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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주고 욕먹는 대표적인 두 가지 일이라면
컴퓨터 조립과
결혼식 촬영이죠.

원래 친한 친구의 부탁 아니면 왠만해서는 결혼식 사진은 찍지 않는데
오래 알고 지내던 영화동호회의 지인분께서 사연 가득한 부탁을 하셔서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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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가까이 지속된 우정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 이렇게 백년해로할 인연으로 발전되는군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신랑분은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누님 두분과 함께 열심히 살아오셨습니다.
신부분은 남 부러울것 없는 유복한 집안이지만 부모님께서 두 분의 결혼을 크게 반대해서
결국 가족의 축복을 받진 못한 채 두 사람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힘겨운 길을 걸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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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장애인 특수학교에 오랫동안 재직중이신 터라
저 역시 일반인들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운 편이고
가끔은 너무 자유로워서 전혀 차별없이 대하다 보니 오히려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이번 촬영은 신랑분의 몸이 아니라, 이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웨딩촬영을 해 본적이 없어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네요.

교회 교육관의 20평 남짓한 조그만 교실을 하나 빌려서 식장을 차리고
신부 대기실이 있을리가 없으니 옆 교실을 사용하다 보니 배경이 잘 나올리가 없죠.
하지만 신랑 신분의 표정만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결코 빛이 바래지 않았습니다.
찍사의 내공이 미천하여 그 표정을 잘 잡아주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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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차례 찾아오는 친구들을 웃으며 맞이하던 신부분도
고등학교 때의 은사님이 찾아오시자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 두분의 사랑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이었는가는 말 할 필요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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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도, 드레스도, 음식도 모두 두 분의 친구들이 성의껏 도와주어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랑 신부도, 축하하러 온 친구들도 모두 울음섞인 표정이었지만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와 행복의 눈물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결혼식 보다도 아름답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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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를 맡으신 목사분의 적절한 분위기 띄우기도 도움이 되었고
반지 교환식에서 약간의 헤프닝이 일어나기도 해서 신부분의 얼굴이 조금 풀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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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드러운 축가가 울려퍼지는 순간에는 신랑 신부 모두 감격에 겨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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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경건한 식이 끝나면 그 뒤로는 활기에 찬 피로연이 다가오는 거죠.
슬슬 왁자지껄해지자 두분 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신 덕분에 찍사의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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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긴 하지만 정확도는 높은 부케 던기지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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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지게 샴페인도 터트리고 해서 모든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을 되찾아 주었네요.
울다가 웃으면 X꼬에... 라는 농담은 여기서까지 할 필요 없겠지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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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키스를 연발했지만 쑥스러운지 장난치는건지 신랑분이 좀처럼 접촉부위를 헷갈리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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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게 없으면 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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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끝난후 두 분이 사진 찍어주셔서 고맙다고 연달아 인사를 하셨지만
오히려 이런 자리에 불러주신 것에 제가 감사를 표해야 할 입장입니다.

이제부터 인생 최고의 나날들이 두 분의 앞길에 펼쳐지시기를 바랄게요.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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