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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에 해당하는 글들

  1. 2014.08.05  2월 10일 삿포로 - 스키 점프 8
  2. 2014.07.11  예상못한 놀라움의 대구 맛집 트윈파파 12
  3. 2014.01.17  일주일 여행기 쓰는데 반년 14

 

 

다들 박수는 쳐 주는데, DJ 가 혀 굴리며 흥을 돋구는 것에 비해서는 좀 조용하다.

일본인들이 공연이나 행사에서 해당 외국인들에게 그닥 감흥을 주지 못하는게 이 어중간한 호응도 때문이 아닐까.

본인 역시 양손에 카메라 들고 있느라 흥겹게 박수를 치지는 못하지만.

 

추운 겨울밤 이런 경기를 보고 있어도 점프 특성상 가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추워지는 듯 하다.

 

 

 

선수들 소개하는 점프가 끝난 후엔 본격적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한 사람 점프하는 것도 조마조마한데 이젠 두셋이서 한꺼번에 점프를 시도한다.

공간 확보는 충분하겠지만 동작이 큰 스키 점프다 보니 사람들의 걱정섞인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내일이 눈축제 마지막 날인데, 오타루를 둘러보러 갈 예정이라 실질적인 눈축제 구경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은 이벤트도 여러가지 있지만 사람이 워낙 많아서 별로 구경하고픈 생각도 들지 않는다.

 

조금 조용하게 넘어갈려나 싶었던 삿포로 눈축제는 그나마 마지막 밤에 이런 생기넘치는 이벤트를 볼 수 있어서 다행.

Y양 일행도 같이 보면 좋았겠지만, 한 시간 넘게 열리는 이벤트라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감도를 3200에서 6400까지 올려야 겨우 셔터스피드를 맞출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른 점프라서

결과물은 거의 포기하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셔터를 누르는 연습을 해 본다.

 

점프대 주변에 촛점을 고정시켜 놓고 타이밍 맞춰 찍어본다던가

꼭지점에 도달할 때 즈음에 동체추적으로 선수들을 담아본다던가

점프 후 이쪽으로 이동해 오는 선수들을 패닝샷으로 담아본다던가.

 

선수들의 환한 미소를 보니 감각이 없어져가는 손가락도 그나마 위안을 얻는 느낌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카메라로 잡아내기가 힘든 연출이 이어진다.

시간차를 두고 서너 명이 연속적으로 점프를 하거나, 거의 줄줄이 비엔나처럼 여러명이 단체 점프를 하거나.

 

연사 사진을 합성하거나 동영상을 찍지 않는 이상 이 분위기를 담아내는건 불가능한데

사진 합성도 귀찮고 동영상은 취미 밖이라 그냥 적당적당히 셔터만 누른다.

보통은 열 장 찍어서 아홉 장 정도는 그대로 포스팅하는 편인데

이런 스포츠 계열만은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백 장 찍어서 서른 장 정도 건지는 편을 선택한다.

 

RAW 촬영만큼은 항상 고집하다 보니 훗날 귀국에서 편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여행 사진을 편집하는 건, 남은 장수가 줄어드는게 아쉬울 정도로 좋아하는 편이라 문제될 것 없다.

 

 

 

전반부가 끝나고 다시 하염없이 눈발을 맞으며 대기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하지만 선수들 안전을 위해 쉴새없이 바닥을 고르는 요원들의 모습을 보니 불평할 것도 아니다 싶다.

바닥 형태 탓인지 마치 씨 뿌리기 전 밭을 가는 듯한 느낌.

 

 

 

공식 촬영팀은 점프대 꼭대기에서부터 점프대 바로 옆에까지 여러 장비로 무장하고 열심히 촬영중인데

역시 이 밑에도 책임을 맡은 사람이 한 명 있다. 니콘 장비를 사용중인데, 눈발 대책으로 카메라를 꼭꼭 싸매놓은 모습이 인상적.

 

본인 카메라는 니콘보다 더 방진방적이 떨어지는 녀석인데도 신경쓰지 않고 내리는 눈에 노출되어 있다.

망원렌즈는 후드가 길어서 눈이 렌즈 표면에 묻을 일도 별로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내버려 두는데

자신의 기계에 애정을 갖고 있다면 좀 더 소중히 다루어 줘야 함에도, 카메라는 그냥 도구일 뿐이지 하면서 팽개치는 성격이라.

 

 

 

다리도 뻐근하고 볼과 손가락은 얼어붙었고, 이만큼 봤으니 이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고생해서 날아온 눈축제 현장에서 즐기는 유일한 이벤트이다 보니 왠지 아쉽다는 생각에 끝까지 서 있기로 한다.

 

한밤중같지만 아직 한국사람에게는 초저녁 시간이라, 돌아가봤자 별로 할 일도 없으니.

 

스키 점프는 그냥 점프 모습 그대로 날아서 죽지 않고 착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따름인데

몸을 비틀어가면서 휙휙 날아가는 모습이 조마조마한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점프대를 벗어나는 순간은 마치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거인이 사람들을 집어던지는 듯한 움직임이 연상된다.

 

 

 

일년에 눈이 일주일도 올까말까 한 지역에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이렇게 휙휙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눈과 당연스럽게 뒹굴며 자라온 사람들일 터.

눈이라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는 나에게는 왠지 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다.

 

 

 

몇 초간의 스릴을 즐기는 운동이니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자전거 타고 몇일 몇달이고 앞에 펼쳐진 길을 달리던 그 때의 감정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녀석이 아닌가 싶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람은 어떤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지루해서 죽어버리는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성공이든 자식 잘 키우기든 스키 점프든 여행중독이든, 뭐라도 자신을 쏟아부을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니까.

 

점프해서 착지하는 2~3초 남짓한 이 순간이 저 선수들에게는 인생의 가장 큰 부분으로 남지 않을런지.

 

 

 

점프가 막바지에 이르자 내용도 점점 과격해진다. 거의 모든 선수가 1~2초 간격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장관.

처음엔 염통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 되니 저 선수들이 느끼는 흥분과 쾌감이 어떤 것인지 살짝 공감이 가기도 한다.

 

 

 

익스트림 스포츠에는 한계가 없어서, 점점 몰입하다보면 거의 정신줄을 놓아야 할 정도의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딱히 별종이라고 비난할 필요도 없는 듯 느껴지는 이유는 점프를 끝낸 직후 보여주는 저 시원한 미소 덕분이 아닌가 싶다.

 

뭔가를 해내는 순간 뇌속 신호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안면 근육이 본능적으로 만들어내는 달성감의 미소는

저 사람들이 이 짓(?)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익스트림 스포츠의 순간적인 쾌감이 얼마나 강렬한지는 체험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본인은 조금 더 느긋하고 지속적인 면을 추구하긴 해도 그 방향성이 동일하다 보니 은근히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숙소 잡아놓고 편안히 왔다갔다 하는 여행은 사실 조금 미지근하긴 하지만

이 사람들의 2~3초를 나는 하루 단위로 끊어가며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참 그런 여행을 해 보지 못해서 그 반동으로 평범한 여행이라도 자주 나가게 되었는데

역시 너무 많이 참는 건 몸에 좋지 않을 듯 하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나가재껴도 아직 부족하냐는 말이 나오겠지만.

 

 

 

어리긴 해도 숙련된 선수들이니 다행히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DJ의 소개를 들어보니 가장 어린 선수가 13살 정도, 최고령 선수가 마흔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어린 선수의 경우엔 어쩌면 올림픽을 누빌 수 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앉아서 롤러코스터만 타도 심장이 오그라드는데, 이렇게 새처럼 날아오를 때의 쾌감은 과연 어떤 것일런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도 저 순간만큼은 세상에 오직 자기 자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정말 새라도 된 것처럼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일단 다리가 저렇게까지 찢어지는 데에서부터 감탄해야 하는 본인이 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초보인 본인 눈으로 보자면 스키 점프 자체는 거의 다른 세계의 기술처럼 보여서 멍하니 구경만 하는 느낌이라면

스틱도 사용하지 않고 관객들 앞을 스르르 미끄러지며 환호에 보답하는 모습이 실질적으로 놀라움을 준다.

넘어지지 않고 전진하기도 힘든 스키를 저렇게 몸의 일부분처럼 타고 있는게 참 신기하다.

 

 

 

 

후반부 점프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선수 전원이 연속으로 펄떡펄떡 뛰는 고난이도 장면을 보여준다.

그냥 와르르 쏟아지는 것 같지만 앞 선수와의 거리 조절이 잘못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점프라 굉장히 신중하게 간격을 둔다.

 

앞선 선수가 착지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텐데, 이런 이벤트에 참가할 정도의 실력자들이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활강 점프에 비한다면야 별 것 아닌 속도지만, 그래도 수십 km 는 가뿐히 넘어가는 점프를 성공시킨 사람들의 쾌감은 말로 전달하기 힘들 듯.

멋지게 착지 성공하고 나서 바로 눈 앞에 서 있는 관객들이 셔터 세례와 함께 박수를 쳐 주는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하지 않을 리가 없다.

 

 

 

가장 왼쪽 선수가 아마도 이번 이벤트 최연소 출장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 점프에서도 한 번의 사고 없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니 추운 겨울밤도 조금은 훈훈해 지는 느낌.

사실 초반 점프에서 착지가 살짝 불안했던 선수가 있었지만 넘어진 정도는 아니고 약간 주저앉은 수준이라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대회가 끝나갈수록 눈발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평소같으면 불평이라도 터져나올듯한 매서운 눈보라지만 축제에 몸을 맡기고 있는 지금은 아무리 퍼부어도 모자라지 않다.

이것도 부르주아틱하게 말하자면 돌아갈 호텔이 있음에서 비롯되는 자만감이지만. 자전거 여행때는 이런 날이 정말 지옥과도 같다.

 

 

 

대망의 마지막 점프는 사실 이제까지의 점프 중 가장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모든 참가자들이 몇 초 정도의 간격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응원이 미지근한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마지막 점프가 되니 관객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마지막 선수의 점프까지 계속 박수를 이어가 준다.

 

폭설에 가까운 눈으로 결코 쉽지는 않을 점프였겠지만 훌륭히 멋진 모습을 보여 준 선수들에게 던지는 박수소리를 끝으로 이벤트가 끝이 난다.

 

 

 

사실상 눈축제의 마지막 밤을 후련한 퍼포먼스로 만족시키고 난 후, 폭설 속을 뚫고 삿포로 역으로 걸어간다.

코가 얼어서 맛이 느껴질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축제를 즐겼으니 맛있는 저녁이라도 먹어볼까 싶다.

어제는 피곤해서 저녁에 편의점 도시락 하나 까먹고 잤기 때문에 뭔가 아쉬운 기분이 남아있다.

 

스스키노쪽에 먹거리가 많긴 하지만 이동거리를 늘리고 싶지 않아서 숙소 근처의 삿포로역으로 향한다.

역 내부는 가격이 좀 세긴 해도 한국과 달리 꽤나 먹을만한 것들이 많다.

 

 

 

홋카이도의 소울 푸드라는 징기스칸은 어차피 마지막날 먹을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식당가로 올라가서 뭘 먹어볼까 두리번거린 끝에 그다지 비싸지 않은 양식집으로 들어간다.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 한 잔과 함께 미디엄 레어로 일본식 스테이크 하나 주문.

 

축제 기간이긴 하지만 역내 음식점이다 보니 슈트 차림의 샐러리맨들이 모여서 뭐라뭐라 떠들기도 한다.

대충 나하고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젊은 샐러리맨 둘이 맥주 마시면서 한국 시장이 어쩌고 하는 말을 진지하게 나누고 있는 중.

 

양은 좀 작지만 스테이크 품질은 매우 훌륭하다. 미국식 정통 스테이크와는 달리 씹히는 맛이 강한 한국 숯불구이 같은 느낌이랄까.

술을 즐기지 않는 본인이지만 삿포로에 와서 맥주 안 마시기는 좀 그랬는데, 스테이크가 맛있으니 술도 그럭저럭 들어간다.

 

물론 맥주 반 잔만 마셔도 온 몸이 신호등처럼 새빨개지기 때문에 마시고 나면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냥 앉아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당연히 취하지는 않아서 느긋하게 스테이크의 육질을 음미하며 수첩을 꺼내 밀린 일기를 쓴다.

 

 

 

맥주 탓에 얼어붙었던 몸도 금새 녹았고, 한 시간 가량 식사와 일기를 즐기고 숙소로 돌아간다.

8시만 되어도 술집과 파칭코 가게 외에는 거의 조용해지는 분위기라서, 조금 전 그 뜨거웠던 스키 점프가 한 줌의 꿈처럼 느껴지는 고요함.

 

삿포로가 워낙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다 보니 보통 외곽에 많이 위치한 대형 파칭코 가게가 역 주변에도 참 많이 포진해 있다.

파칭코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면 취기도 올라왔겠다 시원하게 한 판 땡기고 가겠는데, 돈이 아까워서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오늘 밤까지 실컷 내리고 오타루에서는 맑은 하늘이 맞이해주길 바라며 숙소 골목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긴다.

 

지난주 불금을 맞아 뭐라도 먹어볼까 싶었는데 엄니께서 지인의 아들이 이번에 가게를 하나 내셨다고 합니다.

서른 살도 되지 않았지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큰맘먹고 오픈했다고 하니, 후회없이 즐길 수 있을까 조금 걱정하면서도 일단 가 봅니다.

 

전 엄니의 지인이라는 분도 뵌 적이 없고, 당연히 그 아들되는 사람도 본 적이 없으니

단지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식사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그건 또 모처럼의 외식에 아까운 일이라서

부디 맛있기만을 바라며 붐비기 시작하는 저녁 도로를 달립니다. 제 차가 아니라 운전은 엄니가 하셨지만.

 

 

 

사실 당시에 카메라를 막 바꾼 참이라 뭐라도 찍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기도 햇죠.

실내사진은 대충 찍어봤습니다만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어본 일이 딱 한번 뿐이어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달려서 도착해 보니 왠걸 젊은 오너가 차렸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한 덩치 하는 건물이네요.

가게 하는 입장에서 건물에 세들어 시작한다는게 참 여러가지로 고민되는 일이라

과감하게 주택을 구입해서 완전히 개조를 했다고 합니다. 시원한 만큼 위험부담이 매우 큰 도전인데 말이죠.

 

오너분은 주방에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엄니가 들어가시자 카운터에 있던 여성분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알고보니 오너의 여동생분인데, 같이 가게를 돕고 있다고 하네요.

엄니와는 한두 번밖에 얼굴 마주친 적이 없다는데 기억을 하고 계셔서 환대를 받았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내부 풍경을 구경해 봅니다.

밖에서 보는 모습도 주택 사이사이에 블럭을 끼워넣은 듯한 독특한 구조였는데

개업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실내도 굉장히 깔끔하고 분위기가 좋군요.

 

 

 

가게가 정확히 층이 구분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갈 때 반층 정도 되는 위치에 외부 테라스를 사이사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 쪽 벽면엔 프로젝터도 설치해 놓아서 축구나 야구 경기 같은 것들을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식당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펍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묘한 느낌이네요.

 

 

 

까페를 운영중인 친구 몇몇 가게에 가 보면 확실히 인테리어 구상하는것도 보통 골머리가 아니겠구나 싶은데

이곳도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듯 합니다. 분위기 만들어내는 걸로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네요.

 

 

 

여기가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중간층쯤 되는 곳입니다.

소파 맞은편에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오너가 젊은 분이다 보니 이런 식의 시도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다시 1층으로 돌아와서 적당히 시원한 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오너의 여동생 되는 분이 깍듯하게 여러가지를 안내해 주시는군요.

 

지인의 가게에 가게 되더라도 전 음식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뚜렷한 편이라

맛이 없거나 재료에 문제가 있으면 오히려 지인이라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평가를 합니다.

이번엔 제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엄니에게 말만 들은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게 인테리어와 디자인은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나올 메뉴들에 대해서는 매의 눈으로 살펴보기로 했죠.

 

 

 

친근하게 엄니에게 서빙을 하는 오너 여동생분 덕분에 주문은 쉽습니다.

딴 거 없이 모두 쉐프, 즉 오너가 추천하는 메뉴만으로 부탁을 했죠. 안심스테이크와 해물 파스타, 버섯 피자를 추천해 주시네요.

 

엄니와 둘이서 먹기엔 양이 좀 많을법한 주문이지만 피자의 경우엔 포장도 된다고 하니 별 문제 없습니다.

사실 이건 그냥 내숭일 뿐이고, 저하고 엄니라면 이 정도는 먹어야 식사 든든하게 했다고 만족할 만한 양이죠.

 

가격은 대구지역의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난 식당의 메뉴 치고는 싼 편이 아닙니다.

세 가지 메뉴를 선택하니 거진 7만원이 넘게 나오는군요.

많이 비싼편은 아니지만 가격이 부담되는 사람도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준비해 준 물에는 허브같은 식물이 들어있는데, 이게 그냥 폼이 아니라 정말로 풀내음이 확 나는게 신선했습니다.

제가 친근한 성격이라면 길가던 종업원 붙잡고 이 것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기라도 하겠지만

그냥 소심하게 사진이나 찍고 물맛이나 음미하고 그랬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종업원 전부가 오너와 거의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분들이네요.

이제 막 개업한 곳이라 이곳만의 장점은 아니겠지만, 일단 테이블 세팅과 식기들이 전부 새 것이란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사실 카메라 오랜만에 새로 바꿨다고 이것저것 찍어대느라 만족했을 뿐이지만 말이죠. 깔끔한 식당은 언제든 좋습니다.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거나 스테이크 하우스는 워낙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경험이 짧은 저로서는 이곳 인테리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딱히 평가할 만한 지식이 모자라네요.

 

바라는 바라면, 시간이 흐르더라도 지금 이 새것같은 깔끔함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기다리던 식사 시간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세심하게 세팅한 겉모습만큼이나 빵이 매우 맛있습니다.

위에 올라간 녀석들은 삶은 감자와 토마토 등등인 것 같은데 바삭바삭한 빵과 달리 적당하게 익어서 부드럽게 씹힙니다.

 

거대 레스토랑이나 체인점과 달리 개인이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는 이런 가게들은 여기서부터가 평가의 시작인데

한 조각씩 먹어보고는 엄니나 저나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기 자리가 주방쪽과 가까워서, 왠지 요리 평가하는데 큰 소리 내기는 좀 껄끄럽더군요.

 

 

 

두 번재로 나온 녀석은 베이컨 롤인데, 요리하는 분들은 미적 감각도 뛰어난건지 집어먹기가 아깝더군요.

맛은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베이컨 치고는 그리 짜지 않고 씹히는 맛이 좋았습니다.

 

엄니의 지인 말로는 아들내미 가게가 재료만큼은 정말 좋은 녀석들만 골라서 쓰고 있다고 단언하셨다는데

당연하게도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런 말에 휘둘릴 수가 없던 저였지만, 여기까지 먹어보고 납득이 갑니다.

 

 

 

앙증맞은 숟가락의 미소는 둘째치고, 적어도 엄니와 제 입맛엔 매우 적절한 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삶은 감자와 채소에 토마토 소스로 간을 한 수프같은 느낌인데

엄니께서 외식하실 때 가장 싫어하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짜거나 단맛이 매우 적어서 부드러운 맛이네요.

 

요리를 잘하시는 건지 재료가 훌륭한 건지 모르겠지만 간이 과하지 않다는 건 외식에서 매우 좋은 장점입니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밑반찬이 나왔는데, 이것도 재료가 싱싱하기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을 다양하게 준비한 점도 좋고

특히 피자헛 따위에서 가끔 얼굴 찌푸리게 만들던 물렁물렁해진 피클이 없이 아삭아삭 씹히는 감촉이 만족스러웠군요.

 

 

 

특이 이 녀석은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버섯은 버섯인데 고소하고 살짝 알싸한 느낌의 소스가 좀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기에.

 

발사믹 식초인가 생각도 했지만 그것치고는 맛이 더 부드러운 느낌인데, 버섯을 먹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거 먹고 있으니 매니저(오너의 여동생분)가 오셔서, 지금 개발중인 녀석이지만 엄니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특별히 내 놓은 것이라 하시네요.

이것이 지인 파워인가 싶었습니다만, 이 소스의 정체는 품질 좋은 올리브유였습니다.

 

한국에서 레벨 높은 올리브유 먹기가 쉽지 않는데, 아마 가게에서 내놓을 만한 녀석중에서는 상급에 들어가는 올리브유일거라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최고급 올리브유는 100ml 에 10만원이 넘어가는 녀석도 있는데, 한번 맛을 본 지인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군요.

 

물론 올리브유를 접할 일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이 녀석의 등급을 알 수 없지만, 맛은 진짜 훌륭했습니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와인을 준다는 말에, 술은 잘 마시지 않지만 일단 한 잔 받아들었습니다.

엄니 것도 주시려 했지만 엄니나 저나 술은 별로 마시지 않기에 한 잔으로도 충분합니다.

로제나 아이스 정도는 아니지만 신 맛은 아니고, 아주 캐쥬얼한 부드러움이라고 할까.

 

어쨌든 입에는 맞아서 전부 마시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전 카메라 성능 테스트 한다고 이리저리 구도 잡아가며 찍는게 더 중요했습니다.

 

 

 

엄니가 좋아하신 수프입니다. 부드러운 감자 조각이 들어가 있는데, 전혀 짜지 않고 크림향이 농후한 것이 부담없더군요.

엄니는 항상 이 수프가 너무 짜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엔 맛있게 잘 드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주방을 책임지는 쉐프로서는 아마 지금이 일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겠죠.

퀄리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의 이 곳 가게는 전식요리에서부터 굉장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하는데, 가격대가 높아서 걱정했던 것에 비해 좀 너무 푸짐한 느낌이 들더군요.

매니저분이 엄니가 오셨기에 조금 더 넣어주셨다고 하는데, 확실히 설명 듣기 전에도 좀 많다 싶었습니다.

 

지인 파워로 가게에 오게 되면 이런 장점이 있긴 합니다만,

전 소소하더라도 이런 건 좀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에 살짝 어색한 기분으로 포크를 집어듭니다.

 

특히나 사진 열심히 찍고 블로그 올리는데 괜히 사진과 다르게 나온다고 불만을 가질 사람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맛집 거지들과 비슷한 취급을 받으면 저로서도 참 억울할 것 같아서 말이죠.

 

노파심에서 이야기 하지만 전 태어나서 식당 사진 찍어주고 뭘 제공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욕 먹고나서 회사측에서 블로그 닫아달라고 항의 온 적은 있습니다만.

 

 

 

어쨌든 해물의 양과는 별개로 맛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해물의 신선함은 감동스러울 지경이네요.

이제껏 먹은 파스타 중 거의 1,2위에 들어가는 완성도입니다.. 3위는 매드 포 갈릭 정도 될려나요.

 

소스를 강하게 쓰지 않아서 해물의 향이 잘 살아있는 터라 코가 즐겁기도 했습니다.

파스타 삶은 정도도 완벽해서, 엄니가 '넌 집에서 왜 이렇게 꼬들꼬들하게 안되냐' 라고까지 하시는군요.

이렇게 삶을 줄 알면 저도 가게 열겠습니다만.

 

 

 

그런데 사진 좀 찍고 이제 막 앞접시에 파스타를 담아서 맛있게 흡입하려는 순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피자가 나와버립니다. 엄니나 저나 순간 당황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파스타가 1인분짜리 음식이라 피자를 바로 내 주신 것 같습니다만

어차피 둘이서 파스타 나오면 함께 먹는게 당연하리라 생각했음에도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더군요.

 

요리 전부가 따끈따끈할때 먹어야 맛있는 것들이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피자를 앞에 두고

서둘러 파스타를 흡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한술 더떠서 피자엔 손도 대지 않은 채로 파스타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스테이크가 나와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피자는 식어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인데 말이죠.

 

아마도 1인분씩의 메뉴다 보니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각각 앞에 놓고 피자를 중앙에서 먹으라는 의도가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코스 요리처럼 간격을 두고 나와주는게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에 더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건 넘어간다고 해서 좋을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매니저를 불러서 요리 나오는 간격이 너무 짧다고 지적해 드렸습니다.

매니저분은 죄송하다면서 피자를 데우는 캔들을 준비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그게 있다고 피자의 맛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아니죠.

식은거라도 맛있게 먹기는 하겠는데 다음부터는 시간을 잘 생각해서 요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테이크는 엄니께서 레어쪽을 별로 안좋아하셔서 미디엄으로 구웠습니다.

전 먹으면서도 미디엄 레어 정도였다면 정말 육즙 팍팍 음미하면서 씹을 수 있었을거라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이탈리안 요리는 둘째치고 스테이크는 기회가 있어서 고급을 좀 썰어봤기 때문에 비교하기 쉬웠습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가격만큼의 가치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엄니는 스테이크가 너무 작다고 하시는데, 사실 워낙 얇은 고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지 무게로 따지면 적당한 크기죠.

에슐리에서 나온 스테이크라 불리는 고깃덩어리는 먹다 뱉어버릴 정도였고

TGI의 스테이크는 이 녀석의 60% 정도 되는 퀄리티에 가격은 거의 동일했으니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같은 무게에서 가격이 이 녀석의 두 배나 되는 스테이크를 한번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

소고기라는 녀석의 진짜 맛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교수를 맡다가 요리를 그만둘 수 없어서 스테이크점을 차렸다는 그 쉐프분은

가격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고 하셨는데

그 점을 생각한다면 이 트윈파파라는 가게에서 젊은 쉐프분의 현실적인 초이스는 정답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피자는 식어버렸지만 맛은 충분히 훌륭합니다. 버섯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게 질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평범한 일행이었다면 피자 반쯤은 포장해서 가져갔을 테지만 엄니와 저는 겨우 이것가지고 뭘 남기나 하며 입에 쓸어넣습니다.

종업원이 더 필요하신거 없냐고 묻기에 그냥 빵을 조금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버섯을 다 먹고 나니 남아있는 올리브유가 아까워서, 빵에 좀 찍어먹으려고 한 부탁이었는데

어디선가 말이 잘못 전해진건지 전식에 나왔던 그 메뉴가 그대로 다시 나오더군요. 이런 손가는 요리를 부탁한 게 아닌데.

 

아무튼 나왔으니 감사히 먹을 수 밖에 없습니다. 좀 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온 것을 물릴수도 없고 말이죠.

남아있던 올리브유를 빠게뜨 위에 뿌린 후 엄니와 한조각씩 씹어뭅니다. 역시 진하고 부드러운 향이 입속에 퍼지는 게 행복하더군요.

 

 

 

매니저분이 가끔 와서 입맛에 맛냐고 물어보시는데, 빈 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 맛있다는 칭찬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니 지인의 아들이라 만족할만 할까 걱정도 했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남한테 추천해줘도 욕 먹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예약손님이 많아서 잘 봐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십니다. 이거보다 더 잘 봐주면 긴장해서 식사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주택을 개조한 식당이라 주차장이 좀 좁은데, 들락날락하는 차들이 전부 삐까번쩍한 외제차들이라 벌써 입소문이 좀 퍼지긴 했나 싶습니다.

개장 한 달이라면 아마 대부분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 정도로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가진 식당은 대구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에 매우 훈훈한 기분으로 돌아옵니다.

카메라 파악한다고 건물 사진도 좀 찍어대면서 말이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만족한 외식은 별로 없는데, 이 쪽은 확실히 여러가지 요소에서 훌륭한 점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개장한 터라 아는 사람이 그닥 없을테지만 오히려 그 덕에 왠지 숨겨진 맛집을 발견해서 뿌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외부와 격리된 가족룸도 있어서 엄니께서는 훗날 조카 가족이 오면 여기에 데리고 오려고 생각중이십니다.

외부 테라스도 넓직하고 시원해서, 술 좋아하는 친구하고 와도 괜찮을 듯 하네요. 그 친구는 미국에 있지만.

 

오랜만에 디자인과 서비스, 요리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곳을 발견해서 훈훈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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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하반기가 좀 바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설마 이렇게 되리라고는...

8월에 갔다 온 일본 중부지방 여행기가 근 반년만에 끝났습니다.

 

그 동안에 뭐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고 해서 밀려있는 포스팅은 거의 없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여행 갑니다.

예약 걸어놓고 나가기 때문에, 아마 이 포스팅이 올라왔을 때는 전 한국에서 사라진 뒤일겁니다.

 

이번엔 제가 마음껏 즐기러 간다기 보다는, 이번에 퇴직하신 엄니가 바람 좀 쐬고 싶다고 하셔서

가이드 필요없는 일본에 제가 모시고 가는걸로 이야기가 순식간에 진행이 되어 버렸네요.

 

사실 전 이미 2월에 일이 있어서 일본에 또 가야 하는 터라

엄니는 다른데 가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또 저하고 둘이서 편하게 즐길만한 곳이 별로 없네요.

길지 않은 기간이라 이동거리와 편의성 다 생각하면 역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제가 가는 곳이 제일 편합니다.

 

방사능 그런건 엄니에게나 저에게나 인생에 문제없을 정도라 확신하니 별 걱정은 안됩니다.

엄니 학교 선생님은 이번에 일본여행 가면서 마실 물을 한박스씩 가지고 가서 일본 물은 하나도 안마셨다고 하던데

식사 만드는데 물 들어가는 건 논외로 하고, 그게 걱정될 정도면 비행기는 어떻게 왕복 타고간 건지 놀라울 따름이더군요.

 

 

 

작년에 친구 결혼식 때문에 잠깐 서울에 올라간 적이 있는데

시간이 워낙 없어서 그냥 나침반님하고 식사 한끼 하고 다시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때마침 미국에서 강군도 돌아오고 해서 정신없는 주말을 보냈네요.

 

나침반님이 빕스 할인권을 가지고 계셔서 그거 먹었습니다.

종로인가 명동인가 그 근처에 있던 빕스인데, CJ 사옥 지하에 위치한 듯 싶네요.

작고 아담한 가게였지만 뭔가 음식들에 기합은 좀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이 가게 자체가 큰 기대를 바랄 정도의 음식 수준은 아니니, 그냥 별미로 한번 먹어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게 좋더군요.

 

 

 

할인쿠폰으로 주문한 스테이크입니다. 와인도 한병 받았는데 조금 마시고 남은 건 나침반님이 가지고 가셨습니다.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잘 지켜서 나온 덕에 좀 놀랐습니다.

거진 7년쯤 전 빕스에서 스테이크 시켰을 때는, 이걸 스테이크라고 구웠는지 의아할 정도로 엉성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때 비해서 노하우가 쌓인건지, 지점이 달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스테이크는 충분히 먹을만 했습니다.

 

스테이크 수준이 괜찮으니 샐러드바 음식들이 되려 빛을 잃어버리는 기현상도 벌어지더군요.

보통은 스테이크 먹고 실망한 후, 샐러드바만 먹어도 충분했을텐데 하며 2중 후회까지 한번 해 줘야 어울리는데 말이죠.

 

여행중 너무 포스팅이 뜸해질까봐 대충 사진 몇장 던져놓고 잡담이나 주절거리고 갑니다.

리플은 다녀와서 달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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