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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짜이스'에 해당하는 글들

  1. 2011.07.30  M42 렌즈의 종착역, Fujinon EBC 50mm 19
  2. 2009.10.06  히로시마 여행기 9편 - 미야지마, 플라나와 함께 미센으로 4


M42 라는 수동렌즈는 50년쯤 전부터 애용되어오던 녀석이죠.
수많은 카메라 브랜드로 인해 분산된 렌즈의 범용성을 주창하며 만들어진 마운트라서
칼 짜이스에서부터 일본의 짜이스 카피품, 넓게는 유럽과 소련, 미국의 소수 렌즈까지...

한때는 굉장히 싸고 성능은 훌륭한 렌즈였는데,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서 쉽게 사용가능한 어댑터가 나오고 나서부터는
중고시장이 과다 활성화 되는 바람에 가격이 허벌나게 올라버렸죠. 그래서 지금은 그닥 추천도 못하겠음.

각설하고... 제가 애용하던 짜이스 판콜라 50.8 이라는 렌즈가 일본 자전거 여행중 박살이 나 버리는 바람에
표준 단렌즈가 없다시피 한 저는 조금의 장터링 끝에 상당히 구하기 힘든 레어렌즈에 눈이 꽂혔습니다.


렌즈 코팅 능력으로는 짜이스의 T* 코팅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후지논 EBC 코팅을 사용한 50.4 렌즈입니다.
짜이스가 확고한 원색 표현능력과 강한 컨트라스트를 보여준다면
후지논 EBC는 부드럽고 은은한 색표현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렌즈죠.


이녀석은 일본 갈때 가져가지 않아서 화를 면한 칼 짜이스 Biotar 58/2 렌즈입니다.


희귀한 렌즈이기도 하고, 현행 짜이스 표준단렌즈의 기본인 플라나 설계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련에서 헬리오스라는 이름으로 카피렌즈를 내기도 했던 녀석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결과물을 내 주지만, 58mm 라는 특이한 화각과 F2.0 의 조리개. 그리고 꽤나 긴 최소촛점거리로
실상 DSLR보다 RF 렌즈에 더 어울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녀석이죠.


일단 50mm F1.4 의 밝은 렌즈 하나쯤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구입한 후지논입니다.
받아들고 엄니와 차를 홀짝이며 대충 건드려 봤죠.

후지논 특유의 부드러운 묘사력이 조금은 드러나는지?


짜이스로 똑같은 사진을 찍으면 색감이 꽤나 진득하고 깊습니다.
후지논의 아련하면서도 왜곡없는 색감은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현재 후지논 렌즈는 고가의 방송촬영 장비등에 사용되고
35mm 카메라 시장에서는 완전히 철수한 상태입니다. (예외적으로 후지필름의 X100 등에 사용되긴 합니다)
짜이스 만큼이나 이름값에 거품이 끼였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만큼 멋진 렌즈임에는 틀림없죠.


이번에 읽어볼 책입니다. 엄니 지인분이 추천해 주셨는데, 책을 좋아하는 분이더군요.
추천해주신 책이 전부 상당한 수준으로... 맘에 드는 책을 추천받는것 만큼 즐거운 일도 없죠.


어지간히 M42 렌즈를 써본 분이 아니라면 어떤 차이인지 바로 감잡기는 힘든 사진들이라 죄송...

쉽게 구분해 보시려면, 위의 렌즈를 찍은 사진과 그 밑의 EBC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렌즈 사진은 시그마 24-60 으로 찍었거든요.

디지털 시대에 만들어진 렌즈와 필름 시대에 만들어진 렌즈의 표현 방식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지금처럼 엄청난 화소에 대응할만한 해상력이 필요없었던 필름시절 M42 렌즈들은
일정 이상의 해상력만 만족시키면 그 다음부터는 렌즈 특유의 보케와 색표현력에 중점을 두곤 했으니까요.

아직도 가끔은 제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던 짜이스 판콜라 50.8 렌즈가 그립기도 하지만
후지논 EBC도 한번 손에 넣으면 평생 방출하지 않을 정도의 매력은 가진 녀석이라
앞으로 이녀석과 친하게 지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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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쿠시마 신사 뒷쪽에 마련된 미니 신사(?)
내 머리통만한 크기인데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공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란. 삶겨져 있는 싱싱한 놈이라면 불쌍한 중생의 배를 보전하기 위해 몇개 까먹었을텐데.


손을 좀 씻을까 싶기도 했지만, 신종플루 예방 차원에서 휴대용 알콜 핸드워셔도 갖고 왔고, 카메라에 물 묻히기 싫어서 패스.
아까 단풍만쥬를 먹으면서 렌즈를 칼 짜이스 ZF 플라나 50.4으로 바꿔끼웠다.
여행중에 렌즈 갈아끼우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라 보통은 같은 장소를 두 번 돌아볼 생각하고 왕복점에서 렌즈를 갈아끼우곤 하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적 여유도, 체력적 여유도 없으므로 그냥 마음 내키는 장소에서 바꿔봤다.


카메라 렌즈들이 워낙 상향평준화 되어서 이젠 고성능이라 말하기도 뭣한 칼 짜이스지만
세계 3대 광학 메이커에서 항상 이름을 올려놓는 응축된 기술력은 어디 가는거 아니다.
웃기게도 AF 가 안되는 녀석이라 수동으로 조리개와 초점거리를 설정해야 하지만
요즘같은 광속 AF 시대에서는 오히려 이런 녀석이 하나 있어야 초점 링 돌리는 손맛을 계속 느낄 수 있다.


ZF 플라나 50.4의 특징이라면 깊은 색감과 회오리 빛망울.
색감은 확실히 깊긴 한데 대부분 RAW 로 촬영해서 보정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렌즈보다 센서의 수광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라...

회오리 빛망울은 보이그랜더나 칼짜이스 예전 렌즈들의 특징 중 하나인데,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빛망울이 회오리 모양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지금 히로시마 여행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았나? ㅡㅡ;


예전에 쿄토에서는 건물 밖에서 찍으려는 사진도 제지당해서 기분이 팍 상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왠지 우물쭈물하며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어 밖에서 살짝 촬영했다.
그냥 찍어도 되냐고 시원하게 물어보지 못하는 소심쟁이. ㅡㅡ;

사실 별로 관심갈만한 상품은 없었다. 동물을 좋아하니 사슴 관련 인형이나 그런것들은 조금 구미가 당기긴 했다.


사슴들은 어디 갔다놔도 그림이 되는구나.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다가온다. 아마 먹을거 없나 보러 오는거겠지.
이 ZF 50.4 렌즈는 수동이면서 초점 링이 움직이는 범위가 아주 넓어서 굉장히 스무스하고 세밀한 포커스 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말은 반대로 움직이는 피사체에 대한 신속한 포커싱이 어려워진다는 뜻도 된다.

어지간한 MF 렌즈는 거의 AF 쓰듯이 추적하면서 찍을 수 있지만 이 녀석은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노력해서 안 될게 뭐가 있으랴. 슬금슬금 움직이는 사슴 따위는 나의 초점링돌리는 신묘한 손가락에 한방이다.
겨우 D3 정도 되는 뷰파인더가 있어야 그나마 찍지. 135 판형 필름바디 대비 크롭바디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MF 로 초점 잡는건 괴롭다.

A900 의 눈동자 굴려야 할 만큼 광활하고 밝은 뷰파인더가 그립다. ㅡㅡ;


시간도 어지간히 되었겠다 로프웨이를 타고 미센(彌山)으로 가기 위해 산을 오른다.
중간중간에 일반 가정집도 많이 있는데, 신식 주택집에도 은근히 옛 정취가 풍기는 느낌의 건물들이 있어서 재미있다.


산 위의 사슴들은 밑의 녀석들보다 좀 더 순수한 눈을 하고 있나 싶은 경건한 마음이 들었는데
먹이를 주지 않자 묘한 목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신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면 의연함을 기르라고 해 주고 싶네.


날씨가 더웠지만 그늘이 시원해서 그럭저럭 산을 올라간다.
로프웨이를 타면 떡하니 정상에 도착할 것 같았는데, 로프웨이 자체가 이츠쿠시마 신사에서 산 위로 좀 올라가야 있다.
사슴도 있고 풍경도 좋으니 느긋하게 셔터 눌러가며 발걸음을 옮긴다. 어차피 썰물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미센 위에서 시간보내고 와도 충분하다.


앞서 말한 칼 짜이스 플라나 렌즈의 특이한 회오리 빛망울.
보통 이 렌즈를 구입하면 처음에 이 빛망울에 현혹되어 이런 심도낮은 사진을 마구 찍어다가, 어느순간 회오리가 실증나서 평범하게 찍는다는 소문이...


빛망울이 아니더라도 수동렌즈의 손맛을 느끼기에 최적화된 녀석이라 갖고 다니며 링을 돌리는 것만 해도 재미있다.
색감도 과연 칼 짜이스라고 깊고 진득하게 잘 나오는 편이고.


로프웨이까지 가는 길은 겨우 수백미터밖에 안되지만 11월쯤에 오면 여기서부터 화려한 단풍잎이 관광객들의 혼을 빼 놓는다.
이츠쿠시마 신사를 둘러싼 단풍도 절경이지만 미센 산 위에서 바라보는, 세토 내해와 어우러진 원시림의 단풍은 금강산의 그것에 비견될만한 매력이 있다.


일단 렌즈를 바꿔끼고 출발하면 어디서 쉴 만한 장소가 안 나오는 한 계속 그 렌즈로 촬영한다. 귀찮아서.
오히려 좁은 사물을 포커싱할때는 측거점 위치 신경쓸 필요없는 수동렌즈가 더 나을 경우도 많다. 뷰파인더가 넓고 밝다는 전제 하에서만.


오중탑 뒤쪽을 통과해서 계속 걸어오면 이곳에서 만나도록 되어 있나보다.
조그마한 토리이와 그 위에 올려진 돌맹이들이 앙증맞다. 아마 소원을 바라면서 올려놓은 거겠지.
크고 단단한 토리이(뭔가 어감이... ㅡㅡ;)도 좋긴 한데, 산속 산책길 안에서 만나는 이런 조그만 토리이도 엄청 마음에 든다.


신사하고는 꽤 떨어져 있지만 이곳에서도 누가 오미쿠지(おみくじ)를 나무에 묶어놨다.
원래는 나쁜 점이 나왔을 때 액땜한다는 의미에서 나무에 묶지만 요즘엔 그런거 없이 좋던 나쁘던 기념으로 마구 묶더라.
뜯어서 뭔 내용일까 보려고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럼 묶어놨던 사람에게 미안한 듯 해서 얌전히 사진만 찍었다.


아마 저 돌은 사람이 일부러 올려놓은 것이겠지.
시끌벅적한 이츠쿠시마 신사와는 달리 새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 소리만 들리는 산 속에서
이런 살짝 인위적인 듯한 풍경을 만나면 기분이 아늑해진다.
뭔가 거창하게 소원을 비는 것 보다 이렇게 별 것 아닌 듯 무심하게 뭔가를 바라며 행하는 소박한 느낌이 좋다.


로프웨이로 가는 도중 물이 별로 남지 않은 계곡 위를 다리로 건넜는데 이곳이 관광 명소중에 하나인 단풍계곡 모미지타니(紅葉谷)라고 적혀있다.
11월에는 아마 다리 위가 구경하고 사진찍는 관광객들로 꽉꽉 차 있겠지.


로프웨이 타는 곳까지 올라가니 지금부터 5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ㅡㅡ;
일단 티켓 순서대로 올라가기 때문에 지금 티켓 받아놓고 밑에서 놀다 와도 된다니 일단 티켓부터 받았다.
로프웨이 바로 밑에는 음식점이 있어서 우동이나 맥주 등을 팔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산 속 음식점이 비싸기로 유명한것은 다를 바 없다보다.
혹여 굴 덮밥 같은거라도 있다면 한끼 먹어볼까 싶었지만 그런 것도 없어서 그냥 앉아서 물이나 마셨다.


산 속에서라면야 50분 정도 시간 때우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카메라가 있다면 더욱 그렇고.
가방 속에는 E-Book 도 있으니 읽다 남긴 소설을 펼쳐들어도 금방인데
기왕 왔으니 그냥 사진만 좀 찍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의자에 걸터앉아 즐기기로 했다.

여행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평범한 휴식이 귀중한 명상의 시간이 되고, 훗날 추억을 되돌리는 연료 역할을 하는 것이 여행.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금새 40분이 지나갔다.
이제 슬슬 로프웨이로 올라가서 줄을 서 봐야겠다. 거기는 다시 사람들이 만든 줄로 가득가득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