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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28  2월 11일 오타루 - 오르골당 8
  2. 2014.08.26  2월 11일 오타루 - 오르골당으로 8

 

오르골당에 오는 건 5년만이다. 자전거 여행때는 이런 곳에 들어갈만한 몰골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운하 주변 밤거리를 배회하는 것만이 휴식의 낙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왔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어보인다. 변할 필요가 없는 곳이기도 하고.

 

처음 들어가면 따스한 조명색과 반짝반짝 빛나는 오르골들이 펼쳐진 모습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5년 전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이 매우 많다는 점만이 낯설게 다가온다. 확실히 요즘 중국 관광객의 기세는 확 체감될 정도로 강렬하다.

 

 

 

이곳의 오르골은 정말 다양한 디자인과 수천가지의 음색을 자랑해서

여행와서 기념품을 사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냥 넘어가기가 힘든 매력을 사방에서 뿜어내고 있다.

 

본인은 여행한 횟수에 비하면 기념품을 정말로 구입하지 않는 축에 들어가기 때문에 매번 이겨내고 있지만.

벽에 걸어놓고 줄을 잡아당기면 음악이 연주되는 단순한 형태의 오르골. 흐르는 음악은 파헬벨의 캐논이다.

주변이 시끄러워서 일행들 모두 줄을 당기고 귀를 갖다대어 음악을 감상한다. 드럼이 워낙 작아서 연주되는 소절이 짧은 게 아쉬운 점.

 

 

 

디자인에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음악만을 감상하기 위한 실속형 오르골도 굉장한 종류로 전시중이다.

 

오르골은 드럼이라는 금속통 표면에 작은 돌기를 만들어 놓고 그걸 금속핀에 순차적으로 접촉시켜 음악을 만드는 기계인데

곡을 길게 만들려면 드럼도 자연스럽게 커져야 하고, 장시간 흐트러짐없이 돌기를 정확하게 배열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

고급 오르골은 수백만원은 가볍게 넘는다. 구조가 단순한만큼 맑은 음색과 정확한 리듬을 맞추기 위해서는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이런 기념품용 오르골은 가격도 만원 초반대부터 시작하는 작은 녀석이라 음악적 만족감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래도 불후의 명곡인 Stand by me 가 적힌 이 오르골만은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 자전거 세계일주 준비중인 나침반님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보니 길이가 너무 짧아서 포기.

 

 

 

오르골은 작동 구조가 사실상 LP 등의 턴테이블과 완전히 동일하다. 홈을 긁지 않고 금속 돌기를 튕겨서 내는 점만이 다를 뿐.

지금와서는 제작 단가가 비싼 탓에 기념품으로나마 팔리는 녀석들이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곳 오르골당은 공방에서 직접 만든 오르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오르골들을 다양하게 전시중이기 때문에

여기를 잘 둘러봤다면 전 세계 오르골의 절반 정도는 다 본것이나 다름없다.

 

 

 

기념품의 범주로 넘어가면 역시 오르골의 음색보다는 받는 쪽에서 좀 더 인상깊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질 듯.

본인이 써도 괜찮을 법한 모델에서부터 남에게 선물해주면 좋을 법한 것들까지 다양하다.

 

정작 이런 디자인은 드럼 크기가 필연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 기준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내부가 좀 더 크게 느껴지는 편이다.

목재 뼈대를 사용했지만 석조 건축기술이 융합된 방식이라 내부 공간 활용도가 높다.

2층은 이렇게 넓은 시야대신 공간이 좁은 편이지만, 덕분에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게 해 주니 이쪽으로서는 만족스럽다.

 

 

 

거울이 있어서 재미삼아 세 명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본다. 코마츠군이 든 오르골은 살짝 가려버리는 바람에 유감이었지만.

오르골은 드럼의 완성도가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념품용 오르골은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

이쪽 일행은 다들 알뜰한 성격인지 한참을 구경하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도 결국 아무것도 구입하지는 않았다.

 

오르골당이야 가게라기보다는 관광지의 하나로 굳게 자리를 잡아버린 곳이니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문제없다.

 

 

 

오타루가 유리 공예로 유명한 곳이니 이렇게 유리로 만든 벽걸이형 오르골도 판매중이다.

 

세삼스럽지만 일본사람들의 상업적 센스는 참 꼼꼼하며 기본을 놓치지 않는다는 느낌.

오타루의 유리 + 오르골에 떡하니 붙여놓은 마데인 저팬 표시까지 있으면 기념품으로는 안성마춤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계획성이 엿보인다.

 

 

 

오르골과 관계 없는 유리 전등도 귀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유리라서 아이들이 만지기엔 좀 위험하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할까.

 

상품 곳곳에 중국어로 설명된 간판을 보니 정말 중국 사람들의 관광소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실감이 난다.

중국 사람들의 쇼핑은 이런 것보다 대형 백화점을 싹쓸이 해 가는 방식이라, 이런 곳에서는 그 구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설명문은 한 군데도 없이 중국어가 빡빡하게 적혀있는 모습을 보니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돈이 왕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오르골과는 관계 없는 동판 공예품인데, 이게 느낌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하나 구매해볼까 했지만

부피에 비해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이라 아무래도 그 정도 지불을 할 만한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다.

 

가격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참 구매욕구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잘도 전시해 놓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

 

 

 

악세사리라는 건 결국 예술적 카테고리 속에서 동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리 공예와 오르골로 유명한 오타루는 사실 동판을 이용한 모형이나 공업용 나사를 주물러서 만든 희화 캐릭터 등

전반적으로 공예품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로는 절대 모자랄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다.

 

그냥 스윽 바라보고나서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타입이라면 오타루 관광은 하루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세심함과 꼼꼼함이 듬뿍 느껴지는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 언저리가 근질근질해지는 사람이라면 후회없는 여행이 될 듯.

 

 

 

이런 녀석들은 조명이 중요해서, 집에 사서 가져다 놓아도 위치 선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왠지 빛이 바랜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은 아늑하고 충분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으니 반짝반짝하는 게 참 아름다워 보이지만

하나만 달랑 사들고 가서 조명 위치 생각하지 않고 전시해 놓으면 내가 헛것을 봤나 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구경하다보니 마침내 오르골도 유리도 동판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조형도 눈에 들어온다.

센스만 있다면 누구든 모을 수 있고 만들 수 있을법한 녀석이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만들어 놓은 센스가 비범하게 느껴진다.

 

 

 

한창 정신이 팔려서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전경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순간.

유리 소재가 많아서 자칫 관광객이 부딪치거나 하면 대사고가 일어날 법도 한데

테이블 배치의 다양함과 꼼꼼한 세팅, 중앙의 통일성있는 스탠드의 디자인 등 기념품 가게의 표본으로 삼고 싶어지는 멋진 모습이 시선을 끈다.

 

오르골 소리도 좋지만 그냥 이렇게 가만히 서서 전경을 바라보는 것도 기분좋은 관광이 된다.

 

 

 

사실 오르골당에 들어오면서부터 Y양과 코마츠군과는 거의 반쯤 개별행동으로 들어가 있었다.

사진 찍을 때 가끔 모이긴 하는데, 각자 찍고싶은 사진도 있고 구도나 관심있는 제품에 대한 흥미도 등을 생각하면

굳이 몰려다니며 볼 필요 없이 이것저것 보면서 다니다 보면 어차피 만나게 되어 있었으니까.

 

 

 

모양이 동일한 오르골이라도 안에 들어있는 노래는 다양하다. 친절하게 곡 리스트도 테이블 중앙에 적어놓았다.

음색까지 판단하기엔 좀 시끄러운 곳이고, 드럼 크기상 단순한 음절밖에 반복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

 

 

 

유리공예는 일본 사람들의 취향이 가득 담겨서 매우 앙증맞고 귀여운 녀석들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베네치아쪽의 예술품에 가까운 공예와는 방향이 다르지만, 기념품으로 가져가기에 부담없는 상품이 많아서 한참 시선을 뺏긴다.

 

이런 걸 보고 문득 지갑에 손에 가게 될 때는 마음을 다잡고 욕구를 진정시키며 집에 놔둬도 잘 보지 않는다고 되뇌여야 한다.

실제로 쿄토에서 구입한 꼬리 흔드는 고양이 한 마리면 집안 장식으로는 충분하기 때문에 순간의 귀여움으로 엔화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백만원 단위였던 오르골은 이 정도로 섬세하게 제작되어 있으며 미려한 화음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것도 사실 고급 오르골 축에 들어가지는 못하는데, 구입 가능한 녀석들 중에는 보통 5백만원에서 천만원을 호가하는 녀석들이 있는데다가

사진도 찍지 못하고 음악 감상도 직원에게 직접 문의해야 하는 특별한 녀석은 2억원 정도 하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르골을 구입하려는 마음이 든다면 돈을 좀 모아서라도 조그만 녀석보다는 최소 이 정도를 구입하고 싶긴 하다.

 

 

 

오르골의 개념이 처음 성립된 르네상스 후기의 풍경을 미니어쳐로 만들어 놓은 곳도 사진찍기에 좋다.

단순히 제품 구입만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를 벗어나 오타루의 자랑할만한 문화 공간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지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오르골이란 기계 자체가 미니멀리즘의 추구로 인해 발명된 터라 이런 미니어처의 느낌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역시 세심한 것 좋아하는 일본 답게 미니어처의 수준도 상당하다.

 

17세기 후반부터 사랑을 받은 오르골은 천상의 하모니를 손 안에서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좀 사는 가정에서는 집안 곳곳에서부터 휴대용 소지품에까지 오르골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30~40분 정도밖에 둘러보지 못했지만 마음먹고 천천히 뜯어본다면 오르골에 대해서 전문가가 될 만큼 자료가 풍부한 오르골당.

가벼운 관광이니 너무 깊게 들어갈 일은 없고, 대화도 별로 없이 눈과 귀로만 만끽하며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온다.

 

게살만두를 해치운 후 밖을 나서니 높낮이 감각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살펴보니 거리가 전부 10cm 이상의 눈으로 올라와 있어서 가게들이 전부 반지하처럼 내려가는 형식으로 자연스레 변해있었다.

역시 겨울의 홋카이도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 준다고 생각.

 

 

 

오르골 거리로 들어가기 전 시내버스터미널에 들어가 잠깐 몸을 녹인다.

Y양 일행은 돌아가기 전 선물을 사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잠깐 둘러본다. 딱히 지금 사봤자 거치장거릴 뿐이지만.

 

오타루 오르골당으로 향하는 도중엔 기념품가게가 지천에 널려있고

본인이 추천하는 르 타오(Le Tao)의 치즈케이크를 맛보기 전에 기념품을 사는 건 매우 후회스러울거라 압박을 가해서

일단 여기서는 그냥 구경만 하는 것으로 행동 종료. 화장실도 다녀오고 준비를 갖춘 후 다시 밖으로 나선다.

 

 

 

오타루 관광지를 움직이는 버스도 많이 보이는데, 예전의 고풍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실 도보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지역을 걸어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곳이라 버스를 타 본적은 한 번도 없다.

홋카이도는 자전거 여행 당시 한 달 조금 넘게 달리고도 천천히 즐기기엔 너무나 시간이 부족한 곳이라 절감했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느긋하게 둘러볼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곳도 보고싶어서 근질근질하니까.

 

좀 더 여유를 즐길만한 나이를 먹는다면 오타루에서 4~5박 정도 해 가며 마을 곳곳을 누벼볼 때 이 버스를 이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눈이 지천에 쌓여있다 보니 상점 앞에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녀석들이 즐비하다.

위험하니 건드리면 안되지만 기념 사진 정도는 당연히 괜찮을 듯.

 

 

 

바다와 이어져 있는 조그만 개천에는 추위도 안타는지 오리들이 유유자적 헤엄치는 중이다.

뭐 먹을만한 거라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저 녀석들 바다로 가서 먹이를 잡기도 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곳 거리는 먹을 것과 개인 공방, 전국적으로 유명한 체인점과 미술관까지 다양한 즐길거리로 풍부하다.

작정하고 둘러본다면 하루 꼬박으로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곳에 오면 항상 다 둘러보지 못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여행중에는 내려놓아야 할 욕심인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오타루는 유리와 오르골 등 공예품으로 유명해서

그 여파인지 개인 아티스트들이 좀처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개성적인 악세사리를 파는 곳도 굉장히 많다.

이런 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

 

 

 

오타루의 관광 코스 중에서 가장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 많은 눈을 다 치울수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길을 걸을때는 조심해야 한다.

 

빙판길은 아니지만 단단히 굳은 눈길이 울퉁불퉁하게 언덕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아서

Y양이 슬금슬금 미끄러지곤 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쓰러지진 않았지만 미끌 할때마다 오싹한 기분이 들 듯.

 

 

 

아침부터 그랬지만 아직 겨울 홋카이도 새내기라 그런지 이 변화무쌍한 날씨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몇 번을 눈왔다가 푸르렀다가 반복하는건지 세어보기도 지친다.

물론 그렇다고 눈이 싫다는 건 아니고. 힘들여 온 겨울 홋카이도니 눈이 신나게 내려줘야 오히려 힘이 난다.

 

간간히 이렇게 내려주기 때문에 바닥이 빙판길이 아닌 눈길로 계속 유지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단지 걸어다니는 관광객들과 달리 이곳 주민들은 집 안에서 따뜻하게 살고 있는건지 궁금하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일본의 주택집이란게 아무래도 단열능력이 떨어져 보이는 편이니.

 

본토 사람 말을 빌리자면, 홋카이도 사람들은 겨울에 워낙 빵빵하게 난방해놓고 살아서 오히려 추위를 많이 탄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이진 않은 짧은 역사지만 이것도 오타루라는 도시의 역사이다 보니, 서양식 석조 건축물도 나름 어색하지 않게 보인다.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테지만 녹슨 창문의 모습까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니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듯 하다.

 

흥미가 동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상품들을 구경했지만 전부 사진촬영 불가라 설명하기가 어렵다.

오르골쪽은 역시 오르골당이라는 범접하기 어려운 산이 버티고 있어서 가게가 그리 많지 않지만

유리 공예를 비롯한 다양한 기념품들은 과연 저절로 지갑에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워낙 기념품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만, 보고 있으면 하나 가져갈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만드는 것은 참 대단한 능력인 듯.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주인이 젊은 사람인지 메뉴판에 곁들인 그림도 서양틱한 데포르메가 인상적이고

눈을 사용해 상당히 민망해 보이는 눈의 착시를 일으키는 캐릭터를 당당히 입구에 세워 놓았다.

 

예전 삿포로 눈축제에서 인기 코너였던 유루캐러 후낫시의 오타루 버전인 오탓시 인듯 하다.

물론 주인장이 마음대로 이름 붙였음에 틀림없지만 의외로 후낫시의 특징을 잘 살려서 만들었다.

코마츠군을 포함에 많은 관광객들이 이 녀석을 보자마자 바로 후낫시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정도였으니까.

 

손에 하트를 들고 있는 후낫시처럼 생겼는데, 뭔가 좀 말하기 민망한 신체 기관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의도한 것인지 불확정성 원리에 따른 확률의 산물인지 알 수 없지만, 나만 거시기가 연상되는 것인지 뇌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것일까.

 

 

 

어쨌든 건전한 일행한테는 그런 이야기 꺼낼 생각도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

눈이 오려던 하늘은 다시 푸르러지는 기행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눈은 내릴때도 좋지만 하늘이 맑을 때 보는 것도 참 아름답다.

 

눈 터는 것을 포기한 건물들의 지붕에는 겹겹히 쌓여서 삼겹살처럼 되어 버린 거대한 눈더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배가 고프면 삼겹살처럼 보이겠고, 지적으로 생각하자면 지각 단층의 모습이라 할 수도 있을 듯.

 

여름엔 30도를 훌쩍 넘어버리는 날씨니 이곳 건물들은 피로도가 상당할 듯도 하다. 그만큼 관리를 잘 해야 할 듯.

'허니와 클로버'라는 코믹스에서 홋카이도의 시골 마을의 혹독한 겨울을 참 잘 묘사했는데

이사갈 때는 그냥 짐만 챙겨서 떠나면 겨울에 눈과 바람으로 저절로 무너져 내려서 집터밖에 남지 않는다고.

 

 

 

관광객도 많고, 흥미있어 보이는 가게에 전부 들어갔다가는 오후에 계획한 골목투어에 늦어버릴 것 같아서

슬금슬금 지나가며 눈에 들어오는 건물 전경만 담으며 걸어간다.

 

오타루는 관광으로 유명하지만 꽤나 작은 마을이라 상가 사람들도 뭔가 인간적인 미가 남아있다고 해야 할까.

코마츠군은 상당히 자주 왔었는데, 마을의 따뜻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고 한다.

확실히 가게에 들어가도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긴 하다.

 

 

도로의 눈과 인도의 눈이 만나서 쌓이다 보니 원래는 평평했을 곳이 굉장히 불규칙하게 올라와 있다.

사실 오타루 걸어다니면서 엉덩방아를 한 번도 안찧은 사람은 일행 중 본인밖에 없었다.

 

이렇게 마주오는 일행과 겹치게 될 때가 큰 문제였는데, 눈 때문에 길이 좁아진 터라 서로 지나갈 때 자칫 평평하지 않은 곳을 밟고 미끄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

다행히도 크게 다치진 않았서 무난히 여행은 계속할 수 있었다.

 

본인은 원래 그렇게 균형감각이 좋지 않지만, 손에 수백만원짜리 카메라 세트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죽을 각오로 넘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여행에서는 느긋함을 즐기는 것도 중요한데, 사실 이곳 오르골 거리는 그런 느긋함을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많고 제대로 된 식사에서부터 가벼운 차와 간식까지 다양한 가게가 즐비하며

거기다 음식 수준도 크게 실망할 부분이 없이 높은 편이라, 구경하다가 춥고 지치면 따뜻한 커피 한 잔 즐기기에 편리하다.

 

홀로 여행이라면 역시 까페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일기 쓰는 시간도 가지겠는데, 일행과 함께 다니면서 그런 사치를 부리기는 미안하다.

일행 덕분에 골목투어라는 모르고 있었던 경험도 즐겨볼 수 있게 되었으니 아쉬울 건 없지만.

 

 

 

전통적이고 단정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곳 거리의 모습은 여러가지 면에서 참 매력적이다.

서양식 건축양식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묘하게 일본의 거리라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은 성공적인 교집합이라고 할까.

 

인구 15만명의 작은 마을에 찾아오는 관광객이 연간 800만명에 이르지만, 가장 번화한 이 거리 역시 소형 자동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골목길이다.

아무리 관광이 중요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마을의 정체성이란 녀석을 잘 지켜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Y양 사진을 찍고 있으니 코마츠군이 의아한 표정이다. 사실 일본인들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가게 간판이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총천연색 간판이 재미있기도 하고, 음식들이 워낙 먹음직스럽게 보여서 이것도 여행의 추억으로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뭐라고 팍팍 먹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지만

많이 걸어다녀야 하는 이런 여행에서 점심때 너무 배를 불려버리면 움직이기가 좀 괴롭다.

Y양은 라멘도 그렇고 초밥도 그렇고 일본식 해산물 요리와 별로 식성이 맞지 않는 듯 하니 더더욱 권유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하고.

 

 

 

이 간판만큼은 Y양이나 코마츠군이나 감탄하며 사진찍기 바쁘다. 절묘한 네이밍 센스가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

해산물을 얹은 덮밥을 카이센동(海鮮丼)이라고 하는데 이 가게의 이름은 무려 포세이동(ポセイ丼)이다. 잊어버릴수가 없는 멋진 이름.

 

이름만 잘 지은 건 아니고, 실제로도 맛있기로 유명한 가게라고 선전도 대단한데

음식 솜씨와 네이밍 센스가 결합하니 인기가 없을수 없나보다.

 

 

단지 이 가게의 이름이자 주력 카이센동인 '포세이동'이 2100엔이나 해서 나처럼 가난한 여행자에게 쉬운 음식은 아니다.

사진만으로는 정말 입에 침이 고일정도로 맛있어 보이는데, 안타깝지만 이 메뉴는 다음 기회에 정복하기로 하고 사진만 담아놓는다.

 

 

 

상점가의 화려한 모습만큼이나 겨울 홋카이도의 위엄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모습도 압권이다.

건물 사이에 가려졌을때는 제대로 보이질 않아서 뭔가 싶었는데

잘 보이는 곳까지 이동하니 눈사태 방지용 목책 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눈더미가 쌓여 있다.

 

저 눈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정말 밑의 주택들도 무사하진 못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아슬아슬한 모양이라 안정감이 들지 않는다.

Y양은 처음에 저것들을 사람이 걸어다니는 계단이나 길 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멋진 상상력.

 

 

 

역시나 고풍스럽게 지어진 키타이치 베네치아 미술관.

 

그러고보니 오타루는 여러가지로 베네치아를 벤치마킹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유리공예품이 유명하다든지, 초콜릿 등의 먹거리가 유명하다든지, 바다와 가까워 초기엔 상업항구도시로 시작했다던가.

 

예전에 저곳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화려한 유리 공예품과 실물 크기의 곤돌라 등 베네치아 살짝 맛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지만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좀 흥이 깨지는 경향이 있다.

 

훌륭한 기술이긴 해도 예술적 가치를 평가받은 작품이 아닌 일반적인 공예품 전시장임에도 사진 찍으면 안되는 곳이라

그 정도 배려도 힘든가 싶은 생각이 들어 그다지 흥이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손글씨를 펜으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기는 하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끝부분을 만들듯이 미세하게 끊어 낸 통유리 펜을 팔고 있기 때문에.

통짜 유리펜이지만 잉크를 찍으면 굴곡진 부분에 잉크가 고여있어서 일반 펜처럼 사용이 가능한 재미있는 녀석이다.

당연히 그렇게 고급 촉감은 아니지만 기념품으로는 꽤 의미있는 녀석이라고 생각.

 

 

 

동음이의어 등을 이용한 말장난을 일본어로는 다쟈레(ダジャレ)라고 하는데 어째 오타루에는 이런 다쟈레를 이용한 가게가 꽤나 많이 보인다.

외국인에게 설명하기는 좀 귀찮은 항목이라 세계적 관광지 치고는 좀 국소적인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외국인이긴 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무로 만든 공예품점인데 일본어의 관용어구인 '신경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