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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31  산인 여행 - 사람이 사는 요괴마을 20

 

 

연간 100만명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관광객이 찾아오는 원동력이 되는 이곳에는

한창 만화 좋아할 때의 유아들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절반쯤이 한국인 절반쯤이 일본인 어른이 보인다.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 관광객도 보이긴 하는데, 역시 작품이 작품이다 보니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이 주 고객층인가보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던 곳은 이곳 연못.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동상이 곳곳에 숨어있다.

산책나온 젊은 어머니들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목하는 듯한 장소.

 

 

 

이미 게게게의 키타로라는 작품은 만화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일본 근대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위치에 이르러 있다.

유명 만화가들의 출신지에는 나름 선전문이나 간단한 기념품들을 파는 곳이 없잖아 있음에도

이렇게 마을 전체 경제가 한 만화가의 작품에 의존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곳은 명실공히 일본에 이곳 뿐.

 

작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요괴 신사라고 이름붙여진 이런 장소 역시 그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멋져보이는 바위와 특이한 나무 몇그루를 전시해놓은 이곳은, 신사라고 부르기도 뭣한 조그만 장소지만

묶여있는 소원 종이와 에마의 수를 보니 나름 관광객들에게 짭짤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이곳의 에마는, 기원이 기원이다보니 평범한 신사의 에마와는 전혀 다른 특이한 녀석들이라서

외국에서 관광온 경우에는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는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일부러 연출한 화면이 아니고, 빛바랜 나무 담벼락 한모퉁이에 걸려진 각양각색의 에마들이 이곳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

 

 

 

어디서든 재미있는 에마 내용 찾아보는게 이젠 일과가 되었는데

'대학에 합격해서 만화가가 될수 있기를' 이라고 소원을 적어놓은 녀석이 인상적.

만화가 지망이다보니 그럴싸한 그림도 그려놨다. 어디의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력은 나름 있는것 같으니 열심히 하면 만화가가 되지 못할것도 없겠지만, 만화가하고 대학하고 무슨 관계인지는...

아마도 만화 전문대학이라던가 그런 곳일 듯.

 

그것과는 별개로, 사진 담고나서야 보인 오른쪽의 한국어 에마 역시 나름 신선했다.

내용이 신선했다는게 아니라, 이런 장난끼 넘치는 요괴신사에서 너무나도 장중한 필체로 염원을 담아내는 모습이.

 

 

 

이곳의 특이한 에마들을 한데 모아서 담아본다. 기념품으로 하나 가져갈까 싶었는데

이번 여행은 특히 기념품에 돈을 꽤 많이 사용한 편이라서 좀 자재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준비한 현금의 1/3 정도는 남겨가긴 하지만, 멀지 않는 훗날 또 다시 일본 가야 할 일이 생길테니 항상 여행시엔 현금을 좀 남겨오는 편이다.

 

지금 집에 모아놓은 엔화는 한화로 약 14만원쯤. 다음 여행갈때 든든한 후원금이 되어주겠지.

 

 

 

신사 안의 모습도 나름 재미있긴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녀석은 신사 입구앞에 세워져 있는 이 녀석이다.

키타로의 아버지가 흐르는 물바구니 속에서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좀 어지러울듯 하지만, 매끈한 표면을 무기로 마구 회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다.

 

많은 관광객들이 웃으면서 손을 뻗어 눈깔을 멈추곤 한다.

본인은 관광객이 없을때 회전하는 눈깔이 딱 보이는 순간을 위해 꽤나 한참동안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지금까지 사카이미나토 시 차원에서 제작된 여러가지 키타로 관련 컨텐츠들을 살펴봤는데

이곳에 거주중인 주민들이 이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역시 충분히 멋진 관광거리에 속한다고 생각.

 

1950년대 작품인 만큼, 산책로 주변의 가게들은 삐까뻔쩍한 건물이 없다.

다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한다는 의미일까. 낡은 나무판자집에 추억의 미닫이 유리문이 한국에서 온 나로서도 정겹게 느껴진다.

 

사실 이곳은 안에서 열심히 사진 찍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편인데, 워낙 소심한 마음이라서 왠지 셔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밖에서만 찍었는데, 단순히 시가 주선한 관광거리에 편승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본인들의 힘으로 손님을 모으겠다는 열정이 느껴진다.

손으로 그려 조잡해 보이는 촬영 스팟이, 옆의 반듯한 벤치보다 더욱 어울려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고.

가게 정문앞을 비추는 전등 역시 키타로 아버지로 장식하는 꼼꼼함까지.

 

이곳의 큰손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이, 키타로를 접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아쉬울 뿐이다.

기념품은 어느 정도나 팔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꼭 이런 정보수집증(?)이 앞서는 바람에 관광의 즐거움보다 지적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드는 것도 좀.

그렇다고 가게 주인한테 그런거 물어보는건 좀 실례고.

 

 

 

도시정비는 분위기만큼이나 그다지 현대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온갖 전선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특히 요즘 일본에서는 사거리 신호 알리는데 저런 스피커를 쓰진 않는데도.

 

뷰파인더를 올려보니 의외로 푸른 하늘과 어지럽게 얽힌 전선, 그중에 유채색으로 빛나는 스피커가 꽤나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해 주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사거리 앞으로 다가가는데, 횡단보도 앞에 한국인 관광객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한동안 내가 서 있는줄 모르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던 아주머니가 이윽고 나를 발견하고 살짝 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는데

이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한국사람 아니야~' 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나.

 

 

 

관광객들로 흘러넘치는 그런 장소는 아니지만

어쨌든 톳토리 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서,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레벨을 갖춘 분위기.

 

원래 시골마을이니 일부러 그럴것도 없긴 한데

어쨌든 키타로의 마을이다 보니 대부분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로 마을 전체가 구성되어 있다.

키타로의 아버지 눈깔이 술병 들고 앉아있는 저 그림 역시 마을 분위기에 참 어울린다.

고향의 부흥을 위해 모든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준 미즈키 시게루 덕택일지도.

 

 

 

현대화에 미친듯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느긋한 마을이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인구 3만 5천명의 시골마을에서 보이는 풍경은

최신 시설이라고는 냄새 나지않는 화장실 정도밖에 없으면서도,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조용한 건물들의 연속.

 

택시회사라기보다는 자동차 정비소같은 느낌을 주는 저 회사의 모습도, 이곳에서는 관광지의 볼거리로 느껴진다.

사명 밑에는 '키타로와 만날수 있는 마을'이라고 적혀있다.

지붕밑에는 여지없이 눈깔아버지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안에서 대기중인 택시 상단부에도 눈깔이...

마을의 특색이란 건, 입구에 크고 비싼 상징물 한두개 만들어놓는다고 생겨나는게 아니다.

요괴들의 마을이지만 어느 곳보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의 특색은

시에서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소소한 마음가짐에서 만들어진 것.

 

 

 

지금도 사용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길거리에 설치된 이 녀석은 일단 라디오라고 한다.

그냥 나사 두개와 뻥 뚫린 구멍이 사람 얼굴처럼 보여서 담아봤는데,

일단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볼 수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관광과 관련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일사분란한 거리인 것.

 

 

 

요괴들 조각상은 워낙 많아서 그걸 다 찍어서 올리다간 이곳 홍보대사가 되어버릴 듯 하니

걸어가다가 좀 시선을 끌만한 녀석들만 살펴보게 된다. 다들 원작에서 뭐 하는 녀석인지 설명이 되어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역시 와닿지 않는게 아쉽기도 하다.

 

 

 

작품의 히로인격인 고양이소녀. 어쨌든 제일 유명한 캐릭터중 하나여서 그런지

사람 손을 많이 탄 흔적이 보인다. 세삼 느끼지만 미즈키 시게루는 여성 캐릭터 그리는데는 소질이 없나보다.

 

 

 

산책로 거의 끝부분까지 걸어갔다가 방향을 돌려서 역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책로 끝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위치해 있어서, 이 파란만장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페리 승선시간이 그렇게 널널하진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간다.

 

여행 출발전 대강 찾아본 바,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그다지 볼것도 없고 시간도 그리 걸리지 않는다는게 중론인 듯 한데

내 입장에서 본다면, 오늘 오전 마츠에에서 라멘 먹으며 빈둥거린 시간이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아까웠다는 정도일까.

난 책도 몇 번씩이고 읽고, 영화도 몇 번이고 보는 성격이라서, 한번 간 여행지에 다시 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약간의 여운을 남겨놓고 돌아가는것이 다음 여행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딱 그 정도의 아쉬움만 가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뭐 놓친 건 없나 싶어서 둘러보던 중, 능히 동상들의 가치에 견줄만한 화장실 간판에 눈을 뺏긴다.

디자인적으로 매우 훌륭한 픽토그램. 키타로를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대로 즐거우며, 모르는 사람이라도 전하는 바는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표본이다.

왠지 툭 떼어내서 집의 화장실 앞에 붙여놓아도 어울릴 것 같은 녀석인데, 아무래도 저걸 파는 상점은 보지 못했다. 내가 좀 특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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