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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에 해당하는 글들

  1. 2015.06.07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 6
  2. 2011.09.06  때아닌 경보대회 + 메밀묵 필 무렵 23

 

 

 

 

부처님 오신날에 엄니와 함께 신천 산책에 나섰습니다.

신천 산책은 상류로 상류로 주욱 걸어다서 등산로 근처에 있는 메밀묵을 먹고 돌아오는게 기본 코스죠.

날씨가 더워서 운동도 좀 되고, 메밀묵은 배불리 먹어도 칼로리가 낮아서 가볍게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오랜만에 심도얕은 사진을 한 번 찍어봅니다.

엄니는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데다 이렇게 산책할 때는 아예 피사체가 되어주지 않기 때문에

거진 뒷모습만 찍고 따라갈 수 밖에 없네요. 특히 기다려주지도 않기 때문에 거의 따로따로 산책이 되어버립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고 하더니 이렇게 모형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원래 똥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동물이 좀 와서 서식하나봅니다.

하지만 수량이 적다 보니 상류쪽은 유속이 느려서 냄새 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개통한 도시철도 3호선이 앞을 지나갑니다. 여러가지로 과감한 시도라서 문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야죠.

재미삼아 한 번 타보고도 싶지만 공교롭게도 서식 반경과 전혀 관계없는 루트를 달리고 있어서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은 그닥 조우할 일이 없네요.

 

 

 

신천 산책로는 화장실도 나름 아트틱하게 지어 놓고 해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신천은 저 멀리 하류쪽으로 갈 수록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볼만하죠.

 

제가 서식중인 상류 부근은 그냥 도시적인 산책로처럼 만들어 놔서 바람 쇠긴 좋아도

사진을 제대로 담을 만한 재미는 별로 없습니다.

 

 

 

뭐가 문제인진 모르겠지만 잔디 상태가 별로 안좋습니다.

이 때쯤이면 잔디가 꽤나 많이 자랄 시기인데 누렇게 죽어가는 부분이 많더군요.

 

사람들이 밟아서 죽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닌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한 시간쯤 걸으면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들어갑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랫동안 손수 메밀묵을 만들어 온 조그만 가게가 있습니다. 저희 단골집이죠.

 

김치를 포함한 메밀묵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장분 부부가 직접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가게입니다.

그래서 메뉴가 메밀묵 말고는 아예 없다시피 하죠. 수육을 먹으려면 미리 전화를 줘야 합니다.

메밀묵 만들 때 조금씩 나오는 언저리 부분의 약간 쫄깃하고 딱딱한 이 부분이 진짜 별미입니다.

 

 

 

묵채국은 짜지 않고 순한 멸치국물과 직접 담근 김치가 아주 매력적이죠.

이거 한 그릇을 위해서 한 시간의 산책 겸 운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제대로 된 메밀묵 구경하기가 참 어렵죠.

단골 손님이 많아서 영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매번 찾아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메밀묵하고 김치 만들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언제까지 가게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치와 함께 먹는 소량의 기장밥도 매력입니다.

이 가게에서 유일하게 기장만이 국산이 아니라 조금 아쉽습니다만.

 

음식에 까다로운 엄니는 일반 음식점의 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이 곳의 김치는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시죠. 직접 담근 김치는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메밀묵채 한 그릇 먹고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식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는 그냥 돌아갑니다만 부처님 오신날이고 하니 바로 앞에 있는 절에도 구경을 가 보기로 합니다.

 

 

 

고즈넉한 느낌은 없는 콘크리트 절이라 평소에 별 관심이 없는 곳입니다만

걸출한 등산로 앞에 위치해서 나름 신도가 많은 듯 하더군요. 특히 이 날은 불교에서는 축제날이나 다름없다 보니.

 

절밥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긴 합니다만 원래 신도도 아닌 사람이 그런 거 먹기는 좀 미안하고

묵채국도 먹고 했으니 그냥 구경이나 하러 들어가 봅니다.

 

 

 

바자회를 하고 있길래 도움이나 될까 싶어서 전을 주문해 봅니다.

가격이 한 접시 2천원이라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습니다.

바로바로 구워내는데 사람이 많아서 주문이 밀리고 있네요.

 

부추전은 집에서도 곧잘 해 먹기 때문에 그냥 그렇지만 호박전은 오랜만이라 맛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는데 품절이라고 해서 옆에 있는 콩국 한 접시 주문해 마셨습니다.

어릴 적엔 콩국 사이의 투명한 우묵가사리가 좀 징그러운 느낌이라 잘 먹지 않았지만

세파에 한참 휘둘린 나이가 되고 나니 구수한 맛을 즐기게 되었네요.

 

 

 

등산하기도 좋고 해서 자동차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자동차 가지고 왔으면 돌아가기 참 난감했을 듯.

이 주변은 개발이 안 된 풍경이 아직 남아있어서 옛날 생각 나게 만드네요.

 

국민학교를 30분쯤 걸어서 다녔는데, 그 때는 자연스러웠던 이런 동네길도 이제는 점점 없어져 갑니다.

 

 

 

등산로 근처 음식점들은 그닥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쪽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상당히 오래된 길이고 해서 나름 먹을만한 집이 몇 군데 남아있습니다.

 

물론 최소 10년은 훌쩍 넘은 집들이 그나마 낫고, 등산객을 상대로 최근 세워진 번쩍번쩍한 식당들은 굳이 들어가고 싶은 맛이 아니죠.

 

 

 

지금도 영업한다는게 신기한 곳입니다. 매번 이곳을 찾을 때마다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죠.

요즘엔 대체 어떤 것들이 이곳에서 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앙의 미려한 '신용 믿음' 글씨와 그 위의 하트 모양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듭니다.

 

 

 

신천 쪽 산책길은 화장실 하나는 참 개성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내부는 역시 냄새가 좀 나서 외관만큼은 아니지만.

 

산책길에서 사진 담을만한 것 중에 화장실이 포함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특징이겠군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 3호선을 만납니다.

전철 자체도 무인 열차인데다가 역무원이 매우 적은 3호선이라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몇 년 제대로 운행된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큰 사고 나기가 딱 좋은게 도시전철이다 보니 불안불안합니다.

 

특히 대구는 끔찍한 참사를 겪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부디 그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철 하나 담고 갈까 싶어서 기다려 봤는데 운이 좋은지 로보카 폴리가 그려진 녀석이 지나가네요.

조카녀석이 매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수가 영어를 가르치던 사람이라 그런지 조카는 주제가를 영어로 따라부르던데

그걸 보고 엄니들은 천재가 태어났다고 좋아하시더군요. 손주바보라는 건 역시 만민 공통인가 봅니다.

 

 

 

 

나름 야심찬 지상철이라 역도 아직까지 깔끔하고 합니다만

지상 노선이라 밑에서 달리는 자동차들에게는 참 답답한 풍경을 선사해 주죠.

문제는 산더미지만 어쨌든 잘만 관리하면 관광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릴 만한 시설이니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쪽 시민이긴 하지만, 이거 처음 탈 때는 관광객 기분이 들 것 같네요.

부처님의 은혜 덕분에 즐거운 연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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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라 집에서 느긋하게 차나 마시고 있었습니다.
전 중간에 친구녀석이 볼일있다고 여차저차해서 시내 잠시 나갔습니다만.

엄니께서는 월말에 주례를 맡으시게 되어서 주례사 작성에 여념이 없군요.
덕분에 결혼하시는 분들이 뭔가 맛있는걸 보내주셨으니 저야 좋지만.


시내서 볼일 좀 보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 두분 다 모습이 안보여서 전화를 해 봤더니
집 앞의 신천 산책길을 걷고 있으니 저도 빨리 따라나오라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시내서 1시간정도 걸어다닌터라 조금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다.
그래도 간략하게 카메라는 짊어지고 나갔습니다. 슬금슬금 해가 넘어갈 시간이군요.


근데 엄니께서는 운동한다고 거의 경보 수준으로 빠른 걸음을 구사하시며 앞으로 전진 전진!
카메라 들고왔는데 날은 어두워지지, 렌즈는 수동이지, 엄니는 무시하고 걸어가지...

그래서 결국 핀은 안드로메다에 관광보낸 결과물이 나왔지만 이것도 뭐 감성이라고 우기죠.


전 주위 사진 조금이라도 찍으려고 계속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있는 엄니 따라가려니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습니다.
운동하려고 나온게 아닌데... ㅡㅡ;


그래도 찍을 건 찍고 가야죠.
대구 신천 근처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긴 항상 조깅, 산책, 운동, 라이딩하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합니다.

이번에도 어느 못되먹은 놈께서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자전거를 싹싹 몰다가 제 팔을 툭 치고 가더군요.
달려가서 머리주댕이를 확 끄집어 땅바닥에 내리꽂아 버리려고 했는데, 엄니께서 보고 계시니... ㅡㅡ;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제 범죄횟수를 줄여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아직 살아있는 것이겠죠?

야밤에 아파트 단지안에서 술취해 행패부리던 경찰(!)을 패대기 쳤을 때는
부모님께서 모두 주무시고 계셨기에 말릴 사람이 없었더랬죠.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팔을 잘근잘근 부러트리려고 생각도 했지만, 전 모범시민이니까요.

참고로 그 경찰색히는 수갑까지 차고 동료 경찰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뭔가 굉장히 어설픈 자선공연단의 공연도 흥겨운 가락을 뿜어내고 있더군요.
어르신들이 앉아서 옛 노래와 함께 약간의 콩트를 즐기신다면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고 봅니다.


신천 동로 산책길을 끝까지 걸어간 후 도로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등산로와 인접한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부모님께서 항상 산책후 들어가시는 메밀묵집이 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매일매일 묵과 김치를 직접 담으셔서 손맛이 잘 살아있는 곳이죠.
메밀묵에 있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아버지가 추천하시는 곳이니 믿을 만 합니다.

근데 이렇게 사진 찍으니 아버지 왠지 간달프 닮으신 듯.


조촐한 식단이지만 메밀묵 만든 후에 나오는 요 녀석이 또 쉽게 맛보기 힘든 명물이죠.
간단히 설명해서 식빵 가장자리와 같은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쫄깃쫄깃한게 맛있어요.


시원한 멸치육수에 양념장과 갖은 야채를 넣고, 김과 들깨를 넣은 후 묵을 길게 썰어서 넣은 메밀묵채입니다.
운동후에 먹어도 저칼로리 영양식이라 부담이 없죠. 맛도 좋고.

야채의 향까지 잘 살아있는걸 보니 확실히 이곳 메밀묵이 한 수준 합니다.
요즘 메밀묵 제대로 만드는 곳이 정말 드문데, 허름하기 그지없는 한산한 이 식당은 그래도 정도를 지켜가는군요.


여기까지는 몸과 마음이 가뿐하게 기분 좋았습니다만.
우사인 볼트 200m 결승 보러가야 된다고 엄니께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서 걸으시다가
결국 발톱 한개가 흐늘흐늘해지고 고름이 고이기 시작하셨더군요. ㅡㅡ;
오늘 침으로 살짝 따서 고름을 뺐습니다. 자칫하면 발톱은 빠져버릴지도. 그러게 무리하지 마시라니까...

어쨌든 느긋하게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 거리를 1시간 반만에 주파한 덕에 우사인 볼트 결승전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