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다보니 하늘 하나는 끝내줍니다.

타카마츠가 시코쿠 최대의 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환경 오염이 될 만한 건덕지가 별로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하늘 구경만 제대로 해도 여행 온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 성격이라 마음이 치유되는군요.

 

지중해쪽 하늘이 그렇게 좋다는데 언제 한 번 가 봐야겠네요.

 

 

 

캉캉석(カンカン石)라는 희한한 이름이 붙어있는 돌덩이입니다.

옆에 나뭇가지도 하나 걸려있어서 엄니한테 한번 쳐 보라고 말씀드렸죠.

정식 명칭은 사누키암(巖)이라고 해서 마그마로 인해 생성된 안산암의 일종입니다.

 

나뭇가지로 이 녀석을 두드려 보면 유리처럼 맑고 높은 소리가 납니다.

 

 

 

이곳 시코쿠무라는 가을 정도로 날씨가 선선할 때 오면 매우 훌륭한 산책 코스가 될 것 같네요.

최대한 인공미를 줄이고 자연을 그대로 살려 놓은 코스는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줍니다.

 

물론 저처럼 37도쯤 되는 한여름에 찾아오면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함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나름 추억에 남을 경험이긴 하죠.

 

 

 

산 속에 위치한 민속촌이고 과도한 가공을 거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기분 좋게 산책이 가능한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대나무숲 사이 흙길을 걸어갈 때가 제일 시원한 느낌이 드네요.

규모가 큰 편이긴 해도 거의 일직선으로 돌게 되어 있어서 코스만 지켜 걸으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이 한바퀴 완주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쿠노시마 등대 부근까지는 이 더위에 아무래도 무리라 판단해서 지나쳐 갔습니다.

사실 산 속에 지어진 민속촌에 등대가 있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죠.

 

 

 

얼핏 방앗간처럼 보이는 곳이지만 사실은 종이를 만드는 곳입니다.

한국의 전통 한지와 같은 닥나무를 원료로 사용하지만 만드는 방식은 살짝 다른 듯 하네요.

이렇게 삶은 닥나무를 으깨는 장치가 있는 것으로 봐서 중국식 종이 만드는 방법과 비슷한 듯 합니다.

 

한국은 불린 닥나무를 두들겨서 결이 상하지 않은 상태로 떠 내기 때문에 강도가 좋았다고 하네요.

일본 종이 역시 고급 방식으로 한국과 똑같이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만 이 곳은 중국식으로 맷돌로 갈아 만드는 방식이었나 봅니다.

 

 

 

정성들여 손질한 수국 화분이 마당 앞에 놓여있는 모습만으로 관광객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군요.

 

이 곳에 서 있는 건축물들은 대부분이 문화재인데다 그 중 8채는 국가지정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을 엄격하게 막아놓은 것도 아니라 부담없이 사진을 담을 정도로 관객과 가깝습니다.

 

 

 

앞서 사진에 나왔던 칸칸석도 그렇고 카가와현은 화강암이 풍부해서 돌을 이용한 공예품이나 시설이 꽤나 발달한 편입니다.

특히 화강암 중에서는 세계 최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아지석(庵治石)의 산출지이기도 하죠.

그래서 시코쿠무라에는 돌을 이용한 폭포인 소메가타키 폭포라는 볼거리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기묘한 모양의 우물도 소메가타키 폭포 상층부에 위치하는 녀석이죠.

 

일본의 조각가 나가레 마사유키(流政之)씨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가레 씨는 비극적 역사를 간직한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심볼인 '눈의 성채'를 만든 작가로 유명하죠.

 

 

 

순로 표시도 화강암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세삼한 곳에 지역 특색을 세겨넣는 것이 관광 산업의 중요 요소죠.

나무와 바위로 만들어 진 시코쿠무라는 과도한 상업적 냄새가 나지 않는 점만으로도 민속촌 중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니는 이런 곳에서는 건물 하나하나의 특징 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성격인데

이 곳을 거닐면서 여러 번 '참 잘 만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봐서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평탄한 지형이 거의 없는 특성상 굉장히 이곳저곳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선 배정과 함께 단순한 이동 통로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세심히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이 오는군요.

볼거리를 찾아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그런 민속촌은 레벨이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죠.

이 마을은 그냥 걷고만 있어도 입장료 값을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곳의 민가 건물들은 대부분 농촌이나 산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녀석들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부유층의 그것과는 다른 순박함이 풍겨나옵니다만, 이 곳처럼 나름 정갈한 느낌을 주는 집도 있네요.

 

집의 벽면 한 쪽 통채를 단순한 장식만으로 할당한다는 일본 가옥의 구조는 어찌보면 아이러니 합니다.

뭐 당시는 집의 크기나 땅값 등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말이죠. 어째 요즘 도시형 주택보다 훨씬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보존 상태는 놀라울 만 하지만 이 녀석들이 실제로 이런 지형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

원주민들의 실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졌을까를 생각해 보기는 조금 힘드네요. 대다수 민속촌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타카야마나 나가노 근처의 옛 거리들 등, 여전히 주민들이 살아가며 예전 가옥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있어서

정말로 예전의 생활상을 느껴보려면 그 쪽으로 가야 합니다만 거긴 또 주택 보존 상태가 여기만큼 좋지는 않죠.

정말 300년 전의 생활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이런 민속촌을 둘러보다 보면 묘하게 아쉬운 점이 느껴집니다.

 

 

 

밑에서 바라보는 소메가타키 폭로의 모습입니다. 그나마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네요.

너무 더워서인지 신기하게도 이런 산 속을 한 시간 가까이 걸어다니고 있어도 모기에게 물리지 않습니다.

37도쯤 되면 아마 모기도 탈진하는 것일까요.

 

유명 조각가인 나가레 마사유키 씨가 만든 폭포라고는 하지만 어떤 예술성이 드러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돌폭포 자체보다는 마을과의 앙상블에 촛점을 맞춰 전체 조경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엄니가 집에서도 하나 만들어 놓고 싶다고 하셨던 대나무 화분입니다.

고즈넉한 풍경에 과하지 않은 임팩트를 주도록 참 절묘하게 만들어 놓았군요.

 

나오시마도 가깝고, 리츠린 공원도 있어서 문화와 예술의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타카마츠라서 그런지

민속촌 안에 미술관도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이런 세심한 부분부분에서도 미적 감각을 잘 살려 놓았습니다.

 

지금은 각종 현대식 재료와 기술을 이용해, 그것도 본인이 직접 짓는 일이 거의 없어진 거주지라는 개념이지만

이런 걸 짓고 평생에 걸쳐 수리와 보수를 하며 살아갔던 예전 사람들에게 있어서 집이란 어떤 존재일런지.

아마도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현대의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감탄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가 주택생활을 동경하는 것이기도 하고, 엄니가 시골집에서 차를 마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제 정말 시골집에서 차 한잔 마시려고 하는 것도 풀 뽑고 집 청소하고 보수하는 거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시코쿠무라의 장점은 역시 안내서에 적힌 볼거리를 향해 걸어가는 도중에도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순로 전체가 아름다운 산책로화 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네요.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관광지는 커녕 극히 평범한 마을 어귀의 좁은 길이라도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곳이구나 하는 신선함에 한동안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거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데

이 곳에서도 굳이 건물 구경하려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 감상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네요.

 

 

 

에도시대 후기의 건물인데 아마 곡물 창고로 사용하던 녀석입니다.

지금은 자료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엄니는 이미 체력의 한계에 달해 있어서 이 곳에 들어가 봤자 눈에 들어올 게 별로 없을 듯 하네요.

그냥 특이한 형태만 바깥에서 구경하고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출구 근처까지 다다르면 굉장한 옹기들이 줄줄이 서 있는데요. 처음엔 술독인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간장 담는 옹기였습니다.

한국과는 묘하게 모습이 다른 것도 나름 볼거리더군요.

 

옹기도 옹기지만 펜스 역시 센스가 넘칩니다. 대나무를 줄줄이 이어 만들었는데 굵은 밑둥 끝에 다시 작은 줄기부분을 끼워넣어서 이어놨군요.

글자로 표현하자면

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꾸꾸루후으으후루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화장실에 간 엄니를 기다리며 풍경 사진을 찍어봅니다.

소박한 삶의 여유라고 할까요. 시골집 툇마루에 누워 있을 때 풍경 소리가 살짝 울리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지금은 뭐 워낙 더워서 그런 여유를 느끼기도 힘들긴 하지만 말이죠.

 

이제 시코쿠무라 구경도 거의 끝나가니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야시마 산 정상으로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