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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1  올해도 매실나무 전지 14
  2. 2010.02.25  매실나무 전지 프로젝트 20

작년엔 일본에 있어서 못 갔던 청도 매실밭에 전지하러 갔습니다.
날씨가 쨍쩅하지 않아서 사진은 조금 아쉬웠지만, 일할때는 흐린날이 좋죠.
아직 봄느낌은 풍기지 않는 매실밭입니다.

일년에 한두번 와서 그냥 전지 좀 해주고 매실이나 따고 하는... 거의 버려진 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는 녀석은 전지가위로, 굵은 가지는 톱으로 썰어냅니다.
일하는 사진은 전부 엄니밖에 없지만 당연히 저도 일했습니다.
엄니께서 카메라를 만질줄 모르시기 때문에 제 사진이 없는 것일 뿐.


매실나무란게 약하다고 하면 약하지만
새순 돋아나는 속도는 무시무시해서 나무가 뭔 호러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삐쭉삐쭉하더군요.


새순이 너무 많으면 매실이 크게 맺히지 않기 때문에
녹색이 보이는 작은 새순들이나 그냥 삐쭉삐쭉 솟기만 한 녀석들은 전부 쳐줍니다.
좀 많이 친거 아닐까 걱정해도, 막상 매실이 열릴때면 지금 이 사진들이 놀라울 정도로 확 바뀐다고 하네요.
전 맨날 전지만 하고 실제 따러가질 못해서... 이번엔 5월 20일쯤 매실 따러 가볼까 싶군요. 물론 그떄 한국에 있다면...


엄니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담으려다 보니 사진이 많아진거지
농땡이치면서 놀지는 않았습니다. 넵.


가끔 엄니께서 그만찍고 일좀 하라고 소리를 지르긴 하셨지만...
사실 카메라 놓으면 제가 톱하고 전지들고 거의 다 자르고 엄니는 그냥 손가락으로 자를 새순을 톡톡 치기만 하셨죠.
나무를 자세히 보시면 어마어마한 새순들이 보이실겁니다.
저게 몇년째 잘라대다보니 줄기가 거의 가시나무처럼 뾰족해져서 많이 찔리는군요.


전체적으로 흐린 날이었는데, 가끔 햇살이 비칠 때면 하늘을 찍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늘을 배경지로 깔면 대부분 보기좋은 사진이 나오죠. 찍사의 성능을 커버해주는 배경지입니다.


매실나무가 전지를 하고 하고 또 해도 계속 저렇게 새순을 돋아내기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될까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저희 매실밭 건너편엔 정자를 새로 지어놨더군요.
봄이 되서 저 나무에 잎사귀가 가득해지면 멋진 풍경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매번 이렇게 앙상한 모습만 담고 있으니 조금 아쉽지만 올해는 과연?


슬슬 점심시간이 되어서 밥 먹으려고 하니
엄니께서 돗자리를 안가져왔다고... 밑에 슈퍼 내려가서 하나 사오라고 하길래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슈퍼가 없더군요. ㅡㅡ;

슈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내려가라고 하셔서 땀뻘뻘 흘리며 왕복운동이나 하고 왔습니다.


돗자리 없다고 밥 못먹는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대충 바람막이 만들어서 물 끓이고, 가져온 키친타올을 넓게넓게 펴서 간이 돗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톱이야 아무데나 던져놔도 찾을 수 있지만 전지가위는 땅바닥에선 거의 못찾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잘 걸어놔야 하죠. 우연찮게도 땅바박에서는 위장색에 가까운 녀석이라...


라면에 밥에 과일까지 가져와서 이걸 다 먹을 수 있나 싶습니다.
밖에서 먹는 밥이 맛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은것 같은데...


예상대로 양이 너무너무 많았습니다.
버릴수는 없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다 먹었지만, 저나 엄니나 속이 거의 한계에 다다라서
대구로 돌아올 때까지 아주 고생이었죠. 저녁엔 폭풍배출을 3연속으로 해버릴 정도로...


그 와중에도 하늘이 맑아지면 카메라를 들어올립니다.
쉬고 있을때 바라보는 하늘은 좋군요. 일할때 이러면 좀 서글프지만 말입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일단 좀 쉽니다.
엄니는 훗날 토할뻔 했다고 하시네요.
야외나갈때 기분좋게 먹을거 싸는건 좋지만 역시 정도를 지켜야 행복한 식사시간이 되는가 봅니다.


힘든 매실전지의 시간과는 별개로 하늘 모습은 참 좋아요.
5월쯤 되면 저 앙상한 가지들이 푹신푹신하게 변해있을테니, 그걸 카메라에 담는 순간이 기대됩니다.


중간에 벌집으로 보이는 녀석이 있어서 약간 당황했지만 속이 텅 빈 녀석이라서 부숴버렸습니다.
사실 길 건너편에 양봉장이 있어서 밥 먹을때 벌들이 라면맛 보러 오더군요.
꿀벌이라 그냥 가만 있으면 별 문제 없는데, 엄니께서 자꾸 웅웅거리는 소리때문에 몸을 흔드셔서 말리느라 염통이 쫄깃해지기도 했습니다.


매실 따먹을게 아니라면 이런 생명력을 보여주는 나무들을 따스하게 바라만 봐도 되겠지만
이러면 매실이 제대로 맺히지 않아서 불쌍해 보여도 전부 잘라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나무를 위해서도 이런 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네요.


앙상한 나무도 하늘과 함께 담아주니 나름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이 장소를 기억할 수 있다면 5월말에 똑같은 구도로 담아낼 수 있겠는데... 과연 기억이 날런지.


그래도 역시 봄이 가까이 왔군요.
5시간정도 작업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로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전 시내 볼일이 있어서 좀 더 돌아다니다 왔는데,
다리와 팔 여기저기는 가시에 찔려서 빨간 점들이 소복하고 머리도 좀 찍혀서 피 좀 봤습니다.
흘러내릴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지, 시내를 피투성이로 배회하는 모습이었다면 뉴스에 나왔을지도...

그러고보니 대구 블로거분들한테 매실원액 좀 나눠드린다는게 벌써 몇년째인지...
이번에 매실 따면 좀 돌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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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신발장 앞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매실 액기스.

신선한 매실과 설탕을 넣은 후 완전히 밀봉하면 액기스가 죽죽 빠집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건더기를 들어내면 1년 내내 물에 타서 마시는 달콤새콤한 매실 쥬스가 완성됩니다.
저 정도 양이면 1년도 넘게 마실 수 있는데, 올해도 매실 나무를 가만 놔 둘수 없는터라...


소싸움과 운문사로 유명한 경북 청도에 위치한 조그만 매실밭이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뭔가 재배할 만큼 자주 오지도 못하고 땅도 조그마해서
그저 되는대로 매실나무 몇 그루 심어두고 연중 행사로 매실이나 따 먹고 있네요.

하지만 거저 얻어지는 매실이란 없어서, 이렇게 봄이 되기전에 전지를 해 줘야 튼실한 열매가 맺힙니다.
그 후로는 나중에 약 좀 뿌리고, 매실 따 담는게 일이죠.


매실나무는 자생력이 굉장해서
그냥 손놓고 있으면 어마어마하게 새순이 돋아나 열매를 맺기 때문에
크고 튼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반드시 전지를 해 줘야 합니다.


보통은 '너무 많이 전지하다가 열매가 너무 적게 맺히는거 아닌가' 싶은 걱정도 하지만
속된말로 지금 거의 반 죽여놔도 어차피 여름되면 미칠듯한 기세로 자라나기 때문에
양털 깎는다고 생각하고 새순으로 보이는 녀석들은 무자비하게 잘라내 버리면 됩니다.


잔 가지는 전지 가위로 싹뚝싹뚝 잘라내 버리면 되지만
그새 엄청나게 굵게 솟아오른 녀석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톱도 필요합니다.
전날 피트니스 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격하게 한번 하고 난 터라
어깨부위에 심각한 근육통을 겪고 있던 저는 끙끙거리면서 간신히 작업하는 중.


그래서 때때로 숙련자인 엄니에게 일을 맡기고 찍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했죠.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봄날씨라 거의 초여름처럼 느껴지는 더위가 사람 참 지치게 합니다.

이곳에는 감나무, 목화나무등이 조금씩 심어져 있는데, 지금은 그네들 가져가는건 거의 포기하고
그냥 매실만 줄기차게 키워서 담궈 먹고 있습니다.


아직 푸른빛이 감돌기엔 이른 시기지만 새순들은 벌써부터 맹위를 떨치고 있네요.
저렇게 너무 조밀하게 난 새순도 성장에 좋지 않기 때문에 거침없이 잘라버립니다.
대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아프다고 봐줬다가는 맛있는 매실을 못 먹어요.

실제로 전지 해주는게 나무한테도 좋으니 이럴 땐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는게 좋습니다.


새로 산 전지가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작년에 잘랐던 새순 흔적들과, 새로 나기 시작하는 새순은
거의 가시나무의 가시와 같은 뾰족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우거진 매실나무 가지 사이를 몇번 헤집다 보면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저는 더워서 반팔 입고 작업했기 때문에 더더욱 상처가 많이 생겼죠.


처음에야 나들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지만
맑고 청명한 날씨도 이쯤되면 짜증을 유발시킵니다.
인원수도 적어서 너무 딩가딩가 하다가는 해질 때까지 일을 끝마치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사실은 꽤나 열심히 자르고 잘랐습니다.


후반엔 매실나무에게 도움 안 될것 같은 근처의 가시나무라던가를 밑둥부터 톱으로 잘라버리는 통에
아주 땀 뻘뻘 흘리면서 식겁을 했습니다. 얼마나 단단한지 3/4 정도를 잘라내도 손으로 쓰러트릴수가 없네요.

근육통만 아니었으면 좀 더 늠름하게 일했겠지만 워낙 어깨가 아파서
'에고~ 내팔자야'를 입에 달고 작업을 하느라 엄니께서 하찮은듯한 눈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ㅡㅡ;


하지만 날씨가 워낙 좋았던 터라 사진은 참 잘나왔네요.
광량이 풍부하니 집에 돌아와서 보정도 잘 먹고, 애써 청도까지 내려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날 좋은 야외에서 사진 찍어본 적이 별로 없네요. 사진은 역시 빛이 중요하죠.

밭에서 일하고 오면 항상 옷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녀석. 이름이 가물가물하네요.


이렇게 너무 조밀조밀하게 돋아나는 녀석들은 손질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런 잔가지가 너무 많을때는 아예 가치 채로 잘라버리기도 하구요.
저도 생초보라 이런 걸 적절히 판단한 능력은 안되지만
기본적으로 '많아보이면 다 잘라버려'라서 많다 싶으면 마음껏 칼을 휘둘러 버리면 됩니다.
여름에 다시 가보면 어차피 다시 날 녀석들은 다 생생하게 자라고 있어요.


엄니도 모델을 시켜드려야겠죠.
한 손에 전지가위, 한 손에 톱을 든 엄니는 무적.
매실나무에게는 공포의 사신이나 다를 바 없죠.


조금 몸을 푼 후에 점심 먹을 준비를 합니다.
밥 조금과 김치, 그리고 밖에서 일하다 먹으면 꿀맛인 라면을 준비했죠.


그런데 가스 버너가 너무 오래된 녀석이라 그런지 도통 물이 끓질 않습니다.
엄니는 바람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자전거 여행하면서 숱하게 밥 지어먹었던 제 경험으로 보자면
이 정도 바람 때문에 1시간 반동안 라면 두개분량의 물도 못 끓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가스는 새거지만 버너가 15년은 된 녀석이라... 다음엔 새 버너를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물 끓이다가 굶어죽을 것 같아서 일단 밥부터 먹기로 합니다.
라면에 말아먹었으면 훨씬 맛있었을 테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죠.


결국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물은 끓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뜨끈뜨근한 물에 라면 풀어놓고 적당히 퍼지면 알아서 먹기로 했네요.
라면이야 뭐, 날걸로 먹어도 되고 찬 물에 불려서 먹어도 되는 전천후 음식이니까.


이런 일은 식사를 위해 존재하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땀 흘린 후에 밖에서 자리 펴놓고 먹는 밥은 반찬이 없어도 진수성찬입니다.


김치와 김, 밥만 있으면 안넘어가는게 없습니다.
과일도 튼실하네요.


선물로 받은 한라봉.
무지 비싼 녀석인데 달콤한 녀석도 있고 새큼한 녀석도 있고 가지가지입니다.


여전히 라면은 끓을 생각이 없어서 잠시 사진이나 찍으며 시간 때우다가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슬금슬금 돋아나는 초록 새싹들을 보니 이제 또 인생이 한 바퀴 도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스프를 절반 정도밖에 넣지 않아서 순수함을 자랑하는 싱거운 라면이네요.
엄니께서 짠 음식을 질색하는 터라, 그리고 김치하고 같이 먹으니 이 정도도 먹을만 합니다.
한 번도 끓지 않은 라면이지만 푸욱 우려내서 면은 다 풀어졌군요.

다음엔 화력이 확실히 검증된 녀석을 데리고 와야겠습니다.


배를 너무 채웠는지 오히려 힘이 빠져서 후반부엔 작업이 힘든 느낌이었네요.
가시에 긁히고 햇빛에 타고 하면서 악전고투를 벌였습니다.
15그루 남짓한 매실나무지만 이거 전지 하는데도 이렇게 진이 빠지니
역시 농사란 건 만만하게 볼 게 아니네요.

도시에 살면서 일년에 한두 번 왔다갔다 하니 그렇게 느껴지는 거지만...
올해는 매실을 따도 더 담궈먹을 필요도 없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한테 거의 나눠줄 듯 합니다.


공터에 홀로 서 있는 죽은 나무의 모습과
그 주위를 떠받치듯이 솟아나온 정체불명의 무엇인가가
사진사의 감성을 자극하더군요(?)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 치는 건 아닙니다.


그림자와 기괴한 나뭇가지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모습에 절로 셔터를 붙잡았을 뿐.

다시 말하지만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 친 건 아니에요.


방학중에도 바쁘신 엄니는 일하시랴 전화받으시랴 바쁩니다.
모 정신나간 공무원 색히는 희망근로 지원자들에게 자기네 밭을 갈도록 하기도 했다는데요...
엄니께서는 학교 선생들을 동원하는 대신 무임금으로 뼈빠지게 일해주는 아들내미를 선택하셨습니다.


사실 제가 일하고 있는 밭 건너편에서는 정자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처음엔 집 짓나 싶었는데 몇시간 지나니 번듯한 정자가 금새 올라가고 있더군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짓고 있는 듯.

산 중턱에 멋진 거목 한 그루와 함께 지어지는 정자의 모습은 꽤나 멋졌습니다.

지금 이 사진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말이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대충 전지를 마친 후 짐 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목욕탕에 가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상처난 팔이 지릿지릿한 것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역시 육체노동은 멋집니다.
엄니께서는 일당 10만원 줘도 못할 짓이라고 한숨을 쉬시는데
그럼 일당 5만원도 좋으니 달라고 하니 '먹여주고 재워준 값이나 내놔라'고 일침을 가하시네요.

나중에 제가 돈 많이 벌면 은행 계좌에 팍팍 넣어드리고 오늘의 일당을 받아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