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에 있는 고양이 까페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에 찾아갔습니다.
친구 일당과 함께 아바타 예약한 김에 좀 일찍 만나서 시간 보내려구요.
고양이까페에선 먹을게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오래 앉아있으려면 뒷통수 따끔하지 않게 적당히 주문했습니다.

전 아주 길다란 제목을 가진 사과맛 탄산음료수를 마셨습니다. 7천원이나 하는 병음료인데 맛은 독특하게 괜찮더군요.
단걸 별로 안좋아하는 저한테는 사진의 음식보다 기본 간식으로 나온 프레첼이 더 맛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냥이들의 포토 타임이 다가왔습니다...만
평화로운 생활에 길들여져서인지 거의 대부분 사람을 봐도 밍숭맹숭.
그래도 무릎냥이가 한마리 있어서 좋긴 했는데 그 녀석은 어디가 아픈지 조금 말랐고 몸에서 냄새가 나더군요.

다른 녀석들은 그냥 지들끼리 놀거나, 밥 먹거나 자거나 했습니다.


미묘의 이름이 모모군요. 캣타워는 이미 만원이라서 다들 적당한데 들어누워 있네요.


이곳 까페의 명물인 사막여우.
하지만 혼자 잠만자니 왠지 안쓰러워 보입니다. 희귀성과 귀여움 때문에 먼 이국땅까지 온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겠죠.


영화 상영시간까진 많이 남았으니 별로 서두를것도 없이 먹고 마시고 잡담하다가
심심해지면 카메라 들고 고양이 찍고 하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왼쪽 상단을 잘 보시면 붉은 포인터가 보입니다.
냥이들을 디파일러로 만들어놓는 변신아이템 레이저 포인터.

참고로 디파일러 고양이란 이런 것.
자세한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참조.



하지만 여긴 까페 테이블 위다 보니 그런 현란한 움직임까지는 무리고.
만사 태평한 집고양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몇 안되는 순간이죠.
길냥이들의 일생이 매초가 긴장과 공포의 연속인데 반해 이녀석들은 참 행운아들입니다.


놀이가 끝나자 뭘봐짜샤를 시전해 주시는 냥이.


캣타워 위에 앉아있으면 고양이는 편안한 기분이 됩니다.
'고양이의 심리'라는 책을 보니 고양이는 가능한 한 시야가 트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려 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네요.
천적으로부터 빠르게 도망가거나, 사냥감을 잘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녀석들 시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니까요.


저는 냥이중에선 샴과 러시안블루를 제일 좋아하긴 합니다만
사람이 개발해놓은 종에 따라 냥이를 차별대우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뭐든 좋아합니다.

털 색깔이 조금은 러시안블루와 닮은 녀석.


냥이들의 특징인 투명한 눈. 경계를 풀때의 냥이 눈은 빨려들어갈 듯 깊고 깨끗하죠.


초저녁인데 등따숩고 배부르니 일단 자고 보려는 녀석들.
농후한 손놀림을 이용해서 재워줬습니다.


새끼 냥이들은 병원에 갔다고 해서 이곳엔 어른 냥이들밖에 없었습니다.
냥이가 아주 싫어하지 않는 한엔 그냥 안아서 납치해 와도 관계없는데
사람에게 아주 이골이 난 녀석들이라 워낙 무심한 듯 시크한 탓에 포기.


아직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숨겨진 보스라는 느낌이 풍기는 녀석입니다.


그녀석이 이녀석.
덩치에서도 얼굴에서도 퐁기는 포스가 남다르더군요.


입가가 꼭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바론을 닮아서 인상적이었던 녀석.


똘망똘망.


피곤에 지친 현대 도시인들의 슬픔과 애환틱한 색보정 이라고 제목을 지어볼까요.


사실 친구는 고양이를 싫어해서 2시간 반동안 전자책이나 보고 있었습니다.
친구 동생분과 저만 신나서 돌아다니고 있었죠.
이 날이 생일이었다는데 (양력. 이 친구는 음력생일을 씁니다) 신고식 한번 제대로 했네요.


자는 녀석을 주물럭거려서 깨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목 부위를 만져주니 스르륵 눈을 감더군요. 내 품에서 그러면 안되겠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표정의 냥이. 뭔가 최종보스틱한 느낌...

사진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름카메라 1롤 소모  (4) 2009.12.19
고양이가 열리는 나무 2/2  (8) 2009.12.18
겨울이라면 김장  (16) 2009.12.13
포토샵은 길도 춤추게 만든다  (10) 2009.12.02
훈훈한 블로그질 - 그린 히어로'즈' 가방  (4) 200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