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애보고 있으려니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때마침 서울집은 매우 어두워서 제 구박이가 활약할 곳이 부족하더군요.

더더욱 때마침 소니에서는 4년만에 새 기함급 모델이 출시되고...

 

이럴땐 그냥 기분이다 하면서 질러줄 뿐입니다. 넵.

떠나기 전 제 수족이 되어준 구박이를 남겨봅니다.

 

 

 

사실 자전거 여행등등 오래 함께 한 녀석이라서 팔지 않고 놔둬도 되긴 한데

똑같은 용도와 똑같은 크기의 카메라를 두대 놔두는건 괜한 고민의 씨앗이 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팔아버렸습니다. 그리운 면도 없잖아 있지만 계속 놔두면 오히려 새 제품을 팔아버리게 될지도 모르죠.

 

워낙 많이 쓰고 자전거 안에서 구르던 녀석이라 도장이 맨질맨질해졌네요. 원래는 까칠한 녀석입니다만.

 

 

 

저한테는 저 뿔각의 도장 벗겨진 부분도 추억의 하나겠지만, 중고품으로서는 가격하락의 요인일 뿐이네요.

주광에서의 센서 성능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최상급이라서 아쉬울게 없지만

어두운 집안에서 스트로보도 없이 아이 찍어주는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로군요.

 

ISO를 최소 800~1600 이상 올려야 하는데, 구박이는 그 이상 올리면 색정보가 소실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철컹철컹 셔터소리가 워낙 커서 애가 깜짝깜짝 놀라는것도 문제라면 문제.

 

카메라가 이것밖에 없어서 한참동안이나 제대로 된 초상화를 찍어주지 못했는데

결국 떠나기 전에 그 모습을 담게 되는군요.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이를 대신해 한동안 저와 함께 할 소니의 신제품 a99 입니다.

구박이에는 미놀타의 향기가 잘 남아있었는데, 이제 소니 제품에서 미놀타의 향기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확신합니다.

아직도 미놀타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분은 펜탁스로 가시길. 개발팀이 이동했는지 놀랄정도로 미놀타의 향기가 느껴지더군요.

 

소니는 이제 전통 방식의 DSLR을 만들지 않고 반투명 미러를 이용한 DSLT를 출시합니다.

광학식 뷰파인더를 제외한 대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막강한 편의성으로 무장한 녀석이죠.

 

감성적인 면이 많이 사라진 카메라인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점점 DSLR의 입지는 줄어들겠죠.

그래서 항상 필름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엔 돈좀 넘치는 사람만이 필름을 만질 수 있을지도.

 

 

 

아이 찍기는 참 편합니다. 고감도도 훌륭하고 LCD 가 전후좌우 이동하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든 찍을 수 있고.

전 사용렌즈의 절반 이상이 수동렌즈인데, 이 녀석은 확대기능도 있고 촛점 맞는 부분의 색깔을 바꿔주는 피킹기능도 있어서

구박이 뷰파인더 들여다보며 찍는것보다 훨씬 수월하긴 합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수동렌즈를 가장 디지털적인 기계에서 사용하는 묘한 느낌이 참.

 

 

 

구박이는 동영상따윈 없는 기계였는데, 이 녀석은 동영상의 첨단을 달립니다.

DSLT 라는 구조에서 가장 유리한 점이 동영상 촬영시에도 오토 포커스가 작동한다는 점인데

전 수동렌즈라서 아직 그런 이점을 누릴 수는 없네요.

 

애초에 동영상엔 관심도 없는데, 아기 좀 촬영해주고 결과물을 보니 아빠들이 꽤나 군침흘릴것 같습니다.

형님이 나중엔 알아서 잘 찍고 촬영하고 해야 할텐데 말이죠. 제가 사시사철 붙어사는건 아니니까.

 

 

 

전 잡다 기능이나 동영상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단지 센서 성능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눈독을 들였지만

막상 써보니 수동렌즈 촬영시에도 굉장히 편리하고 동영상도 아기 찍어주긴 좋겠더군요.

 

이제 아날로그적인 느낌은 거의 없이 완벽한 디지털 기기로서 바뀌는 과도기적인 모델이라서

예전 모델들의 작동 방식이 그립기도 합니다만, 바꿨으니 후회없이 잘 길들여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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