서, 자기 제품의 감가상각에 신경쓰는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동생분은 어차피 이녀석으로 끝장을 볼 생각이라 단종되었어도 그닥 데미지는 입지 않은 듯.

저걸로도 뭐 못찍을 사진은 없으니까요. 이제 카메라 성능 탓에 사진 못 찍을 시대는 아닙니다.

 

 

 

점심시간은 지났고, 저녁시간까지는 꽤나 남은 어중간한 시간이라서 가게 안에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일부러 이런 시간대를 선택했죠. 시내에서 사람들에게 치여가며 밥먹는거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예전에 한 번 가봤을때 그 독특한 모양새를 한 돼지고기가 인상적이라서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젊은 주인장분이 열정적이고 친절하게 손님들을 대접해 주기도 해서, 힘든데도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죠.

스테이크처럼 매우 굵은 고기 한점을 뚝 떨어트리고 한참을 굽습니다.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말하지 않는 한, 이곳에서는 점원들이 시간에 맞춰 고기를 구워주러 옵니다.

보통 고기집에서 보기 힘든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어떻게 구워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꽤나 시간이 흐른 후에 면을 뒤집습니다. 한쪽은 적절하게 구워졌네요.

 

이런 식으로 돼지고기를 구우려면 지방층도 어느 정도 붙어있어야 덜 타고 씹히는 맛도 좋습니다.

 

 

 

두께가 상당히 놀랍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1인분당 150g 밖에 안되기 때문에 양은 좀 적네요.

저런 두께를 어떻게 익히나 걱정도 되지만, 사실 아주 깊숙히까지 칼집을 세세하게 넣어놨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잘 익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다떨다가도 점원분이 고기 구우러 오는 순간 전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버리고 고기만 노려보는 것이 좀 난감하긴 해도.

 

 

 

양쪽 모두 적당히 구워졌다 싶으면 썩둑썩둑 잘라줍니다.

이게 자르자 마자 찍은 사진인데,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거진 다 익어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그래도 돼지고기니까 살짝만 더 구운 후에 맛있게 흡입해 줍니다.

 

아무래도 세명이서 3인분은 너무 적은것 같아서 조금 더 시켰네요.

굵기 문제에 따른 퍼석함을 해결하기 위해 부위 선택을 신중하게 한다는 쥔장 말마따나

상당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것이, 이 정도 가격이라면 훌륭하다고 평가해도 될 듯 합니다.

 

 

 

밑반찬의 수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이 곳의 특별 반찬이라고 하면 이 녀석이죠.

색깔은 무시무시합니다만 그렇게까지 많이 매운 건 아닙니다. 살짝 씁쓸한 콩나물의 맛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군요.

저는 매운걸 좋아는 해도, 먹었다 하면 위장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바람에 이번에도 훗날 화장실 신세를 좀 졌습니다.

이런 걸 먹는건 아주 가끔이니, 먹게 되었을 때는 그냥 각오하고 먹는 편이죠.

 

 

 

생활정보지의 쿠폰을 사용하면 이런 오뎅탕을 서비스로 줍니다.

돈 주고는 절대 시켜먹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죠.

 

맛이라 할 만한 건 없는 평범한 술안주지만, 뜨거울때 먹는 오뎅과 국물은 역시 정감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흡입해 버리고 추가로 주문한 녀석. 처음과는 다른 부위를 주문해 봤습니다.

가브리살이라고, '등겹살' 부위를 말하는데 이거 被る 라는 일본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네요.

'덮어쓰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쉽게 말하면 그냥 '겹살'과 똑같은 뜻이고, 등겹살이라는 부위와는 그닥 관계는 없습니다.

 

돼지 한마리당 2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부위지만, 여지껏 전혀 인기가 없어서 따로 분류되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그냥 가브리살이라고 이름붙이고 희귀부위라는 마케팅을 이용한 덕에, 요즘 들어서야 가격이 조금 오른 케이스입니다.

자주 먹는 삼겹살이나 목살과 맛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한번쯤 먹어볼만은 하군요.

 

 

 

좀 진득하게 식사를 하고 시간을 한참 보낸 후, 다시 시내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면서 소화를 시킨 후에 호프집에 들어갑니다.

대학생때 자주 들어갔던 호프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더군요. 자주 안나가는 시내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던 호프집이었는데.

 

시내 지리를 모르기 때문에 대충 눈에 들어오는 가게에 들어가서 적당히 시켜봅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거의 없어서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네요.

 

 

 

전 코로나 한 병 시켰습니다.

사실 밖에서 술을 거의 안마시기 때문에, 저렇게 레몬 한조각을 넣은 코로나는 처음 보네요.

원래 코로나는 이렇게 마시는 걸까요?

 

레몬덕에 탄산이 쏴~ 하고 올라오는게 보여서, 맥주가 더 시원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돋보입니다.

 

 

 

동생분은 과일맥주인 후치를 주문했습니다.

어떤 과일맛이 맛있을까 고민중이었는데, 주문 받으러 오신 분이 '사과맛이 맛있어요'라고 하셔서 그걸로 결정.

전 마셔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사과맛 음료 매우 좋아하니 아마 맛있었겠죠.

 

과일맛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는걸로 아는데

동생분은 사실 마음먹으면 상당한 주당이라고 합니다. 편견을 버립시다.

 

 

 

코로나속에 빠져있는 레몬이 신기해서 한장 더 찍어봤습니다.

매실주속에 들어있는 매실은 반드시 뜯어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녀석은 꺼내기도 힘들고 레몬을 씹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포기.

 

두 번째 주문때는 동생분도 이 코로나를 주문해서 레몬에 심취했습니다.

저는 시원한 코로나를 마셨으니 독일 밀맥주의 부드러움을 느껴보려고 마이셀을 주문하려 했지만

마이셀은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냥 무난한 독일맥주인 뢰벤브로이를 한 병 주문해서 꼴딱꼴딱 마셨네요.

 

 

 

뭐든 사람으로 붐비기 전에 느긋하게 즐기자는게 모토라서

한적한 호프집에서 일행들끼리 신나게 즐기다가 일찍 빠져나왔습니다.

그 후로 노래방에서 오랜만에 목도 좀 혹사시키고 집까지 산뜻하게 걸어서 귀환했네요.

밤이 되도 그리 서늘하진 않지만 바람이 불어서 야간 산책하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니 땀이 흠뻑 나는군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답게(?) 놀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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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 둘째날은 삿포로에서 그리 멀지않은 오타루(小樽)로 결정했습니다.
4박 5일의 일정으로 여행사 패키지처럼 하루종일 차타고 여기 30분, 저기 30분 돌아다니는건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둘러보는 장소 수를 줄이더라도 그냥 맘편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로 한 터라
이번 여행으로 부모님께 홋카이도의 유명한 곳을 여기저기 보여드리기는 어렵지만
(덤으로 여행경비도 많이 잡지 않아서 호화스럽지도 않지만)
그냥 홋카이도가 어떤 곳이라는 정도만 느끼게 해 드리고 싶더군요.

오타루는 홋카이도 최초의 상업항구로서, 삿포로와 이시카리(狩)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도시입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공장도 많이 세워졌는데, 지금은 그 공장들이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되고 있죠.

오타루 하면 떠오르는것이 운하와 초밥입니다. 요즘엔 운하 하면 반사적으로 치가 떨리지만 이곳 운하는 정말 아담한 것이, 요즘 와서 보면 처음부터 관광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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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이지 않는 홋카이도 최초의 철로.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원주민들의 역사는 제외하고) 딱히 문화적 가치를 크게 지닌 곳이 많진 않지만
비싼 돈 주고 외국까지 나가서 관광을 하다보면 별 것 아닌 데서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곤 하죠. ㅡㅡ;

일본문학을 공부했던 제 입장에선
오타루역 앞에 있는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 啄木) 기념 문구쪽에서 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6세의 짧은 나이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 생을 달리한 천재 시인이 저한테 남긴 영향은 꽤나 컸죠.
동양의 랭보라고 부르면 애국심 투철한 몇몇 사람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테지만 제 생각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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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다치고
오타루 운하는 그리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주위의 서양식 건축물들과 잘 어울려서 산책로로는 아주 딱인 느낌이더군요.
겨울엔 운하 주변에서 얼음축제도 열린다고 하는데 이미 미쳐버린 홋카이도의 여름 날씨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양지에선 가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습기가 적은 곳이라 그늘에선 금새 시원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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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주변엔 인력거가 줄을 서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남쪽의 쿄토에서부터 여기까지 인력거로 관광객을 유혹하는건 똑같더군요.
돈도 비싸고, 저같은 2인분 덩치가 저기 타는것 자체가 저분들한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타는건 포기. ㅡㅡ;
여성 인력거꾼도 있던데 참 대단합니다. 저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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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그냥 경치 구경하는걸로 만족하고 오타루에 온 주 목적인 '맛있는 먹을거리'를 찾아서 거리를 배회합니다.
홋카이도에서도 일본색이 안느껴지기로 유명한 곳이라, 건물들이 대부분 서양식으로 세워져 있어서 그냥 잘 계획된 관광지를 둘러보는 느낌이네요.

초밥이 유명한 오타루지만, 그 유명세때문에 오히려 별 것 아닌 초밥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 굳이 이곳에서 초밥을 먹진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미리 찾아보고 간 맛있는 초밥집은 공교롭게도 휴일이라...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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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타루까지 왔는데 유명한 관광 명소 한곳쯤은 둘러보고 가야 겠죠. 오르골로 유명한 오타루 오르골 당(小樽オルゴ-ル堂)입니다.
유리공예와 오르골로 유명한 곳인데, 저렴한 여행선물에서부터 고가의 고급 오르골까지 다양한 종류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본인 쓸 돈도 간당간당한데 남한테 줄 선물 살 여유는 없었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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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에선 툭하면 사진 찍지 말라고 핀잔을 먹은 터라 (가게 밖에서 찍으려는데도 막아서는 인간들... ㅡㅡ;)
좀 걱정했었는데, 직원한테 물어보니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해서 안심했네요.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공예품들이 주르륵 널려있습니다.
엄니께서는 '애라도 있으면 몇개 사가겠는데' 하시더군요.
애한테 오르골 주면 금새 부숴먹을텐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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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구려 오르골은 굳이 이런 곳에서 구입할 필요도 없겠지만
2~3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 부터는 음의 청명함이 확 차이가 납니다.
10만엔이 넘어가는 오르골도 있었는데, 가게 안이 시끄러운지라 소리 확인을 제대로 못했네요.
전 오르골 소리를 참 좋아하는터라 자금이 빵빵하면 고급으로 한개 가져오고 싶었지만 덧없는 꿈.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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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겸한 소품용 오르골들도 물론 고가의 제품은 음색이 깨끗하지만
실제로 음에 중점을 둔다면 이런 작은 오르골보다는 드럼이 큰 오르골이 좋습니다.
음역도 늘어나고 음악의 길이도 길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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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좀 하고 걷다보니 오타루역과는 너무 멀어져 버려서 (날씨가 더워서 걷기도 귀찮더군요) 미나미오타루(みなみ)역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오타루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나미오타루역은 한적하기 그지없는 시골역이더군요.
그 시끌벅적한 오타루쪽에서 한 정거장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금새 나타나는 이런 광경이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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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역 주변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별 것 아닌 소바 한그릇 먹고 삿포로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초밥을 먹지 못한건 아쉽지만 오타루의 이름값을 빌린 별 것 아닌 초밥을 먹는것도 마음에 안들어서.
하지만 착실히 전리품은 챙겨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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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 전문점인 르 타오 (Le Tao)에서 파는 더블 포마쥬 치즈케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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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다 홋카이도에 관광온 내지인들이 더 열광한다는 홋카이도 한정 특산 감자스낵 '자갸폭클'(じゃがポックル) 을 손에 들고 돌아온 것이죠.
홋카이도산 감자와 오호츠크해의 천일염으로 만든 최고급 감자스낵인 쟈가폭클은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이거 먹으면 다른 감자스낵은 비려서 못먹습니다.
여담으로, 폭클이란 단어는 홋카이도의 토속 요정의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외국 관광객은 공항 면세점에서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한 상자만 사서 맛봤습니다.
오타루의 가게에서 4개 남은 쟈가폭클중 하나 구입 후 10분쯤 뒤에 돌아오니 매진되고 없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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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되는 더블 치즈케익이라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는 아이템.
Le TAO 라는 브랜드는 오타루를 거꾸로 읽어서 만든 이름이네요.
무료시식으로 주던 초콜릿도 맛있게 먹었고, 삿포로에 도착하니 적당히 녹은 치즈케익의 농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오타루에서 그닥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그리고 술이 고픈 아버지를 위해서 오늘 저녁은 삿포로의 명물인 징기스칸으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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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자전거 여행때도 갔었던 삿포로 맥주공원(サッポロビ-ル園)으로 출발.
1인당 3천엔 중반의 가격으로 2시간동안 양고기 징기스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원래는 맥주 박물관에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특징을 주욱 둘러보고 옆의 홀에서 음식을 먹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목표는 맥주 설명따위가 아닌 음식이었기 때문에 바로 가든 홀로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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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따지자면 삿포로 시내의 징기스칸 전문점이 더 낫다고들 하지만
싱싱한 삿포로 생맥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이점때문에 이곳을 포기하긴 힘들더군요.
작년의 자전거 여행땐 하루 1천엔 정도의 식비를 가지고 거지처럼 생활했기 때문에
삿포로 도착해서는 체력을 좀 비축하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큰맘먹고 이곳에서 한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서 저런 양고기 7접시를 먹어버렸으니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참 할 말이 없네요. ㅡㅡ;
(이번에 울 가족 3명이서 다 함께 먹은게 7접시였으니 그때의 전 굶주림에 눈을 부라리는 야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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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먹고 다 떨어질 때쯤 되면 알아서 종업원이 찾아와 더 드시겠냐고 물어봅니다.
거리낄 것 없이 마구마구 먹어줍니다.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지상천국입니다.
(배고플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각인되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더 각별하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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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맥주 한잔도 마실까 말까 한 저지만 이곳에선 그런거 없습니다.
좋아하는 흑맥주를 2잔씩이나 마셔가며 정신없이 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네요.
아버지께서도 물론 원없이 마시셨습니다. 가끔 고기보다 맥주가 메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타루에서 맛있는 음식 안먹고 참은 보람이 있었던 저녁식사였습니다.
매 끼 비싼 음식을 먹을 예산은 안되는 터라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하루 한 끼 정도로 제한하는게
역경을 딛고 일어날 때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네요.

내일은 좀 더 홋카이도적인 곳을 보려드리려고 후라노(富良), 비에이(美瑛)를 갈 예정입니다.
밤에 TV를 틀어보니 제 학생시절 유명했던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씨)가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더군요.
남편과 함께 복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남편은 잡혔고 노리코씨는 종적을 감췄다고 합니다.
힘들게 살아오다가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던 사람인데, 참 서글픈 현실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