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한번 갔다 오면 일단 듣는 말은 '대단하네요'
여담으로, 일본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일본어 ペラペラ!' 였군. 자랑은 아니다. 정말로.

원만한 인간관계는 모든 사회생활의 근본이라고 말한 사람이 적지는 않았다고 확신하는데
그 격언을 달게 음미해서 가능한 한 친절하게 응대해주고는 있지만서도

여전히 드러내지 않는 속마음은 따로 있다.


대단하다?

아직도 뭐가 대단한지 정말 모르겠다.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게 너무나 하고 싶어서 했던 것일 뿐이지.

이건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을 찾는 것과 같고
문득 떡볶이를 먹고 싶어 슈퍼를 향해 귀찮은 궤적을 그리는 것과 같고
재미있는 영화를 위해 그 긴장감과 유사한, 생리적 욕구를 참는데 드는 노력 정도 같은 것이다.

분명 나를 칭찬해 주는 것 같아서 송구하긴 한데.
이런 말 하는 것도 참 미안하지만 그 말은 내게 와 닿는게 없다.


독심술사도 아니고 연금술사도 아니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라고 지껄일 인생도 아니라
타인의 의도를 만족할 수준으로 찝어내지 못한다고 자각은 하고 있지만서도

대부분의 '대단하네요'는 그저 '안녕하세요'의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 '대단'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느껴졌던 상대가 손가락에 다 채워질런지는 의문이다.
이건 아마 내가 카라라는 가수라거나,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열성적인 변호와 호감이 담긴 설명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그런가~' 라고 하는 대답과 다르지 않은 행동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

내 여행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일이 없지 않나?
당장 나 자신도 여지껏 남의 여행기라는 걸 읽어본 적은 극히 드물다.
여행은 하는 것이지 보는 게 아니다.

자전거로 1만 5천 킬로미터를 달렸다는 행위는 여행의 본질이 아니라 수단 중 하나일 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이 아니라 내가 한 고생에 너무 의의를 둔다.

고마워하지 않으면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이겠지만
난 내가 해놓고도 그게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어떤 대단함에 대한 것이 아닌
 
그 추위와 그 바람과 그 비에 쩔쩔매며
그래도 하루중 처음으로 신발을 벗는
오후 9시의 텐트 속에서 풍기는 묘한 악취에서 느껴지는 달성감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여행을 대단하게가 아니라 담담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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