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에 비가 한동안 오고 난 후 하늘이 매우 맑았습니다.

전날 밤새도록 비가 신나게 내리고, 아침에 하늘이 깨끗해 진 것을 보고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과연 투명한 하늘이 무엇인가 알려주듯히 깨끗했는데 중간중간 아직 남아있던 구름도 반찬 역할을 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직장에서는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아서 카메라 갖고 간 보람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네요.

 

 

 

퇴근하면서 하늘을 보니 이거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한동안 후회하고 살 것 같더군요.

저녁이 다가오는데 산을 올라가기는 시간이 좀 애매하고 해서 손쉽게 올라갈 수 있는 두류타워로 향했습니다.

 

요즘엔 두류타워가 아니고 이랜드에서 인수해서 이름이 바뀐 것 같던데, 기억이 안납니다.

하늘 쳐다보러 가는 것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곳이라.

 

 

 

1년 전쯤 하늘 보러 이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교해서 겉모습은 바뀐 게 없네요.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니 뭔가 대대적으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금새 눈치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랜드에서 꽤나 투자를 크게 했나 보더군요.

 

 

 

더운 여름날 뭔 눈꽃나무와 북극곰이 있나 싶었더니 실내 스케이트장 앞이었습니다.

원래 이런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했는데, 거의 개장휴업 상태였던 타워를 환골탈태 시켜놓았더군요.

 

역시 돈의 힘이구나 감탄하면서 스케이트장에 잠깐 들어가 차가운 공기도 맡아보고 했습니다.

 

 

 

역시 이런 곳의 장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나 봅니다. 어른들의 돈주머니는 자연스레 따라오니 말이죠.

테지움과 비슷한 느낌으로 추정되는 유로지움이 매표소 옆에서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도 있을 것 같고, 오늘은 하늘을 보러 온 것이니 그냥 밖에서 한 장 찍고 넘어갑니다.

 

 

 

타워로 올라갈 때마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는게 아닙니다만

타워로 올라가기 전 3~4층 정도에 넓직하게 조성된 하늘공원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돈이 아까워졌습니다.

 

예전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새 어엿한 공원 규모의 광장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네요.

타워 라운지처럼 지저분한 유리로 덮힌 곳도 아니라서 이곳에서만 사진 찍고 놀아도 충분할 듯 싶었습니다.

 

환불하려고 해도 이유가 좀 웃겨서 그냥 올라가기로 했는데, 그 전에 바뀐 타워 주변 모습이나 구경하기로 합니다.

그냥 폼으로만 만들어 놓은 스카이 스테이션인가 싶었는데 여기까지 버스나 자전거로 올라올 수 있는 듯 하네요.

완전한 개장은 아니고 지금도 열심히 준비중인듯 합니다. 덕분에 사람은 적은 편이라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죠.

 

 

 

올해는 생각보다 푸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하늘은 일 년에 열 번도 보기 힘들었는데, 요즘 가을하늘은 꽤나 훌륭하더군요.

삭막한 도시 생활중에 그나마 이런 하늘이 위안을 주니, 올해는 그래도 좀 흡족한 느낌입니다.

 

 

 

앞으로 무슨 공연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저곳에 공연을 위한 무대를 많이 만들어 놓았더군요.

근처에 주거지도 많아서 여름 저녁엔 아이들 데리고 와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다른 쪽 무대엔 사람 키만한 체스말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막상 무대 위로 올라가지 마라는 푯말이 붙어있어서 어디 쓰는건지 궁금할 뿐이었네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푯말따윈 신경쓰지 않고 올라가 체스 옆에서 기념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지만.

 

 

 

옆에는 밤이 되면 뭔가 빛날 법한 일렉트로닉 허수아비들이 너덜거리고 있습니다.

구름이 적절히 양념된 하늘이 워낙 멋져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만족할만 하더군요.

 

 

 

퇴근 후에나 움직일 수 있어서 가장 쨍할 때의 사진을 남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런 시간에 왔으니 해가 질 무렵까지는 한번 버텨보자는 생각을 하며 이곳저곳 사진을 담습니다.

 

상당히 투박해 보이는 타워지만 20년전 지어질 때만 해도 참 신기한 건물이었죠.

요즘 와서야 이거보다 더 높은 아파트가 척척 들어서고 있어서, 높은 곳에서 구경하기 위한 목적은 많이 상실되어 가는 듯 합니다.

 

 

 

밑의 놀이공원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저기에 도착할 수 있나 봅니다.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겉치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혀 기억에 없네요.

 

작년엔 타워에 올라가 풍경만 보고 바로 돌아간데다, 그걸 빼면 제가 이곳을 찾아온지가 거진 15년은 넘었기 때문에

도통 기억나는게 없습니다. 디자인이나 시설들 상태로 유추해서 전부 리뉴얼되었다는 추측을 할 뿐이죠.

 

 

 

낮에 포근했던 하늘과 달리 여전히 맑긴 하지만 점차 구름이 많아지고 바람이 거세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내일쯤 되면 또 흐려지거나 비가 올 것 같으니, 좀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놀이공원 이용권이 있으면 저 로프웨이 타고 편하게 올라올 수 있지만

타워만 보러 오는 사람들은 가볍게 산 탄다고 생각하고 걸어오는 것도 좋습니다.

셔틀버스라는게 있긴 한데 시간 맞추기가 쉽지는 않군요.

 

참 대구에서 오랜만에 보는 역동적인 하늘이라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거의 무너질것 같던 예전 분위기와 달리 돈 많은 이랜드가 인수를 해서 그런지 꽤나 있어보이는 곳으로 변신했습니다.

4~5세 아이들이라면 아마 월례행사로 이곳에 가자고 졸라댈 것 같네요.

 

전 뭐 이제 다 늙어서 이런 곳에 와 봤자 사진 찍는것 외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만.

이랜드한테 돈 보태주는 것도 별로 탐탁지 않고 말이죠.

 

 

 

타워쪽에서는 지금 야생사진전이 열리고 있어서 그 콜라보 상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상시 전시인지는 모르겠는데, 시간이 나면 한번 보고는 싶더군요.

이 날은 우방타워가 이렇게 바뀐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무작정 올라온 터라 다른 거 즐길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식당가도 대대적으로 단장했다는 안내문에는 조금 혹해서, 올라갔다가 시간 남으면 한번 구경해볼까 싶긴 했지만.

 

 

 

방금 전까지는 하늘 쳐다보느라 눈치를 못 채고 있었습니다만

무대 앞쪽 광장이 체스판 모양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무대 쪽에 커다란 체스말들이 서 있었던 걸까요.

실제로 체스를 둘 것 같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점박이 무늬만으로도 신이 나서 돌아다닙니다.

 

 

 

타워가 서 있는 이쪽 부근이 가깝게는 두류공원부터 시작해 조금 떨어진 곳에 앞산까지 보여서 풍경이 참 좋은 곳입니다.

대구는 분지 지형이라 어쨌든 끝자락에 가면 항상 멋들어진 산이 버티고 있다는 게 좋은 점이긴 하죠.

 

도심지는 볼품없는 아파트와 콘크리트 숲이라 위에서 바라봐도 그닥 흥미롭지 않은데

이런 날은 하늘이 양념을 충분히 쳐 주기 때문에 아래 풍경도 덩달아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네요.

 

 

 

스카이 라운지로 올라가려 하니 좀 전에 봤던 사진전 홍보가 눈에 들어옵니다.

내년 1월까지 꽤나 오래 전시하고 있으니 여유 있을때 한번 가 보면 나쁘지 않겠더군요.

위치가 방금 전의 그 유로지움인데, 설마 유로지움 입장료와 사진전 입장료를 따로 받는 건 아니리라 생각해 봅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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