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와 함께 한 여행 마지막 날입니다.

오사카 옆의 칸사이 국제공항을 통해 돌아가야 하는데 엄니와 저는 쿄토에 있네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버스 타고 바로 공항으로 갈 수 있어서 문제는 없습니다.

 

날씨도 춥고 마지막 날이고 해서 택시 하나 잡아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나이 지긋한 기사분이 한국 택시처럼 갑자기 저한테 말을 걸더군요.

쿄토가 문화제 지정 때문에 도로를 제대로 확충하질 못했다는 시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아무래도 외국 관광객으로는 보이지 않았나 보네요. 다짜고짜 말을 거는 것을 보면.

 

버스 정류장 앞은 왠지 좀 낡은 느낌인데, 앞의 호텔 역시 꽤나 예전에 지어진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예약도 다 되고 해서 근처 까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 시키고 시간을 기다립니다.

날씨가 많이 추웠던 탓에 밖에서 기다리기엔 엄니가 힘들어하실 것 같더군요.

 

 

 

버스는 굉장히 얌전하게 달려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엄니께서는 버스가 소음없고 차분하게 달리는게 참 인상적이라고 하시네요.

한국 대학원에 강의하러 오신 일본인 교수님하고 이야기 할 때도

한국 버스 처음 타보고 문화컬처(?) 받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아주 크게 맞장구를 치시더군요.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할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한국의 특징중 하나로 버스를 들 수 있습니다.

거의 88열차를 타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고 미리 경고를 합니다.

 

저가항공인 피치항공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 넓은 칸사이 공항을 즐기기는 힘듭니다.

이미 항공사 노선이 빡빡한 공항이라서, 후발주자인 저가항공사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제 2 터미널을 이용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나가기 전에 칸사이 공항 이곳저곳 찍어보고 갑니다.

제 2 터미널은 정말 조그마한 곳이라 딱히 즐길 게 없습니다.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그래도 어쨌든 늦는 것보다는 빠른 게 낫다는 신념 아래 일찌감치 제 2 터미널로 향합니다.

 

 

 

칸사이 공항은 인공 섬 위에 조성한 녀석이라서 넓직넓직한 구조가 인상적이더군요.

물론 인천공항에 비하면 많이 작은 느낌이지만 의외로 구경할 거리는 많습니다.

 

 

 

혹시 벼락부자라도 된다면 인천공항 VIP 라운지도 이용해 보고, 공항 호텔에서 미리 1박 하거나 하는 사치도 누려볼지 모르겠네요.

여행 첫날과 마지막 날은 항상 공항 들락날락 하는게 지쳐서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드니까 말입니다.

 

일본은 몇몇 공항이 꽤나 볼만한 것들이 많은 편이라 제대로 시간 잡고 돌아봐도 괜찮습니다.

 

 

 

제 2 터미널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걷는것만 20분은 넘게 걸리고, 버스를 타고 가도 약 10분은 걸리는 편이니

혹시 공항끼리 연결이라고 쉽게 생각하며 시간을 너무 지채하는 경우는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오니 엄니도 왜 이렇게 머냐고 한탄하시더군요. 저가항공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십여만원 더 내고 가까운 터미널을 이용해 봤자 돈만 아까울 뿐이니.

 

물론 가까운 일본에서나 그렇지, 먼 곳을 가려면 저가항공보다 제대로 된 항공이 훨씬 낫습니다.

좌석 편의성이나 음식 나오는 것 등등 저가항공 비행기 안에서 4~5시간 이상 보내면 몸이 이상해 질 정도니까 말이죠.

 

 

 

제 2 터미널에 도착하니 거진 대부분이 한국인 관광객들이더군요. 피치항공이 오사카와 한국을 왕복하다 보니.

 

아주 자그마한 면세점 비스무리한 곳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매우 황량한 곳이라 별로 볼 건 없습니다.

그냥 앉아서 시간이나 보낼 겸 유일한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습니다.

음식은 꽤나 평범하지만 조명이 의외로 멋있어서 엄니와 함께 담아봤습니다.

 

 

 

마지막 식사이긴 해도 별로 먹을 만 한건 없고, 배도 전혀 고프지 않아서 대충 분식 먹는 기분으로 주문해 봅니다.

타코야키는 칸사이 지방의 소울 푸드이다 보니 한번 시켜 봤지만 역시나 유명 가게들과 비교하기는 미안한 수준이네요.

그나마 인스턴트이긴 해도 바로 튀겨서 따끈따끈한 치킨 휠레는 먹을 만 했습니다. 레몬까지 한 조각 제공해 주더군요.

 

 

 

물론 저것들은 그냥 반찬 수준이고, 제대로 된 식사는 우동과 카레입니다.

그냥 깔끔한 것이 장점이라고 할 정도, 맛이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수준이네요.

 

그래도 카레만큼은 한국의 분식집 카레보다 훨씬 향미가 살아있으니 그걸 위안으로 천천히 먹습니다.

1시간 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잡담도 하며 매우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죠.

 

엄니는 겨울 여행을 거의 남반구로 가셨기 때문에, 이렇게 추운 한겨울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중간에 몸이 좋지 않으셔서 완벽하게 즐기지 못한 게 매우 안타깝고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만

홀가분하게 잘 놀고 왔다고 말씀해 주시니 그나마 저도 위안이 되더군요.

 

저는 첫 번째 포스팅에 언급한 대로, 이 여행 끝나고 2주일쯤 뒤 또다시 바로 홋카이도로 날아가게 됩니다.

 

다음 여행기 포스팅은 어마어마하게 긴 분량이니 과연 올해 중으로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